우리 집에는 내가 어릴 적부터 히키코모리 아저씨가 있었다.
50~60대는 족히 되어보이는, 흰 머리에 흰 수염을 한 아저씨였다.
마치 옴진리교 교주 같이 생겼다고 할까.
허구한날 집에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당시 할아버지는 제대로 친가 외가 두분 다 살아계셨으니, 할아버지도 아니었다.
게다가 아버지나 어머니는 그 아저씨를 타카시라고 부르며, 어린아이 시중들듯 돌보곤 했다.
도대체 뭐하는 아저씨인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철이 들어갈 무렵이 되자, 더는 집에 있는 "타카시" 가 무엇인지, 궁금해하지도 않게 되었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다.
우리 학교에서는 졸업 전 수학여행을 가는데, 당시 우리 집은 상당히 가난했다.
딱히 사치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부모님이 맞벌이로 돈을 버는데도 우리 집은 가난했다.
그러니 당연히 큰돈이 드는 수학여행은 갈 수가 없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초등학생이다.
혼자만 수학여행에 가지 못한다는 초조함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났다.
반 아이들 모두 수학여행을 갔기에, 나는 아침부터 집에 있었다.
부모님은 출근하셨으니, 집에는 나와 타카시 둘 뿐이었다.
어머니는 수많은 집안일을 남겨두고 가셨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그걸 다 해치우고 있었다.
뭔가 울컥하고 치밀어올랐다.
왜 여행도 못 가는데, 이런 잡일까지 해야 하는거야!
반항기였을까, 분노와 초조함이 멈추질 않았다.
그러는 사이, [하하하하하!]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타카시였다.
내가 우리 집의 가난을 한탄하며 빨래를 널고 있는데, 타카시는 태평하게 TV나 보며 웃고 있었다.
순간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정신을 차리자, 나는 타카시 앞에 서서 큰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뭐가 하하하하하야! 장난치지마! 너는 왜 한가하게 TV나 보면서 웃어대는건데! 아무 것도 안하고 TV만 보는 밥벌레 자식... 나가서 돈이나 좀 벌어와!]
말을 끝내자, 속이 다 시원해졌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는 후회하고 있었다.
지금껏 제대로 말 한번 나눠본 적 없는 사람한테 무슨 심한 말을 늘어놓은건지...
사과하려 입을 떼려는 순간이었다.
[아아! 와아아아아아!]
갑자기 타카시가 큰 소리로 고함치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나는 기가 죽어 어안이벙벙했다.
그러더니 타카시는 갑자기 일어나 고함을 계속 지르며 집밖으로 뛰쳐나가버렸다.
나는 부모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말 한마디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 다음 이야기는 별 것이 없다.
퇴근한 부모님에게 타카시가 집을 나갔다고 말하자, 두 분도 조금 놀란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그만 자렴.] 이라고 말하실 뿐, 다른 것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잠을 청했지만, 좀체 잠이 오질 않았다.
그 이후, 부모님은 타카시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계속 집에 있던 아저씨가 사라졌는데도, 우리 집은 일상적인 모습 그대로 돌아갔다.
다만 약간 바뀐 점이 있다.
끝도 없이 가난했던 우리 집이, 유복하게 된 것이다.
타카시가 뛰쳐나가고 난 뒤, 어머니는 맞벌이 할 필요가 없어 전업주부가 되셨다.
중학교 때는 나도 수학여행을 갈 수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우리 집은 그렇게 행복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타카시가 사라지고나서도 한참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나는 가끔 생각하곤 한다.
타카시는 도대체 무엇이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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