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뒤편이 무서워.]
K가 갑자기 말을 꺼냈기에, 나는 깜짝 놀라 차를 쏟고 말았다.
[무섭다니, 뭐가 말이야?]
나는 반쯤 웃으면서 되물었다.
하지만 K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뒤편 말이야. 거울 속에 비치는 내 모습 뒤편에서, 뭔가 나올 것 같아 무섭다고.]
K는 중학교 동창으로, 고향에서 조금 떨어진 고등학교에 같이 다니게 되면서 친해졌다.
지금은 여자친구가 되어 사귄지도 1년이 좀 넘어간다.
운동은 못하지만, 머리가 좋고 성격도 밝아 친구도 많다.
그런 괴상한 말을 갑자기 꺼낼 이유는 전혀 없었다.
[무슨 일 있어?]
나는 목소리 톤을 바꿔, 진지하게 물었다.
[사흘 전쯤인가. 머리카락을 빗으려고 거울 앞에 앉았는데, 등 뒤에서 "무언가"의 기척을 느꼈어...]
그렇게 말하자마자, 입을 싹 다문다.
K 스스로도 자기가 말하는 게 이상하다는 걸 느낀거겠지.
[그 후로 계속? 그 "무언가"의 기척이 느껴진다는거야?]
이번에는 내가 말을 꺼낸다.
[응. 생각이 지나친 건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무서워져서...]
나는 K의 뒤에 있는 거울을 봤다.
화장대에 달려있는 커다란 거울.
그 마음을 모르겠는것도 아니지만...
[거울을 한 장 더 놓아두면 어떨까?]
[...하지만 "무한거울"도 좋은 건 아니라고들 하고.]
거기서 나는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신경 쓰는거야, K 너. 분명 뒤에서 기척이 느껴진다는 것도 기분 탓이야.]
나는 격려하듯 밝게 말했다.
[응, 그렇겠지.]
K는 그렇게 말했지만, 어딘가 불안한 얼굴을 한 채로다.
[아무래도 불안하다 싶을 때는 아무 때나 전화해도 괜찮으니까.]
[고마워.] 하고 부끄러운 듯 대답한 뒤, K는 웃었다.
밤.
이를 닦으려 세면대에 가서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던 때였다.
슥하고 뒷골에 차가운 공기가 닿아, 나는 섬찟했다.
거울 속에 무언가의 기척이 느껴진다...
내 등뒤에 숨듯, "무언가" 가 있다.
엉겁결에 나는 돌아섰지만,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위화감만이 등골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느낌이었다.
K가 말한대로다.
나는 진정하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벽에 몸을 기댔다.
과연, 이렇게 하니 등 뒤에 대한 공포가 잦아든다.
한숨 돌리고 이를 닦은 뒤, 입을 헹구려 세면대로 돌아간다.
"신경 쓰면 안돼."
그렇게 되뇌인 순간, 거울 앞에 선 내 등뒤에 갑작스레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놀라 나는 고개를 들었다.
순간 내 머리에 팔을 뻗으며 안기려 드는 "여자" 와 눈이 마주쳤다.
그날, 나는 잠도 못 자고 TV를 틀어둔 채 밤을 지샜다.
벽에 등을 딱 붙이고.
다음날, 학교에서 평소처럼 K를 만났지만, 어젯밤 일은 하나도 말하지 않았다.
K를 겁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먼저였다.
전날 "너무 신경 쓴다" 고 말해놓은 주제에, 나도 같은 일을 겪었다고 말하기 부끄러운게 두번째 이유였고.
[어제는 괜찮았어?]
나는 슬쩍 물어보았다.
[응. 신경 안 쓰려고 했더니 괜찮았어. 미안해, 괜히 신경쓰게 해서.]
괜찮아, 라고 대답한 뒤, 나는 웃었다.
하지만 마음 속은 불안이 가득했다.
그녀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던 이유가 하나 더 있었으니까.
어째서인지 알 수 없지만, K의 눈동자는 어젯밤 순간 마주쳤던 "여자"의 그것과 무척 닮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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