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여름에 바다 낚시를 하러 간 적이 있었다.
그 즈음 막 선박 면허를 땄던 터라 친척에게 배를 빌려 나가게 되었다.
아침 6시에 혼자 배를 띄워 난바다로 나아갔다.
출발할 때의 날씨는 말 그대로 "쾌청" 그 자체였다.
면허를 따기 전까지는 근처 여관에서 신세를 지고 있었던 터라 주변의 어장은 대충 알고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여관에서 만났던 선장을 만났다.
평소처럼 인사를 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던 도중, 그는 마지막으로 [XX곶 쪽 난바다로 Xkm 지점으로는 가지 마.] 라고 말했다.
확실히 몇 년씩 이 지역에 찾아왔었지만 그 곳에는 가본 적이 없었다.
나는 그가 말한 곳으로 가까이 가지 않도록 주의하며 항해하고 있었다.
잠시 혼자 낚시를 하고 있자니 날씨가 나빠지는 것인지 하늘이 어두워져 왔다.
물론 바다에서 그런 일은 매우 흔하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날 하늘은 어둡다기보다는 보라색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항구로 돌아가기 위해 GPS를 확인했다.
그런데 내가 있는 곳은 원래 내가 생각했던 곳과는 훨씬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그 곳은 바로 아까 그 선장이 가지 말라고 당부했던 곳이었다.
분명 나는 그 장소에서 10km 이상 떨어진 곳에 배를 세워두고 있었다.
떠내려왔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주변의 배를 찾아 위치를 확인하려 했지만 무전기의 전원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선실에서 우왕좌왕하며 이것저것 확인하고 있는 동안 비가 그쳤다.
그러나 여전히 주변은 보라색이었다.
밖을 바라보니 쓰레기가 잔뜩 떠다니고 있었다.
...아니, 자세히 보니 그것은 쓰레기가 아니었다.
사람의 머리통만 수면 위로 떠올라 긴 머리카락이 흔들흔들 떠다니고 있었다.
[큰일이다!] 라고 생각한 나는 바로 뱃머리를 돌렸다.
그러자 바로 앞에서 나아가지 못하게 막는 듯 한 여자가 수면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전원이 들어오지 않던 무전기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너는 돌아갈 수 없어...]
[너는 여기서 죽는다...]
마치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나는 시동을 걸고 배의 속력을 최대로 올렸다.
겨우 그 곳을 빠져나가니 곧 날씨는 다시 맑아졌다.
GPS와 무전기도 정상으로 작동했다.
겨우 항구로 돌아온 후 나는 그 날 만났던 선장에게 내가 봤던 것을 이야기했다.
[역시 너도 봤구나... 나는 물론이고 이 주변의 어부들은 다 한 번씩 겪은 일이야.]
그의 말대로라면 그날은 하루 종일 화창했다고 한다.
그 후에는 출항을 하더라도 그런 일은 겪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도 종종 그 여자는 내 꿈 속에 나타난다.
내 발목을 붙잡고 바닷 속으로 끌어들이려 하는 꿈이다.
그리고 그 꿈을 꾼 다음날 아침에는 언제나 발목에 선명한 보랏빛 손자국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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