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번역괴담][2ch괴담][172nd]우물

괴담 번역 2011. 4. 23. 11:34
320x100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니까, 벌써 10년도 훨씬 더 된 이야기다.

시골에 살고 있었던 탓에 나는 어릴 적 게임 같은 것보다는 밖에서 노는 일이 더 많았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사이가 좋았던 나, A, B, C 4명은 리더 격이었던 C의 집 근처에 있는 제법 깊은 숲에서 매일 같이 해가 질때까지 놀곤 했었다.

몇년이나 그 숲을 누비고 다녔던지라, 숲의 구조는 모두들 훤히 꿰고 있었다.



어느 날, 평소처럼 숲에 들어가 놀고 있는데, 갑자기 A가 사라졌다.

설마 길을 잃은 것인가 싶었지만 종종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온 길을 되돌아오며 A를 찾았다.

5분도 걸리지 않아 C의 집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A의 옆모습이 보였다.



나 [뭐하고 있는 거야? 빨리 안 오고.]

A [응... 야, 근데 이런 곳에 우물이 있었냐?]



A가 가리킨 곳을 보니 확실히 그 전까지는 본 적이 없던 우물이 있었다.

뚜껑이 씌워진 채 지붕에 두레박이 매달려서 뚜껑 위에 올려져 있었다.



A [그치? 없었지?]



A의 말에 조금 무서운 생각도 들었지만, 한참 호기심이 왕성했던 우리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공포는 곧 흥미로 변해서, 우리는 우물의 뚜껑을 열어 보기로 했다.

우물은 지름 1m 정도의 크기였다.

밑바닥은 뚜껑을 열자 간신히 보일 정도로, 그렇게 깊지는 않았다.



C [자, 손전등도 있으니까 누가 한 번 내려가볼래?]



C의 제안에 모두들 찬성하고, 가장 몸집이 작았던 내가 우물 밑으로 내려가게 됐다.

두레박 줄에 매달려 내려가면서, 나는 의외로 우물이 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위에서 친구들이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보였지만, 그 모습은 굉장히 작게만 느껴졌다.

우물 밑바닥에는 낙엽이 가득 깔려 있었지만, 모두 축축해서 아주 새로웠던 기억이 난다.



B [뭐라도 있어?]



가지고 온 손전등을 켜서 주변을 비춰 보았지만 마땅한 것은 없었다.



나 [아무 것도 없어!]



그렇게 대답하고 위를 올려다 본 순간, 그렇지 않아도 어두웠던 우물 안이 캄캄해졌다.

몇 초 동안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곧 뚜껑이 닫힌 것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나 [장난치지말고 빨리 열어줘!]



아래에서 열심히 소리쳤지만 뚜껑은 전혀 열릴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 재수 없게도 유일한 빛인 손전등마저 깜빡이기 시작했다.

울상이 되어 소리쳐도 뚜껑은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손전등의 불이 꺼지고 나는 완전한 어둠 속에 갇히게 됐다.

무엇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다 좁은 공간에서 완전한 어둠에 갇힌 공포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와중에도 나는 계속 소리쳤다.

그러자 문득 지금까지 꺼져 있었던 손전등에 다시 불이 들어왔다.



어두운 공간에 빛이 돌아온 것만으로 나는 어느 정도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리고 친구들이 뚜껑을 열어주기를 천천히 기다리기로 했다.

가만히 있는다면 분명 친구들은 열어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우물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눈 앞의 벽을 손전등으로 비추었다.

아까 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조금 위쪽에 손잡이 같은 것이 있었다.

두레박 줄을 잡고 조금 기어 올라가 손잡이를 잡아 당기자 비밀문처럼 우물 벽이 열렸다.

나는 무섭다기보다는 [우와! 꼭 닌자 같아!] 라고 흥분하고 있었다.



다시 줄을 타고 내려와 열린 구멍을 들여다 봤다.

그리고 그 순간 온 몸에 식은 땀이 흘렀다.

다다미 4장 정도의 구멍 안에는 인형, 인형, 인형...

종류도 크기도 서로 다른 인형들이 여기저기에서 전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겁에 질려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는데, 가장 안 쪽에 무엇인가 커다란 것이 보였다.

조금씩 빛을 가져가니 서서히 그것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너덜너덜해진 바지를 입은 다리, 새까만 손과 셔츠, 가슴팍까지 자란 머리카락...

그리고 그것의 얼굴을 비춘 순간, 갑자기 무엇인가가 내 머리카락을 붙잡고 구르기 시작했다.

나는 닥치는대로 팔과 다리를 휘저으며 저항했지만, 무엇인가가 내 위에 올라타고 나를 단단히 눌렀다.



손에서 떨어진 손전등이 내 가슴 위에 올라탄 인형을 비추는 순간, 나는 의식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는 C의 집에 있었다.

눈을 뜨자마자 나는 C를 두들겨 팼다.



나 [바보! 개자식! 죽어버려!]



온갖 욕을 늘어 놓으며 때려대자 C의 아버지가 나를 뜯어 말렸다.

A도 B도 C도 모두 울면서 나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내가 의식을 잃고 있던 동안 일은 이렇게 흘러갔다고 한다.



내가 우물 안으로 내려간 후, 내 생각대로 C의 제안으로 잠깐 뚜껑을 닫기로 했었다고 한다.

잠깐 나를 놀래켜주고 다시 뚜껑을 열 생각이었지만, 막상 열려고 하니까 아까는 쉽게 들었던 뚜껑이 꿈쩍도 않았다고 한다.

닫을 때는 2명이 쉽게 들었던 뚜껑인데, 3명이 달라붙어도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큰일이라고 생각한 C는 그대로 달려가 아버지를 부르러 갔다고 한다.

그 사이 A와 B는 나의 절규를 들으며 필사적으로 뚜껑을 열려고 했지만 뚜껑은 요지부동이었다고 한다.



C가 아버지를 데리고 왔을 때는 이미 내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A와 B는 완전히 지쳐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C의 아버지가 [열리지 않는다면 부숴버려야지.] 라며 들고 온 커다란 망치가 있어서 그대로 뚜껑을 때려 부쉈다고 한다.

하지만 우물 밑바닥에는 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급히 C의 아버지가 우물 밑바닥으로 내려가자, 벽의 구멍 안에서 인형들에게 둘러싸인 채 가슴에 인형을 껴안은 내가 자고 있었다고 한다.

잠든 나를 끌어올리기 위해 B의 아버지까지 오셨다고 한다.



그리고 눈을 뜨기까지 A, B, C 세 명은 꼬박 하루를 내 옆에서 지샜다고 한다.

즉, 나는 하루 동안 정신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C의 아버지 [계속 이 집에서 살았지만 저런 곳에 우물은 없었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C의 아버지가 하신 말을 듣자 다시 온 몸에 공포가 되살아났다.



그 후 우물은 메꿔졌다.

스님까지 불러서 한 공사인 걸 생각하면 아마 어떤 원한이 얽힌 것일지도 모른다.

가장 안 쪽에 있었던 그것은 어쩌면 누군가의 사체였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더 이상 알 방법조차 남아 있지 않다.

아직도 나는 우물이나 인형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그것들을 보면 아직도 그 날의 공포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