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320x100


내가 스무살 무렵 여름에 있던 일이다.

당시 파칭코 가게에서 일하고 있던 나는 새로 기계를 들여오며 가게가 임시 휴업하게 된 틈을 타 직장 동료 K와 해수욕을 하러 가기로 했다.

나는 그 무렵 나가노현에 살고 있었다.



우리는 고속도로를 통해 후지산 옆을 지나 이즈의 바다로 갈 예정이었다.

이윽고 차는 후지산의 옆을 통과한다.

아침 일찍 나왔기 때문에 시간은 많이 지났지만 근처는 아직 어슴푸레하다.



갑자기 K가 입을 열었다.

[저기, 나 화장실 좀 가고 싶은데...]

[그러니까 아까 휴게소에서 다녀오라고 그랬잖아.]



K는 어젯밤부터 술을 엄청 마셔서, 매우 오줌이 마려운 것 같았다.

[큰일 났네... 이 근처에는 화장실도 없는데... 편의점 나올 때까지 못 참겠냐?]

[도저히 안 되겠어! 노상방뇨라도 할테니 차 좀 멈춰줘!]



어쩔 수 없이 나는 차를 세웠다.

주변은 후지산 기슭.

[왜 하필이면 수해 옆이야... 기분 나쁘게...]



나는 K에게 분노를 느끼며 차를 멈추었다.

[금방 올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K는 그 말을 남기고 달려갔다.



그러나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K가 돌아오지 않는다...

[야, 뭐하는거야! 놓고 가버린다!]

주변을 둘러봐도 K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까지 간거야, 이 자식은.]

시선을 수풀 안 쪽까지 돌리자 어렴풋이 사람의 그림자가 보인다.

K다.



[야, 거기서 뭐하는거야! 빨리 가자!]

그렇지만 K는 반응이 없다.

그 뿐 아니라 움직이지도 않는다...



[뭐야... 야...]

K는 수해 안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뭔가 있어...]



자동차 헤드라이트 덕에 안 쪽이 조금은 보인다.

나는 K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다.

무엇인가 나무와 나무 사이에 회색의 물체가 보였다.




[동물인가?]

하지만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그것은 왼쪽과 오른쪽을 오가며 나무에 숨은채 점점 가까워진다.



[야, 저거 꽤 위험한 거 같아!]

K는 영감이 강한지, 무엇인가를 느낀 듯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가까워질수록 형태가 분명해진다...



[얼굴...?]

그것은 분명히 사람의 얼굴이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흰 얼굴이 둥둥 떠 있던 것이다.

나는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그 때만큼은 정말 영혼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차로 죽어라 달려갔다.



그리고 그대로 그 곳에서 도망쳤다.

잠시 달리자 편의점이 보였기 때문에, 우리는 한숨 돌릴겸 차를 멈추었다.

K는 계속 입을 다물고 있다.



쇼크라도 받은걸까...

그러자 K는 입을 열었다.

[조금 있었으면 죽일 수 있었는데.]



나는 무슨 말이냐고 바로 물었지만 K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음날 K에게 물었지만,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기억이 없는 것 같았다.

그 말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그 때 K를 데리러 가지 않았다면 K는 영혼들에게 살해당했을까?

지금도 그 흰 얼굴은 잊을 수가 없다.




Illust by Luin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