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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397th]계승되는 피

괴담 번역 2012. 8. 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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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는 지방 의과 대학에 내려오는 꺼림칙한 과거에 대한 이야기다.


태평양 전쟁도 막바지에 이를 무렵, K대 의대에서는 세상에 꺼내 놓을 수 없는 꺼림한 실험을 하고 있었다.


바로 적군 포로를 이용한 생체 실험이었다.




S박사를 중심으로 꾸려진 연구팀은, 마치 실험 동물마냥 군에서 보내오는 포로들을 산 채로 잘게 잘라, 기관과 장기를 적출했다.


그것들을 포르말린 용액에 담궈 둔 뒤 늘어놓고, 다른 연구원들과 함께 엄청나게 기뻐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광기도 전쟁이 끝남과 함께 종언을 고한다.




겨우 전범으로 몰리지 않고 살아남은 S박사는 대학에서 물러나 병원을 개원했다.


학자로서 명성이 있던 S박사의 병원은 금새 시민들의 호평을 얻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S박사는 전쟁이 끝나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고, 곧 그의 아들 S씨가 원장으로 취임했다.




S원장에게는 두 명의 아들과 한 명의 딸이 있었다.


대대로 의사 집안인 것에 부끄럽지 않게, 두 명의 아들은 의사가 되었고, 딸도 의사는 아니지만 교사로 자라났다.


그러나 순풍대로인 것만 같던 S 집안에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가 다가오기 시작한 것은 전쟁이 끝나고 50년 정도가 지난 후였다.




S원장의 장남은 그 날 역시 아침 식사도 제대로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시내의 고층 맨션으로 출근했다.


아내와 아직 초등학생인 아들, 그리고 최근에야 겨우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귀여운 딸.


너무나도 바쁜 생활이었지만, 장남에게 있어 가족은 둘도 없는 존재이자 마음의 버팀목이었다.




할아버지가 설립하고, 자신의 직장이기도 한 병원으로 향한 그는 병원이 평소와는 다른 이상한 분위기라는 것에 위화감을 느꼈다.


낯익은 간호사가 그를 보자마자 얼굴이 새파래져서 달려 온다...


사고라도 났나?




기분 나쁜 예감이 든다.


그리고 간호사의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충격으로 그의 머릿속은 하얗게 되고 말았다.


...아내는 흐느껴 울 뿐, 경찰의 사정청취에도 임할 정신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왜 우리 아들이...]


조금 전부터 같은 생각만 맴돌 뿐이다.




반항기가 왔다고는 하지만 다른 아이와 딱히 다를 것 없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도 큰 아이였는데, 왜...?


간신히 아내가 말한 것은 이랬다.




그가 출근하고 잠시 뒤, 부엌에 있던 아내의 귀에 [A야! 아빠가 돌아왔어! 창문에 나가서 아빠 마중하자!] 라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남편이 뭐라도 놓고갔나 싶었던 아내가 거실로 향했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베란다에서 어린 여동생을 높이 들고 서 있는 아들의 모습이었다.


[위험해!]




아내가 달려가는 순간, 아들은 어머니를 보며 귀여운 여동생을 안아 올린 손을 창 밖에서 놓아 버렸다...


거기까지 말하고 아내는 또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S원장의 차남은 조금 허랑방탕한 인물이었다.




여기저기 애인을 만들고 다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차남에게 있어서, 최근 사귀기 시작한 D 역시 딱히 특별한 것도 아닌 수많은 애인 중 한 사람에 불과했다.


...그럴 터였다.




병원에서 당직을 하고, 아침이 되자 차남은 어지러운 머리를 움켜 잡고 자신이 D에게 사준 맨션에 겨우겨우 도착했다.


D는 미용사로, 꽤 나이는 있었지만 사리 분별이 확실한 여자여서 차남은 그녀를 마음에 들어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어젯밤 감지 않은 머리를 긁으며 차남은 D의 방에 들어섰다.




평소라면 미소를 띄우며 [수고하셨어요.] 라고 맞아줄 D였다.


...없는 건가?


차남은 문고리를 열었다.




[어이, 어딨어?]


...현관에 올라선다.


냄새가 난다...




[어이, D! 자는거야?]


복도를 걷는다.


냄새가 난다...




[숨바꼭질이라도 하자는건가...]


거실로 향하는 문을 연다.


이 녹이 슨 것 같은 이상한 냄새는...




거실 가득 피바다였다.


부엌칼을 꽉 쥔 채, 방처럼 피투성이인 D는 피바다 속에서 차남에게 미소를 지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미안해요. 방, 이렇게 더럽혀 버려서...]




순간 차남은 혼란에 빠졌지만, 그도 의사는 의사였다.


피를 보자 묘하게 냉정스러워졌다.


[너, 내 맨션에서 무슨 짓이야...]




차남은 평상시에는 온화하던 D가 동료 G에 대해 말할 때만은 묘하게 공격적인 태도가 되던 것을 떠올렸다.


기회가 되면 죽여버리고 싶다고까지 말할 정도로, 장난 반으로 말하는 D의 얼굴은 대담한 차남마저 소름 돋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 피바다 속, D의 옆에 있는 저 고깃덩어리는 어쩌면...




D는 고개를 끄덕이고 울 듯한 표정이 되었다.


[당신에게 폐는 끼치지 않을게요! 절대로!]


이미 충분히 말려들어 있었다.




차남은 [바보 같은 소리 말아. 숨길 방법을 생각해!] 라고 외치며 D의 손에서 부엌칼을 빼앗아 고깃덩어리로 다가갔다.


결국 사건은 발각되고 D는 체포되었다.


언론은 [미용사 토막 살인 사건! 사건의 배후에는 의료계 종사자가?!] 라는 표제로 기사를 써댔다.




인체를 토막내는 것은 상당한 힘이 드는데다, 관절의 위치를 숙지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범인 D의 애인인 의사에게 범행 가담 의혹?]


차남의 필사적인 노력은 보답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이미 차남에게는 관계 없었다.


그는 이미 죽은 후였다.


자살이었다고 한다.




적어도 서류 상으로는.


...차남의 사망 증명서 서명란에는, 다름 아닌 부친 S원장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렇다면 교사가 된 딸은 어땠을까.




딸은 교사가 된 후, 동료 교사와 결혼해 3명의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었다.


나중에 동네 사람이 [매일 가족과 함께 뜰에 나와서 운동을 하고, 휴일에는 외출도 하는 등 무척 사이가 좋아보였다.] 고 증언할 정도로 무척이나 행복한 가족이었다.


아들들은 성적도 우수했고, 상냥한 마음의 아이들이었다.




딸은 만족하면서 이 행복이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즈음, 근처에서 학대를 당한 흔적이 있는 동물의 시체가 발견되고, 여자 아이가 괴한 2명에게 습격당하는 등 뒤숭숭한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딸과 남편은 아들들과 함께 TV를 보며 [부모의 교육이 잘못 된 탓일거야.] 라고 말하고 있었다고 한다.




막내 아들의 같은 반 친구 H가 행방 불명 된 것은 정확히 그 무렵이었다.


조금 약하지만 활기찬 아이였다.


세 명의 아들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모른다고 했다.




딸 역시 몇 번 이야기를 나눈 적 있는 아이였기에, 불안감은 더욱 컸다.


다음날 나온 보도는 세상을 뒤흔들었다.


[행방불명된 아동의 사체 일부, 초등학교 교문에 처참한 모습으로 방치!]




[경찰에 도전장? 범인은 ...를 자처하며, 사체 옆에 도전장 같은 것을...]


그리고 며칠 동안 딸은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


쇼크 때문에 밥도 먹기 힘들었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를 도대체 누가...?


아들들도 분개하고 있었다.


가족 전원이 슬퍼하며, 분개하고 있었다.




...초인종이 울린다.


그녀는 무시할까 했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대답했다.


[...네 ...네? ...네 ...지금,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세상은 두번째로 뒤집어졌다.


게다가 그것은 첫번째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사실이었다.


[소년 A, 14세. 살인, 시체 훼손 및 유기 용의로 체포.]




현재 그녀와 그 가족은 꺼림칙한 그 땅을 떠나 아버지의 병원 근처에 있는 D시에 살고 있다.


S박사는 해부학의 위대한 연구자로서 의학사에 그 이름을 남겼다.


그리고 그의 피는 분명하게 자손들에게도 전해져 내려온 것이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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