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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인가요?]

등교 중 횡단보도 앞에 멍하니 서 있는데, 갑자기 옆에 서 있는 남자가 말을 걸었습니다.

당시 나는 20살 대학생으로, 임신이나 출산 경험은 전혀 없었습니다.



게다가 남자는 분명히 서른은 족히 되 보였습니다.

깜짝 놀라서 [힉...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아요.] 라고 대답하자 남자는 무첫 의외인 것 같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마치 [어째서 그런 거짓말을 하는 거야?] 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반응에 오히려 내가 놀랄 정도였습니다.

파란불이 켜지자 나는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실례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딘지 모르게 지체장애인 같은 분위기의 치켜뜬 눈에, 남루한 셔츠를 입은데다 노란 가방을 어깨에 메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그와의 첫 만남이었고, 그 후에도 나는 몇번이나 더 그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날부터 그는 매일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며 반드시 [우리 엄마인가요?] 라고 물어왔습니다.

[아닌데요.] 라고 한마디 말하면 사라지기 때문에 기분은 나빠도 경찰에 신고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대학교 근처까지 나타나기 시작했기에, 나는 그에게 심하게 화를 냈습니다.

두 번 다시 나타나지 말라던가, 기분 나쁘다던가 그렇게 말했던 것 같은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로 남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도쿄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났을 무렵, 도쿄에 사는 친구에게 오랜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너를 스토킹하던 그 사람 있잖아, 지난 번에 학교 근처에서 마주쳤거든? 그런데 '엄마는 어디 있습니까?' 라고 물어보는거야! 무서워서 그만 도망쳤지 뭐니?]

하지만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도 [아, 그런 사람도 있었지.] 라는 정도로만 느끼고 이제 나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해 어버이날.

현관에 말라 비틀어진 카네이션이 놓여 있었습니다.

나는 순간 그 녀석이구나 싶어져 무서운 나머지 아버지에게 털어놓고 경찰에 갔습니다.



하지만 마땅히 피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기에 경찰은 사건으로 처리하지 않았고, 나는 불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 눈 내리는 밤이었습니다.

나는 길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자동차가 미끄러지면서 내 쪽으로 날아와 연쇄 추돌 사고에 휘말리고 말았습니다.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자동차와 쓰러진 나무 사이였습니다.

온 몸이 아파 움직이지도 못하고, 소리를 질러도 주변은 너무 시끄러워서 아무도 내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옆에서는 불길도 피어올라 이렇게 죽는구나 싶을 때, [엄마! 엄마!] 하고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는 무심코 [여기야! 도와줘! 여기에 있어!] 라고 외쳤습니다.

그 남자도 사고에 휘말렸는지 피투성이였습니다.



눈을 파헤치고 나를 꺼내 준 그를 자세히 보자, 상처는 꽤 깊어 보였습니다.

무척 아플 것 같았는데도 그는 나를 보자 웃으며 [엄마입니까?] 라고 물었습니다.

나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여 [...응...응...] 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눈물을 닦고 얼굴을 들자, 어느새 남자의 모습은 사라진 후였습니다.

정말 한순간에 그는 사라졌습니다.

그 이후 몇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나는 그의 모습을 다시 보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그 남자가 누구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살아있는 사람이었던 것만은 확실합니다.

눈이 내리면 가끔씩 생각나곤 합니다.



이름조차 모르는 내 아들이.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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