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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5살짜리 아들이 있다.

다만 아들은 병이 있어 말을 할 수 없다.

병이라고는 해도, 유치원에서 있던 싸움이 원인이 된 심인성 질환으로, 실제로는 말을 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본인이 말을 할 수 없다고 마음 깊은 곳에서 믿고 있어서야 어쩔 도리가 없다.

나는 아들 마음 속의 상처가 치유될 때까지 천천히 함께 하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그저 가만히 아들을 내버려 두는 것은 결코 아니다.



동물과 함께 있으면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개를 길러 보기도 하고,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수화를 가르치기도 하고...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해봤다.

하지만 아들은 말을 하지 않았다.



혹시 따라서라도 말을 하지 않을까 해서, 자기 마음대로 말하는 로봇을 사 왔다.

요즘 절찬리에 유행하는 만화에 나오는 로봇이었기 때문인지, 아들은 상자를 열기 전부터 흥미에 가득차 있었다.

아들이 보고 있는 사이, 상자에서 로봇을 꺼내 건전지를 넣는다.



말하는 로봇을 보고 놀라는 아들.

하지만 곧바로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 차서, 전부터 집에 있던 괴수 인형과 싸움을 시키며 즐거운 듯 놀기 시작했다.

...역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아들을 나는 조금 쓸쓸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혹시 아들은 이 때 내 얼굴을 보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빠...]



며칠 뒤, 아이 방에 들어온 나를 마중 나온 것은 열심히 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아들의 모습이었다.

놀라면서도 나는 달려들었다.

[말을 할 수 있는거니...?]



아들은 더듬거리지도 않고, [더 이상 아빠한테 걱정 끼치고 싶지 않으니까.] 라고 말했다.

나는 감동해서 아들을 꼭 껴안았다.

[훌륭해, 훌륭하구나...]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자 아들도 따라 울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나 혼자서는 안 됐어...]

눈물 섞인 목소리로, 아들은 손으로 방 한 켠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그 때 그 로봇이 널부러져 있었다.

[저 로봇이 나한테 힘을 줬어...]

[그렇구나... 사오길 잘했어...]



쥐죽은 듯 조용한 아이 방에, 나와 아들의 통곡은 언제까지고 울려퍼졌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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