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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73rd]E섬의 가족

괴담 번역 2014. 9. 1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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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년 7월 하순이면 평일날 휴가를 쓴다.


혼자 쇼난으로 해수욕을 가는 것이다.


주말에는 사람이 너무 많기에 피하고있다.




여자친구나 친구들과 함께 오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아무래도 혼자가 편하다.


하루 종일 백사장에 엎드려 맥주를 마시면, 평소 신경 쓰이던 잡다한 일들을 멀끔히 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매년 혼자 휴가를 가는게 나만의 연례행사가 된 것이다.




E역에서 내려, E해안까지 이어진 오솔길을 걷노라면 주변엔 식당과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그 중 한 식당으로 들어섰다.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서였다.




평일이지만 학교가 방학 중이라 그런지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옆자리에는 어머니와 딸이 앉아있었다.


딸은 초등학교 3학년 정도일까...




혼자서 밥을 먹고 있자니, 굳이 훔쳐들을 생각이 없어도 옆자리의 대화가 귀에 들어온다.


[엄마, 아빠랑 떨어지고 얼마나 지난거야?]


딸의 질문에, 어머니는 괴로운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벌써 4년이나 됐구나.]


아무래도 아버지는 단신부임이라도 됐거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별거라도 하는 중인가보다.


나는 시덥지 않은 상상을 하며 생치어 덮밥을 먹고 있었다.




[아빠, 외롭지 않을까? 유카랑 엄마랑 계속 떨어져 있어서, 외로워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어라, 단신부임한 게 아닌가.


단신부임이라면 1년에 한두번은 집에 돌아올 것이다.




계속 떨어져 있을리가 없다.


[아빠는 강한 분이니까 괜찮아. 분명 잘 지내고 있을거야.]


분명이라...




아무래도 이혼했나 보다.


그래서 모녀만 해수욕을 온 건가.


왠지 쓸쓸해 보이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홀짝홀짝 말차를 들이켰다.


하지만 계산하러 일어섰을 때 들려온 모녀의 대화는 내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엄마, 아빠는 저세상에서도 담배를 안 끊었을까? 유카가 맨날 끊으라고 말했었는데!]




[글쎄... 하지만 아빠한테 그 정도 재미는 있어도 괜찮겠지.]


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나보다...


그 후 나는 해안으로 가,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그 후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캔을 따고 한동안 바다를 바라보며 마셨다.


[아, 역시 바다는 좋구나...]


나는 아까 그 모녀는 완전히 잊고, 짧은 휴가를 만끽하고 있었다.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문득 주변을 보니 2m 정도 옆에 아까 그 모녀가 비치 파라솔을 치고 앉아있었다.


자세히 보니 모녀 곁에는 왠 중년 남자가 있었다




둘이서 왔던게 아닌가...


재혼 상대라도 되는걸까?


왠지 모를 흥미가 일어, 나는 한동안 그들을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그 세 사람은 아무리 봐도 가족 같았다.


혹시 재혼한걸까...


아니면 애인일까?




사이가 좋아보이는 셋을 바라보며, 나는 두번째 캔을 땄다.


음... 그러고보니 아까 그 식당에는 저 남자가 없었는데...


백사장에서 만난걸까?




왠지 조금 이상하다 싶은, 납득하기 힘든 감각이 나를 휘저었다.


그 사이 모녀는 서로 손을 잡고, 튜브를 들고 바다로 향했다.


백사장에는 중년 남자 혼자만 남아있다.




파도를 타고 놀고 있는 모녀를 보고있자니 돌연 이상한 상상이 들었다.


그러자 강렬한 햇빛에도 불구하고 오한이 나고 소름이 돋았다.


호... 혹시 이 남자...




죽은 남편인가...?


나는 조심스레 곁의 남자를 보았다.


남자도 내 쪽을 보고 있다.




[우왓.]


나는 무심코 소리를 냈다.


남자는 입에 담배를 물고 있다.




그리고 담배를 문 채, 포복으로 내게 다가왔다.


우와, 오지 마...


저리 가라구...




나는 마음 속으로 빌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다.


하지만 남자는 점점 다가온다...




내 눈앞까지 다가와서, 남자는 말했다.


[미안한데 불 좀 빌려주시겠습니까?]


나는 요리조리 남자를 뜯어봤다.




유령이고 나발이고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아저씨다.


나는 지포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나는 공포어 서 벗어난 반동에서인지, 그 남자와 별 쓰잘데 없는 잡담을 나누었다.


잠시 뒤 그 남자가 말했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 혼자 바다에서 쉰다니 좋네요.]




[그렇죠... 하지만 그 쪽도 가족이랑 함께 올 수 있다니 부럽습니다. 저야 혼자가 편합니다만 가끔은 친구들이랑 같이 왔으면 할 때도 있거든요.]


나는 인사치레를 돌려주었다.


그런데 내 말을 듣자, 남자는 한동안 내 얼굴을 멍하니 바라봤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그 얼굴을 보자니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남자는 무거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가족과 함께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장난이라면 불쾌하군요. 아내와 딸은 죽었습니다. 딱 4년 전 오늘요...]


어? 하지만 방금 전까지 곁에... 


그렇게 말하려다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남자의 엉덩이 밑에 있던, 세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크기의 돗자리가 사라져 있었다.


남자는 모래바닥에 앉아 있다.


아까만 해도 있었던 가방이나 파우치도 사라졌다.




파라솔마저 없다.


남자는 지그시 나를 보고 있다.


나는 당황해서 바다에 있을 터인 모녀를 찾기 시작했다.




가족이 함께 수영하는 집이 많아 찾기 힘들다.


한동안 계속 찾았다.


...하지만 모녀만 헤엄치고 있는 집은 없었다.




나는 다시 곁의 남자 쪽을 보았다.


없다...


가 버린걸까.




남자가 떠난 백사장에는 담배 꽁초만이 남아 있다.


설마 그 모녀가 귀신이었던걸까?


아니, 그럴리 없다.




나는 분명히 그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애초에 이 세상에 귀신 따위가 있을리 없지 않은가...


맥주의 취기 때문인지, 지나친 사고로 인한 피로 때문인지, 나는 그대로 해변에서 잠이 들고 말았다.




그 후로 1주간, 나는 그 가족이 너무 신경 쓰여 도서관에서 4년전 신문을 다 뒤지고 다녔다.


쓸데없는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혹 관련된 기사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


모녀가 교통사고로 바다에 빠졌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상상하고 있었지만...




별 생각 없이 펼친 지역지의 사회면을 보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모녀, 식칼로 잔혹하게 살해당해... 근처에는 남편의 목 매단 시체 발견. 경찰은 현재 남편과 부인, 아이의 관계에 대해 조사 중.]


순간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기사 옆에는 세 사람의 얼굴 사진이 있었다.


나는 당황해서 사진을 손으로 가렸다.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내년부터는 절대 E섬에 가지 않겠다고.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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