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전 여름, 초등학교 6학년 무렵 여름이었다.
어느 청소년 수련원에 2박 3일로 수련회를 떠나게 되었다.
당시 나는, 수련회 가기 전날에 밤에 무서운 이야기를 잔뜩 하려고, 같은 학교 선배이기도 한 형에게 그 수련원에 대한 소문을 꼬치꼬치 물어봤었다.
[창고 액자 뒤에 부적이 붙어있다더라.] 라던가, [그 수련원 옆 숲에서 누가 목을 매 죽었대.] 라는 둥, 생각 외로 소문이 많아 놀라움과 호기심으로 두근거렸던 게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다음날, 수련원에 도착했다.
바로 별관에서 이불을 꺼내오고, 각자 구역을 지정해 청소를 시작했다.
기껏 수련회까지 왔는데 놀지도 못한다는 것에 실망해 투덜거리고 있는데, 좀 노는 녀석이던 S가 어디선가 나타났다.
[야, 같이 탐험이나 하러 가자.]
무척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S의 꼬임에 빠져 청소를 땡땡이치기로 한 나는, S와 함께 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숲으로 들어갔다.
뒷일은 생각도 않고 호기심에만 가득 차서, 우리는 계속 걸어갔다.
이윽고 작은 못이 나타났다.
[그래, 여기서 게를 잡아서 다들 놀래켜주자.]
S는 바짓자락을 걷어 올리고, 고만고만한 크기의 돌들을 뒤집어 가며 게를 찾기 시작했다.
나도 따라 못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꽤 많은 게를 찾아냈지만, 게를 넣어갈 도구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주머니에 딱 한 마리만, 게를 넣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S는 그것 가지고는 부족했던 것 같다.
[더 희귀한 걸 찾을지도 몰라.] 라며, 물이 흘러드는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문득 나는, [다른 사람들은 뭘 하고 있을까... 이렇게 오랫동안 나와 있다가 혼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어 불안해졌다.
그래서 혼자 남기로 하고, [아까 연못 바로 옆에 있던 부두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라고 S에게 외쳤다.
S는 계속 위쪽으로 올라갔다.
이윽고 S의 모습이 사라지고도 수십 분이 더 흘렀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 아닌가 싶어, 나도 상류로 올라 S를 찾았지만 보이질 않는다.
불안해져서 소리를 질러 S의 이름을 불렀지만, 반응이 없다.
혹시 내가 올라온 사이 S가 아래로 내려온 건 아닐까 싶어 다시 연못으로 내려가려는데, 부스럭 부스럭하고 숲 안 쪽에서 달려오는 사람이 보였다.
엄청난 속도로 뛰어오길래 순간 겁에 질렸지만, S였다.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S는 내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그냥 무시하고 지나쳐 가 버렸다.
어째서인지 나도 몹시 불안해져, 그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S는 전교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달리기가 빨랐기에,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뒤쳐져버렸다.
그렇지만 이런 곳에서 미아가 됐다가는 집에도 못 돌아간다는 두려움에, 나는 필사적으로 수련원이 있을 법한 방향으로 달렸다.
그리고 다행히 겨우겨우 수련원에 돌아올 수 있었다.
당연히 담임선생님에게는 진탕 혼이 났다.
담임선생님에게 야단을 듣고나자, 마침 딱 자유시간이 시작된 터였다.
나는 S도 잔뜩 혼났을 것이라 예상하며, S네 반으로 가서 S를 찾았지만 S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수련원 전체를 다 돌아다녔지만 S가 없다.
S랑 같은 반 아이들한테도 물어봤지만, 다들 [모르겠는데? 어디 갔나?] 라는 대답 뿐이었다.
혹시 숲에서 헤매다 아직 못 돌아온건가...?
나는 당황해서 바로 선생님을 찾아가, 이야기를 털어놓고 S를 찾아달라 부탁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의아하다는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응? 오늘 S는 안 왔는데...]
순간 머릿 속이 새햐얘졌다.
아무래도 S는 오늘 오지 않았다는 것 같다.
즉, 이 수련원에 S가 있을리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 S는 나와 같이 있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
설마 내가 꿈이라도 꿨던 것일까.
어안이벙벙해져서, 나는 계속 S를 찾아 헤맸다.
저녁 시간이 될 때까지 여기저기서 S를 찾았지만, 결국 S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기에, 나는 해가 진 후라도 S를 꼭 찾아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마침 그 날 밤에는 담력시험이 예정되어 있었다.
대충 담력시험을 가는 척 하면서 S를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혼자 가기엔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같은 반은 E를 꼬시기로 했다.
나는 [재밌는 거 보여줄게.] 라고 말하고, E와 함께 낮에 갔던 못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S가 올라갔던 상류 쪽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E와 함께 부두를 넘어, 상류로 올라간다.
[야, 우리 어디 가는거야?]
E는 꽤 불안해보였지만, 그렇다고 여기까지 온 이상 혼자 돌아갈 수도 없다.
연못을 조금 지나, S가 뛰쳐나왔던 숲 쪽으로 향한다.
회중 전등을 조심스레 비추자, 큰 나무 곁에 돌이 줄지어 쌓여 있다.
자세히 보니 이끼투성이의 지장보살이다.
게다가 어느 것 하나 할 것 없이, 전부 머리가 없었다.
그것을 보자, 나는 등골이 오싹해져 [으아아아아악!] 하고 비명을 지른 뒤 쏜살같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E도 내 비명에 놀라, 둘이서 반쯤 구르다시피 하면서 낮처럼 필사적으로 뛰어 수련원으로 향했다.
[도대체 뭔데 그래?]
겨우 숨을 돌리며, E가 물었다.
나는 그 참에 낮부터 있었던 일을 전부 E에게 말했다.
[허깨비라도 본 거 아니야? 아니면 진짜 S가 왔었나?]
[잘못 본 게 아니야!]
나는 강하게 부정했다.
어딘지 모르게, 나는 S가 직접 왔던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S는 몰래 여기로 온 것이리라.
동네에서 이 수련원까지는 버스가 다닌다.
설령 초등학생이라하더라도, 버스비만 있으면 충분히 올 수 있는 곳이다.
그래, S는 모두를 놀래켜 주려고 혼자 온 걸거야.
그래서 같이 못에 가자고...
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온 몸을 떨었다.
잠시 후, 우리는 담력시험을 마치고 온 친구들과 합류했다.
이후에는 별관으로 이동해, 레크리레이션을 받는 일정이었기에, 다들 거기로 갔다.
나는 도저히 참가할 생각이 들지 않아, 그대로 숙소로 혼자 이동했다.
가면서 문득, E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혼자 있는 것 자체가 너무나 두려웠지만, S를 찾느라 지친 몸을 일단 좀 쉬고 싶었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해 문을 연다.
[어...? 다른 반인가...?]
숙소에 머문 시간이 워낙 짧았던 터라, 다른 반네 방으로 온 것 같았다.
[여기야.]
거기엔 S가 있었던 것이다.
넋이 나간다는 게 어떤건지, 나는 그 때 처음 알았다.
놀라움과 공포로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몹시 슬펐다.
S는 말 한 마디 없이, 그대로 내 옆으로 지나쳐갔다.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지만, 신발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고, 내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날 아침.
지저분하게 벗어던진 바지 주머니에서 반쯤 얼굴을 꺼낸 게가, 완전히 달라진 세상에 당황해 하고 있었다.
사흘 뒤, 수련회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자마자, 나는 부모님에게 S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날 늦잠을 잤던 S는, 학교에 오던 도중 교통사고를 당했었다고 한다.
당연히 선생님은 내가 물어봤을 때,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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