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의 풍습이랄까, 관습 같은 게 있습니다.
[한 해가 지나갈 때, 자기 모습을 봐서는 안 된다.] 는 것입니다.
거울은 물론이고, 물에 비친 모습이나 옻칠한 그릇에 비친 얼굴도 보면 안된다고 합니다.
그 때 보이는 얼굴이 곧 자신이 죽을 때의 얼굴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친정에서는 섣달그믐날 밤에 먹는 메밀국수도 일찍 먹어버리고, 늦기 전에 잠에 드는 것이 습관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릴 적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지만, 나이를 먹음에 따라 밤 늦게 하는 TV 프로그램도 보고 싶고, 친구랑 새해맞이 여행도 가고 싶고, 점점 일찍 자는 것에 대한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해, 어떻게든 새해가 오는 순간을 맞이하고 싶던 나는, 11시가 넘도록 혼자 TV를 보며, 귀에는 라디오 이어폰을 꽂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날이 바뀌기 전에 자라고 신긴당부를 하셨지만, 나는 그런 습관 따위 믿지 않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TV에서는 새해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난생 처음 맞이하는 새해를 기대하며 두근거리고 있었습니다.
[23시 59분 40초... 50초...]
그 때였습니다.
50초가 된 순간, 갑자기 리모콘에 손도 대지 않았는데 TV가 꺼졌습니다.
그와 동시에 나는 꺼진 TV 화면에 내 얼굴이 비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눈을 감자, 12시를 알리는 소리가 이어폰에서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TV가 갑자기 켜졌습니다.
한 번 뿐이었으면 우연이라 생각하고 넘어갔을 겁니다.
하지만 그 다음해에도, 나는 역시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날이 바뀌기 직전에, 역시 TV가 갑자기 꺼졌습니다.
해가 바뀌면 TV는 원래대로 다시 켜집니다.
또 다른 해에는 새해맞이를 갔다 날이 바뀌기 직전에, 내 눈 앞에서 차가 급정거했습니다.
차창에 내 모습이 비친다고 느낀 순간 나는 눈을 감았고, 한동안 그 자리에서 가만히 멈춰 서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갑자기 창에 쳐뒀던 블라인드가 올라가 내 모습이 비친 적도 있습니다.
마치 무언가가 해가 넘어가는 그 시점에, 내 얼굴을 보게하려는 것처럼, 날이 바뀔 시점이 오면 무언가 사건이 일어납니다.
4년 전에 결혼해 성이 바뀌었지만, 지금도 변함없이 새해가 오려는 순간까지 깨어있으면 TV가 꺼지거나 컵이 깨져 물이 흐르곤 합니다.
만약 해가 바뀔 때 어딘가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면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평상시 모습 그대로가 나타난다면, 나는 다음 해를 맞이할 수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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