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에 출장을 나와있는데, 괴상한 일을 겪었다.
오키나와 본섬 남쪽에 지사 설립을 하게 되어, 잠깐 집을 빌려 살고 있다.
어느날 밤, 담배를 피우려 밖에 나왔다.
집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가로등이 하나 있고, 그 아래 자판기 3개가 줄지어 서 있는 곳이 있다.
주변은 밭 뿐이고.
커피를 하나 뽑고, 자판기 앞에 쭈그려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인다.
멍하니 달과 가로등, 자판기 불빛에 비친 내 그림자를 보고 있었다.
쭈그려 앉아있는 탓에 쓰레기 봉투 같은 모습의 그림자였다.
5분 정도 있다, 다시 담배 한 대에 불을 붙였다.
이것까지만 피우고 들어가 잘 생각이었다.
별 생각 없이 다시 내 그림자를 바라봤다.
어...?
내 그림자 오른쪽에 그림자가 하나 더 있다.
나처럼 똑같이 앉아 있는 모양새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도대체 이게 뭔가 싶어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10초 정도 그러고 있자, 이번에는 내 왼쪽에 그림자가 하나 더 나타났다.
나를 중앙에 두고, 두 그림자가 나를 압박하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좌우에서 어쩐지 엄청난 시선이 느껴졌다.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쏘아보는 것 마냥.
완전히 굳어버린 와중에 겨우 눈동자만 굴려 좌우를 살폈지만, 아무도 없었다.
도저히 그 분위기를 견딜 수 없어, 나는 미친 듯 소리 지르며 달려 도망쳤다.
다음날 아침, 오키나와 토박이인 직원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아, A씨 XX 지구에 사셨지... 거기 전쟁 때 방공호가 있었는데, 폭격 맞아서 무너진 후에 아직까지 유해 수습이 안 됐대요. 자기들 찾아달라고 나온 게 아닐까요.]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 자판기 뒤쪽 밭에, 작은 위령비가 있어요. 모르셨구나. 20년 전에 거기 원래 산골이었거든요. 땅을 팠더니 사람뼈가 수십구 넘게 나와서 위령비 세워둔 거에요.]
그러더니 나를 보고 씩 웃고는 말했다.
[올해도 유해 발굴 행사가 있는데, 같이 참여하실래요?]
장난처럼 말하는 것 같아 마음에 걸렸지만, 직접 본 게 있으니...
이런 일에 익숙해져 있는 오키나와인들이 무서워질 정도의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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