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종종 우리 집에는 야스오씨라는 젊은 서양화가가 놀러오곤 했다.
야스오씨는 아버지 친구의 둘째아들로,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화가를 지망하고 있었다.
그 탓에 집에서 쫓겨나 버렸고, 아버지가 불쌍히 여겨 집에 데려와 밥도 먹이고 돈도 쥐어주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야스오씨는 언제나 아버지에게 은혜를 갚지 못해 미안해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신세를 지고 있는 답례로 이거라도 드리겠습니다.] 라며 직접 그림 아버지 초상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그 그림은 아버지를 그닥 닮지 않은데다, 몹시 울적한 분위기였다.
결국 부모님은 그 그림을 창고에다 넣어두고, 그대로 잊어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몇해 뒤, 야스오씨는 결국 화가로서 제대로 된 뜻도 펴지 못하고 30살의 나이로 자살했다.
그 후 그의 부친이 그림을 가져왔다.
[아들의 아틀리에에 이런 그림이 있더라. 기념으로 받아주게.]
하지만 그 그림을 보고 우리 가족은 기겁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전에 야스오씨에게 받았던 아버지 초상화였던 것이다.
집 창고를 뒤져보았지만 이전에 받았던 그림은 아무리 찾아도 나오질 않았다.
다들 의아하게 생각하고 소름 끼쳐했지만, 그렇다고 어찌할 도리도 없었다.
그림은 아무리 봐도 장식할 마음은 들지 않는 암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결국 그 초상화는 다시금 어머니 손에 들려 창고 안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우리 집에는 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람이 다치는 일이 잦아졌고, 급기야는 누나의 약혼이 깨지는 일까지 일어났다.
결국 걱정하다 못해 어머니는 유명한 영능력자를 찾아갔다고 한다.
영능력자는 어머니를 보자마자 말했다.
[1층 안쪽 창고에 넣어둔 그림이, 자기를 장식해 달라고 강하게 호소하고 있어요.]
그 사람의 말에 따르면 이랬다.
[그 초상화는 처음부터 한 장 뿐이었습니다.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은 생전부터 그 그림을 장식해 주지 않아 내심 무척 슬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후에라도 장식될 수 있게, 아버지를 통해 당신들에게 다시금 선물한 겁니다.]
혹시나 하면서도, 어머니는 아는 절에 사정을 말하고 그 그림을 맡겼다.
야스오씨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정말 집에 걸어두기에는 불길하게 느껴질 정도로 어두운 분위기의 초상화였으니...
다행히 주지스님은 그 그림이 싫지 않았던 듯, 감사히 받아 걸어두겠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그 이후 연이어 일어나던 안 좋은 일도 끊기고, 우리 가족은 잘 지내고 있다.
아마 야스오씨도 납득해 주신 거겠지.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야스오씨는 조용하고 착한 형이었다.
진심으로,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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