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도 아직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실제로 내가 겪은 일입니다.
고향은 호쿠리쿠 쪽이지만, 내가 철이 들기 전부터 우리 가족은 각지를 전전했습니다.
무슨 빚쟁이한테 쫓기거나 하는 것도 아닌데,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는 것처럼 부모님은 야반도주 하듯 이사를 거듭했었습니다.
어릴 적 기억이라곤 이사를 가면 바로 제령사나 영능력자에게 상담을 받으러 가고, 그 때마다 쫓겨났던 것뿐입니다.
그렇게 잦은 이사가 멈추게 된 건, 내가 일할 수 있는 나이가 됨과 동시에 어머니가 병으로 쓰러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정신적인 문제로 인한 병이었습니다.
아버지도 [더 이상 이사를 하는 건 무리겠구나. 하지만 어머니만 놈들한테 넘겨줄 수는 없어.] 라고 말했습니다.
어릴 적 몇번이고 이사의 이유를 물었었지만, 그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부모님은 아무 말이 없어지곤 했습니다.
계속 물어보면 평상시엔 상냥하던 어머니가 미친 듯 고함을 질렀기에, 차마 물어볼 수도 없었죠.
하지만 어머니가 쓰러진 후, 나는 이유를 굳이 듣지 않고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한 곳에 머물게 되고, 반년 가량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기분 탓이라 생각했지만, 어디에선가 무거운 쇠장식을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끼기긱, 끼기긱하고.
그것도 수많은 소리가요.
소리가 나날이 가까워진다는 걸 알아차린 나는, 아버지에게 상담했습니다.
완전히 여위어버린 아버지는 [그런가... 너 혼자서라도 도망치거라.] 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 곳에 머문 적이 없던터라 어디 얻어살 곳도 없고,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버지와 함께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무렵 어머니는 발작적으로 날뛰는 일이 잦아져 일반 정신병원 병동에서 중증 정신병 환자를 수감하는 특수병실로 옮겨진 터였습니다.
아버지 역시 눈에 띄게 야위었고, 언제나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듯 눈을 희번덕거리며 있는 때가 잦아졌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아침.
평소보다도 더 많이, 그 쇠장식 끄는 소리가 들렸던 날이었습니다.
아버지가 갑자기 [A야! 도망쳐라!] 라고 외치며 나를 흔들어 깨우고는, 집밖으로 내쫓았습니다.
뭐가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어서 멍하니 서있는데, 집안에서 그 소리가 엄청나게 들려왔습니다
마치 집안 가득 빽빽하게 갑옷을 입은 무사들이 걷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집안에서는 피비린내마저 감돌았습니다.
절박했던 아버지의 도망치라는 말과, 그 소리가 너무나 무서워 나는 도망쳤습니다.
정신을 차리니 전철을 타고 옆 동네까지 온 후였습니다.
잠옷바람에 샌들 하나 신은 채였습니다.
어떻게 할지 발만 동동 구르다, 너무 추워 불이 켜진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당연히 지갑도 못 가져 나왔으니 들어가서 있기만 할 뿐이었지만요.
해가 떠오를 무렵, 이상하다 싶었는지 점원분이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아무 대답도 못하는 나를 보고, 점원분은 상냥하게 이야기하며 따뜻한 음료를 대접해주셨습니다.
무척이나 상냥하게, 금방 일이 끝날테니 같이 경찰서에 가보자고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거절했습니다.
경찰에 가도 아무 의미 없을테니까요.
그 때, 또 그 소리가 들렸습니다.
도망치려던 내 팔을, 그 점원이 잡았습니다.
놀라서 바라보자, 점원분도 똑같이 놀란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그 사람 역시 내가 듣는 것과 같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그런 사람은 만난 적이 없었기에, 놀람과 동시에 나는 약간의 기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폐를 끼치면 안된다는 생각에, 간략히 이야기만 하고 떠날 생각이었습니다.
점원분은 친구 중에 어떻게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며 나를 설득했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그게 거짓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지만, 당시 나는 따뜻한 음료에 같은 소리를 들은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에 젖어 다른 생각은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점원을 믿은 게, 내게는 무엇보다도 다행이었습니다.
그가 소개해 준 건 그보다 조금 젊은 듯한 남자였습니다.
하지만 무척 침착하게, 나를 보고 싱긋 웃더니 [지금까지 힘들었죠?] 라고 말을 걸어 주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울면서 지금껏 있었던 일을 털어놓자, 소년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틈틈이 점원에게 무언가 지시를 내렸습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소금, 물, 달이라는 단어가 들렸던 것 같습니다.
점원은 소년의 말을 마지못해 따르면서도, 울고 있는 나를 위로하려는 것인지 밝은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어느새 소년의 처치는 끝나 있었습니다.
울면서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라, 무엇을 했던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나기 직전, 대량의 피비린내와 무서울 정도로 많은 갑옷 소리가 들린 것만은 확실했습니다.
의식이 끝나자마자 나는 집에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질 않았습니다.
점원은 아르바이트가 끝났다며, 학교도 쉬고 나를 집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집안에 아버지는 없었습니다.
그저 옛날 사람들이 신을법한 짚신 자국이 집안에 가득해 발 디딜 틈도 없었습니다.
덜덜 떠는 나를 지탱해주며, 점원분은 집안을 찾아봤지만 아버지는 역시 없었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피비린내도 감돌았습니다.
그 이후, 나는 그 소리도, 피비린내도 느낀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발작은 멈춰 가까운 시일 내에 일반 병동으로 옮겨질 예정입니다.
잘 회복되면 오오미소카 즈음에는 집에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퇴원을 하면, 같이 점원분과 소년에게 인사를 하러 갈 생각입니다.
지금도 그 소리와 피비린내의 원인은 알 수 없습니다.
어머니가 좀 안정을 되찾으면 다시 물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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