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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번역

[번역괴담][2ch괴담][723rd]통나무

괴담 번역 2016. 7. 13.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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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민속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과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민속학은 기본적으로 오래된 이야기를 채록하러 돌아다니는 일이 많습니다.




요괴에 관한 이야기나 괴담 같은 것도 소중한 자료로 수집하게 되죠.


하지만 대개 시골 어르신들께 [혹시 무서운 이야기 아시나요?] 라고 물어보면 [모른다우.] 라는 대답만 돌아올 뿐입니다.


다만 그래놓고 이야기를 얻어듣노라면, 이야기 하는 분은 무섭다고 안 느끼지만 실상은 무서운 이야기가 꽤 나온다고 합니다.




어디에서 있었던 일인지는 잊어먹었지만, 선배가 어느 산에서 숯구이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부탁했었다고 합니다.


[산에서 나무를 베다가 그만 길을 잃어서말이야, 어느 오두막에서 묵은 적이 있었다우. 이런 곳에 오두막이 있었나 싶은 마음에 문을 두드리니까 웬 할머니가 한분 나오시더라고.]


선배는 산할매 요괴 이야기인가 싶어 잠자코 들었다고 합니다.




[자고 있는데 말이지, 그 할머니가 표고버섯 양식장에 있는 통나무 같은 거에 밥을 먹이고 있더라니까. 통나무 위에 입이 뚫려있어서 쩝쩝대며 밥을 먹는데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더라고.]


오싹해진 선배가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라고 묻자, 할아버지는 [아침에 그냥 돌아왔어.] 라고 말할 뿐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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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22nd]산의 주인

괴담 번역 2016. 7. 1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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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다.


옛날, 뱀이 이상하리만치 많아 뱀산이라 불리던 산이 있었다 한다.


산에 사람이 들어서면 독사에 물리는 사고도 빈번했고.




어느날 뱀산에 들어간 한 사냥꾼이 무서운 신음소리를 들었다.


소리를 따라 산 깊이 들어가보니, 수풀 속에 커다란 백사의 시체가 있었다.


머리를 뜯어먹혀 숨이 끊어진 듯 했다.




뱀의 몸에는 온통 큰 매의 발톱 자국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사냥꾼은 산에서 도망쳤다.


마을에 내려와 이야기를 꺼내자, 마을 노인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산의 주인이 바뀌었구나. 이제 뱀도 줄어들게야.]


그날 중으로 이전 주인이었던 큰 뱀에 대한 공양 의식과, 새로운 주인인 큰 매를 맞이하는 의식이 마을에서 거행되었다고 한다.


그 후 산에서는 뱀이 자취를 감췄지만, 그 대신 새가 잔뜩 늘어났다고 한다.




[그 산은 자주 주인이 바뀐다고 하더라. 백사 전에는 멧돼지, 그리고 그 전에는 승냥이가 있었다더라.]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 이야기를 매듭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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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난자 구조나 수색에 참가한 후, 영혼에게 시달리는 이들이 종종 있었다.


영혼이 아니라 환각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기껏 발견했는데 이미 죽어있던 남성이 있었다.


곁에 떨어져 있던 메모를 보면 어젯밤까지는 분명 살아있던 사람이다.


메모 마지막 줄에는 자신을 찾아내지 못한 구조대에게 원한을 품고 죽어간다고 적혀있었다.


그걸 쓸 무렵에는 이미 사고가 흐트러져 일종의 혼란 상태에 빠져있던 거겠지.


구조대원 중 한명은 그렇게 생각하며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발견 당시 이미 자살해 있던 남성이 있었다.


곁에는 여성의 시체가 있었다.


부검 결과, 여성은 이미 며칠전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성이 사망하자 스스로를 자책하다 남성 또한 자살한 것으로 처리되었지만...


그의 얼굴은 상처투성이였고, 여성의 손톱에서는 남성의 피부 조각이 잔뜩 발견되었다.





눈사태에 휘말려 온몸이 짓이겨진 나머지, 내장이 죄다 드러난채 발견된 여성도 있었다.


[얼어붙어 있던 내장의 선명한 색깔은 영원히 못 잊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쉰 건 전업 구조대원이 아니라 수색을 도우러 끌려온 현지 청년이었다.




이런 일들이 줄지어 일어나다보니, 끝내 자살이나 인격 파탄에까지 이른 구조대원도 있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조난자의 영혼이 꿈과 현실에 나타나 원망을 늘어놓으며 째려본다는 증언을 남겼다.


이유 없는 원한일지라도, 이미 죽은 이의 감정을 어찌할 도리가 있겠는가.




조난자의 가족에게 욕을 먹는 일도 허다하다.


[아들을 못 찾으면 거기서 그냥 죽을 때까지 돌아오지 마세요.] 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무너질 것 같이 약해진 스스로를 지탱하기 위해, 상대에게 터무니 없이 거친 감정을 내비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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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이야기다.


어릴 적 시골에 놀러갔었단다.


간만에 시골 친구들을 만나 놀 생각에 들떠있었다.




친구들 중 한놈이 [귀신 나오는 집에 가자!] 라고 말을 꺼내, 다들 뜻을 모았다.


그 폐가는 산을 약간 오르면 덩그러니 한채 놓여 있는 곳이었다.


인적이 끊긴지 한참이 됐는데도 종종 집안일 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장난꾸러기들이라 진심으로 귀신이 나올까봐 두려워하는 놈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폐가에 비집고 들어가 마음껏 이리저리 뛰놀며 살폈다고 한다.


2층 안쪽을 찾고 있는데, 한놈이 갑자기 우뚝 멈춰섰다.




무언가가 슥슥 스치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다.


다들 멈춰서 귀를 기울이니, 확실히 희미하게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어디서 들리는지 알아차리자, 다들 겁에 질려 울상이 되었다.




이미 올라온 계단 바로 아래, 딱 그 무렵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가위바위보를 해 진 녀석에게 아래를 내려다보게 했단다.


사람의 모습은 없었다.




단지 낡아빠진 걸레 한장이 보였다.


벌레가 움직이듯 혼자 마루 위를 닦으며 돌고 있었다.


[아...]




그제야 알아차렸다고 한다.


장난꾸러기들이 들이닥치며 여기저기 흙발로 밟아댄 자취를 열심히 닦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보고 있자니 무섭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미안한 마음이 들더란다.




다들 신발을 벗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미안합니다...]


다들 그렇게 사과하고 폐가에서 나왔다.




걸레는 아무 반응 없이 단지 열심히 자기 일만 했다고 한다.


후배가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그 폐가는 철거됐다.


아직도 후배는 시골에 내려갈 때면 "그 걸레는 어떻게 됐을까?" 하고 떠올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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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19th]썩는 산

괴담 번역 2016. 7. 6.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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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이야기다.


그는 고등학생 무렵, 자전거를 타고 통학했었다.


하지만 어느날 그 자전거를 도둑맞고 말았다.




아직 사고 얼마 되지도 않았을 무렵이라, 무척 억울하고 분했다고 한다.


새 자전거를 살 때까지 일단 어머니 자전거를 빌려타고 다녔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그의 자전거가 방치되어 있던걸 찾았다는 것이었다.


[새 자전거 안 사도 되겠네!]




그는 신이 나서 지하철 한 정거장 떨어진 곳에 있는 파출소에 찾아가기로 했다.


다음날, 파출소에 가자 초로의 경찰관이 자전거를 가져다주었다.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기억하고 있던 모습과는 달리, 자전거는 완전히 손상되어 있었으니까.


온갖 곳이 시뻘겋게 녹이 슬고, 바퀴살도 몇개 떨어져 나간 채였다.


브레이크는 몇년동안 기름 한 번 안친 것 마냥 잡히지도 않는다.




타이어는 앞뒤 모두 금이 쫙쫙 가서 고무가 너덜너덜하다.


[이거 제 자전거 아닌데요!]


불평을 늘어놓으려 했지만, 분명 눈에 익었다.




아연실색해서 자세히 뜯어보니, 녹슨 등록증에 분명 자기 이름이 적혀있더란다.


[어떻게 며칠만에 이런 꼴이...]


기가 막혀하고 있자니, 경찰관이 안됐다는 얼굴로 이야기를 해주더란다.




[하필 발견된 곳이 썩는 산이었으니까 말이요. 운이 나빴구만.]


인수서에 사인을 하자, 경찰관은 차를 권하며 이야기를 해줬다.


[이게 발견된 곳은 이 근방에서 유명한 썩는 산이라는 곳이요. 이상하게 그 산에 물건을 버려두면 엄청난 속도로 썩어버리거든. 물건이 금새 썩는다고 썩는 산이 된거지. 한해 한번씩은 산을 청소하는데, 그때마다 나오는 쓰레기들은 완전히 제 모습을 잃어서 원래 어떤 것이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오.]




[그거 참 곤란한 곳이네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산이군요.]


[과거에는 미술품 위조꾼들이 자주 써먹었다고 하더라고. 찻잔 같은 걸 거기 묻어두면 금새 골동품처럼 보이게 되니 말이야. 뭐, 그것도 범죄에 써먹은 거니 아무 쓸모 없다는 말도 맞소, 맞아.]


경찰관은 쓴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결국 가져온 자전거는 열심히 닦고 수리해서 계속 타고 다녔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전거를 안 타게 될 무렵에, 앞바퀴 축이 접혀버렸어요. 그제야 버리기로 했습니다. 뭐랄까, 내가 타고 다닐 동안 필사적으로 버텨준 느낌이라 애착이 많이 갔어요. 버릴 때는 쓸쓸하고 미안하고 그러더라구요.]


지금도 그의 책상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자전거 벨이 올려져 있다.




그 자전거에 붙어있던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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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전문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온갖 이상한 집과 괴상한 것들을 마주할 수 있었지.


산 깊은 곳에 있는 낡아빠진 집 같은 건 특히 그렇다.




서랍 속에 뼈가 가득 들어있질 않나, 벽 속에 긴 머리카락이 들어있기도 하고, 집 한가운데에 입구도 없는 방이 덩그러니 있기도 했다.


그 안에는 작은 신사 문이 세워져 있고.


뭐, 어찌되었든 죄다 때려부수고 덤프트럭에 실어서 쓰레기로 처리해버리지만.




정말 기분 나쁜 경우에는 술과 소금을 뿌리기는 하지만...


결국 죄다 버리는 건 똑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어느 계곡에 있는 오래된 대저택을 해체하는 작업이 들어왔다.




나는 운전기사 겸, 사장이랑 사장 아들과 함께 예비조사를 하러 갔다.


집안에 뭐가 있고 어떤게 들어있는지는 사장하고 사장 아들이 할일이라, 나는 밖에서 담배를 피우며 가져온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자 시골에는 보기 드문 고급차에 호기심이 동했는지, 근처에 사는 듯한 할머니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여기는 뭐하러 왔누?]


[이 집을 좀 부수고 싶다고 의뢰가 들어와서요. 그런 거 전문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아, 이 돌집이 부서지는거구나.] 라고 말했다.




보기에는 별거없는 나무로 지은 집인데...


[왜 돌집인데요?]


그렇게 묻자, 할머니는 [아니, 돌이 있어.] 라고 대답했다.




[그게 뭔데요? 부수면 저주 받는건가?]


나는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할머니도 웃으며 대답해 줬다.




[나도 모른다. 근데 이상한 돌이 있다고 하더라.]


흥미가 생겨, 나는 집에 직접 들어가보기로 했다.


문을 넘어 들어가자 안방과 넓은 뜰이 보인다.




그리고 그 뜰 한구석에는 창고가 세개 줄지어 서 있었다.


마침 거기 사장 아들이 보이길래, 나는 창고 쪽으로 걸어갔다.


사장하고 사장 아들이 있던 건 세 창고 중 가운데 것이었다.




사장은 그 안에 있었는데, 창고 가운데가 뭔가 이상했다.


그 가운데 창고만 정사각형이었는데, 가운데에 씨름판처럼 둥글게 흰 돌이 파묻혀있었다.


원 중앙에는 1m 길이의 각진 검은 돌판과 흰 돌판이 서로 마주보듯 서 있었다.




사장은 계속 그걸 바라보고 있었다.


내게는 그저 괴상하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날은 조사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며칠 뒤 그 집 해체를 진행하게 되었다.




해체 첫날 아침, 회사에 나가자 무슨 일인지 사장이 직접 나와 우리에게 말했다.


[창고 안에 있는 돌판은 절대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가지고 오라고.]


우리는 현장으로 향했다.




목조 가옥은 부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적절한 공간만 있으면 기계로 가볍게 때려부숴 버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침에 사장이 한 말이 있기에, 가운데 창고에는 손을 대지 않고 다른 곳부터 부숴나갔다.




그리고 며칠 지나 가운데 창고만 남았다.


다들 창고 안으로 들어가 돌판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갑자기 현장의 리더격인 중국인 코우씨가 창고 밖으로 뛰쳐나와 토하기 시작했다.




[코우씨, 왜 그래요?] 


우리가 묻자, 코우씨는 [그 창고 위험해, 기분 나빠.] 라고 말했다.


우리는 멀쩡했기 때문에 그대로 작업을 계속하려 했다.




하지만 코우씨는 [위험하니까 돌아갈래.] 라며 덤프트럭 한대를 끌고 마음대로 가버렸다.


어쩔 수 없이 우리끼리만 창고를 부수고, 그 돌은 잘 챙겨 덤프트럭에 쌓아 가지고 왔다.


회사로 돌아갔더니 사장이 화를 냈다.




코우씨가 화를 내며 회사를 때려쳤다는 것이다.


[네놈들 무슨 짓을 한거야!] 라며 화를 냈지만, 우리가 알 턱이 있나.


[그 돌이 있는 창고를 부수려고 했더니, 코우씨가 토하고 화낸 다음 갑자기 돌아갔어요. 우리는 모릅니다.]




사장은 우리를 냅다 밀치더니 덤프트럭에 놓은 돌로 다가가 [당장 이걸 옮겨!] 라고 큰소리를 내질렀다.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전 사원이 달라붙어 사장 말대로 그 돌을 응접실에 옮겼다.


사장은 그걸 응접실 소파 위에 올려두게 했다.




그 이후로 사장은 그 돌에 차를 갖다주질 않나, 말을 걸질 않나...


아무튼 좀 괴상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물론이고 사장 아들도 기분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차마 말할 수는 없었다.




1주일 가량 지나자, 사장은 난데없이 [아들한테 뒤를 맡긴다.] 며 은퇴해버렸다.


사장 아들도 언질을 받은게 없었기에, 회사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


이래서는 일도 제대로 못하겠다 싶어, 나는 한동안 쉬기로 하고 오키나와에 2주간 여행을 떠났다.




돌아와보니 회사는 완전히 체제 전환이 끝나있었다.


사장 아들에게 사장은 어떻게 됐냐고 묻자, 그 돌을 가지고 시골로 내려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암만 연락을 해도 돌아오질 않는다면서.




나는 [그 돌 혹시 위험한 거 아냐?] 하고 물었다.


사장 아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는지, 수소문을 해봤더란다.


하지만 과거 그 창고에서 사람이 둘 죽었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었다고 한다.




한 사람은 그 집 주인,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누군지도 모르는 왠 남자.


두 경우 모두 사건으로 처리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몇달 후 나도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 사장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회사는 멀쩡히 잘 돌아가고 있다.


아들이 경영 수완이 있는지 사옥도 새로 세웠더라고.




지금도 가끔 그 돌이 뭐였는지, 위험하거나 이상한 것인지 생각이 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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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함께 밤길을 걷고 있었다.


그 길은 밤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자자한 곳이라, 나는 내심 벌벌 떨고 있었다.


잠시 걷고 있는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고, 나는 졸도할 뻔 했다.


뒤에는 무섭고 기분 나쁜 노파가 있었으니까.


허리를 숙이고 머리카락은 산발이라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느껴졌다.




뭐지, 저건?


귀신인가?


저렇게 스산한 분위기라니, 틀림없이 귀신일 거야.




나는 노파에게서 눈을 피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공포와 호기심은 커져만 가, 나는 뒤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노파를 몇번이고 돌아보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앞에서 다가온 여고생이 우리 옆을 지나 곧바로 노파에게 걸어갔다.


서로 상대가 보이질 않는 듯, 피하지 않고 계속 걸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이 부딪히는 순간.




노파는 마치 특수효과처럼 슥 여고생의 몸을 빠져나왔다.


나는 마구 비명을 지르며 거기서 도망쳤다.


역시 노파는 귀신이었구나.




처음부터 이상했어, 처음부터...


[야, 야! 왜 그래!]


헐레벌떡 쫓아온 친구가 내게 묻는다.




나는 헛소리처럼 중얼댔다.


[나왔어... 나왔다고, 귀신이... 저, 할머니가...]


그러자 친구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뒤에서 천천히 걸어온 노파에게, 친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인사를 건넸다.


가까이서 보니 의외로 별 이상할 것 없는 보통 할머니였다.


[우리 아파트 사시는 분이야. 보기에는 좀 무서워보일 수도 있지만 귀신은 커녕 엄청 건강한 분이라고.]




뭐야, 괜히 무서워했네...


귀신이 나오는 길이라니 순 엉터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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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료에게 들은 이야기다.


지인의 오두막에서 묵을 겸, 술자리 벌이던 어느 밤이었다.


현관 쪽에서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인가 싶어 확인하러 가보니, 숲속으로 허연 것이 빨려들어가더란다.


더러운 붕대 다발이었다.


마치 투명한 통에 감겨있는 것처럼, 천이 빙빙 감겨 하늘에서 흔들흔들 떠돌고 있었다.




허나 오두막에서 새어나온 빛 사이로 잠시 보이던 그것은, 곧 나무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무슨 일이야?]


뒤를 보니 오두막 주인이 안주를 손에 들고 창고에서 나오고 있었다.




괴상한 걸 봤다고, 지금 본 걸 이야기했다고 한다.


오두막 주인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꽤 옛날 일이지만 말야, 이 오두막 옆에 웬 원숭이가 쓰러져있더라고. 나이도 먹을대로 먹었는데 상처가 엄청 심했어. 무리에서도 포기하고 내쫓았겠지, 아마.]




회한에 젖은 듯, 그는 말을 이어갔다.


[무심코 동정심이 일어서 치료를 해주고 붕대도 감아줬어. 한동안은 오두막 근처에서 머물다가, 상처가 나으니까 쓱 사라져버렸어.]


[뭐, 야생동물이라는 건 대개 그런 법이지.]




[그런데말이야, 그놈은 다 나았는데도 붕대를 벗으려 하질 않더라고. 그리고 매년 치료를 받았을 때 즈음에 꼭 답례를 하러 찾아와.]


그리고는 현관을 열어젖혔다.


문 바로 앞에 그리 많지는 않지만 과일과 버섯이 얌전히 놓여있었다.




원숭이가 은혜를 갚는건가.


신기하면서도 훈훈한 기분에 잠겼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단다.


붕대는 분명히 보였는데 왜 원숭이는 안 보인거지?




[말했잖아, 한참 전 일이라고. 애시당초 늙은 원숭이였으니 죽은지도 꽤 됐어. 네가 본 건 살아있는 게 아니라고.]


오두막 주인은 한참동안 숲속을 바라봤다고 한다.


[솔직히 이제 은혜갚기는 충분하니 성불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말이야.]




외로운 듯, 그렇게 말하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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