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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63rd]병원 안의 문

괴담 번역 2020. 5. 27.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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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시절, 팔이 부러져서 병원에 다니던 시기가 있었다.

어느날, 병원.

주스를 사려고, 통원 중 자주 이용하던 자판기로 향했다.



가장 가장자리 통로 막다른 골목에 있는 자판기였다.

도착하고 나니, 문득 자판기 2개 옆에 문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제껏 꽤 자주 자판기 주변을 오갔었지만, 눈에 띄지 않았는지 문을 발견한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날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갔지만.

얼마 더 시간이 흐르고, 통원 종료가 임박할 무렵.

또 주스를 마시고 싶어서 그 자판기 앞에 갔는데, 옆에 있는 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어라? 싶었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나는 슬쩍 살펴보려는 생각에 문을 열었다.

문 저편에는 꽤 긴 복도가 쭉 이어져 있었다.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복도 끝에는 모퉁이도 보였지만 어째서인지 복도에는 불이 하나도 들어오질 않아 잘 보이지가 않았다.

잠시 바라봤지만 딱히 아무 일도 없었다.

재미없다 싶어 문을 닫으려는 순간, 모퉁이 너머에서 사람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사람 그림자는 나를 향해 걸어오는 듯 했다.

눈을 부릅뜨고 바라봤지만, 아직도 거리가 좀 있다보니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오른팔만 이상하리만치 길어서 땅에 팔을 질질 끌며 걷고 있었다.



어쩐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가온다.

섬뜩해져 뒤로 물러선 순간, 천천히 걸어오던 그 녀석이 갑자기 어정거리며 이상한 걸음걸이로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겁에 질린 나는, 황급히 문을 닫고 주스도 사지 않은채 대합실로 달려갔다.



그 후 그 자판기 근처에는 통원이 끝날 때까지 얼씬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게 무엇이었는지는 모른 채 지나간 셈이다.

살아있는 사람이었던 아니었던, 그런 무서운 광경은 다신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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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62nd]101호실

괴담 번역 2020. 5. 23.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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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호텔에서 근무하던 시절, 101호실에서는 뭔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선배에게 들었었다.

당시에는 국영으로 운영되고 있었기에 딱히 영업에 큰 신경을 쓰지는 않던 터였다.

그랬기에 그 방은 평소 야근 담당자를 위한 수면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래도 성수기가 오면 손님을 안 받을수도 없는만큼, 일년에 몇번쯤은 손님이 묵게 된다.

하지만 언제나 한밤이 되기도 전에 방을 바꿔달라고 요청하거나, 다른 방이 없으면 아예 방을 빼버리곤 했다.

돌아가면서 그 방에서 뭔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하거나, 겁에 질려 도망치는 손님도 계셨었다.



그러는 사이, 수면실을 이용하던 직원들 사이에서 몸이 나빠지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야근이 있는데다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긴 시간 긴장해야만 하니 몸이 나빠지기 쉬운 환경이긴 하겠지만.

내 눈 앞에서 쓰러져 죽은 동료만 두명이었다.



각각 뇌경색과 심근경색이었다.

40대인데 말기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도 있었고, 사고사에 원인은 듣지 못했지만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이도 있었다.

그러는 사이, 호텔의 민영화 전환이 결정되었고, 직원들도 일단 호텔을 떠나게 되었다.



호텔은 벽지도 새로 갈고, 욕실도 전체적으로 교체하는 등 반년 가량의 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방에 있는 짐들을 들어내고, 조립형 침대는 해체한다.

그러던 와중 101호실 침대 판 뒤에서, 부적 같은 게 나왔다고 한다.



오래 전에 액막이라도 한걸까 싶었다.

딱히 효과는 없었네, 하고 떼어낸 뒤 사무실에 두었다.

보수 공사가 끝나고, 민영 기업 쪽에서도 고용 승계가 확정되었기에, 오픈 준비를 하며 우리는 다시 그 부적을 찾았다.



다시 붙일까 싶었지만, 다음날 영업 시작 전에 기도를 올릴 예정이었기에, 신주가 오면 그걸 보여보기로 했다.

다음날, 기도 의식을 마치고 신주에게 부적을 보여주자 얼굴을 찌푸렸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묻자, 이 부적은 검은 글씨로 보이지만 오래 전에 피로 글씨를 쓴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저희가 액막이는 하겠습니다만, 원래부터 일하던 분들은 따로 액막이를 받는 게 좋을 거 같네요.] 라고, 신주는 말했다.

호텔이 리뉴얼 오픈하고 얼마 지나, 사이가 좋았던 옛 동료 아저씨가 놀러왔다.

[나랑 야근 같이 할 때, K한테는 수면실 못 쓰게 했었지. K가 그 방에서 자면 언제나 엄청 심하게 가위를 눌려서 복도까지 들릴 정도로 비명을 질렀으니까 말이야.]



그러고보니 수면실을 쓸 때, 자주 침대에서 떨어지곤 했었다.

그것도 침대 옆이 아니라 발이 향하는 쪽으로.

누가 발목을 잡아 끌기라도 한 것처럼.



민영화 한 뒤로는 기도 효과라도 본 것인지, 방에 묵은 손님이 도망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오픈하고 1년도 되지 않아 심근경색으로 직원 한명이 죽었고, 정신이상이 와서 2명이 그만 뒀다.

나도 심근경색이 일어나 일은 그만 뒀지만, 그 후 눈의 시력이 거의 없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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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61st]맞은편 집

괴담 번역 2020. 4. 19.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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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끊는 게 된다면 미안하지만, 2시간 정도 전에 일어난 일을 얘기해 보려고 한다.

심장이 쪼그라드는 거 같은 체험이라.

나는 아파트 2층에 살고 있다.



베란다에 나오면 주차장을 끼고 맞은편에 또 하나의 아파트 B가 보인다.

그리고 그 주차장 옆 길을 따라가면 신호등 너머 슈퍼마켓이 있다.

베란다에서 보면 바로 앞에 B 아파트가 있고, 그 너머에 슈퍼가 보이는 형태다.



오늘은 동생이 집에 묵으러 와서, [간만에 같이 술이나 먹을까?] 라고 이야기가 진행됐다.

동생이 그 슈퍼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물건 사는 게 귀찮았던 나는, 집 청소가 해두기로 했다.



대충 정리를 마친 뒤, 담배나 한대 태울까 싶어 베란다로 나왔다.

하지만 담배를 다 피웠는데도 동생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추워서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마침 동생이 슈퍼에서 나오는 게 보였다.



나는 철없이 손을 흔들며, [야! 보이냐!] 하고 동생에게 소리를 질렀다.

횡단보도 너머 서 있는 동생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다시 한번 크게 양손을 흔들며 소리치려던 순간, 나는 무언가를 눈치채고 말았다.



정면에 있는 B 아파트 2층, 딱 내 시선과 일치하는 집 안에서, 새까만 여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 방은 내가 이사를 처음 왔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곳이었다.

베란다를 통해 보면 집에 가구 하나 없는데다, 빨래를 널거나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내가 4년 동안 사는 사이, 누가 거기 사는 걸 본 적도 없었고.

아무도 안 사는 것인가 싶었지만, 가끔 밤에 불이 켜져 있는 때가 있었다.

그랬기에 그저 생활 리듬이 좀 특이한 사람이라고만 여기고 지내왔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집에서, 새까만 여자가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불이 켜져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그 여자만 얼굴 표정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까맸다.

순간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그 여자로부터 시선을 뗄 수 없게 되어, 울 것만 같았다.

그 순간, 아래에서 [어이!] 하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동생이 웃으며 [잔뜩 사왔어!] 라고 외치고 있었다.



나는 가능한 한 활기차게, [네가 한턱 쏘는거지?] 하고 동생을 보며 대답했다.

그때 내 머릿속에는, 정면에 있는 저 녀석은 자기를 부르는 거라고 생각해서 나온 것인가? 라는 생각 뿐이었다.

어떻게든 정면을 다시 보지 않으려 노력하며. 나는 방으로 돌아왔다.



그 여자가 아니라 동생에게 말했던 거라는 걸 어필하기 위해, [A야, 빨리 돌아와.] 라고 말하며.

조금 안정을 찾고 나니, 동생이 돌아왔다는 것에 안심한 탓인지 조금 짜증이 났다.

왜 남의 집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거야, 저 여자...



계속 그러고 있으면 한소리 해주려는 마음에, 나는 커튼을 확 젖혔다.

그러자 정면에 있는 그 여자의 집이 보였다.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집 안 불이 커졌다가 켜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달칵달칵달칵달칵달칵달칵...

재빨리 커튼을 닫은 뒤, 나는 돌아온 동생에게 달라붙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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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60th]주둔지의 밤

괴담 번역 2020. 3. 3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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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나는 예비 자위관보였다.

예비 자위관보란, 사회인이나 학생으로 지내면서도 자위대원이 될 수 있는 제도이다.

주둔지에서 지내며 훈련을 받고, 월급도 나오는터라 밀리터리 오타쿠에게는 꿈의 아르바이트 같은 것이다.



일단 기밀 사항이라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한다고는 적을 수 없지만, 아침 6시에 기상 나팔 소리가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면 벌떡 일어나 제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 점호를 받는다.

꾸물꾸물대면 엄청 혼난다.

그 후 이불을 개어 잠자리를 정리한다.



이것도 적당히 하면 엄청 혼난다.

그 후에는 자위대 훈련을 받는다.

방은 침대끼리 다닥다닥 붙어 있다.



최대 10명 정도까지 한 방에서 지내며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그날은 5명이 한 방을 쓰고 있었다.

일단 명색은 자위대원이니, 정말 자위대와 같은 시간표에 따라 움직인다.



평소에는 운동 따위 하지 않는 오타쿠였기에, 체력 단련 같은 훈련을 받으면 녹초가 되서 소등하자마자 곯아떨어진다.

아침, 기상 나팔이 울리면 벌떡 일어나 곁에 걸린 제복을 움켜쥐었다.

전술했다시피 아침에는 기상 나팔이 울리자마자 점호를 나가야 하니, 옷을 침대 곁에 걸어뒀던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일어나질 않았다.

아니, 애시당초에 기상 나팔도 울리질 않았다.

잠결에 깬 건가 싶어 주변을 보니, 딱 하나, 나처럼 일어난 사람이 보였다.



옆으로 2칸 떨어진 곳에 있는 침대에서, 이미 일어나 이불인지 뭔지를 천천히 개고 있었다.

하지만 그 침대는 아무도 배정되지 않는 곳이었다.

자위관보 대상으로는 가끔 현역 자위관이 리더 역할을 맡아 여러가지 가르쳐 주곤 했기에, 그 사람도 뭔가 작업이라도 하는건가 싶었다.



[안녕하세요!] 하고 말을 걸어 봤다.

하지만 그는 나를 완전히 무시한 채, 천천히 이불을 갤 뿐이었다.

이상하다 싶어 손에 찬 G-SHOCK의 라이트 버튼을 눌러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새벽 5시였다.

시계를 눈가에 가져다 대고 시간을 확인하고 나니, 그제야 안경을 쓰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안경 도수가 8.0에 달하는 심한 근시다.



어두운 방에서 두 칸이나 떨어진 침대라면, 거기 사람이 있는지조차 보이질 않을 터였다.

어째서 이불을 개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걸까?

아니, 애시당초에 지금 왜 이불을 개고 있지?



다시 한번, 나는 그 사람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옛날 더빙한 비디오처럼, 우글우글 보였지만 어두운 방에서, 담담하게 무언가 손을 움직이는 티셔츠 차림의 사람이 안경 없이도 분명하게 보였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시간, 거기에는 누군지 모를 이가 일어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말을 걸어버렸다.

슬그머니 침대에 다시 들어가, 새삼스레 자는 척을 했다.

제발 이리로 오지 않기만을 빌면서...



아침 6시, 진짜 기상 나팔이 울리기까지, 나는 지옥 같은 한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군화를 닦다가 문득 떠올라 리더 자위관에게 그 이야기를 해봤다.

[아, 역시 나오는구나...]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너네 옆방, 아무도 안 쓰지? 그거 폐쇄된 방이야.]

[저 쪽 보면 3층 창문에만 철창이 붙어있지? 저기서 뛰어내리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붙였다더라.]

[저기 창고, 목을 매서 자살한 사람 귀신이 나온대.]



마치 덤이라도 되는 양, 리더 자위관은 수도 없이 괴담을 늘어놓았다.

주둔지라는 폐쇄적인 곳에서는 역시 자살하는 사람도 많은 걸까...

그 이후 훈련은 참가할 수 없게 되었지만, 무사히 3년의 임기는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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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59th]촌장

괴담 번역 2020. 3. 19.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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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내가 살던 마을의 촌장이 [나이도 있고 이제는 무리야.] 라며 임기를 채우고 물러났다.

그만둔 촌장은, 패미콤이 나오기도 전부터 줄곧 촌장을 해온, 초장기 정권이었다.

작은 마을이라지만, 어째서 그렇게 한 사람만 계속 촌장을 해왔느냐 하면...



임기가 끝나 새로 촌장 선거를 하려고 해도, 매번 다른 후보가 나오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왜 후보자가 없었냐고?

가끔 입후보하려는 사람이 나오면, "어째서인지" 후보 본인과 주변에게 불행이 닥쳐왔으니까.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보자면 꽤 많다.


후보자 본인이 교통사고를 당해 중상 끝에 장애가 생긴 경우.

후보자의 아내가 의문의 추락사를 당하거나 행방불명된 경우.

지지자의 가게에 의문의 화재가 일어난 경우.

지지자의 회사에 있는 관용차 타이어가 모두 터져있던 경우.



이것들 뿐이라면, 계속 집권하고 싶은 욕심에 촌장이 야쿠자라도 고용해서 해꼬지를 한거라고 여길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뿐만이 아니었다.


후보자가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열마리가 넘는 솔개에게 습격당해 중상을 입은 경우.

후보자의 집에 벼락이 떨어져 전소한 경우.

후보자의 서른살 된 아들이 갑자기 미쳐서 입원하게 된 경우.

눈이 그리 많이 오지 않은 해에, 지지자의 공장에만 딱 폭설과 폭풍이 덮쳐, 말 그대로 공장이 내려앉은 경우.



할아버지는 [두가지 의미로 뭔가 씌어있는거야.] 라고 말했다.

참고로 촌장으로서는 무척 우수한 사람이었다.

그의 임기 도중 마을은 리에서 읍까지 성장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을 유치해서 세수와 인구가 엄청나게 늘어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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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마고우와 함께 평소 적당히 전철을 타고 돌아다니곤 합니다.

그러다 아무 것도 없는 시골 역에서 내려, 근처 산에 올라 산책도 하고, 지도에 실리지 않은 신사 같은 데를 찾으면 참배도 하곤 하죠.

몇번인가 무서운 일도 겪었고, 길을 잃어 헤매다 25km 넘게 걸은 적도 있지만, 그래도 꽤 즐거워서 쉽사리 그만둘 수가 없습니다.



그 날은 나라현에 있는, 일본 100대 산촌에 선정된, 산 위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마을에 놀러갈 예정이었습니다.

탐험보다는 제대로 찾아갈 생각으로, 구글 맵을 보면서 마을을 목표로 등산로를 따라 걸어가기로 했죠.

길을 가던 도중, 저수지 몇 곳을 지나자 길이 두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산기슭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그 마을까지 가려면 오솔길을 계속 따라가면 된다고 했었는데.

이상하다 싶어, 구글 맵을 켰습니다.

구글 맵에서도 길은 두 갈래로 나와 있었습니다.



500m 정도 앞에서 두 길은 다시 합류하는 것 같았기에, 어디든 괜찮겠다 싶어 우리는 더 짧아 보이는 왼쪽 길을 택했습니다.

왼쪽 길을 따라 걸어가자, 점차 고사리 같은 식물들이 바닥 가득 피어 있는 게 보였습니다.

키 큰 나무들이 우거지고,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내려오는 매우 아름다운 길이었습니다.



어쩐지 동화 속 세상 같다는 생각에, 둘이서 신이 나 이웃집 토토로의 주제가 "산책" 을 부르며 걸어 갔습니다.

여기저기 고사리가 잔뜩 나 있는 가운데, 사람이 낸 듯한 한 갈래 길이 계속 이어져 있었기에, 딱히 망설임 없이, 구글 맵도 안 보고 나아갔어요.

나아가다 보니 고사리 말고 다른 식물들이 점점 늘어나더니, 나무도 높은 게 아니라 사람 키 정도가 되었습니다.



몸통과 가지도 구불구불 구부러진채 자라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한줄기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기에, 나무를 제치고 풀을 피하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러나 길은 더욱 험해져서, 힘들게 헤쳐나가지 않으면 안될 정도가 되어가더니, 마침내 절벽 같은 사면을 올라야만 하게 됐습니다.



이쯤 되니 좀 위험한거 아닌가 싶어 멈춰서서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런데 계속 외길이라고 믿고 걸어오던 길이 사라지고, 지금까지 도대체 어떻게 걸어온 것인지도 모를 지경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나름대로 침착하게, 이건 결코 오컬트적인 게 아니라, 외길으로 보였던 게 실은 뇌가 멋대로 걷기 쉬운 걸 길로 인식해서 착각한 거라고 분석했습니다.



조난당하는 사람들은 다들 이런 느낌으로 길을 잃는 거겠지, 하고.

하지만 위험한 거 아니냐는 얘기를 하면서도, 어쩐지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기분이 강했습니다.

길이 조금 험해지면서부터는 힘들게 나아왔으니만큼, 그 길을 다시 돌아가기 싫었으니까요.



이것도 감정을 조작당했다거나, 딱히 비과학적인 이유에서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낙관적인 마음으로, 이대로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바보 같이, 어째서 그랬을까.



그대로 돌아갔어야만 했다고, 지금 와서는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사면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경사가 가파라서 거의 나무에 매달리듯 기어올라가야만 했습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돌아갈까? 싶을 무렵, 벼랑 위에 하얀 가드레일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벼랑 위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아래에서 보이던 가드레일 같은 건 전혀 없었습니다.

딱히 잘못 봤다고 할만한 것도 없었기에, 도대체 왜 나는 가드레일을 본걸까, 기묘한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뭐, 아마 이것도 영적인 무언가라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면 원래 길이 나올거라는 기대가 만든 환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돌아가야 하나 싶으면서도, 가파른 벼랑을 올라온터라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벼랑 위에는 다시 길처럼 보이는 게 있어서 계속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환각이 아닌, 진짜 인공물이 보였습니다.

그런 곳에 사는 사람 따위 없을텐데, 밭 같은 데서 자주 보이는, 도구를 넣어두는 창고 같은 작은 오두막이 있었습니다.

다만 오두막이라고는 해도, 벽의 칠도 벗겨지고, 천장도 없는데다 안에 나무가 자라있기도 해서, 겨우 바닥이 남아 있는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그 남은 바닥에는 브라운관 텔레비전 같은 것도 있고, 사람이 살았구나 하는 분위기는 남아 있었어요.

어쩌면 우리가 올라온 길은 과거 마을로 이어지던 옛 길이고, 오두막은 휴게소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벼랑을 일상적으로 다녔다고는 생각하기 어렵지만, 산사태 같은 걸로 지형이 바뀌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 오두막을 보는 순간, 나와 친구는 둘 다 동시에, 산에 들어오고서부터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공포와 절망감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때까지 공포 같은 걸 느끼지 못했다는 것도 이상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우리 두 사람은 계속 한없이 낙관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오두막을 보는 순간에 느낀 절망과 공포는, 정말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맛본 것 중 가장 끔찍한 것이었습니다.



뭐가 그렇게 무서웠는지 설명은 할 수 없지만, 어쨌든 두려웠습니다.

아마 우리가 구해질 수 없을 거라는 부정적인 감정이 차례로 밀려와서,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 친구가 [가자!] 하고 오두막과는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기에, 나는 필사적으로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무서워서 오두막 쪽은 돌아볼 수 없었지만, 뒤에서 공포와 절망이 계속 따라오는 것만 같았습니다.

여지껏 외길로 보였던 길은 사라지고, 헤치고 갈 수도 없을 길만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뇌에서 희망적인 기대가 없어져서 길을 보던 환각마저 사라진 탓이었을까요.



정신을 차리니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양옆이 벼랑인데다 그 오두막으로 이어지는 길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전파가 닿지 않아 스마트폰도 쓸 수 없었기에 정말 큰일이다 싶은 순간, 친구가 [벼랑으로 내려가자.] 라고 말했습니다.

곧바로 망설임 없이, 친구는 나무를 잡고 매달리며 벼랑을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나도 따라서 벼랑을 내려왔고, 근처에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로를 찾아냈습니다.

어느새 전파도 돌아와 있었기에, 무사히 목적지인 마을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는 이대로 별일 없이 끝났었습니다.



딱히 오컬트적인 것도 전혀 없었고, 20대 후반에 흙투성이가 되서 돌아왔다고 집에 돌아와서 부모님에게 야단을 맞은 정도였죠.

그런데 반년 정도 지난 지금, 또 그 산에 가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혀, 나는 어쩔 줄을 모를 지경입니다.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친구 또한 같은 마음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가면 위험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는데도, 어떻게든 가고 싶습니다.

감정만을 놓고보면 무서워서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 클텐데, 어째서인지 가야만 한다는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습니다.

둘 다 가기 싫다고 말하면서도, 순조롭게 일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 달 중에 나는 또 그 산으로 향하게 될 것 같습니다.

비일상의 스릴을, 내 마음 속 어딘가에서 원하고 있고, 그 마음이 무서울수록 더욱 강해지는 거겠죠.

오컬트 같은 건 아무 것도 아닐 것입니다...



다만 한가지,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것이 있습니다.

처음 산에 갔다 돌아오고 반년 정도 지나서, 얼마 전에야 갑자기 깨달았던 건데요.

그 당시에는 겁에 질려 몰랐었는데, 전기도 없는 깊은 산 속 오두막에 놓여 있던 텔레비전.



그때 우리가 본 텔레비전은, 계속 잡음과 함께 지지직거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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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히로시마에서 살았는데, 거기 살던 무렵에만 이런저런 무서운 체험을 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웠던 이야기입니다.

분명 그날은, 초등학교 운동회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운동회를 보러 와주셨었지만, 점심을 같이 먹고는 바로 돌아가셨습니다.

운동회가 끝나자 5시 무렵.

지쳐있었기에, 나는 바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무렵 우리가 살던 맨션에 돌아오자,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나는 바로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습니다.

그러다 화장실에서 드라이어 소리가 들려와서 눈을 떴습니다.



나는 어머니가 있는 화장실로 가서, [오늘은 지쳤어...]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거실 쪽에서, [오늘은 외식이라도 하러 갈까?] 하고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는 [배 안 고프니까 그냥 잘래.] 라고 말하고, 방으로 돌아가 다시 잠들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가 작게 혀를 찼던 것 같은 기억이 납니다.

그 후, 일어난 것은 12시 무렵이었습니다.

그쯤되니 역시 배가 고파진 나는, 거실로 향했습니다.



그러자 화장실에서 윙윙대는 드라이어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돌아보니 어머니가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고 있었습니다.

3, 4시간 전과 똑같은 광경이었습니다.



나는 어머니에게 [엄마, 언제까지 하는거야?] 라고 물었습니다.

[너 따위랑 상관 없잖아. 죽여버릴까보다.]

그것 말고도 다른 말을 했던 것도 같지만, 어머니가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이 너무나 충격이라,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나는 겁에 질려 정신 없이 말소리가 들리는 거실로 달려갔습니다.

어두운 거실 가운데 있는 테이블 위에, 편지 한장이 놓여 있는 게 보였습니다.

내용은 반 정도 밖에 기억 나지 않지만, 대충 이랬습니다.



[어서 돌아오렴. 오후에는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오늘은 네가 돌아오기 전에 나가야 하니까, 간식이랑 저녁밥은 부엌에 만들어 뒀어. 배고파지면 먹으렴.]

그 편지를 어두운 거실에서 읽은 순간은,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두려웠습니다.

곧바로 부모님이 돌아오셨고, 내가 울면서 어머니에게 달려들었던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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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 때문에 초등학교에 갈 일이 있었는데, 문득 학창시절 이야기가 떠올라서.

이제 20년 정도 된 일인데, 우리 옆반, 2반에서 엄청 심한 따돌림이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남녀 불문하고 거의 반 전원이 한 아이만을 따돌렸던 것이다.



쉬는 시간에 팬티까지 강제로 벗겨 복도를 뛰어 다니게 하질 않나, 화장실에 가둬두고 위에서 물을 뿌려대질 않나...

돈을 뜯어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그건 직접 보지는 못했으니 모를 일이고.

어쨌든 반 전원이 그 따돌림에 암묵적이라도 동참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2반 녀석들은 묘하게 사이가 좋았다.

같은 반끼리만 뭉쳐다닌다는 느낌이랄까.

동아리 활동 하는 녀석들도 자기네 반 이야기는 결코 하려들질 않았고.



그런데다 담임 선생까지 그 따돌림을 못본 척 방관했었다.

결국 따돌림 당하던 아이는 여름방학이 끝나자마자, 집에서 목을 매어 자살했다.

그리고 그 이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9월 사생대회 도중, 그 반 아이가 호수에 빠져 죽은 걸 시작으로, 교통사고로 죽은 아이, 또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이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그 뿐 아니라 투신 자살한 아이도 있었고, 행방불명 되어 아직까지도 발견되지 않은 아이까지.

거의 2달 사이 그런 일들이 한 반에서 연이어 일어난 것이다.



끝내는 12월 초입, 담임 선생이 목을 매어 자살했고.

이쯤 되니 당연히 따돌림 당하다 자살한 아이의 귀신이 원한을 품고 저지른 짓이라는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2반 옆 게시판에 붙어있던, 반 아이들의 캐리커쳐에 페인트로 가위표가 쳐져 있던 적도 있었다.



겁을 먹고 전학하는 아이들도 나오더니, 결국 그 반은 졸업도 못하고 폐쇄되어 다들 다른 반으로 배정되었다.

따돌림 당하다 자살한 아이는, 어머니와 둘이 함께 살던 아이였다.

그리고 그 어머니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외아들이 죽은 고통과, 주변의 시선을 이기지 못한 것이었겠지.

결국 학교에서는 그 문제의 반 주변을 회반죽과 페인트로 덧칠하고, 불제를 드렸다고 한다.

아직도 주변 정신병원에는, 그때 미쳐버려서 아직까지 입원 중인 2반 녀석이 있다.



살면서 유일하게 가까이서 겪은, 알 수 없고 무서운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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