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분류 전체보기

[번역괴담][5ch괴담][971st]아소의 산길

괴담 번역 2020. 6. 15. 23:39
320x100

 

 

대학생 시절 이야기다.

당시 나는 후쿠오카에 있는 대학교에 다녔지만, 원래 집은 오이타였다.

방학이나 연휴 때는 고향에 돌아가 고등학교 친구들과 놀곤 했다.



대학교 2학년이던 그 해 역시, 고향에 돌아와 놀고 있었다.

허구한날 한가하던 우리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구나 다트를 하고 놀다가 질린 나머지, 대학생도 됐고 쿠마모토까지 드라이브를 하자고 친구 Y가 제안했다.



우리는 새벽 1시, 쿠마모토를 향해 가게 되었다.

오이타에서 쿠마모토까지는 타케다와 아소를 지나는 산간도로를 거쳐야 한다.

아소쯤부터는 산길만 쭉 뻗어있고 주변에 가게 하나 없다.



양쪽이 높은 삼나무로 빽빽한 어두운 길을 그저 달려가는 것이다.

한참 달리다 보니, 앞에 여자처럼 보이는 실루엣이 둘 있었다.

불빛에 비추어진 그 실루엣은, 길가에서 우리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대학생이라 혈기왕성하던 우리는, [오, 여자다! 예쁜지 보자!] 라며 속도를 확 낮춰 그 옆을 지나가게 되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은 모녀 관계인 듯 했다. 

40살 정도 되어보이는 여자와 중학생쯤 된 것 같은 여자아이.



둘 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채, 우리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으며 앞만 보고 걸어갔다.

우리는 [뭐야, 아줌마랑 아이네...] 라고 조금 실망하면서도, [왜 이런 늦은 밤에 둘이서 걸어가는걸까?], [이쯤 사는 사람들인가?] 라고 시덥지 않은 대화를 나눴다.

차는 계속 외길 산속을 달려갔다.



그리고 20분 정도 지났을까?

또 앞에 여성의 실루엣이 보였다.

[오, 또 여자다.] 라고 말하며, 우리는 다시 속도를 늦춰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얼굴을 확인한 우리는, 한마디 말 없이 그 옆을 지나갔다.

나는 그 여자들을 지나치자마자 바로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야, 저 사람들 아까...]



내가 거기까지 말하자, 친구 Y는 [말하지 마... 그 이상은 말하지 마...] 라고 내 말을 끊었다.

나는 잠자코 쿠마모토 시내까지 전속력으로 차를 몰았다.

손을 벌벌 떨면서.



시내에 도착해 문을 연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들어간 뒤, 나는 다시 친구에게 물었다.

[야, 아까 그 두 사람... 20분 전에도 봤던 사람들이었지?]

친구 Y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너무 무서워서 차마 확인하고 싶지가 않더라. 그래서 네 말을 막은거야.]

어쩌면 정말 닮은 사람들이 2번 지나갔던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 하얀 원피스 차림으로, 앞만 보며 말없이 걷는 모습을 다시 봤을 때는, 온몸에 소름이 끼쳐 말도 못할 정도였다.

 

320x100
320x100

 

 

직장 상사가 큐슈의 작은 섬 출신인데, 그 섬에서 있었다는 기분 나쁜 이야기다.

도민 체육대회가 있던 날 밤, 한 할머니가 실종되어 전 도민이 수색에 나섰다.

사흘 동안 필사적으로 찾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이런 작은 섬에서 사흘 넘게 찾지 못한다면, 대개 바다에 떨어졌기 마련이었다.

결국 수색은 일단 중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실종 일주일만에 할머니가 발견됐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길을 달리고 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밭에 할머니가 가만히 앉아 있더란다.

발견한 사람이 [할머니?!] 하고 부르자, [으이, 으이.] 하고 대답도 하고 정신도 말짱해 보였단다.

일단 주변 사람들을 불러모아, 병원에 할머니를 데려갔다고 한다.



병원 가는 차 안에서, [왜 그런데 앉아 계셨어요? 어디 가셨던거에요?] 하고 묻자, 할머니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운동회가 끝나고 집에 돌아왔는데, 본 적 없는 여자아이가 있었다고 한다.

여자아이가 할머니에게 [맛있는 걸 대접할테니까 따라와.] 라고 하기에 얌전히 따라갔다고.



[자, 이게 대접이야!] 라며 접시를 내왔는데, 자세히 보니 지렁이가 스파게티처럼 담겨 있었단다.

그리고는 발견될 때까지 마땅한 기억이 없고, 정신 차리니 그 밭에 앉아 있더란다.

병원에 도착해서 검사하는 도중, 할머니가 기분 나쁘다며 토를 했다.



의사가 구토물을 살펴보니, 대량의 지렁이가 얽혀 나와있었다고 한다.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969th]아즈키아라이

괴담 번역 2020. 6. 6. 22:48
320x100

 

 

게게게의 키타로 같은 만화에서 우스꽝스럽게 나와 유명한 아즈키아라이[각주:1]라는 요괴가 있다. 

그런데 내 고향인 토치기 북부, 강가의 농촌마을에는 꽤 옛날부터 목격담이 전해져 내려온다.

이쪽에서는 진지하게 공포의 대상인 것이다.



지역 사람들 사이에서는 낚시나 물놀이하러 가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그 중 한 곳, 하천 부지에는 절대 다가가면 안된다.

증조할아버지에 할아버지, 아버지까지 귀에 못이 박일 정도로 들었던 이야기다.

아즈키아라이가 강변에 나타나, 그 소리에 이끌려 온 사람을 물에 빠트려 죽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버지가 중학생일 무렵, 친구들과 함께 강을 찾았다 팥을 물에 씻는 듯한 챠르륵챠르륵하는 소리를 듣고 무서워 벌벌 떤 적이 있다고 한다.

일행 중 두 사람이, 요괴를 한번 보겠다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한 명은 물에 떠내려가 실종되고 말았다.



아마 용소까지 떠내려가 그대로 가라앉은 게 아닐까.

살아남은 다른 한명의 말에 따르면, 소리가 나는 곳까지 갔더니 키 작은 노인 넷이 있더란다.

그들이 웃으며 통에 들어있는 무언가를 휘저어대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갑자기 그 넷이 한번에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고 한다.

그 순간 가위에 눌린 듯 몸이 움직이질 않으며 기절했고, 머리를 부딪혀 기절했다는 것이다.

다른 친구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기절하기 전 첨벙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실종된 소년을 찾기 위해 꽤 오랜 기간 수색이 이어졌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학교와 지자체까지 나서 그 강 근처의 출입을 통제했기에, 그 후 큰일은 없었다.

한번은 어느 대학에서 민속학 조교수가 연구차 방문을 했던 적이 있다.



그는 그저 물살이 강한 하천부지에서 발을 헛디뎌 휩쓸린 게 아니냐는 의견을 냈다.

다른 곳과는 미묘하게 다른 지역 특유의 물소리가, 다른 무언가로 인식되어 사람들이 다가온 것이라고.

하지만 아즈키아라이의 전승은 꽤 옛날부터 지역에 전해지고 있다.



나 역시 아버지에게 전해들은 네 노인의 목격담의 인상이 강렬해, 지금까지도 두려워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직접 팥 씻는 소리를 들은 적은 없지만, 아직까지도 친구나 동네 아이들 사이에서는 그 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언젠가 진상을 알고 싶지만, 무서워서 그 하천부지에는 아직도 다가가질 않고 있다.

 

  1. 小豆洗い, 팥 씻는 자 [본문으로]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968th]야간 서핑

괴담 번역 2020. 6. 2. 23:58
320x100

 

 

센다이 신항에서 야간 서핑을 하고, 11시쯤 뭍으로 돌아왔다.

센다이 신항 주차장은 저녁 7시면 문을 닫기에, 진작 주차장 밖에 세워둔 차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30명 정도의 아이들이 나를 둘러싸고 집까지 보내달라고 종알거리는 꿈을 꿨다.



부모님에게 마중 나오라고 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자, 초등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른이면서 인색하네, 정말.]

결국 떨떠름하게 알았다고 대답한 뒤, 꿈에서 깼다.



이상한 꿈을 꿨다고 중얼거리며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도중에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니, 카지오카 영원이라는 공동묘지 광장에 있는 게 아닌가.

그 다음주 주말, 질리지도 않고 심야 서핑을 한 뒤, 이번에는 자지 않고 바로 돌아왔다.



하지만 어쩐지 길을 잃어서 한참을 헤매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니 와타리 근처의 가설주택 앞에 있었다.

그날 밤, 꿈에 그때 그 여자아이가 나와서, 고맙다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 후로는 더는 그런 일이 없었기에, 집까지 데려다 주는 건 그 2번으로 다 된 모양이다.

서핑 때문에 지친 상태에서 뭔가 착각이라도 한건가 싶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제대로 데려다 준거라면, 그걸로 된거겠지.

 

320x100
320x100

 

 

얼마 전 출장으로 도쿄 무사시노시[각주:1]라는 곳에 갔었다.

하지만 상대 쪽에 트러블이 발생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출장을 하루 연기하게 됐다.

그 날은 쉬게 됐으니, 밤에는 상사랑 같이 밥이나 먹기로 하고 그때까지는 관광이나 할겸 슬렁슬렁 돌아다닐 셈이었다.



도쿄에 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 애시당초에 이런 대도시에 올 일 자체가 별로 없으니까 상당히 신선했다.

어떤 곳인지, 재미있는 곳이 있을지 하는 마음으로 적당히 돌아다녔다.



그러는 사이 아케이드 상점가에 도착했다.

새해가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즈음이었기에, 한해의 개막이라며 상당히 왁자지껄했다.

여기저기 가게가 들어서서, 우리 고향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성대한 느낌이었다.



보는 것마다 다 신기해서, 두리번대며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그런데 딱 혼자, 주변 사람과 비교해서 머리 하나만큼 키가 큰 사람이 비틀대며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저 멀리 있는데도 유난히 눈에 띄었다.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가니, 터무니 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남자는 상반신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거기서 파란 촉수 같은게 돋아 꿈틀대고 있었다.

4개 정도의 촉수가 여기저기 돋아 꿈틀대는데, 그 움직임이 너무나도 징그러웠다.



차마 눈을 떼지 못하고, 나는 남자를 계속 지켜봤다.

점점 남자가 다가오며,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 또한 평범한 인간의 얼굴이 아니었다.



왼쪽 입끝이 잘린 것처럼 피투성이인데다, 목이 꾸깃꾸깃하게 접혀있었다.

남자가 나를 향해 온다고 생각한 나는,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마치 가위에라도 눌린 듯 몸이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

"아, 이대로 죽는건가." 싶어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묘한 것을 알아차렸다.

남자는 나를 전혀 보지 않고, 계속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남자 앞을 걸어가는 3인조의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남자 몸에서 자라난 촉수가 그 셋 중 한 사람을 마구 휘감았다.

꽃무늬 셔츠를 입은 이를 촉수로 휘감으며, 남자는 계속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뭔가 중얼대는 것처럼 입이 움직이고, 때로는 웃었다.



남자의 상반신은 상처투성이인데다 여기저기 칼로 베인듯 벌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몇걸음만 있으면 나와 그들이 스쳐지나갈만한 거리가 되자, 3인조가 초밥이 어떠느니 하는 이야기를 나누는게 들려왔다.

그렇게 온몸을 촉수가 휘감고 있는데도, [아하하하!] 하고 웃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남자는 촉수로 감긴 이를 뒤에서 껴안고 있었다.

나는 남자와 눈이 맞았다.

남자는 히죽히죽 웃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집게 손가락을 입에 대고, "쉿!"하는 듯한 제스처를 하며, 남자는 그대로 얽힌 채 걸어갔다.

뒤를 다시 돌아볼 용기는 없었다.

나는 지금 본 게 꿈이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곧바로 근처 가게에 들어가 술을 주문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금방 본 것을 잊고 싶었다.

술기운 덕분에 담이 커진 덕일까, 나는 그대로 아케이드 상점가를 산책한 뒤, 상사와 합류해 맛있는 식사를 즐겼다.

하지만 이 사건을 잊는 건, 두려움 때문에라도 할 수 없었다.



회사에서 자칭 영감이 있다는 여자 상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잊어버려. 너한테 씌려고 할지도 모르니까.] 라며 웃어넘겼다.

아직까지 내 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

하지만 그 남자는 도대체 무엇이었고, 그에게 사로잡힌 이는 어떻게 된 것일까?

 

  1. 武蔵野市, 도쿄도 중심부에 위치한 시. [본문으로]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966th]붉은 고양이

괴담 번역 2020. 5. 30. 23:08
320x100

 

 

심령적인 것과는 관계 없지만, 어릴적 무서웠던 이야기다.

저녁을 먹고 놀고 있었다.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가 나서, 당시 열살 무렵이었던 나는 현관으로 나섰다.



부모님은 맞벌이였기에, 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나, 어린 동생 뿐이었다.

흐린 유리 너머, 여자 같은 실루엣이 보였다.

근처 사람인가 싶어,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었다.



들어선 것은 처음 보는 초로의 여성이었다.

할머니는 [이 책을 사줘, 천엔이야.] 라며 눈 앞에 낡은 책을 드밀었다.

할아버지가 [누가 왔니?] 하며 현관으로 오자, 할머니는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이런 낡은 책을 천엔이나 주고 사라고?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불신감이 표정으로 드러나고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알았네. 여기 천엔이야.] 라며 할머니에게 천엔짜리 지폐를 건넸다.



빙긋 웃는 할머니의 얼굴은 어쩐지 몹시 기분 나빴다.

할머니는 [잘됐구만, 이걸로 붉은 고양이는 안 나올거야.] 라고 말하고는 가버렸다.

낡은 책은 그저 흔해빠진 추리소설이었다.



왜 이런 책에 천엔이나 낸 것인지, 할아버지에게 물어보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안 내면 큰일이 난단다.]

붉은 고양이라는 건 옛날부터 방화범을 가리키는 은어였다고 한다.



즉, 천엔을 내지 않으면 방화범이 집에 불을 지를거라는 협박이었던 것이다.

다음날 학교에 가면 똑같은 할머니가 출몰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학년을 가리지 않고, 그 할머니가 나타났다는 집만 스무집이 넘었다.



붉은 고양이는 한 곳에 나타나면, 마치 그 장소는 기피하는 것처럼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분명히 그 할머니가 나타나고 수십년이 지나도록 비슷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금품 갈취에 대한 피해신고도 낼 수가 없단다.



그랬다가는 이번에야말로 진짜 집에 불이 날 테니까.

심지어 한 집을 특정하는 게 아니라 한 구역에 연대 책임을 물어, 어느 집에 불이 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결국 경찰력을 피해, 전국을 떠돌며 범죄를 저지른다는 게 붉은 고양이란다.



수십년 전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는, 이 이야기를 할 때면 늘 말씀하시곤 했다.

[가족의 안전을 산다고 치면, 천엔은 싼 돈인게야.]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965th]5층 창문

괴담 번역 2020. 5. 29. 23:43
320x100

 

 

3년 전 비 오던 날의 이야기다.

부엌 옆에 있는 창문에 아이 손바닥 자국이 잔뜩 찍혀 있었다.

딸이 만졌나 싶어 닦아 봤지만, 닦이질 않았다.



손자국은 바깥에서 찍혀 있는 것이었다.

문득 이곳이 5층이라고 쓰지만, 사실은 4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창 밖에는 당연히 허공 뿐이다.



아이가 올라와 손자국을 찍을 수 있는 곳 따위는 없다.

손자국을 발견하고 나서부터, 딸은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언니와 논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가 혼자 가상의 친구를 만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연히 아이가 말하는 걸 들어보니, 마치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 같아서 무서워졌다.

결국 원래 이사 검토 중이던걸 앞당겨서 집을 옮겼다.

시어머니와 우리 어머니는 소꿉친구였기에, 두 분이 입다퉈 액막이라도 하라고 성화였다.



액막이를 해 준 신주분 이야기로는, 어린 아이들은 무심코 그런 것을 끌어들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딸이 놓아주지를 않으니까, 영혼이 나에게 보이기 위해 손바닥을 남긴 거 같다고.

아직도 내게는 그 집이 무서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320x100
320x100

 

 

중학교 시절 겪은 조금 무서웠던 이야기.

당시 나는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끝나고 집에 돌아올 때면 늘 저녁 7시쯤이었다.

그날도 동아리 활동이 끝난 뒤, 친구들과 하교길을 걷고 있었다.



계절은 여름.

너무나도 찌는 듯 더웠고, 하늘이 어슴푸레했던 기억이 난다.

집 근처 교차로, 나만 오른쪽으로 가야했기에, [내일 보자.] 라고 말하며 친구들과 헤어졌다.



여기까지는 평소와 같았다.

교차로를 지나면 집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면 도착한다.

하지만 가로등이 거의 없는 어두운 길이다.



교통량도 적어서, 밤이면 인적도 거의 없었다.

친구들과 헤어지자마자, 여자가 흥얼대는 콧노래가 들려왔다.

앞을 보니 십여미터 앞 길가에 여자가 서 있는 게 보여서, 아마 저 여자가 부르는 건가보다 싶었다.



걸어가다 그 옆을 지나치게 되는 순간, 얼핏 여자의 얼굴을 보았다.

시력이 좋지 않은데다 어둑어둑했기에 그때까지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자세히 보니 친척 이모였다.

이모는 우리 어머니 사촌동생으로, 가끔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인사 정도만 하는 데면데면한 사이였다.



항상 잘 모를 콧노래를 부르며 걷곤 했기에, 조금 특이한 사람이라는 인상이 있었다.

일단 아는 사이니만큼, [이모,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이모는 콧노래를 멈추고 내 쪽을 바라봤지만, 인사를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웃는 얼굴이었다.

그냥 웃고 있다기보다는 히죽거리고 있었다는 게 더 어울리는 표현일까.

평소라면 인사를 받아줬을텐데, 왠지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못 들은건가 싶어 다시 한번 인사를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모랑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 나를 잊었나 싶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누구 아들이라고 소개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나는 [그럼 다음에 뵈요.] 라고 말한 뒤, 이모를 두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걸어가자니 다시 이모의 콧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얼마 걷지 않아 노래는 그쳤는데, 갑자기 등이 차가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무더운 날에, 이 감각은 무엇일까.



어쩐지 무섭다고 생각하며 나는 발걸음을 이어갔다.

당시 학교에서는 콧쿠리상이 유행하고 있었고, 마침 그날 점심시간, 나는 친구들과 장난삼아 콧쿠리상을 했던 터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었지만.



그 탓에 괜히, 혹시 콧쿠리상으로 불려온 귀신이 나에게 붙었나 싶었다.

쓸데없는 상상 때문에 괜히 더 무서워졌지만, 나는 애써 기분 탓이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걷는 사이 등이 급격히 차가워져, 온몸에 소름이 돋고 벌벌 떨릴 정도였다.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깨달음과 동시에, 누군가가 내 바로 뒤에서 걷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마 4, 5미터 뒤, 꽤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을 기척으로 알 수 있었지만, 평상심을 유지하려 애쓰며 계속 걸었다.

하지만 그 인기척은 점점 나에게 다가왔다.



생애 가장 큰 공포를 느낀 순간이었다.

바로 뒤까지 온 게 아닌가 싶어진 순간, 공포와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진 나는, 뒤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려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냥 기분 탓이려니 싶었지만, 여전히 등은 시려웠다.

다시 앞을 향해 걷기 시작한 순간, 뒤에서 차가운 공기가 나를 감싸는 듯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평정을 가장하며 걸었지만, 결국 나는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 차가운 것이 쫓아오는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너무 무서워서 뒤를 돌아볼 수조차 없었다.

온 힘을 다해 달리자, 30초 정도만에 금세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돌아와 부엌에서 저녁을 만들고 있던 어머니를 보자,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어서 오렴... 어머, 너 왜 얼굴이 그렇게 시퍼렇니? 달려온거야?] 라고 어머니가 물었지만, [응...] 하고 밖에는 대답할 수 없었다.

엄청난 피로감에 젖은 나는, 물을 한잔 마시고 세수를 하려 세면대로 향했다.



세면대의 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핏기가 싹 가셔 창백했다.

기분이 좀 괜찮아질 때까지 소파에 앉아있자 싶어 거실로 향하자, 어머니가 물었다.

[너 혹시 뭐 이상한 거라도 만났니?]



[뭔가에 쫓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돌아봤지만 아무 것도 없었어. 그냥 착각했나봐.] 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어머니도 [뭐니, 그게.] 라며 웃었다.

[참, 나 오다가 A 이모 봤는데.]



그 말을 꺼내자, 어머니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미소가 사라졌다.

[인사를 했는데, 내가 누군지 잊어버렸나봐...] 라고 말하자, 어머니는 조금 화난 듯 말을 끊고 물었다.

[너 지금 무슨 말하는 거니? A 이모는 작년에 돌아가셨잖아. 네가 본 거, 정말 A 이모 맞아?]



[뭐? 그런 소식 들은 적도 없고, 틀림 없이 A 이모였어. 바로 옆에서 얼굴도 봤고 맨날 부르던 이상한 콧노래도 들었는걸!]

어머니는 새하얗게 질려, 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큰이모에게 전화하는 것 같았다.



[A 기일이 언제였지? ...뭐, 오늘? 알았어.]

전화를 엿들으며, 오늘이 이모 첫 기일이라는 걸, 나도 깨달았다.

그 뒤 나는 엄마와 함께 이모 댁에 향을 올리러 갔다.



이모는 세상에 어떤 미련이 남았던 걸까.

그날 왜 그렇게 갑작스레 내 앞에 나타났던 건지, 등 뒤에서 느껴지던 그 기척은 뭔지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