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온 힘을 다해 거부하려 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 남자는 매일 밤마다 반드시 찾아왔는데, 이상하게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 남자를 보지 못했다.
여자는 그 남자가 귀신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딱히 물리칠 방도가 없어 끙끙 앓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남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며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았는데, 묘하게도 여자의 5촌 숙부를 보면 밖으로 달아나는 것이었다.
[그러면 내일 그 놈이 오거든, 몰래 무명실을 바늘에 꿰어 놨다가 그 놈 옷깃에 꿰매버리거라. 그러면 그 놈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겠지.]
그래서 여자는 그 말을 따르기로 했다.
여자가 소리를 치자 그녀의 숙부가 들어왔고, 귀신은 놀라 달아났다.
그러자 무명실 뭉치가 슬슬 풀리기 시작했고, 숙부는 그 실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밑둥 아래 실이 매여져 있었고, 밑둥 윗머리에는 총알만한 크기의 보라색 구슬이 하나 있었는데 그 광채가 눈부셨다.
숙부는 구슬을 뽑아 주머니에 넣고, 그 나무 밑둥은 불에 태워 버렸다.
그 이후 귀신은 여자에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밤, 숙부의 집 앞에 어떤 이가 찾아와 애걸하였다.
[그 구슬을 제발 돌려주세요. 만약 돌려만 주신다면 부귀공명이 다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 사람은 밤새도록 빌다가 갔는데, 며칠 동안 계속 이렇게 찾아왔다.
그리고 어느 날 저녁 또 와서 말했다.
그래서 숙부는 [그럼, 한 번 보여주시오.] 라고 대답했다.
그 귀신이 밖에서 검은색 구슬 하나를 방으로 들여 보냈는데, 지난번 보라색 구슬만한 크기였다.
그러자 귀신은 통곡하며 그 곳을 떠났고, 이후 다시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숙부는 이후 사람들에게 늘 구슬을 자랑했으나, 그 사용법을 알지는 못했다.
그 후 숙부가 외출했다가 술에 취해 길바닥에서 잠이 들었는데, 그 때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구슬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이것은 틀림 없이 귀신이 다시 구슬을 가지고 간 것일 것이다!
'청구야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구야담][6th]원한을 풀어준 사또(雪幽寃夫人識朱旂) (10) | 2011.12.20 |
---|---|
[청구야담][5th]바람을 점친 사또(貸營錢義城倅占風) (4) | 2011.12.14 |
[청구야담][4th]이여송을 훈계한 노인(老翁騎牛犯提督) (19) | 2011.11.26 |
[청구야담][3rd]여자의 한(洪川邑繡衣露踪) (12) | 2011.11.22 |
[청구야담][1st]수령의 아이를 가르친 중(敎衙童海印僧爲師) (17) | 2011.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