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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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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직접 들은 이야기다.


[그러고보니까 너, 리나네 할머니 심령 사진 봤어? 그거 굉장해!]


휴일, 출근 버스 안에서 여고생 2명의 대화가 들려왔다.




나는 심령 관련 이야기를 좋아하기에, 자연스레 그런 화제에는 귀를 기울이게 된다.


다만 전에 친구가 그냥 그림자가 찍힌 걸 심령 사진이라고 호들갑 떤 적이 있었기에, 이 이야기도 아마 그런 착각일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못 봤는데. 어떤 사진이야?]




아무래도 리나라는 아이네 집은 대가족인 듯 했다.


친척도 많고, 가족이 다 모이면 30명 가까이 될 정도라고 한다.


그러던 와중 지난해, 여자 홀몸으로 전쟁통에 아이들을 키워낸, 엄하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그 장례식 때조차, 사람이 너무 많아 친척들이 저마다의 사정 때문에 모두 모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모인 친척들만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관 속에는 할머니가 무척 아끼던 보라색 옷을 함께 넣어 화장했다고 한다.


올해 1주기, 기왕이면 친척 모두 모이기로 해서 시간을 잡고, 기일날 다같이 할머니 성묘를 갔다.




30명이 훌쩍 넘는 가족들이 다 모인 건 장관이라, 개중에는 몇년만에야 만난 사람들도 꽤 있었단다.


1주기인데도 다들 기쁜 마음이었다.


[함께 모일 수 있어서 다행이야! 분명 할머니도 기뻐하실거야!] 라며, 할머니 묘비를 친척 모두가 둘러싸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사진을 현상해보니...


친척 모두가 할머니 묘비를 둘러싸고 웃고 있는 그 한복판, 묘지가 있을 그 곳에.


할머니가 그렇게 좋아하던 보라색 옷을 입은 채, 활짝 웃으며 양손으로 브이자를 그리고 있었더란다.




[뭐야, 그게! 무서워!]


여고생들이 소란스럽게 떠드는 와중, 나는 "뭐야, 그게! 보고 싶어어어어어!" 하고 마음 속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좋은 이야기에, 휴일 출근으로 인한 우울감도 조금은 사라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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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나는 친구 둘과 함께 술 한잔 하러 가자는 약속을 했다.


그날은 예약을 잡아놨었기에, 약속 시간 얼마 전에 가게에 도착했다.


준비된 독실로 안내된 뒤, 나는 자리를 잡았다.




방에는 아직 나 말고 아무도 없었다.


다다미 방에는 방석이 깔려 있고, 작은 탁자 밑은 바닥이 한층 낮게 파여 있어 다리를 내려놓고 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어찌되었건 앉은 뒤, 나는 웃옷을 벗어 옆에 두었다.




아무 생각 없이 메뉴를 보며 친구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발끝에 무언가가 닿았다.


들여다 봤지만 아무 것도 없다.


순간 탁자 다리인가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탁자의 짧은 다리는 다다미 바닥에 닿아 있었다.




즉, 내가 발을 내려두고 있는 빈 공간에는 아무 것도 없을 터였다.


나는 발을 좀 움직여서 다시 한번 아까 그 감촉을 찾았다.


있었다.




정확히 내 정면 근처에, 조금 동그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평평한 물체가 있었다.


다리를 조금 더 움직여보니, 이번에는 발끝이 아니라 정강이 바깥쪽에서 무언가 세로로 길쭉한 게 닿았다.




바닥에서 수직으로 솟아 있는게 아니라, 조금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다.


그 끝에는 또 둥글고 평평한 것.


나는 그게 무언지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또는 비슷한 경험을 해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리다.


지금 내가 발로 더듬고 있는 것은, 틀림없이 사람의 다리였다.




다시 한번 내가 놓인 상황을 떠올려본다.


독실에 나 혼자.


고개를 들어봐도 확실히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다리가 있다.


몸은 가위라도 눌린 듯 움직이질 않았다.


나는 그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해, 표현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다리와 다리가 맞닿은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자, 어느샌가 문득 그 다리의 감촉이 사라졌다.


아마 그 다리가 사라진 건 아닐 것이다.


탁자 밑에서 다리와 다리가 맞닿을 때 다들 그러는 것처럼, 그냥 다리를 움직인 거지.




알 수 없는 존재가 조금이나마 인간적인 행동을 한 덕에, 나는 조금이나마 냉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화장실로 향했다.


아까 그건 뭐였지?




유령?


요괴?


볼일을 보면서, 나는 혼자 생각했다.




아니, 그것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뭐랄까, 의지 같은 것이.


마치 거기에 있는 것이 당연한 듯, 거기에 그저 있는 것이다.




생각이 채 정리되지 않은 채, 다시 독실로 돌아왔다.


익숙한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여어.]




어색한 목소리로 말을 걸며 그 앞에 앉았다.


한참 술을 마시며 별 거 없는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친구가 갑자기 [아, 미안하다.] 라고 말했다.


내게는 친구가 왜 그런 말을 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알 수 없었기에, 오히려 알아차리고 말았다.


아마 친구 녀석 다리가 닿고 만 거겠지.


누구 것인지 알 수 없는 그 다리에.




[괜찮아, 신경 쓰지마.] 라고, 나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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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까지 살던 아파트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공동 쓰레기장에 파란 리본을 맨 테디베어가 버려져 있었다.


조금 더럽기는 했지만 상태는 괜찮아서, 세탁만 하면 들고다녀도 문제 없을 정도였다.




꽤 귀여운데 아깝네 싶으면서도, 그대로 지나쳐 출근했다.


그리고 1주일 후, 더러운 상태까지 비슷한 테디비어가 버려져 있었다.


위화감을 느꼈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지나쳤다.




그 이후 며칠 간격으로 아파트 곳곳, 계단과 층계참, 난간과 현관 앞, 높고 낮은 집 베란다까지, 바로 그 테디베어가 난데없이 나타나게 되었다.


가장 기분 나빴던 건 현관문 안에 그 테디베어가 들어와 있었을 떄였다.


투입구는 10cm 크기도 안됐던데다, 그 집 사람들은 문을 잠궈뒀던 터라 경찰까지 출동할 정도로 문제가 되었다.




관리인이 수상하다고 주민들이 따졌지만, 방 여벌 열쇠는 주민들이 임의로 만드는 것 뿐, 관리인에게는 전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외에도 먹다 남은 쿠키가 같이 놓여 있었다던가, 현관문 옆 화단에 놓여 있을 때는 거기 심어져 있는 꽃을 끌어안고 있었다던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마치 테디베어가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던 것인가 싶다.




주민들은 계속 테디베어를 내다버리려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테디베어는 랜덤한 곳으로 돌아온다.


어느날을 경계로, 누구도 테디베어에 손을 대지 않게 되었다.


표면이 축축한데다 시체 썩는 냄새 같은 악취가 나고 묘하게 부드러워 기분 나쁜 탓이었겠지.




경찰에도 신고를 했지만, 실질적인 피해가 없다며 딱히 아무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거주자들 회의 끝에, 발견하면 각자 알아서 내다버리기로 했다.


나에게도 당연히 찾아왔었다.




다음날이 타는 쓰레기 버리는 날이라 쓰레기 봉투에 넣어뒀었는데,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집 현관 앞에 떡하니 앉아있었다.


사람이 한 짓이라면 뭘 하고 싶었던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고, 기분 나쁨이 극에 달할 정도였다.


오늘 아침, 스쳐 지나갔던 어린아이가 봉제인형 키홀더를 가지고 있길래 문득 떠오른 체험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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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는 이른바 치매 환자였다.


남편에게 버림 받고, 양육권도 잃은 뒤, 아버지가 고모를 거둬 돌보아주던 시절이 있었다.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던 고모였지만,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묘하게 귀여워 해주셨다.




아마 고모의 큰아들이 나와 비슷한 나잇대였기 때문이었겠지.


하지만 병 때문인지 어딘가 조금 이상해서, 주변 사람과 트러블을 빚기도 하고, 나한테도 노성벽력을 지르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엉엉 울기도 하고, 엉망진창이었다.




어느날, 고모는 우리 집에서 비스듬하게 앞쪽 집에 살던 I씨와 작은 트러블을 빚었다.


하지만 고모치고는 드물게도, I씨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고모는, [저놈은 어차피 지붕에서 떨어져 죽을 거니까, 괜찮아.] 라고 말했다.




고모는 그렇듯, 망상과 현실의 구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형한테는 [트럭과 트럭 사이에 끼여 죽을거야.] 라고 말했고, 어머니한테는 [머리에 암이 생겨서 죽어.] 라고 말했다.


아버지에게는 [바다에 빠져서 죽는다.] 라고 말했다.




고모한테 [그러는 고모는 어떻게 죽는데?] 하고 묻자, [나는 목을 매서 죽어.] 라고 대답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고모는 정말로 목을 매서 자살했다.


그 무렵에는 고모는 거의 정신을 놓아, 목욕도 하지 않아 악취가 심했던데다, 가위나 식칼 같은 걸 들고 돌아다니며 주변 사람을 위협하기까지 했다.




멋대로 남의 집 마당에 구멍을 파서 경찰에 신고가 들어갈 정도였으니, 솔직히 말해 고모가 자살했을 때는 다들 한시름 놓았다는 분위기였다.


고모가 죽고 몇개월 지나, 새해가 왔을 무렵, 구급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I씨네 집 앞에 섰다.


황급히 가보니, I씨가 들것에 실려 나오고 있었다.




맞은편 집 할머니가 말하기로는, 손자가 놀러와서 같이 하네츠키[각주:1]를 하던 도중, 지붕에 하네츠키가 날아가 버렸단다.


그리고 그걸 주우러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올라갔다가 그만 발이 미끄러진 것이다.


I씨네 집 벽에는 사다리가 세워져 있고, 그 아래에는 피가 고여 있었다.




I씨는 결국, 그 후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그 당시에는 이런 우연도 있구나 하고 넘어갔지만, 다음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어업에 종사하는 외갓집을 찾아갔다가, 친척들이랑 낚싯배를 탔는데, 그만 바다에 떨어져 익사하신 것이었다.




그 뿐 아니라, 몇년 뒤, 어머니가 심한 두통에 시달리다 병원을 찾았는데,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수술을 했지만, 종양의 위치가 좋지 않은 곳에 있어 완전히 잘라내지는 못했다.


항암제를 복용하며 크기가 작아지나 했지만, 결국 재발했다.




두번째 수술을 받았지만, 다음에 또 재발할 가능성도 높고, 수술을 하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형은 4년여 전, 회사 주차장에서 트럭 청소를 하던 중, 갑자기 들이닥친 다른 트럭과 사이에 끼여 죽었다.


나도 이제는 우연만은 아니라고 느끼고 있다.




고모는 내게, 불에 타 죽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을 무렵에는, 내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지.


완전한 검증을 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




  1. 羽根突き. 깃털 달린 공을 나무판으로 치며 노는 일본의 전통 놀이. 배드민턴처럼 상대하기도 하고, 혼자 튀기며 놀기도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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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22nd]ALS

괴담 번역 2018. 10. 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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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동에서 야근 할 무렵 있었던 이야기.


ALS[각주:1]라는 병에 걸려서, 근력이 저하된 나머지 스스로는 움직일 수 없게 된 여자 환자가 있었다.


커뮤니케이션은 문자판이라고 부르는, 히라가나가 하나하나 적힌 투명한 판을 사용했다.




환자가 시선을 옮기면 그 시선에 있는 글자를 상대가 읽어가며 이해하는 것이다.


한밤 중, 그 환자가 계속해서 너스 콜을 눌렀다.


환자 개인실에 찾아가 무슨 일인지 묻고, 문자판을 향한 시선을 읽었다.




[방 한 구 석 에]


[검 은 간 호 사 가 있 어]


읽다가 벌써 너무 무서워져서 나는 방에서 뛰쳐나오고 말았다.




복도로 나오자, 환자는 금세 다시 너스 콜을 눌렀다.


움직일 수도 없는 채 거기 남겨진 환자도 겁에 질렸을테지만, 나 역시 무서워서 다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사무실에 있던 선배를 불러, 함께 방에 돌아갔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검은 간호사 같은 건 사라진 듯 했다.


그 사건 이후, 그 환자는 나를 불신하게 된 듯 했다.


미안하지만, 나도 무서워서 어쩔 도리가 없었던 기억 뿐이다.




  1.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근위축성측색경화증. 운동신경세포가 파괴되어 근력이 점차 떨어지고, 끝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어 사망하는 불치병. 루게릭병으로도 알려져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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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21st]10년마다

괴담 번역 2018. 9. 2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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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주부 K씨의 이야기다.


그 사람이 여기 사무 파트로 온 건 4년여 전.


원래 정사원으로 15년 가량 일해왔던 사람이라, 금세 적응해서 일에도 익숙해졌다.




우리는 회사용 물건을 취급하는 도매 회사인데, 어느날 처음 보는 중년 남자가 접수 창구에 다가와 가만히 서 있었다.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 만나고 싶다는 거였다.


이름을 물어봐도 말하지를 않았지만,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 같은 특징으로 미루어 보아 K씨를 찾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K씨를 기다리는 사이에도, 마음에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고 할까, 뭐라고 해야할까, 노 연극의 가면 같은 얼굴로 기다리고 있어서 조금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는데다 딱히 보안에 철저한 회사도 아니라서, 바로 K씨를 불러왔다.


K씨가 오자, 그 중년 남자는 우물우물 애매한 태도였는데, 그럼에도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고, K씨를 바라보는 것 같지도 않았다.




눈만 좌표가 고정되어 있는 느낌이랄까.


무서운 걸 모르는 여자아이가 [지인 분이시죠?] 하고 묻자, K씨는 [어, 지인? 어? 어? 손님분이 아니라?] 하고 가벼운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러자 중년 남자는 [밖에서 당신을 봤습니다. 가지 않겠습니까.] 하고 말하더니, K씨를 데리고 가려했다.




주변 사람들도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여자들이 웃는 낯으로 적당히 얼버무려서 돌려보냈다.


[도대체 뭐지, 저 사람?]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K씨도 안정을 되찾았다.


[아, 벌써 10년이 지났나보네.] 하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K씨는 누가 봐도 그냥 평범한 아줌마다.


모르는 남자가 직장까지 찾아와 구애할만큼, 연예인 같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아니다.


이 사건은 관리자 귀까지 들어가서, 회식자리에서 K씨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관리자도 혹시나 무슨 일이 있으면 대비를 해야한다는 생각이었으리라.


사정을 물어보니, K씨는 가끔 모르는 남자에게 스토킹 당하는 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어째서인지 10년 주기로, 한 사람에게 스토킹 당하면 그 후 10년간은 별 일이 없단다.




나이를 감안하면 10년 뒤에는 50대니까, 아마 다음은 없을 것 같다나.


옛날 사귀던 남자도 없었다고 하길래, 이야기는 일단 거기서 정리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 K씨와 친해져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오컬트판에 허구한날 눌러앉아 있는 내 취미로 여름날 심심해서 괴담을 늘어놓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물건 납품에, 영업 쪽 사람들도 출납 관련으로 자리를 비워 둘 밖에 없었기에 이야기도 술술 풀려, 회사 창고에 귀신이 나온다느니, 호텔에서 가위에 눌려봤다느니 뭐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는 사이 K씨가 [나, 지난번에 이상한 남자가 찾아왔었잖아. 그거, 조금 무섭더라고.] 하고 말을 꺼냈다.


그야 스토커는 무서운거지 하고 생각하며 듣고 있었는데, 그거랑은 또 다른 의미로 무서운 이야기였다.




모르는 사람에게 스토킹을 처음 당한 건 16살 때.


한밤 중 창문을 두드린다던가, 현관문 손잡이를 덜컥덜컥 돌린다던가, 현관에 말 없이 서 있다던가.


26살 때는, 잠복해있다가 여기저기서 나타났단다.




36살 때는 편지나 성적인 물건이 우편함에 꽂혀있기도 하고, 장난전화를 계속 걸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46살이 된 올해는, 직장에 찾아왔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전에 들어서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그런 일도 있구나, 무섭네, 하지만 남편분이 계시니까 다행이네, 하고 시덥지 않은 이야기가 오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실은 너무 오싹해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6살 때부터 이게 시작된거야.]




K씨가 친구와 공원에서 놀고 있자니, 왠 중년 남자가 4살쯤 된 남자아이를 데리고 공원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 남자는 무척 평범했던데다, 남자아이도 아버지처럼 따르고 있었기에 K씨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놀았다.


그러더니 그 중년 남자가, 갑자기 흔들흔들 다가오더니 정색을 하고 손을 잡아끌더란다.




K씨는 자기 아들이랑 같이 놀아줬으면 해서 데려가려는건가 싶었지만, 중년 남자는 공원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했단다.


남자아이는 혼자 모래밭에서 놀고 있는데, 마치 처음부터 그런 아이는 있지도 않았다는 것처럼, 노의 가면 같은 굳은 얼굴이었다.


[갈까, 이리 와.]




그러면서 어딘가로 데려가려 하길래, 팔을 뿌리치고 도망쳤다고 한다.


이 사건은 너무 무서워서 부모님에게도 털어놓지 못했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정말 무서운 일에 마주치면, 부모에게조차 숨기게 되곤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말이지, 찾아오는 남자는 나이도 얼굴도 체형도 전부 제각각이지만, 말하는게 다 똑같아. 다들 어딘가로 데려가려 하는거야. 같이 가자고 하니까 금세 알 수 있어. 그리고 얼굴은 달라도 표정은 늘 똑같아서, 다들 아무리 봐도 정상 같지가 않다니까.]


나도 보았었다.


마치 눈만 좌표가 고정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 노의 가면 같은 얼굴.




[36살 때 걸려왔던 전화도, 자동응답기에 계속 "갑시다, 갑시다, 갑시다" 하는 말만 녹음되어 있었다니까.]


K씨는 찾아온 사람의 얼굴을 보면 바로 알아차린다고 한다.


매번 다른 남자지만, 다 똑같은 얼굴로 보인다나.




지난번에는 설마 회사까지 찾아올 줄은 몰랐기에 허를 찔렸지만, 가지 않겠습니까, 하고 말하는 걸 듣자 10년만에 또 찾아왔구나, 하고 느꼈단다.


오컬트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요괴 같은게 K씨를 좋아해서, 10년마다 가까이 있는 남자의 몸을 빌려, K씨에게 맹렬한 구애를 하는게 아닐까.


매번 같이 가자고 하는 건, 어딘가로 데려가려는 거겠지.




나는 K씨가 56살이 되서도, 어쩌면 66살이 되서도 10년마다 그 남자가 맞으러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K씨가 세상을 떠날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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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20th]샛보라

괴담 번역 2018. 3. 2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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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하면, [확실히 그 이야기 엄청 무섭지만, 진짜 있던 일이야?] 하고 반문하곤 한다.


차라리 귀신이 나오는 이야기가 오히려 현실감 있게 느껴질 정도기 때문이겠지.


이것은 내가 실제로 체험한, 기묘한 이야기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이던 해 어느 아침.


평소처럼 집 근처에 사는 친구 둘과 함께, 등교길을 걷고 있었다.


한동안 이야기하면서 걷고 있는데, 시야에 앞에서 걸어가는 여자아이 2명이 들어왔다.




한명은 나와 같은 반 아이고, 다른 한명은 다른 반 여자아이였다.


나는 같은 반 여자아이에게 시선이 못박혔다.


"온몸이 샛보랗게" 물들어 있었니까.




"새빨갛다" 거나, "새파랗다" 거나, "샛노랗다" 는 말은 있지만, "샛보라색이다" 라는 말은 없을 터이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을 그대로 말하자면, 머리카락 끝부터 온몸에 걸친 옷, 신발까지 그야말로 온몸이 보라색 페인트라도 뒤집어 쓴 양 샛보랬다.


평소 그런 괴상한 꼴을 하는 아이도 아니고, 평범한 여자아이다.




평소였다면 [우와, 저것 봐!] 하고 친구들에게 말을 꺼냈을텐데, 어째서인지 그날은 왠지 말해서는 안된다고 할까,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했다.


입을 열었다가는 나도 모르는 공포가 덮쳐올 것 같은, 마치 가볍게 가위에 눌린 것 같은 알 수 없는 불쾌감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나와 함께 걷고 있던 친구 두명도, 확실히 그 샛보란 여자아이가 시야에 들어올 터였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리키거나 하지도 않는다.


평범하게 게임 이야기 같은 걸로 신을 내고 있다.


그리고 어느덧 앞에서 걷고 있던 그 아이들을 따라잡을만큼 가까워졌다.




친구들은 여전히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이상하다.


스쳐지나가는 순간, 여자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졸도할 뻔 했다.


피부색까지 샛보랬다.


얼굴 피부, 팔 피부, 다리 피부, 모두 다.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자, 여자아이 두 명은 [안녕.] 하고 인사를 해왔다.


[어어.] 하고, 같이 걷던 친구들이 대답을 해준다.


나만 혼자 오그라든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역시 너무 이상하다.


누구 하나 저 여자아이가 온몸이 샛보랗다는 걸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너 왜 놀라는거야?] 




친구들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몰래카메라인가 싶을 정도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까지 정성을 들여 몰래카메라를 할 이유가 없다.


그 순간 처음으로, 나말고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거라고 깨달았다.




몰래카메라가 아니라는 건 교실에 들어서자 더욱 확실해졌다.


다른 아이들도 그 아이가 보라색이니 하는 말은 한마디도 없이, 평범하게 대화하고 있었으니까.


출석을 부를 때나 수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담임 선생님조차도 그것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확신했다.


그날 내 머릿속에는 종일 물음표만이 가득했다.




수업 중에도 전혀 집중을 할 수 없었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저 아이는 왜 보라색일까, 하고 다른 아이들한테 물어보면 될텐데 싶겠지만, 아까도 말했듯 그럴 수가 없었다.


형언할 수 없는, "이것에 가까이 해서는 안된다" 는 본능적인 꺼리낌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하물며 당사자인 여자아이에게 직접 물어보겠다는 건 가능할 리 없었다.


그리고 하교 직전, 청소시간.


그룹으로 나뉘어 학교 이곳저곳을 청소하게 된다.




우리 그룹이 담당한 곳은, 학교 건물 뒤뜰 쪽 어스름한 구석이었다.


그 보랏빛 여자아이도 같은 그룹이었다.


내 눈앞에, 온몸이 보라색인 그 아이가 빗자루로 쓰레기를 쓸어담는 뒷모습이 보인다.




주변에는 나와 그 아이밖에 없었다.


물어보려면 지금밖에는 기회가 없다.


[어, 어째서, 어...]




형언할 수 없는 꺼림칙한 기분이 말을 막아세워, 질문을 건네려해도 입이 잘 움직이질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호기심이 공포심을 넘어섰다.


과감히 그 여자아이에게 다가가서, [어째서 오늘 온몸이 보라색이야?] 하고 물었다.




그 순간, 여자아이가 몸 전체를 나에게 돌리더니 [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고, 눈알이 튀어나올 듯 눈을 치켜뜬 채, 턱이 빠지도록 입을 벌리고 절규했다.


평소 그 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귀신 같은 모습으로, 샛보란 절규를 내뱉는다.


나도 그만 버티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빗자루를 내던지고 교실로 도망쳤다.




이윽고 종이 울리고, 청소시간이 끝나 책상 앞에 앉았다.


하지만 그 사이 교실에서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종례가 끝나고, 하교시간이 되자 나는 어떻게든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매일 함께 하교하는 친구는 그날 동아리 활동이 있어서, 나 혼자 하교하는 날이었다.


신발장으로 이어지는 복도를 걷고 있는데, 앞에서 그 보라색 여자아이가 친구 두명과 함께 걷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아이도 동아리 활동을 하러 가는지, 체조복을 입고 이쪽으로 걸어온다.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쓰며, 종종걸음으로 지나가는데, 스쳐지나가는 순간 그 아이가 나직이 말했다.


[이제 더는 물어보지 마.]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감정이나 억양이 실린 게 아니라, 마치 외계인이나 로봇이 말하듯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이제 더는 물어보지 마.] 하고.




나는 달려서 학교를 뛰쳐나왔다.


집까지 어떻게 돌아왔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집에 돌아와서는 게임을 하고, 그 일에 관해 되도록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저녁을 먹을 때까지는 나름대로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불에 들어가 잠을 청하려하자, 다시 공포감이 엄습했다.


만약 내일도 그 아이가 보라색이라면 어떻게 하나 생각하니, 학교에 가는 생각만 해도 우울해졌다.




부모님에게도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우울한 기분인 채, 그날은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평소처럼 등교를 했다.


또 그 여자아이와 친구가 앞에서 걸어가고 있다.


여자아이는 평범하게 돌아와 있었다.




안도하는 순간, 어쩐지 눈물이 쏟아졌다.


같이 등교하던 친구들에게 놀림 받으면서도, 기뻐서 한동안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여자아이와 지나치는 순간, 아직도 조금 무서워하며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피부색도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안녕.], [안녕.] 하고 평범하게 인사를 나눴다.


그 후 졸업할 때까지, 그 아이가 다시 온몸이 샛보랗게 보인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날 일도 두번 다시 물어보지 않았다.




도대체 그날 내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제 더는 물어보지 말라는 것은, 적어도 그 아이 자신은 보라색이 됐다는 걸 자각하고 있었다는 것일까.


그 말은 생각만 해도 트라우마가 될 정도라, 그 이후에도 가끔 꿈에서 나오곤 했다.




겨우 최근 들어서야 환경과 가치관이 변하고 시간도 흘러, 그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다 꺼내놓을 수 있게 된 이야기다.


보라색이 되었던 그 친구도, 지금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다른 친구에게 전해들었다.


지금도 거리를 걷다 가끔 흰 머리를 보라색으로 물들인 할머니를 보거나 하면 깜짝깜짝 놀란다.




엑스맨 영화가 나왔을 때도 미스틱인가 하는 온몸이 새파란 여자 캐릭터를 본 순간 그 트라우마가 되살아나, 결국 중간에 영화관을 뛰쳐나왔을 정도다.


내게는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어린 시절의 기억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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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19th]소녀원

괴담 번역 2018. 3. 1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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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라진 히로시마의 심령 스폿, 소녀원에서 내가 10대 시절 겪은 이야기다.


소녀원이라는 건 사용하지 않게 되어 폐허가 된 여자형무소의 별명이다.


10여년 전에는 히로시마에서 유명한 심령 스폿 중 하나였다.




당시 면허를 막 따서 운전에 맛을 들인 젊은이들은 밤이면 밤마다 심령 스폿을 돌아다니곤 했거든.


코이 언덕이니, 우오키리 댐이니, 나바라 계곡이니 여러 곳 유명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소녀원은 차에서 내려 폐가가 늘어선 넓은 부지를 돌아다니는 분위기 사는 곳이었다.




그날은 꽤 사람이 몰렸다.


남자 셋, 여자 셋.


친구네 아버지 승합차를 타고, [소녀원에서는 살해당한 왕따 수감자 귀신이 나온대!] 라는 둥, 지어낸 이야기로 여자애들을 겁주고 있었다.




좁은 길을 조금 올라가 소녀원에 도착한다.


입구 앞에 차를 세웠다.


세단이 한대 서 있다.




여기에 차를 세워놓고 다른 데를 갈 리도 없으니, 누가 먼저 왔다는 거겠지.


에이, 분위기 팍 죽네.


먼저 온 차가 나갈 수 있도록 길을 따라 차를 세워두고, 소녀원에 들어섰다.




평소에는 연결로와 교차되는 중앙 통로를 따라 들어가지만, 누가 먼저 와 있을터다.


우연히 마주치면 재미없으니, 좀 옆으로 돌아서 건물 뒤쪽으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뒤라고는 해도 골목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니, 산길로 오르듯 가서 건물 창문으로 들어간다.




남자놈들끼리는 신선하다느니 떠들었지만, 여자애들은 좀 가기 싫어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결국 역시 앞으로 가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바뀌어, 창문으로 다시 나가는게 아니라, 현관으로 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거기서 딱 먼저 온 사람들과 마주친 것이다.




깜짝 놀라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6명 모두 비명을 질렀지만, 곧 안도의 웃음이 쏟아졌다.


상대는 4, 5명 정도.




여자가 둘 있는 것 같았다.


다들 [깜짝 놀랐네!] 라느니, [완전 쫄았어!] 라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점점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상대가 전혀 반응이 없는 것이다.


정말 아무 말 한마디 없이, 우리들을 지나쳐 안쪽으로 향해 갔다.


우리는 밖으로 나와, 잔뜩 위축되서 소곤소곤 이야기했다.




[뭐야, 저거...], [무섭잖아.] 하고 떠들어대며, 그 건물에서 사람들이 다시 나오기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건물에서 나와, 뒤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다, 누군가 [어쩔거야? 기분 나쁜데 이만 돌아갈까?] 하고 말을 꺼냈다.




여자아이 중 한명이 엄청 무서워하면서 싫다고 계속 되뇌이고 있었지만, 원래 겁쟁이인데다 안까지는 갔다가 돌아오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가버렸다.


결국 거기서 안까지 들어갔다가 입구에 돌아올 때까지, 먼저 간 사람들과는 만나지 못했다.


[안 만났네.] 하고 말해대면서 밖으로 나오자, 그 사람들이 입구 앞에 세워둔 세단 근처에 있었다.




[우와, 벌써 나와있잖아.]


[돌아갈까... 아니, 근데 저 녀석들 뭐하는거지?]


4명이 각각 문 앞에 서 있는데, 차에 타려는 것도 아니고 뭔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우리 쪽을 보면서 서 있었다.




우리 차로 돌아오려면 그 사람들 옆을 지나가야만 하는데, 그 동안에도 계속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짜증내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째려보는 것 같은 느낌도 나서 기분 나쁜 분위기가 가득했다.


친구 중 한놈이 그걸 견디지 못했는지, [너희들 뭘 보고 있는거야!] 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러웠기에 다들 움찔했는데, 정작 상대는 전혀 주눅드는 기색 없이 가만히 우리를 보고 있었다.


정말 기분이 나빠서, 어서 가자고 그 사람들을 무시하며 차에 올라탔다.


차를 출발시켰지만, 그 녀석들은 계속 우리를 보고 있었다.




다들 [뭐야, 저게... 기분 나빠.], [짜증나네, 진짜.] 하고 투덜거렸다.


서부 순환도로를 달리면서 한바탕 짜증을 늘어놓다가, 문득 [그래도 귀여운 여자애 한명 있었지 않았냐.] 하고 이야기가 나왔다.


[너 잘도 보고 있었네. 누구?]




[머리 짧은 애.]


[그런 애가 있었나?]


[있었어.]




[완전 별로다, 너.]


운전하던 녀석이 [아니 그건 그렇고, 여자가 있었다고?] 하고 말하자, [그건 좀 심하지 않냐?] 하고 웃음이 터져나왔다.


[제대로 안 봤었나... 아니, 여자애가 있던 거 같지가 않은데...]




그러는 사이 이야기가 바뀌었다.


[그건 그렇고 그 녀석들 차는 어떻게 타고 왔지?]


[뭔 소리야, 자기네 차 타고 왔지.]




[그 차에는 다 못 탈거 아냐.]


[트렁크에라도 타나 보지.]


[엥? 뭔 소리야?]




[아니, 그거 한 대에 다 못 탈 정도였잖아.]


[어라, 5명이면 탈 수 있잖아.]


어? 그렇게 사람이 많았었나?




장난치는 건가 싶었지만, [4명 아니었어?], [아니, 일고여덟명은 됐는데.], [진짜? 어디? 차 안에 타고 있었어?], [있었잖아, 다들 차 주변에!] 하고 다들 의견이 갈렸다.


나도 거기서 한마디 보탰다.


[차 주변에는 네명 밖에 없었어. 너희가 말하는 주변이라는 건 어디 이야기냐.]




[아니... 차 주변이라고, 차...]


말이 맞던 여자아이에게도 물었다.


[봤어?]




[응, 나도 일고여덟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라?]


[나... 4명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4명밖에 못 봤어. 문마다 한명씩.]




[그렇지? 나도 그랬는데.]


차 안에 정적이 감돈다.


[아니아니, 8명까지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4명은 확실히 아니야.]




[그러면 다 어디 있었다는건데?]


[차 주변에...]


[4명 밖에 없었다니까!]




말싸움같이 되어갈 무렵, 운전하던 녀석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 두명 밖에 못 봤어.]


결국 제대로 답은 나오지 않고, 다들 등골만 오싹해졌다.




그 후 여자아이들은 다 집까지 데려다 주고, 남자 3명만 남았다.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싶어, 다시 한번 소녀원에 가보기로 했다.


소녀원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지만, 새벽 아무도 없는 길을 달려 도착했다.




시간도 꽤 흘렀기에, 솔직히 이미 없을거라는 생각이었다.


소녀원에 접어드는 길, 입구가 보이는 코너를 돈 순간.


운전하던 녀석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




[아직 있어.]


[거짓말... 진짜로?]


보니까 차 주변에... 4명이 있었다.




[4명이지...?]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1, 2, 3, 4... 4명이지...?]




[너... 어디 보고 있는거야?]


다들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것보다 저 녀석들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거지?




갑자기 무서워진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는지, 운전하던 녀석은 급히 후진했다.


다들 입을 다문채, 그 후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 정도 지난 뒤, 다른 친구들과 소녀원에 갈 일이 있었다.




정말 다시 가고 싶지 않았지만, 무섭다고 말하면 겁쟁이 취급 당할 것 같아 말도 못 꺼냈다.


소녀원의 입구가 보이는 순간, 그때까지 느껴본 적 없는 한기가 나를 덮쳤다.


그날 봤던 세단이 여전히 거기 서 있었다.




처음에는 비슷한 다른 차인가 싶었지만, 가까이서 보니 역시 그때 그 차였다.


그때부터 계속 거기 있었다는 듯, 먼지투성이에 주변에 풀이 무성했다.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만약 그 사람들을 다시 마주치기라도 하면 죽을 것 같았기에, 그날은 소녀원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 뒤, 소녀원은 담력시험이 시끄러워 주변에 민폐라는 민원 때문에 헐렸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안심했다.




마음 한구석에는 늘 걸리는 것이 남아있다.


소녀원 앞에 차가 있는한, 언젠가 어디선가 그 녀석들과 갑자기 마주칠 것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1997년 전후해서, 하얀색 오래된 카롤라였다.




그게 언제까지 있었는지 신경 쓰이기도 하지만, 역시 모르고 사는게 더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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