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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100th]창 너머 하얀 손

실화 괴담 2017. 11. 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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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직접 겪었던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실제로 겪은 이야기입니다.


새벽녘, 비몽사몽간에 본 것이라 진짜였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지만요.


블로그를 오랫동안 보아오신 분이라면 아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경기도 동두천시에 있는 외국어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당시 수도권에 처음으로 생긴 공립 외국어 고등학교였는데, 특이하게도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해야하는 학교였습니다.


저는 근처 포천시에서 중학교를 다녔던 것도 있고, 아버지가 군인이시라 자주 이사를 다니는 집안 환경상 기숙사 학교가 마침 딱 들어맞았고요.


그래서 고등학교 3년간 내내 기숙사에서 살아야만 했죠.




기숙사는 학교 본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지행동이 지금만큼 개발이 되지가 않아서 학교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재개발 들어가면서 이주한 폐가들이 학교 근처에 서너채 남아있었고, 제가 2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학교 근처에 매점도 딱 하나 있을 정도로 외곽이었죠.


이렇게 외진 곳이다보니, 기숙사 뒤쪽에는 산이 맞닿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산이 조선시대 성균관 대사성까지 오르셨던 어느 선비님의 선산이더라고요.


크게 묘역이 조성되어 있는데, 하필 아래쪽에 있는 무덤 몇개는 기숙사 뒤쪽 창문을 열면 바로 눈에 들어오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기숙사 3층 정도 위치에서 문을 열면 무덤과 바로 눈이 마주치는 방이 몇곳 있을 정도였죠.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제가 하필 그 방을 배정받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창문만 열면 보이는 무덤 때문에 좀 오싹하고 꺼름칙하기도 했지만, 방을 같이 쓰던 친구들이 이전부터 친하던 녀석들이라 금세 잊고 신나게 1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8월 즈음, 저는 그 방에서 이상한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이었습니다.


문득 자다가 깨어난 저는, 목이 말라 책상 위에 떠놓은 물을 마시려 일어섰죠.


몸을 일으켰는데, 문득 책상 너머 더워서 열어뒀던 창문 밖이 보였습니다.




순간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창문 너머, 바로 보이는 무덤 앞에 무언가 희뿌연게 떠 있었거든요.


저는 시력이 좋지가 않아 안경을 써야 앞이 제대로 보입니다.




조금 더 다가가, 책상 위에 올려놨던 안경을 쓰는 순간, 그제야 희뿌연 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습니다.


손이었습니다.


몸도 없고, 그저 희뿌연 손만이 허공에 둥둥 떠서 이리 오라는 듯, 천천히 손짓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등골에 소름이 쫙 끼쳐서, 그대로 줄행랑쳐서 침대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불을 푹 덮어쓴 채, 날이 밝을 때까지 벌벌 떨고 있었죠.


당시 기숙사 기상 시간은 6시였는데, 기숙사 기상 음악이 울릴 때까지 제정신이 아닌 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있던 게 생각나네요.




그 후 아무 일도 없었지만, 이 이야기를 기숙사 사감 선생님한테 했다가 들은 이야기는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야, 어차피 너희 기숙사 뒤쪽에 있는 무덤들은 다 가묘라서 안에 묻힌 사람도 없어.]


친구들에게도 이야기를 해줬지만, 다들 헛꿈 꾼 거라고 한마디씩 거들 뿐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후 아무 일도 없었는데다, 같은 방에서 이상한 걸 본 사람은 저 뿐이었으니 아마 꿈을 꾼 것 같기는 합니다.


하지만 가끔 묘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 비어있는 가묘를, 제가 들어가서 메워야한다는 뜻의 손짓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요.




그해, 저는 수능은 망했지만 괴담 번역을 시작했고, 아직까지도 멀쩡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괴담 블로그 운영자가, 인생에 딱 한번 겪어본 기괴한 사건 이야기였습니다.


그때 그 손 안 따라가길 천만다행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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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늘의 괴담은 고등학교 시절 제가 직접 겪었던 기묘한 체험에 관한 이야기.
    100번째 실화괴담을 맞아서, 저의 체험담을 적어봤습니다.
    지금도 그 손이 뭐였는지는 알 수가 없네요.
    후배들 중 같은 체험을 한 분이 계신지, 저도 궁금합니다.
  2. 지속 가능한 블로그를 꿈꾸는 괴담의 중심을 후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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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흥미로운 이야기, 아직 미지로 남아있는 얼마 안되는 꿈과 몽환을 전해드리기 위해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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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방법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vkrko91@gmail.com 으로 연락주시면 개인 계좌를 알려드리겠습니다.
  3. 본인 이야기였군요. 오싹하네요 ㅎㅎ 잘 읽고 갑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4. '블로그를 오랫동안 보아오신 분' 이라고 서두에 적혀 있길래 '이상타....내가 알기론 실화괴담은 주인장님께 투고해서 올려지는걸텐데 이전 이야기와 관련된 이야긴가?'하고 있었는데 주인장님께서 직접 겪은 일이었군요.

    아무튼 상당히 오싹한 경험이었겠네요.잘 봤습니다!
  5. 우자로호 2017.11.05 19:06
    헛.....직접 겪은 이야기라니
    그나저나 무섭네요. 들어와서 무덤 채우라는거.....
  6. 도미너스 2017.11.05 22:35
    오~ 직접 겪으신 얘기로군요.
    그래서 그런지 더 으스스합니다.
    재미나게 잘 보고 갑니다.
  7. 아기기린 2017.11.06 09:41
    무섭고 오싹한이야기네요 정말 ㄷㄷ;;

    이이야기를 보고 나니 자취방 알아보러 다닐적 다른 곳보다 싼 값의 방이 있어 보러갔는데, 창문을 여니 바로앞쪽에 무덤이 있어 도망치듯 그방을 나왔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잘봤습니다.
  8. 수능 망했는데도 고려대.. 주인장님이
    더 무섭네용 ㅎㅎㅎ
    잘 읽고 있습니다
  9. 유카리 2017.11.08 01:32
    와 주인장님 실화였구나... 마지막글 보고 알았네요.ㅋ 근데 외고나오셨네요.ㄷㄷ
  10. 후배님 2017.11.17 21:16
    선배님이셨군요! 학교에서 뵌적있는거같아요 왔다갔다 ㅋㅋ3기선배님이시죠?
  11. 와... 실화라시니까 더 흥미진진하네요. 혹시 다른 직접 겪으신 일들도 있나요?
  12. 지렁이 2018.04.08 02:59
    오오 포천분이셨군요ㅎ
    저도 송우리에서 중고등학교나왓는뎅ㅎ
    91이에요 저동ㅎㅎ
    잼난 블로그 운영해주셔서 자주 방문했다가 이글을 이제봤네요ㅎㅎ
  13. 안녕하세요 선배님.
    12기 후배입니다. 확실히 3층 무덤가는 밤에 보면 뭐하긴 하더라고요. 잘보고 갑니다.
  14. 무덤 이장할 때 팠던 자리가 안 좋으면 꼭 다시 메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그런 이야기의 연장선 같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