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괴담 번역

 

직장 동료 Y에게 들은 이야기다.

몇년 전, 큰 태풍이 왔던 날 밤.

Y는 출장에서 돌아오던 길, 침수된 도로를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시간은 자정 근처.

저녁 지날 무렵부터 호우경보가 내린 상태였기에, 그 무렵에는 다른 차도 거의 없었다.

그저 수십미터 간격으로 놓인 가로등 불빛만 따라갈 뿐, 시야는 최악이었다.



도로는 점점 불어나는 물에 잠겨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Y는 어떻게든 쏟아지는 빗속에서, 와이퍼를 최대한 빠르게 켠 채 필사적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마침내 더는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 와버렸다.



창을 열고 차 아랫쪽을 살피니, 타이어가 거의 물에 잠길 수준이 되어, 문틈새로 물이 서서히 새어들어 오고 있었다.

더는 안되겠다 싶어서, Y는 자신이 가입한 자동차 보험 회사에 전화해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분명 특약 중 "집중 호우 상황에서의 구조" 관련 조항이 있었으니까.



실제로 이런 걸 부르는 건 처음이라 좀 긴장하며 전화를 했는데,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보험사 측에서는 바로 대응에 나섰다.

정중하게 사정을 설명하자, 곧바로 구조 팀을 파견하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Y는 자신이 현재 있는 위치를 상세하게 전한 뒤, [부탁드리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비는 계속 쏟아지고, 바람도 요란하다.

밖은 어두운데, 그저 불안할 따름이다.

빨리 안 오려나, 하면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사이드 미러에 뒤에서 희미하게 불빛이 다가오는 게 보이더란다.



겨우 구조가 왔구나 싶어, Y는 안심했다.

소형 트럭 같은 차가 Y의 차 뒤에 딱 멈추더니, 우비를 입은 스태프가 나타났다.

창문을 콩콩 두드리기에 살짝 열자, [괜찮습니까?] 하는 질문이 날아왔다.



생각보다 더 젊은, 아직 청년 같은 남자였지만, Y에게는 구세주처럼 보였다.

[빨리 오셨네요.]

[나오실 수 있겠어요?]



[수압 때문에 문이 안 열릴 거 같네요...]

[그럼 창문으로 나오시죠. 제가 끌어드릴게요.]

솜씨 좋은 스태프 덕분에, Y는 무사히 차에서 나왔다.



스태프는 자신이 입은 것과 같은 우비를 Y에게 건네고, 뒤편 트럭까지 안내했다.

Y는 구조 차량 조수석에 타고, 스태프가 건넨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스태프는 Y의 차 엔진과 침수 상황을 조사해야 한다며,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아, 이건 서비스입니다. 몸이 좀 따뜻해질거에요.]

스태프는 Y에게 보온병을 내밀고, 빗속으로 걸어나갔다.

서비스 좋네, 하고 감탄하며, Y는 보온병 안에 든 것을 컵에 따랐다.



홍차였다.

따뜻하다.

김과 함께 좋은 향기가 차 안 가득 퍼져나간다.



뜨거운 걸 잘 못 먹는 탓에 야금야금 마시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보험회사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구조가 잘 도착했나 확인하려고 전화했나 싶어, Y는 전화를 받았다.



[아, Y씨 되시나요? A보험입니다. 지금 상황이 어떠신가요?]

[아, 네, 감사하게도...]

[실은 정말 죄송하게도, 지금 B길이 호우경보 때문에 출입통제 중입니다. Y씨가 계신 곳까지는 크게 우회해서 가야되서, 아마 스태프가 도착하기까지 앞으로 최소 40분 내지 50분은 걸릴 거 같아요.]



[...네?]

[여보세요?]

[......]



[여보세요, Y씨? 괜찮으신가요?]

[저...]

[네.]



[저기, 스태프 분, 벌써 오셨는데요.]

[네?]

[10분 전쯤에... 남자분, 젊은분이요. 벌써 덕분에 차에서 나왔습니다.]



[네? 정말이신가요?]

[네. 지금, 홍차도 주셔서...]

[홍차요?]



대화가 영 이어지질 않는다.

보험사 직원은 잇달아 질문을 해온다.

그 구조 차량은 몇시쯤 왔는지, 어떤 차량인지, 어떤 인상착의에 몇명이 와서 어떻게 대응했는지.



하나하나 대답하는 사이, 휴대폰을 쥔 Y의 손에는 식은땀이 배어갔다.

불안 때문에 자신이 점점 빠르게 말하고 있는게 느껴졌다.

보험사 직원은 [Y씨, 일단 진정하세요.] 라고 말한 뒤, 한 호흡 쉬고 이렇게 물었다.



[저... 그 사람, 정말 저희 직원입니까?]

보험사 직원의 말에 따르면, Y에게 온 남자는 복장이나 차량 모두, 자기네 회사 사람들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었다.

통상 호우로 인한 구조를 나갈 때는 최소 두명 이상의 인원이 편성되는데다, 홍차 같은 걸 서비스로 준비하지도 않는다고.



Y는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보험사 직원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쪽으로 향하고 있는 구조 인력과 연락해서, 현황을 확인하는대로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그리고는 Y의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Y는 잠시 멍하니 있었지만, 스스로가 처한 상황을 천천히 돌아보니 등골이 오싹해지더란다.

앞에 보이는, Y의 차량 옆에서 뭔가 작업을 하고 있는 듯한, 우비를 입은 남자.



저 남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보험 회사 직원이 아니라면 지금 내가 타고 있는 이 소형 트럭은 대체 무엇일까.

이 홍차는 왜 준걸까.



여기서 도망을 쳐야할지, 아니면 가만히 기다려야 할지, Y는 혼란스러운 와중 열심히 생각했다.

창밖을 보니 비는 아까 전보다는 약해져 있었다.

만약 도망친다면 지금이 기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디로?

게다가 도망치기에는 물이 불어나 최악인 상황이었다.

문득 앞을 보니, 남자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당황한 Y는 앞유리에 서린 김을 닦고 다시 살폈지만, 역시나 아까 전까지 보이던 우비 입은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간걸까.

Y는 결국 큰맘 먹고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아까 남자가 준 우비를 입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차에서 내리니 물은 무릎 밑까지 차 있었다.

Y는 조심스레 소형 트럭 주변을 한바퀴 돌았다.



남자와 마주치기라도 했다면 영락없이 비명을 질렀겠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그 순간, 전화가 왔다.

보험 회사였다.



[아,Y씨 괜찮으신가요?]

[네.]

[10분 정도 있으면 구조 인력이 도착할 거 같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괜찮으신거죠?]



[별로 괜찮지 않아요.]

[저기, 혹시 몰라서 경찰에도 신고를 했습니다. 지금 그리로 가고 있을거에요.]

[저는 여기 계속 있는게 좋을까요, 아니면 도망치는 게 나을까요?]



[저, 사실은요...]

[네.]

[Y씨가 계신 그 근처, 교도소가 있다고 하거든요.]



[네?]

[그 주변에 평소 같으면 경찰차가 밤에 순찰도 돈다고 하는데, 오늘밤은 태풍이 와서 순찰도 쉬고 있던터라, 금방 출동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괜히 불안한 이야기만 늘어놓고, 전화는 끊겼다.



전화는 끊겼지만, Y는 다시 차 안으로 돌아갈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소형 트럭 주위를 한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남자의 모습이 홀연히 사라진 것이 어쨌든 불안했으니까.



그리고 Y가 딱 소형 트럭 바로 뒤까지 돌아간 순간, 갑자기 트럭의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났다.

설마, 싶었지만, 쏟아지는 빗속에서 소형 트럭은 지축을 흔들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후진으로.



Y는 황급히 물을 헤치며 뒤로 도망쳤다.

하지만 소형 트럭은 아직 후진하고 있었다.

무척 느린 속도로.



Y가 바로 뒤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굳이, 느린 속도로 천천히 후진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Y는 가벼운 패닉 상태에 빠진 채였다.

도망쳐도 도망쳐도 트럭은 뒤에서 계속 따라온다.



그때, 헤매던 Y의 눈에 이리로 다가오는 자동차 불빛이 들어왔다.

Y는 그 불빛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렸다.

이번에는 보험 회사의 로고가 찍힌 진짜 대형 트럭이었다.



소형 트럭은 Y를 쫓아오던 걸 그만 두고, 전방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 버렸다.

Y는 지친 나머지 빗속에 주저앉았고, 보험 회사 구조 인력에게 부축을 받았다.

보험 회사 직원 두명도 Y를 덮치려 하던 소형 트럭을 분명히 봤다고 했다.



Y의 차에는 아무 일 없었다고 한다.

유리창이 깨지거나 문이 뜯어지거나, 시트를 칼로 난자하거나, 타이어가 모두 펑크가 나 있거나 앞유리에 손자국이 잔뜩 나 있거나 하는 건 하나도 없었다.

비로 인한 침수 피해만 있고, 인위적인 손상은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더더욱, 그 남자가 빗속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수수께끼의 홍차도, 독이나 수면제 같은 걸 탄 것도 아닌 그냥 홍차였다.

Y는 경찰에게 남자의 인상착의를 알렸지만, 지명수배범 중 그런 사람은 없었고, 근처 교도소에서 그날 탈옥한 죄수 또한 없었다.



그 근처는 사고가 있었다거나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도는 곳도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정말, 그 청년이 누구고 무엇이 목적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왜 갑자기 Y를 죽이기라도 하려는 듯 후진을 했는지도 수수께끼인 채다.



단지 묘하게 기분 나쁜 사건이었던 때문인지, 그 후 보험 회사 쪽에서는 Y에서 계약 해지를 먼저 제안해 왔다고 한다.

 

  1. 오늘의 괴담은 폭우 속에서 부른 보험 회사 긴급구조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
    무슨 의도에서 저지른 짓일까요?
    몰래 트럭 뒤로 숨은 뒤, 차에서 내려 한바퀴 돌 동안 따라서 차 주변을 도는 모습을 상상하니 소름끼칩니다.
    만약 그대로 차에 계속 타고 있었더라면 과연 어떻게 됐을지...
    무서워지네요.
  2. 꼭 하나 부탁드려도 될까요
    모바일로 이 블로그의 번역괴담을 자주 보는 사람인데
    모바일로 옛날 글들을 보기가 너무 불편합니다
    페이지 방식이 아니고 스크롤 방식이라 옛날 글 찾으러 내려가는 것도 한세월이고
    찾아서 보더라도 뒤로가기 한번 하면 다시 최신글 쪽으로 돌아와 버려서 불편합니다

    https://lilybin.tistory.com/26314?category=566583

    다른 티스토리 운영하시는분 보니까 모바일 웹이랑 연동을 끊으면 해결이 된다고 하네요
    이렇게 하면 티스토리 모바일 특유의 하얀 화면이 아닌 PC버전이랑 동일한 스킨 사용으로 분위기도 더 살아난다고 봅니다
    부탁드리는바입니다
  3. 와오 역주행중인데 오랜만에 손에 땀을 쥐었습니다. 근데 죄수일 걸로 생각했는데 아니라니 더 아리송하네요. 픽션이겠지만 의도가 뭐였을지 ㅎㅎ
  4. 도미너스 2020.07.22 21:26
    이번 이야기도 재미나게 보고 갑니다.
    우비 아저씨의 정체가 궁금하네요.
    나쁜 존재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좀 거림직 한 게...
    다움 이야기도 기대하겠습니다~
  5. 우천시 자주 잠기는 도로상황을 모니터링하며
    견인을 선점하러던 렉카아저씨 아니었을까요
    후진도 매우 느렸으니
    저 양반은 갑자기 어디가나 따라간거지
    딱히 공격할 의도는 아니었고
    보험사 로고 박힌 차량 도착한걸 보고는
    에이 장사 공쳤다 하고 간 거죠
    상황과 분위기에 지레 겁을 먹고 착각한것 같아요

    트럭에 가만 있었으면
    무시무시한 견인비를 냈을테니 어쨌든 잘 됐네요 ㅋㅋ
  6. 밀랍술사 2020.07.25 17:29
    역시 저주받은 마을 같은 것 보단 사람이 무섭네요.
  7. 호옹이 2020.07.28 22:38
    완전 무섭네요 ㄷㄷ귀신나오는것보다 찝찝하면서 스릴넘침ㅋㅋㅋ
  8. 그냥 구해준거 아닌가요?
    따듯하라고 홍차도 주고 지나가던 고마운 사람인거 같은데
  9. 분명히 홍차가 문제일 줄 알았는데 의아하네요..
    그건 그렇고 무슨 일이 있으신건 아니죠..?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거의 2달간 업로드가 없어서 걱정됩니다

[번역괴담][5ch괴담][973rd]저주 받은 산

괴담 번역 2020. 7. 19. 23:35

 

어린 시절 이야기다.

지금은 도시에 이사해서 살고 있지만, 어릴적에는 시골 마을 같은데 살았었다.

우리집 뒤에는 산이 있었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그냥 산이었는데, 심상치 않은 이야기가 따라붙었다.

마을에서는 그 산을 "저주 받은 산" 이라고 불렀다.

부모님이나 할아버지, 할머니도 절대로 그 산에 가면 안된다고 나에게 당부했었으니까.



나 역시 산에는 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산에 들어서면 그걸 기점으로 뭔가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산에 들어간 사람은 그대로 실종된다고 하고.



마을에서는 유명한 심령 스폿이었지만, 아무도 가지 않는 심령 스폿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도, 언제나 일정하게 누군가는 산을 찾았다.

이른바 여행객이었다.



저주 받은 산이라는 건, 아마 마을 안에서만 도는 소문이었겠지.

마을에는 딱히 기념품을 파는 곳 하나 없었기에, 솔직히 왜 이 마을에 관광을 오는지는 의문이었다.

그리고 하필 산을 찾는 것도 의문이었고.



하지만 여행객들은 산에 들어갔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내려온다.

아니, 실제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던 게 아닐까.

어느 여행객이 말하길, 산 속에는 허물어진 신사가 있었다고 한다.



다른 여행객들도 저마다 그렇게 말했기에, 정말이겠거니 하고 나도 생각했다.

어느날, 학교에서 친구가 산 속에 있는 신사 이야기를 꺼냈다.

친구는 궁금한 것 같았다.



"왜 신사가 있는데도 산이 저주를 받았는지" 말이다.

나도 그 말을 들으니,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그러자 친구는 내게 함께 산에 가자고 제안했다.



아마 그때 내게, 공포심 같은 건 없었던 것 같다.

여행객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사히 돌아오는 걸 봤었으니까.

분명 저주 같은 건 미신이라고 결론 내린 나와 친구는, 방과 후 같이 산에 가기로 했다.



나는 집에서 회중전등과 모기약, 간식을 가지고 나섰다.

친구랑 산에서 같이 간식을 먹자고 얘기했었거든.

친구도 우리집에 들렀다가 같이 산으로 향하게 되었다.



물론 행선지가 어디인지, 어른들에게는 말하지 않은채로.

산에 들어섰지만, 아무런 이상도 느끼지 못했다.

잔뜩 들뜬 탓이었는지도 모르지만.



학교를 마치고 온 탓에, 해도 슬슬 기울고 있었다.

[이래가지고는 간식 먹을 시간은 없겠네...] 하고 아쉬워하며, 나와 친구는 무난하게 신사에 도착했다.

그리고 거기 도착해서야, 우리는 후회하게 되었다.



신사... 딱 사당 안에서, 뭔가가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옴짝달싹 못하게 멈춰서버렸다.

무언가 바라본다는 느낌을 받았을 뿐, 실제로 뭐가 있는지도 알 수 없었는데...



기분이 나빠졌다.

친구는 얼굴이 완전히 굳어있었다.

도망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지만, 발길을 돌리려해도 몸이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



위험하다는 생각은 했다.

저주 받아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몸은 움직이질 않고, 머리는 어지러웠다.



그러다 어딘가 먼 곳에서, [덜컥!] 하는 소리가 났다.

망치를 땅에 떨어트리는 것 같은 소리였다.

그 소리와 함께 가위가 풀려, 나는 친구의 손을 잡아 끌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치던 도중 몇번이고 나무 뿌리에 발을 걸렸지만, 넘어지지는 않았다.

넘어지면 끝이라는 생각에 필사적이었으니까.

문득 나는 깨달았다.



아직까지는 은은하게 아직 밝은 기운이 남아있던 하늘이, 점차 어둠에 깔리고 있다는 것을.

공포심이 점점 커질 무렵, 이상한 것을 깨달았다.

뒤에서 뭔가가 쫓아온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쫓아오고 있었다.

버석거리며 풀을 헤치고, 확실히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잡히면 죽는다는 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뒤를 흘끗 보자, 거기에는 끔찍한 꼴을 한 검은 원숭이가 쫓아오고 있었다.

눈에 핏발을 세운 채.

이대로 죽을거라고 생각하며, 미친 듯이 달려 겨우 산에서 빠져나왔다.



산에서 나오니 검은 원숭이도 쫓아오지 않았다.

겨우 한숨 돌린 뒤, 나는 떨리는 손발로 간신히 집에 돌아왔다.

그날 밤, 집안 사람들은 왠지 어두운 얼굴이었다.



특히 할머니는 뭔가 중얼중얼거리고 있었다.

불경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들켰나 싶어 동요했지만, 딱히 나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저녁을 다 먹을 무렵, 전화가 왔다.

나는 아직 산에서 겪은 공포를 잊지 못해, 어머니 곁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어머니가 든 수화기에서 전화 내용이 새어 들려왔다.



나는 망연자실해질 수 밖에 없었다.

전화를 걸어 온 것은 나와 산에 같이 같던 친구의 어머니였으니까.

[A가 아직 집에 안 왔네요. 혹시 그 댁에 있지 않나요?]



더는 뭐가 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내가 공포에 질려 산을 달려 내려올 때, 같이 손을 잡고 있던 친구는 사실 없었던 것이다.

친구는 산에서 사라진 것이었다.



내 바로 곁에서.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혹시 모르니?] 하고 물어봐도, [몰라요.] 라고 밖에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나는 실로 어마어마한 거짓말쟁이였다.

전화는 끊어졌다.

친구의 어머니는 울고 있었다고 한다.



죄책감이 나를 에워쌌다.

거실로 돌아오니, 할머니가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대뜸, [산에 갔느냐.] 하고 물었다.



나는 어째서인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노인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어째서 간거냐! 그곳은 저주 받은 곳이야! 너는 이미 씌어있어. 곧 찾으러 올게다!]

할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찾으러 온다니...



그 원숭이를 말하는 것일까.

나는 겁에 질려 어쩔 줄을 몰랐다.

[네 친구도 갔었지? 그 녀석은 너를 대신해 잡혀간거야.]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친구가 나 대신 잡혀갔다는 말을 듣자,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리고 지금에 이른다.



나에게는 다행히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친구에게는 아무리 사과를 해도 모자랄 일이다.

저주 받은 산.



과거 내가 살던 마을은, 식인 마을이었다고 한다.

식인종의 더러운 피를 증오한 나머지, 산의 신성한 신사가 저주를 내렸다는 것이다.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신사의 저주가 너무 강해 잦아들지를 않는다고 했다.



그렇기에 저주를 직접 받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산에 오르면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여행객들이 아무 문제 없이 산을 내려온 것도 그 때문이었던 것이다.

친구는 나를 대신해서 잡혀간 탓에 나는 멀쩡한 것이고.



처음부터 저주를 받은 것은 산이 아니라 우리였던 것이다.

저 원숭이 같은 것은 산신인지 무엇인지, 정체를 알 수가 없다.

나는 그 이후 명절에도 고향을 찾지 않고 있다.



다음에 가면 정말 죽을지도 모르니까.

 

  1. 오늘의 괴담은 마을 뒤, 저주 받았다는 산에 들어갔다 겪은 무서운 이야기.
    검은 원숭이는 저주가 실체화된 모습 내지는 잡아먹힌 이들의 원한이 실체화 된 모습이겠죠.
    선대의 원한이 결국 저주가 되어 후대를 괴롭히고 있다니 소름 끼치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저주의 주체는 산이 아니었네요.
  2. 도미너스 2020.07.20 13:29
    타버린 원숭이 같은 건 먹으려고 잡아서 조리했던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 아니였을까 싶네요...
    이번 이야기도 재미나게 보고 갑니다.
    여름이라 그런지 괴담이 두배로 재미나게 느껴지네요.
  3. 간혹 현지인에게만 강하게 먹히는 것들도 있나보군요.

 

솔직히 다른 사람의 심령 현상이나 공포 체험과 비교하면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태어나서 처음 겪은 심령 현상이라...

어제라고 해야하나, 자정이 넘었으니 시간으로는 오늘 있었던 일이다.



나는 외식업에 종사하다보니 날이 바뀌고서야 귀가하는 일도 잦다.

어제는 오늘 휴가인 것도 있고, 단체 손님 예약이 들어오기도 해서 혼자 남아 좀 마무리를 했다.

새벽 1시 반쯤 지날 무렵, 슬슬 집에 가야겠다 싶어 가게를 나왔다.



문제는 바로 그 귀갓길에서 일어났다.

집에 돌아올 때는 역 가운데를 가로질러 오면 약간 지름길이 된다.

그런데 그 역 벤치에 아주머니 한 명이 앉아 있었다.



50대쯤 되어 보이는데, 페트병에 든 차를 마시고 있었다.

평소에도 사람 한둘은 앉아있는 곳이었기에 큰 신경은 쓰지 않았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아줌마가 나를 째려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게다가 병을 입에서 결코 떼질 않았다.

괜히 엮이지 않으려 재빨리 앞을 지나가는데, 내가 지나가자마자 아줌마는 일어서서 내 뒤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속으로 제발 좀 그냥 봐달라고 중얼거리면서도, 혹시 단순한 자의식 과잉은 아닐까 싶어, 걷는 속도를 늦춰 봤다.



하지만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아줌마가 나를 추월해 지나가는 일은 없었다.

게다가 뒤쪽에서 [까륵... 까륵...] 하고 뭔가를 씹는 듯한 소리가 났다.

나는 아줌마가 아까 그 페트병을 깨물며 뒤에서 따라오는 거라 생각해, 완전히 미친 사람에게 찍혔구나 싶었다.



조금만 더 가면 편의점이 있으니까, 일단 거기까지만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언제든지 달려서 도망칠 각오를 하며,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

3분 정도 걸어, 곧 있으면 편의점이 나올 무렵이 되자 뒤에 있던 아줌마가 걸음을 재촉하는 게 느껴졌다.



나는 온힘을 다해 편의점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겨우 살았다 싶었는데, 아줌마도 편의점 안으로 들어왔다.

경찰이라도 불러야하나 싶었던 순간, 아줌마가 말을 걸어왔다.



[괜찮아? 무슨 일 당한건 아니고?]

...?

무슨 말을 하는건가 싶었다.



당신 때문에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데, 하고 되받아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줌마 말을 들어보니, 내가 편의점에 들어오기 전까지 계속 뒤에 누가 달라붙어 있었다고 한다.

아줌마는 역 앞에서 마중 나올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 뒤에서 머리가 길고 흑백 옷을 입은 사람이 걸어오더라는 것이다.



옆을 지나칠 무렵, 뭔가 이상하다 싶더란다.

앞서가는 나는 뒤를 전혀 신경 쓰질 않고, 뒤에 따라가는 여자는 딱 달라붙어 걷는데 서로 말 한마디도 없었으니까.

혹시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달라붙은 게 아닌가 싶어 따라왔다는 것이다.



편의점 다가와서 속도를 냈던 건, 나를 잡고 편의점에 대피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편의점으로 뛰쳐들어가고, 여자는 그대로 걸어나갔다고 한다.

아줌마는 내가 걱정이 되서 일단 편의점에 들어왔고.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아줌마가 뒤를 쫓아온다고 느낄 때부터 몇번이고 뒤를 돌아봤지만, 그런 사람은 결코 없었으니까.

아무래도 석연치 않았지만, 더 얽히고 싶지 않았기에,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줌마는 곧바로 역 쪽으로 돌아갔다.

조금 무서웠기에 편의점에서 잠시 어물거리다, 빠른 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바로 자려고 옷을 벗었는데, 등골이 오싹해졌다.



옷 뒤에 긴 머리카락이 잔뜩 붙어있었다.

언뜻 봐도 열 올은 족히 될 것 같았다.

혼자 살고 있으니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없고, 직장에도 머리를 기르는 사람은 없다.



물론 내 머리카락도 아니고.

기분 나빠서 옷을 버린 뒤 샤워를 했다.

새벽 가장 먼저 오는 쓰레기차에다가 던져버리고.



하지만 잠을 잘 수가 없다.

아줌마는 그 뒤 여자가 어딘가로 걸어갔다고 말했지만...

혹시 내 뒤에 다시 붙어 우리 집까지 온 건 아닐까...



누군가 도와줬으면 한다.

정말로 무서우니까...

 

  1. 오늘의 괴담은 역 앞 벤치에 앉아있던 아줌마가 들려준 괴이한 목격담.
    옷에 머리카락이 잔뜩 붙어있었다니 상상해보면 소름끼치는 일입니다.
    어쩌면 여자가 먼저 집에 들어와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아마 살아있는 존재는 아니었을 거 같은데, 아무 일 없다면 좋겠네요.
  2. 오늘 들렀는데 오랜만에 글이 올라왔네요!
    반갑습니다~
  3. 와우 오랜만이네요~
  4. Favicon of https://cuzmall.com BlogIcon 쿠즈몰 2020.07.17 21:36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5. 아줌마 눈에는 보이니 도움을 줄 법한데ㅠ
  6. 아마 그 뒤에서 들렸던 까륵 까륵 거리는 괴이한 소리는 아줌마가 아니라 그 귀신 비슷한 무언가가 냈었던 소리가 아닐까요?

[번역괴담][5ch괴담][971st]아소의 산길

괴담 번역 2020. 6. 15. 23:39

 

 

대학생 시절 이야기다.

당시 나는 후쿠오카에 있는 대학교에 다녔지만, 원래 집은 오이타였다.

방학이나 연휴 때는 고향에 돌아가 고등학교 친구들과 놀곤 했다.



대학교 2학년이던 그 해 역시, 고향에 돌아와 놀고 있었다.

허구한날 한가하던 우리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구나 다트를 하고 놀다가 질린 나머지, 대학생도 됐고 쿠마모토까지 드라이브를 하자고 친구 Y가 제안했다.



우리는 새벽 1시, 쿠마모토를 향해 가게 되었다.

오이타에서 쿠마모토까지는 타케다와 아소를 지나는 산간도로를 거쳐야 한다.

아소쯤부터는 산길만 쭉 뻗어있고 주변에 가게 하나 없다.



양쪽이 높은 삼나무로 빽빽한 어두운 길을 그저 달려가는 것이다.

한참 달리다 보니, 앞에 여자처럼 보이는 실루엣이 둘 있었다.

불빛에 비추어진 그 실루엣은, 길가에서 우리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대학생이라 혈기왕성하던 우리는, [오, 여자다! 예쁜지 보자!] 라며 속도를 확 낮춰 그 옆을 지나가게 되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은 모녀 관계인 듯 했다. 

40살 정도 되어보이는 여자와 중학생쯤 된 것 같은 여자아이.



둘 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채, 우리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으며 앞만 보고 걸어갔다.

우리는 [뭐야, 아줌마랑 아이네...] 라고 조금 실망하면서도, [왜 이런 늦은 밤에 둘이서 걸어가는걸까?], [이쯤 사는 사람들인가?] 라고 시덥지 않은 대화를 나눴다.

차는 계속 외길 산속을 달려갔다.



그리고 20분 정도 지났을까?

또 앞에 여성의 실루엣이 보였다.

[오, 또 여자다.] 라고 말하며, 우리는 다시 속도를 늦춰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얼굴을 확인한 우리는, 한마디 말 없이 그 옆을 지나갔다.

나는 그 여자들을 지나치자마자 바로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야, 저 사람들 아까...]



내가 거기까지 말하자, 친구 Y는 [말하지 마... 그 이상은 말하지 마...] 라고 내 말을 끊었다.

나는 잠자코 쿠마모토 시내까지 전속력으로 차를 몰았다.

손을 벌벌 떨면서.



시내에 도착해 문을 연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들어간 뒤, 나는 다시 친구에게 물었다.

[야, 아까 그 두 사람... 20분 전에도 봤던 사람들이었지?]

친구 Y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너무 무서워서 차마 확인하고 싶지가 않더라. 그래서 네 말을 막은거야.]

어쩌면 정말 닮은 사람들이 2번 지나갔던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 하얀 원피스 차림으로, 앞만 보며 말없이 걷는 모습을 다시 봤을 때는, 온몸에 소름이 끼쳐 말도 못할 정도였다.

 

  1. 오늘의 괴담은 밤, 산길 드라이브 도중 두번이나 마주친 행인들에 관한 이야기.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었을까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산길, 그것도 새벽에 아이를 데리고 길가를 걷고 있었다니...
    한번만 마주쳐도 왠지 오싹할 광경인데, 두번이나 마주친다면 온몸에 소름이 끼칠만도 하네요.
  2. DayHater 2020.06.16 02:14
    작년 쯤 유튜브에 올라왔던 오토바이 블랙박스 귀신 동영상이 생각나네요
  3. 정말 늘 잘보고있습니다!
    슬슬 여름이라 그런지 괴담이 땡기네요
  4. 어떤 짤이 생각나네요.. 밤길을 달리는데 똑같은 옷차림의 아주머니를 한 세번정도 마주치는..?
  5. 한 번 뿐이었으면 밤 마실 나온 모녀겠거니 싶겠지만 시간차도 크게 안 나는데 두 번 연속이면... 식겁하겠군요.
  6. 밀랍술사 2020.07.04 18:50
    Npc 모델링 돌려쓰기
  7. 밀랍술사 2020.07.09 01:35
    티스토리가 이상한가? 모든 댓글이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로 뜨네요, 블로그 주인 댓글까지.

 

 

직장 상사가 큐슈의 작은 섬 출신인데, 그 섬에서 있었다는 기분 나쁜 이야기다.

도민 체육대회가 있던 날 밤, 한 할머니가 실종되어 전 도민이 수색에 나섰다.

사흘 동안 필사적으로 찾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이런 작은 섬에서 사흘 넘게 찾지 못한다면, 대개 바다에 떨어졌기 마련이었다.

결국 수색은 일단 중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실종 일주일만에 할머니가 발견됐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길을 달리고 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밭에 할머니가 가만히 앉아 있더란다.

발견한 사람이 [할머니?!] 하고 부르자, [으이, 으이.] 하고 대답도 하고 정신도 말짱해 보였단다.

일단 주변 사람들을 불러모아, 병원에 할머니를 데려갔다고 한다.



병원 가는 차 안에서, [왜 그런데 앉아 계셨어요? 어디 가셨던거에요?] 하고 묻자, 할머니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운동회가 끝나고 집에 돌아왔는데, 본 적 없는 여자아이가 있었다고 한다.

여자아이가 할머니에게 [맛있는 걸 대접할테니까 따라와.] 라고 하기에 얌전히 따라갔다고.



[자, 이게 대접이야!] 라며 접시를 내왔는데, 자세히 보니 지렁이가 스파게티처럼 담겨 있었단다.

그리고는 발견될 때까지 마땅한 기억이 없고, 정신 차리니 그 밭에 앉아 있더란다.

병원에 도착해서 검사하는 도중, 할머니가 기분 나쁘다며 토를 했다.



의사가 구토물을 살펴보니, 대량의 지렁이가 얽혀 나와있었다고 한다.

 

  1. 오늘의 괴담은 체육대회 날 밤, 실종됐다 돌아온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
    정말 여우에라도 홀렸던 걸까요.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지만, 지렁이를 대접하다니...
    옛날 우리나라 공포영화 여곡성에서 지렁이 국수를 먹는 장면이 나왔었는데, 진짜 지렁이 국수를 먹는 이야기를 보니 참 묘합니다.
  2. 고약하네요 그래도 살려줬으니 다행이지만
  3. 여우나 너구리 요괴였다면 대접하는 입장에선 나름 융숭한 대접이었을 수도.. ㅋㅋ
  4. 어디선가 읽어본 비슷한 이야기에서는 먹긴 했지만 현장에서 눈치채서 토를 했더라는...
  5. Favicon of https://cuzmall.com/차량-용품/챌린지하이브리드-퓨어-차량용-.. BlogIcon 챌린지하이브리드 2020.06.14 04:25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6. 둔갑한 너구리가 아니었을까 하네요

[번역괴담][2ch괴담][969th]아즈키아라이

괴담 번역 2020. 6. 6. 22:48

 

 

게게게의 키타로 같은 만화에서 우스꽝스럽게 나와 유명한 아즈키아라이[각주:1]라는 요괴가 있다. 

그런데 내 고향인 토치기 북부, 강가의 농촌마을에는 꽤 옛날부터 목격담이 전해져 내려온다.

이쪽에서는 진지하게 공포의 대상인 것이다.



지역 사람들 사이에서는 낚시나 물놀이하러 가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그 중 한 곳, 하천 부지에는 절대 다가가면 안된다.

증조할아버지에 할아버지, 아버지까지 귀에 못이 박일 정도로 들었던 이야기다.

아즈키아라이가 강변에 나타나, 그 소리에 이끌려 온 사람을 물에 빠트려 죽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버지가 중학생일 무렵, 친구들과 함께 강을 찾았다 팥을 물에 씻는 듯한 챠르륵챠르륵하는 소리를 듣고 무서워 벌벌 떤 적이 있다고 한다.

일행 중 두 사람이, 요괴를 한번 보겠다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한 명은 물에 떠내려가 실종되고 말았다.



아마 용소까지 떠내려가 그대로 가라앉은 게 아닐까.

살아남은 다른 한명의 말에 따르면, 소리가 나는 곳까지 갔더니 키 작은 노인 넷이 있더란다.

그들이 웃으며 통에 들어있는 무언가를 휘저어대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갑자기 그 넷이 한번에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고 한다.

그 순간 가위에 눌린 듯 몸이 움직이질 않으며 기절했고, 머리를 부딪혀 기절했다는 것이다.

다른 친구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기절하기 전 첨벙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실종된 소년을 찾기 위해 꽤 오랜 기간 수색이 이어졌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학교와 지자체까지 나서 그 강 근처의 출입을 통제했기에, 그 후 큰일은 없었다.

한번은 어느 대학에서 민속학 조교수가 연구차 방문을 했던 적이 있다.



그는 그저 물살이 강한 하천부지에서 발을 헛디뎌 휩쓸린 게 아니냐는 의견을 냈다.

다른 곳과는 미묘하게 다른 지역 특유의 물소리가, 다른 무언가로 인식되어 사람들이 다가온 것이라고.

하지만 아즈키아라이의 전승은 꽤 옛날부터 지역에 전해지고 있다.



나 역시 아버지에게 전해들은 네 노인의 목격담의 인상이 강렬해, 지금까지도 두려워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직접 팥 씻는 소리를 들은 적은 없지만, 아직까지도 친구나 동네 아이들 사이에서는 그 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언젠가 진상을 알고 싶지만, 무서워서 그 하천부지에는 아직도 다가가질 않고 있다.

 

  1. 小豆洗い, 팥 씻는 자 [본문으로]
  1. 오늘의 괴담은 지역에서 내려오는 요괴, 아즈키아라이에 관한 이야기.
    실제로 꽤 유명한 요괴로, 팥 씻는 소리로 사람을 유혹한다고 하네요.
    과연 정말 요괴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이 많이 죽는 곳이라면 뭔가 현실적인 위험이 있다는 거겠죠.
    굳이 가까이 가지 않는게 현명한 거 같습니다.
  2. 아즈키아라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은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630191&cid=41882&categoryId=41882
  3. 보통 대부분 아즈키아라이는 정말 별것 없는 요괴로 소개되는데 역시 지역특색이 강하고 많은 국가인 만큼 전혀 차원이 다른 경우도 있군요...
  4. 보통 귀신이나 요괴에게 팥을 던져서 쫓는 거 아니었나요? 이 요괴는 특이하네요..
    그런데 아즈키아라이 설명 글을 클릭하니 사이띄개(스페이스)가 그대로 html로 나오네요.. 저만 그런걸까요
  5. 예전 소년점프 연재작인 지옥선생 누베에서는 엄청 좋은 요괴로 나왔죠. 마음의 응어리를 씻어주는 그런 존재로 나왔던거 같아요..

[번역괴담][2ch괴담][968th]야간 서핑

괴담 번역 2020. 6. 2. 23:58

 

 

센다이 신항에서 야간 서핑을 하고, 11시쯤 뭍으로 돌아왔다.

센다이 신항 주차장은 저녁 7시면 문을 닫기에, 진작 주차장 밖에 세워둔 차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30명 정도의 아이들이 나를 둘러싸고 집까지 보내달라고 종알거리는 꿈을 꿨다.



부모님에게 마중 나오라고 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자, 초등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른이면서 인색하네, 정말.]

결국 떨떠름하게 알았다고 대답한 뒤, 꿈에서 깼다.



이상한 꿈을 꿨다고 중얼거리며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도중에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니, 카지오카 영원이라는 공동묘지 광장에 있는 게 아닌가.

그 다음주 주말, 질리지도 않고 심야 서핑을 한 뒤, 이번에는 자지 않고 바로 돌아왔다.



하지만 어쩐지 길을 잃어서 한참을 헤매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니 와타리 근처의 가설주택 앞에 있었다.

그날 밤, 꿈에 그때 그 여자아이가 나와서, 고맙다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 후로는 더는 그런 일이 없었기에, 집까지 데려다 주는 건 그 2번으로 다 된 모양이다.

서핑 때문에 지친 상태에서 뭔가 착각이라도 한건가 싶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제대로 데려다 준거라면, 그걸로 된거겠지.

 

  1. 오늘의 괴담은 센다이 신항에서 야간 서핑을 한 뒤 겪은 알 수 없는 체험에 관한 이야기.
    센다이 지방을 할퀴고 간 3.11 동일본 대지진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네요.
    바다에 휩쓸려간 아이들의 영혼은, 집으로 데려가 줄 사람을 기다리며 거기서 울고 있던 걸까요.
    안타깝고 다행스러운 이야기입니다.
  2. 좋아요 2020.06.03 12:27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3. 주인장님 항상 잘 보고있습니다
    고등학교때부터 여기서 괴담을 읽곤했는데
    벌써 7년이나 흘렀네요.
    이번 여름에도 서늘한 괴담 잘 부탁드립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4. 젓가락 2020.06.06 20:12
    해코지가 아니라 가족에게 데려다 주는걸로 잘 끝나서 다행이네요

 

 

얼마 전 출장으로 도쿄 무사시노시[각주:1]라는 곳에 갔었다.

하지만 상대 쪽에 트러블이 발생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출장을 하루 연기하게 됐다.

그 날은 쉬게 됐으니, 밤에는 상사랑 같이 밥이나 먹기로 하고 그때까지는 관광이나 할겸 슬렁슬렁 돌아다닐 셈이었다.



도쿄에 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 애시당초에 이런 대도시에 올 일 자체가 별로 없으니까 상당히 신선했다.

어떤 곳인지, 재미있는 곳이 있을지 하는 마음으로 적당히 돌아다녔다.



그러는 사이 아케이드 상점가에 도착했다.

새해가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즈음이었기에, 한해의 개막이라며 상당히 왁자지껄했다.

여기저기 가게가 들어서서, 우리 고향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성대한 느낌이었다.



보는 것마다 다 신기해서, 두리번대며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그런데 딱 혼자, 주변 사람과 비교해서 머리 하나만큼 키가 큰 사람이 비틀대며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저 멀리 있는데도 유난히 눈에 띄었다.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가니, 터무니 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남자는 상반신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거기서 파란 촉수 같은게 돋아 꿈틀대고 있었다.

4개 정도의 촉수가 여기저기 돋아 꿈틀대는데, 그 움직임이 너무나도 징그러웠다.



차마 눈을 떼지 못하고, 나는 남자를 계속 지켜봤다.

점점 남자가 다가오며,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 또한 평범한 인간의 얼굴이 아니었다.



왼쪽 입끝이 잘린 것처럼 피투성이인데다, 목이 꾸깃꾸깃하게 접혀있었다.

남자가 나를 향해 온다고 생각한 나는,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마치 가위에라도 눌린 듯 몸이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

"아, 이대로 죽는건가." 싶어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묘한 것을 알아차렸다.

남자는 나를 전혀 보지 않고, 계속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남자 앞을 걸어가는 3인조의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남자 몸에서 자라난 촉수가 그 셋 중 한 사람을 마구 휘감았다.

꽃무늬 셔츠를 입은 이를 촉수로 휘감으며, 남자는 계속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뭔가 중얼대는 것처럼 입이 움직이고, 때로는 웃었다.



남자의 상반신은 상처투성이인데다 여기저기 칼로 베인듯 벌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몇걸음만 있으면 나와 그들이 스쳐지나갈만한 거리가 되자, 3인조가 초밥이 어떠느니 하는 이야기를 나누는게 들려왔다.

그렇게 온몸을 촉수가 휘감고 있는데도, [아하하하!] 하고 웃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남자는 촉수로 감긴 이를 뒤에서 껴안고 있었다.

나는 남자와 눈이 맞았다.

남자는 히죽히죽 웃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집게 손가락을 입에 대고, "쉿!"하는 듯한 제스처를 하며, 남자는 그대로 얽힌 채 걸어갔다.

뒤를 다시 돌아볼 용기는 없었다.

나는 지금 본 게 꿈이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곧바로 근처 가게에 들어가 술을 주문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금방 본 것을 잊고 싶었다.

술기운 덕분에 담이 커진 덕일까, 나는 그대로 아케이드 상점가를 산책한 뒤, 상사와 합류해 맛있는 식사를 즐겼다.

하지만 이 사건을 잊는 건, 두려움 때문에라도 할 수 없었다.



회사에서 자칭 영감이 있다는 여자 상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잊어버려. 너한테 씌려고 할지도 모르니까.] 라며 웃어넘겼다.

아직까지 내 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

하지만 그 남자는 도대체 무엇이었고, 그에게 사로잡힌 이는 어떻게 된 것일까?

 

  1. 武蔵野市, 도쿄도 중심부에 위치한 시. [본문으로]
  1. 오늘의 괴담은 출장 나갔다 상점가에서 마주친 정체 모를 남자에 관한 이야기.
    아마 살아있는 존재는 아닌 것 같은데, 왠지 야쿠자의 원령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온몸에 칼자국이 나 있었다는 걸 보면, 자신을 죽인 이에 대한 원한을 품고 돌아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싹하네요.
  2. 기분나쁘고 이해 안되는 존재네요
  3. 업로드 텀이 길다가 요즘 갑자기 주루룩 연속으로 빠르게 올리시니까 무섭잖아요.. ㅠㅠ 1000th 되면 끝날 거 같고 막.. 괴담보다 번역연재 끝나는 게 더 무서워 ㅠㅠ
  4. 밀랍술사 2020.06.06 18:45
    문어문어~ 문어남자~
  5. 젓가락 2020.06.06 20:10
    VKRKO의 댓글처럼 자신을 죽인 원수에게 저주라도 내리려고 붙어있는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6. 묻지마 범죄의 달인들로 묘사되곤 하던 귀신치고는 매너있는 놈이네요
    걍 가만히 있으란것도 그렇고
    조폭들은 원래 일반인을 건들면 일이 귀찮아져서 가급적 냅둔다던데 죽어서도 버릇이 남은 걸까요
  7. 오우 촉수물...
  8. 세로미 2020.09.15 19:02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