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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번역

[번역괴담][5ch괴담][1023th]신입 찾기

괴담 번역 2024. 8. 1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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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진학을 위해 집을 떠나올 때 할아버지가 해주신 이야기다.

몇십년 전, 할아버지가 도시에 있는 대학에 막 입학해서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증조할아버지는 고향을 떠나는 할아버지에게 신신당부하셨다고 한다.



[도시에는 젊은이를 망치는 유혹이 잔뜩 있단다. 게다가 너는 시골에서만 살던 신입생이니 속여먹으려는 사람투성이일 거야. 나쁜 친구들이 놀자고 꾀더라도 결코 넘어가서는 안된다.]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고 며칠 뒤, 대학 입학식이 있던 날 밤.

다른 방 선배가 [오늘은 신입생 환영회를 할테니, 밤 11시에 우리 방으로 오도록 해. 술도 잔뜩 마시자고.] 라며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당시 할아버지는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으로 18살, 미성년자였다.

증조할아버지의 당부도 마음에 걸려, 혹시나 선배가 화를 내지는 않을까 쭈뼛거리면서도 권유를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선배는 [그래도 하룻밤 정도는 괜찮잖아. 기숙사 사람들이랑도 친해질 기회라고. 마시기 싫으면 안 마셔도 돼. 먹을 것도 잔뜩 있다니까.] 라며 권유를 멈추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마음이 흔들렸지만, 뭐든 시작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그래도 저는 괜찮습니다.] 라고 거절했다.

선배는 떨떠름한 얼굴로 [그래? 그렇구나... 음...] 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물러섰다.

환영회날 밤, 할아버지는 성실하게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저편 선배네 방에서는 모두가 웃고 떠들며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온다.

내심 부러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정이 되어갈 무렵, 한 10명쯤 되는 선배들이 [아무리 그래도 너도 한잔 같이 마시자니까!] 라며 방으로 쳐들어왔다.



좁은 방에 사람이 꽉 들어차서 불편했지만, 할아버지는 자신을 챙겨주러 온 것에 기뻐 같이 떠들며 놀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내 자정이 지났다.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사이사이, 가끔씩 [쾅!] 하고 문을 열었다 닫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누가 방을 드나드는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규칙적으로, [쾅! 쾅!] 하고 반복적으로 들려왔다.

게다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할아버지는 선배에게 [누가 문을 열었다 닫는 거 같은 소리가 나네요.] 하고 말을 붙였다.

[뭐, 그렇지. 다른 방에서도 다들 마시고 있으니까, 크게 신경 쓸 거 없어.]

선배들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지만, 그 사이에도 [쾅! 쾅!] 하고 문을 여닫는 소리는 점점 커지며, 확실히 다가오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저기, 계속 다가오는데요!] 하고 선배한테 달라붙었다.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래도. 자, 이러면 안 들리지?]

선배는 침대에서 이불을 가져와 할아버지를 덮어버렸다.



할아버지는 어쩐지 기분 나쁘고 무서워서 이불을 꼭 뒤집어 쓴 채 식은 땀을 흘렸다고 한다.

이윽고, 선배가 이불을 젖히고 할아버지를 끌어냈다.

[아이고, 올해도 끝났네. 이제 맘껏 놀아.]



선배들의 이야기는 이랬다.

이 기숙사에는 "신입 찾기" 라고 불리는 무언가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1년에 한번, 4월 입학식날 밤.



기숙사 각 방의 문을 열고서는 안에 신입생이 있는지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저 문이 차례차례 열렸다 닫힐 뿐이다.

문을 잠그더라도 덜컹 열리고, 다시 문이 닫히고나서 확인해보면 그대로 잠겨있다.



단지 그것 뿐이고 딱히 해는 없는데다, 정말 신입생을 찾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걸 맨정신에 혼자서 보기라도 하면 너무 무서울테니, 다같이 모여서 술 마시고 떠들다가 문이 열릴 때쯤에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보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선배의 말에 따르면, 이 이야기를 처음부터 했더니 술을 마시고는 정체를 확인하곘다며 방에서 나간 신입생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 복도에서 모습이 사라진 뒤, 영영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일단 "신입 찾기" 가 다 지나간 후에야 설명을 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물론 그 다음해부터는 할아버지도 신입생을 데려와 술판을 열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이제 여든이 넘으셨지만, 그 기숙사에서 같이 지냈던 동료들과는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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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좀 무서운 일이 있었다.

이제 좀 진정되어 글을 남겨본다.

나는 건강을 위해 매일 밤 걷고 있는데, 운동 코스 도중에 지하도가 있다.



철도 밑을 지나가는 길로, 높이는 2m, 길이는 10m 정도.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곳이지만, 전등이 많아 밝은 덕에 그리 무섭지는 않다.

그날도 평소처럼 지하도를 지나가려 하는데, 출구 근처에 누군가 있는게 보였다.



방금도 말했지만, 그 지하도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은 드물어서 호기심에 바라보게 되었다.

그 사람은 멈춰 서 있었다.

벽을 바라본채로.



당황해서 나도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한동안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데, 뭔가 소리가 들려왔다.

지하도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어, 터널처럼 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마 그 사람이 무언가 중얼거린게 울려서 들린 것이겠지.

그러더니 그 사람은 갑자기 내 쪽으로 돌아서서는 무언가 중얼중얼 되뇌이며 걸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겁이 나서 등을 돌려 달아났다.



그 사람과 나는 좀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달려서 도망치면 금방 떨쳐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중얼거리는 소리는 멀어지기는 커녕, 오히려 점점 크게 들려왔다.

달리면서 몇번이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그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소리는 들려온다.

나는 영문도 모른채 소리를 지우기 위해 스스로 [아...!] 라던가, [와...!] 하고 소리를 지르며, 집까지 어떻게든 전력질주해서 도망쳤다.

집 현관문을 열 무렵에는 중얼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



황급히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한숨 돌렸다.

한동안 그 자리에서 도대체 그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사람인가, 귀신인가.



뭐, 어찌 됐든 도망쳤으니 상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거실 미닫이 문을 열었다.

그 사람이 벽을 향해 서 있었다.

거실 벽에 이마를 대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무언가를 중얼중얼 되뇌이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현관문을 열고 다시 도망쳤다.

그리고 그대로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했다.

[귀신인지 사람인지 모를 이상한 것한테 쫓기고 있어. 무서워 죽을 거 같아.]



벌벌 떨면서 편의점까지 온 친구에게 말하자, 친구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겁에 질린 내 모습을 보고 믿어주었다.

나는 이미 귀신이라고 어느정도 믿고 있었지만, 친구는 스토커나 미친 사람일 가능성도 있으니 경찰에 신고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말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게 더 현실적일테니, 나는 경찰에 연락하기로 했다.



이상한 사람에게 쫓겨서 도망쳤는데, 집에 와보니 그 사람이 있었다고 신고하자 경찰이 와주었다.

우리는 경찰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와보니 아무도 없었다.



경찰은 당분간 인근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말한 뒤 돌아갔다.

겁에 질린 나를 위해, 친구는 하루 묵고 가기로 했다.

나는 안심하고 잠을 청했다.



늦은 밤, 여러모로 피곤했을텐데도 잠에서 깨고 말았다.

물 한잔 마시고 다시 잘 생각으로, 부엌으로 향했다.

그런데 친구가 자고 있던 자리가 비어 있었다.



화장실이라도 갔나 싶어 주위를 둘러 보았다.

친구는 서 있었다.

깜깜한 방 안, 벽에 이마를 대고서.



무언가 중얼중얼 되뇌이고 있다.

나는 아까 지하도에서 마주쳤던 사람이 떠올라 너무나도 무서워졌다.

결국 친구를 내버려두고 다시 밖으로 도망치고 말았다.



도망치는 와중 미안하다는 말을 몇번이고 마음 속에서 거듭했다.

다시 편의점 앞에 도착하자, 숨이 차고 무릎이 벌벌 떨렸다.

가게 안으로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아, 주차장 콘크리트 블록에 쪼그려 앉아 숨을 고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 사이, 친구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생각해보았지만 아무 대답도 나오지 않았다.

30분 정도 지나자, 친구를 버리고 왔다는 생각에 무서웠지만 집에 돌아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 내내 만약 이렇게 됐으면 어떻게 하나, 저렇게 됐으면 어떻게 하나, 온갖 생각에 마음을 졸였다.



두려움에 떨며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자, 집 안은 조용했다.

작게 친구 이름을 불러봤지만 대답은 없었다.

큰맘먹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친구는 자고 있었다.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가볍게 코를 골면서.

나는 마음이 놓인 나머지 눈물이 났다.

아까 있었던 일도 혹시 그냥 내가 잠결에 착각한 건 아니었나 싶었다.



안심이 되니 갑자기 졸음이 몰려와, 나는 그대로 잠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친구는 이미 일어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내가 [좋은 아침.] 이라고 말을 건네자, 친구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친구는 어젯밤 이상한 꿈을 꾸었다고 한다.

꿈 속에서 친구는 콘크리트 같은 벽에 이마를 대고 서 있었다.

그리고 [다음!] 이라던가, [빨리!] 라던가,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옆쪽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그리고 친구는 그 누군가를 잡기 위해 쫓아가는 내용의 꿈이었다고 한다.

친구는 [어제 그런 일을 들어서 그런가?] 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친구에게는 그저 이상한 사람이 쫓아왔다고만 말했을 뿐, 벽을 향해 이마를 대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전혀 안했으니까.

전날밤 있었던 일과 친구의 꿈, 그리고 밤 중에 벽에 이마를 대고 있던 친구의 모습...

너무나도 일치했다.



그 후 아직까지 친구에게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유 없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나는 어떤 얼굴로 친구를 대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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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때, 같은 반에 코우군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코우군은 조용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타입이었지만, 혼자 노는 건 아니고 다른 아이들과도 잘 어울렸다.

나와도 딱히 친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교실에서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곤 했다.



어느 여름날 하굣길.

수풀 옆을 지나가는데, 검은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뭔가 싶어 자세히 보니, 그것은 책가방이었다.



누군가 있었다.

뭘 하는건가 싶어 다가가 보니, 책가방을 메고 있는 건 코우군이었다.

[이런 곳에서 뭐하고 있어?]



코우군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대답했다.

[별 거 아니야. 개구리 가지고 놀고 있는 것 뿐.]

[개구리를 좋아하는구나.]



수풀 사이로 흐르는 개울가에 쪼그리고 앉은 채, 코우군은 등을 돌린 채 대답했다.

[그래. 개구리를 이렇게 하는 게 즐거워.]

왼손으로 참개구리 한마리를 잡아들더니 내게 보여줬다.



[어! 뭐야, 그거!]

코우군은 참개구리의 오른쪽 다리를 잡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참개구리의 왼쪽 다리는, 허벅지 부근에서 사라져 있었다.



[코우군이 자른거야? 그거...]

코우군의 오른손에는 미술 공작 시간 때 쓰던 커터칼이 들려 있었다.

칼날에는 붉은 피가 살짝 묻어있었다.



[맞아. 여기 있는 개구리의 왼쪽 다리를 모두 잘랐어.]

그렇게 말한 뒤 코우군은 손에 잡고 있던 참개구리를 놓아주고, 근처에서 뛰어다니는 새 개구리를 잡으려 했다.

놓아준 참개구리는 비틀비틀 기어가다, 개울로 들어가 그대로 흘러갔다.



어제, 3년만에 고향에 돌아와 동네 슈퍼에 들렀다가 어릴 적 친구인 다이군과 우연히 만났다.

나는 코우군이 문득 떠올라,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코우군은 내가 목격하기 전, 훨씬 어릴 때부터 개구리 왼쪽 다리를 자르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 녀석, 개중에서도 올챙이가 발이 자라나기 직전에 잘라내는 걸 가장 좋아한다고 했었지.]

잘 잘라내면 상처가 아물어, 마치 선천적으로 왼쪽 다리가 없는 개구리처럼 된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요즘은 그런 짓 안하지?]



우리도 이제 20대 후반이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그런 짓을 하지 않을거라 믿으며 농담처럼 말했다.

[아, 그 녀석 죽었어. 오토바이 사고였지. 뭐랄까, 비 오는 날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는데, 어떻게 부딪힌건지 왼쪽 다리가 허벅지에서 잘려나가는 바람에 출혈과다로 살릴 수가 없었다고 하더라.]



다이군의 말에 충격을 받아, 나는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주변에서도 다들 개구리의 저주 아니냐는 소리를 하더라. 코로나 전에 있었던 일이니까 벌써 한 4년 됐나? 너도 시간 있으면 코우네 집에 가서 향이라도 피우고 와라.]
다이군은 그 말을 남기고, 카트를 끌어 계산대로 향했다.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저주라던가 액운이라던가 그런 건 모르지만, 그저 인과응보라는 단어가 머릿 속을 맴돌았다.

무엇이 코우군에게 개구리 왼쪽 다리에 집착하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날 수풀 속에서 다리가 잘려나간 개구를 보며 행복해하던 그의 미소를, 나는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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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5ch괴담][1020th]소의 무덤

괴담 번역 2023. 3. 14.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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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몇년 전 개축을 통해 지금은 현대적으로 리모델링 됐지만, 내가 다닐 무렵만 해도 곳곳이 낡아빠진 오래된 학교였다.

역사만큼은 현 내에서도 손꼽히는 이 학교에는, 오래 전부터 남몰래 전해 내려오는 전설 같은 괴담이 있었다.

통칭 "소의 무덤" 이라는 이야기.



제목만 들으면 오컬트 판에서도 유명했던 "소의 목" 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

내가 오컬트 판에 들어오게 된 건 아주 최근의 일이지만, 우리 학교에 전해져 내려오는 소의 무덤 이야기는 일반적인 소의 목 이야기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너무 무서워서 아무도 말할 수 없는 스타일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신기하게 일치했다.



하지만 어느 선배는 [안보 투쟁이 한창이던 시절, 학생운동과 관련된 이야기 같아.] 라고 말하고, 우리 학교를 나온 10살 많은 사촌형은 [타이쇼 후기에서 쇼와 초기 시절 이야기라던데.] 라고 말했다.

이야기의 제목도 소의 무덤(墓, はか / 하카) 이라는 설과 소의 바보(バカ / 바카) 라는 설이 있어서, 그야말로 정체불명의 괴담이라 할 수 있다.


[소의 무덤 전설을 자세히 조사해 보자.]



나에게 그런 말을 건넨 것은,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인 A였다.

막 하복으로 갈아입을 무렵이었던 것 같다.

A는 나와 달리 우등생이라, 성적은 늘 상위권이었다.



하지만 중학교 시절부터 오칼트나 판타지 쪽에 상당히 심취해 있어서, 이 이야기도 원래는 A가 정년퇴직을 앞둔 노교사로부터 듣고 온 게 그 시작이었다.

그러나 소의 무덤 (혹은 바보?) 전설 에 대한 조사는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었다.

A는 도서관에서 지역판 신문을 뒤지고, 졸업한 동문을 찾아가기도 하고 대학 도서관까지 들락거렸다.



그야말로 수많은 자료를 쉴 새 없이 조사했던 것이다.

나도 A의 조사에 몇번 동행한 적이 있는데, 그의 열의는 어딘가 이상하다고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아니, 어쩌면 A는 그때 이미 무언가에 홀려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찾아왔다.

A는 학원에서 여름방학 특강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향토사를 찾아보는 등, 여전히 소의 무덤에 관해 지치지도 않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나는 A와는 다른 학원에 다니고 있었던 것도 있고, 여름방학 직전부터 같은 학원을 다니는 여자아이랑 친해지면서 불순한 목적이지만 학원에 신경을 더 쏟고 있었다.



8월 초순, 나와 A가 속해있던 동아리의 여름 합숙이 열렸다.

여름 합숙이라고는 해도 동아리 활동 끝나고 부원들끼리 학교에 있는 숙박실에서 하루 묵는 것 뿐이었지만.

그날 밤, 오랜만에 A를 만난 나는 그동안의 조사 상황에 대해 물었다.



[60년대에서 70년대 사이에 학생이 사망한 사건이 있던 건 진짜 같아. 하지만 그거랑은 별개로, 공개되지 않은 또다른 사건이 과거에 있었다는 얘기를 어느 나이 많은 졸업생한테 들었어. 아무래도 그 이야기야말로 소의 무덤 사건의 숨겨진 진실과 닿아 있는 것 같아.]

A는 분명히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을 지금 찾고 있어.]



그 후, 관례대로 한밤 중까지 동아리원들이 모여 이런저런 괴담을 늘어놓던 도중, 한 여자부원이 [콧쿠리상 할래?] 라는 제안을 했다.

A는 거기 찬성해서, 말을 꺼낸 여자아이와 함께 10엔 동전에 손가락을 올렸다.

나는 오컬트는 좋아하지만 쫄보였기에, 다른 부원들과 함께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실내의 공기가 묘하게 축축하다고 할까, 끈적끈적하고 점기가 있는 것 같은 무거운 분위기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영감이 없는 나조차도 [아, 이건 좀 위험한 거 같은데.] 라고 느낀 순간, 콧쿠리상을 하고 있던 여자아이와 A의 손가락 밑에 있던 10엔 동전이, 불규칙하게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싫어... 뭐야, 이거...]



주변을 둘러싼 나와 다른 동아리 부원들의 안색도 나빴지만, 제멋대로 움직이며 멈추지 않는 10엔 동전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은 여자아이와 A의 안색은 파랗게 질리다 못해 창백할 지경이었다.

방 한구석에 누군지 모를 사람이 서 있는 것 같았지만, 몸이 벌벌 떨려서 그 쪽을 볼 용기도 없었다.

다른 여자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너희들 뭐하는거야!]

갑자기 큰 소리가 나더니, 전 부장이자 작년 졸업생인 B 선배가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B 선배는 여자아이와 A의 뺨을 때리더니, 10엔 동전을 낚아채 모기장을 열고 밖으로 힘껏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콧쿠리상 할 때 쓴 종이를 들고 합숙소 밖으로 나갔다.

나중에 물어보니, 종이를 구겨서 화장실 변기에 흘려보냈다고 한다.

[농반진반이래도 이런 건 하지 말라고, 너희들.]



B 선배는 꽤나 영감이 강해서, 자던 도중 기분이 울렁거리고 메스꺼워져서 깨어났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단한 사람이다.

[이제 너희들 좀 얌전히 자라.]



A는 여전히 멍한 표정이었지만, 어물어물 일어나 남자 숙소로 가려고 했다.

[아, 그리고 말인데.]

그 뒷모습을 향해 B 선배는 말을 건넸다.



[나쁜 말은 안 할테니까, 적당히 해둬라.]

A는 아무 대답도 없이 나갔다.

결국 제대로 잠도 못 잔채 다음날 아침이 되었고, 우리는 해산해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2주 정도가 지나, 여름방학도 절반 정도 남은 어느날 밤, A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소의 무덤 사건 말인데.]

[너, 아직도 그거 조사하고 있었어? B 선배도 말했지만 적당히 해두라고.]



[거의 알 거 같아. 또 하나의 이야기의 진상을 알게된 여자한테만 저주가 걸린다는 이야기가 있다더라.]

[여자한테만?]

[그러니까 우리는 괜찮아. 그래서 학생운동 시절의 이야기를 자세히 안다는 사람을 내일 만나기로 했어. 모레 동아리 활동 때 다 들려줄테니까, 기대하라구.]



그렇게 전화는 끊어졌다.

하지만 동아리 활동 날, 결국 A는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다.

궁금해서 밤에 A네 집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몇번을 걸어도 아무도 받지 않았다.



A와 연락이 닿지 않은 채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나는 A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A네 집은 창문이 모두 닫힌 채, 현관 신문꽂이에는 신문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물론 초인종을 눌러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점점 커지는 막연한 불안감만 안은 채, 그 여름방학이 막을 내렸다.

2학기가 되어도 A의 모습은 학교에서 찾을 수 없었다.

A한테는 1학년이던 여동생이 있었기에 1학년 후배에게 물어봤지만, 그 여동생도 학교에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꽤 시간이 지난 후, 나는 한 후배 여자아이에게 소문을 듣게 되었다.

A의 여동생이 여름방학 때 갑자기 자살을 시도했다는 것이었다.

매우 밝고 활기찬데다, 친구들 중 누구도 그런 낌새는 느끼치 못했는데, 갑자기 자기 방에서 칼로 목을 그었다고 한다.



학교에는 집안 사정으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는 연락이 와서 그대로 처리되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전학의 이유에 대해서는 결코 말해주지 않았다.

그로부터 15년.



아직도 A의 이후 행방은 알 수 없는 채다.

결국 나는 A에게 "소의 무덤 사건" 의 진상을 듣지 못했다.

아무도 내용을 모르는 가장 무서운 괴담이라는 점에서도, "소의 목" 과는 희미한 공통점이 나타나지만...



다만 아직도 신경 쓰이는 것은, A가 "소의 무덤 사건" 에게 대해 조사하며 적은 노트를 2권 가량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 조사 기록을 A의 여동생이 읽었을 가능성은 없을까.

그렇지 않다면 갑작스러운 그녀의 자살시도를 설명할 수 없는데...



나중에 B 선배와 이 이야기를 했을 때, B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그 녀석, 그날 밤 콧쿠리상을 하기 전부터 뭔가 안 좋은 기운이 몸을 감싸고 있었어. 그림자가 진하다고 할까,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게 혼을 빼앗긴 것은 예감이 들었지. 나는 그게 신경 쓰였던 거야. 아마 그건 원념이 아니었을까.]

A군, 아직 네가 그 조사 기록 노트를 가지고 있다면 하루빨리 불태워 버리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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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외할아버지 장례식 때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대부분 어머니에게 들은 소문이라,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장례식 자체는 차질 없이 진행되어 무사히 끝났다.



철야가 끝나자 모였던 친척들도 다들 돌아가고, 어머니와 두 삼촌만 남아 술에 취한 채 조의금을 계산하고 있었다.

그런데 설거지를 하고 있던 숙모가 다가왔다.

[여보, 참배를 하고 싶다는 분이 왔는데...]



상당히 취해있던 어머니와 삼촌들은 이상하다고 여겨, 혹시 참배를 하는 척 조의금을 훔치러 온 사람은 아닌가 의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들 동요하고 있었으리라.

모처럼 찾아와 준 사람인데, 실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있었을테고.



조의금도 다 꺼냈겠다, 유사시에는 삼촌들 둘이서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거라 낙관적으로 생각해, 그 남자를 안으로 들이게 되었다.

어머니에게 물어봤지만, 남자의 모습은 확실치 않다고 한다.

어쨌거나 남자인 것은 확실하지만, 중년인 것 같기도 하고, 노인인 것 같기도 했다고 한다.



옷차림도 올 때와 갈 때가 서로 다른 옷을 입고 있었던 것 같다고 한다.

인상 깊었던 것은, 남자의 몸에서 생선 비린내 같은 게 났던 점이었다.

남자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시종일관 웃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웃고 있는데도 어쩐지 기분 나쁘고 섬뜩했어.] 라고 말했다.

남자는 불단에 들어서자마자, [향을 끄면 안되겠습니까?] 라고 묘한 말을 꺼냈다.

무례한 놈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껏 찾아온 참배객이니만큼 원하는대로 하게 해주었다고 한다.



그러자 남자는 [저와 고인 둘만 있도록 해주세요.] 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 또한 상주를 물리는 무례한 부탁이었지만, 향도 다 치웠고 조의금도 없는데다 딱히 불심이 깊은 집안도 아니라, 남자가 원하는대로 하게 해주었다고 한다.

장지문을 닫고 옆방에서 상황을 살피는데, 경을 읽는 기색도 없다.



아무래도 수상하다는 생각에, 유체에 해코지라도 하는건 아닌가 싶어 슬쩍 들여다보았다고 한다.

기이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남자는 할아버지의 얼굴 코끝에 자기 얼굴을 가져다 대고, 빙그레 웃으며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남자는 아무리 봐도 그 상태로 할아버지를 만지려는 것 같았어.] 

어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결코 유체를 만지려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동안 보고 있자니, 남자의 중얼거림이 점점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념. 무념. 무념. 무념. 무념. 무념. 무념. 무념.]

남자는 그렇게 분명히 되뇌이고 있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남자의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어쩐지 화를 내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삼촌들은 갑자기 겁이 나, 장지문을 조심스레 닫고 옆방에서 한마음이 되어 경을 읊었다고 한다.



그러자 갑자기 [쾅!] 하고 장지문이 열렸다.

남자는 [감사했습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더니, 대답도 듣지 않고 서둘러 돌아갔다.

안도하는 것도 잠시, 혹시 할아버지에게 해코지라도 한 게 아닌가 싶어 관을 확인했다.



관 바깥쪽에는 무수한 발톱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는 엄청난 양의 짐승 털이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에게는 발톱자국은 커녕, 짐승의 털 한 올도 묻어있지 않았다고 한다.



안도감과 동시에 온몸에 소름이 돋아, 어머니와 삼촌들은 급히 청소를 했다고 한다.

다음날, 스님이 찾아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스님은 [짐승 냄새가 나는구려. 만약을 대비해 돌아가신 분 방에 향을 피워두길 잘했소.] 라고 말했다.



어제 일이 현실이었구나 싶어, 다시금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

나는 그런 짓을 하는 건 필시 여우일거라 여겨, 어머니에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바보야, 괜찮아. 여우님은 그런 나쁜 짓은 하지 않아. 우리 집에서는 모시지 않지만, 여우님을 나쁘게 말해서는 안된단다.] 라며 나를 꾸짖었다.



[그럼 뭔데?] 라고 되묻자, 어머니는 갑자기 입을 다물어, 그날은 더 이상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그 남자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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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5ch괴담][1018th]모르는 사람

괴담 번역 2023. 2. 23.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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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늦게 끝난 날 저녁, 퇴근길에 저녁거리를 사러 마트에 들렀다.

하지만 이미 폐점시간이 가까워진 탓에 마땅히 먹을만한 것도 없고, 피곤에 찌들어 멍하니 서성이고만 있었다.

장바구니를 축 늘어트리고 이런저런 상품들을 보며 별다른 목적 없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내 손을 잡았다...



뭐, 그래도 손을 잡힌 느낌으로 아이의 손이라는 걸 느꼈기 때문에, 조금 놀랐을 뿐이었다.

부모님이라고 착각한 건가 싶었다.

돌아보니 유치원생 정도의 어린 아이였다.



미묘하게 웃으며 [착각했구나?] 라고 농담처럼 말을 건네자, 그 아이는 나를 올려다봤다.

조금 비웃는 것처럼 생글생글 웃으며, [에엥?] 하고 대답해왔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이상한 사건이 재미있어서, 그 아이와 이상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이상한 억양으로 말하기도 하고 장난을 치며 놀았다.



그러는 사이, 갑자기 눈 앞에 여성이 나타나더니 [저기요.] 하고 아이 손을 잡고 있는 내 팔을 잡았다.

이 아이 엄마인가 싶었다.

혹시 수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쩌나 싶어 변명거리를 열심히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유괴범이라고 착각당할 상황이었으니까.

그 여성은 아이를 향해 [안된다고 몇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니?] 라고 냉정하게, 조금 지겨운 듯 말했다.

[아니, 저도 어울려서 장난을 쳤으니까...] 라고 당황하면서도 아이를 옹호했다.



하지만 그 여성은 [좀 조용히 해주시겠어요?] 라고 쏘아붙이고는, [이제 하지 말라고 했잖아. 약속했잖아.] 라며 설교를 이어갔다.

그렇게까지 화내지 않아도 될텐데 싶었지만, 집마다 다른 사정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멍하니 내 손을 양손으로 잡은 채로 계속 흔들고 있던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는 사이 아이는 [그런 거 몰라!] 하고 말하더니, 손을 놓고 도망쳐버렸다.

반사적으로 아이를 쫓으려던 순간, 갑자기 주변의 소음이 한순간에 밀려들어왔다.

그제야 방금 전까지 주변 소리가 노이즈 캔슬링이라도 된 것마냥 전혀 들리지 않았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를 계속 보고 있었고, 아이가 뛰쳐나간 방향도 바라보고 있었기에 바로 쫓아갈 생각이었는데, 아이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멍하니 당황하고 있었는데, 아까 그 여성이 여태 붙잡고 있던 내 팔을 놓아주었다.

[모르는 사람을 멋대로 따라가면 위험해요.]



그리고 그 여성도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 후, 계산대에서 그 여성을 다시 발견했지만, 아이는 데리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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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던, 30년 정도 전에 들은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들려준 것은 스님이었습니다.

어느 사진의 위령을 의뢰받았다고 합니다.



의뢰인은 30대의 남자로, 겉으로 보기에는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등산이 취미라고 합니다.

그 스님은 조상을 공경하고 추모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이지만, 영혼이나 영능력, 나아가서는 귀신 같은 것까지 내심 믿지 않는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스님이라는 직업상, 가끔 이렇게 사진의 위령을 해달라는 의뢰를 받곤 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때까지 본 이른바 심령 사진들은, 풍경을 사람 모습으로 착각했다던지, 유리에 비친 사람 얼굴을 귀신으로 착각했다던지 하는 별 거 아닌 게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의뢰인들에게도 그 점을 설명하며, 마음먹음, 마음가짐, 기분다스림의 중요성을 설파해 왔다고 합니다. 



그랬기에, 그 남자가 의뢰한 사진도 비슷할 것이라 여기며 의뢰를 받았다고 합니다.

사진은 의뢰인이 가운데 서 있고, 그 주변에 등산 동료로 보이는 사람들이 너덧명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흔히들 찍는 단체 기념사진처럼 보였습니다.



스님은 의아해하며 물었습니다.

[위령을 하기 전에 묻고 싶은데, 이 사진의 어디가 신경 쓰여서 의뢰를 하신 건가요?]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아마도 풍경 어딘가에 사람 그림자가 보인다거나 하는 것이리라 여겼다고 합니다.



의뢰인은 고심하며 되물었습니다.

[그 사진에서 무언가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확실히, 처음 봤을 때 어쩐지 위화감이 느껴지기는 했습니다만...]



실제로 스님도 그 사진을 보았을 때, 어딘지 모를 가벼운 위화감을 실제로 느꼈다고 합니다.

[등산 동료들과 찍은 기념 사진이지요?]

그러자 의뢰인은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역시 그렇게 보이시는군요...]

그 대답이 신경 쓰여서, 스님은 다시 한번 사진을 살펴보았습니다.

의뢰인을 중심으로 등산 동료들이 서서, 다같이 찍은 기념 사진.



그런 구도의 사진인데, 다시 보니 오히려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더 커졌습니다.

[아닌가요? 다같이 찍은 기념 사진으로만 보입니다만...]

의뢰인은 더욱 우울해진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그 사진, 셀프 타이머로 저 혼자 찍은 겁니다.]

스님은 농담이라도 하는건가 싶어 사진을 다시 한번 보았습니다.

그제야 처음 느낀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의뢰인은 환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보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표정이 어둡고 침울했습니다.

무엇보다 맑은 날씨에 찍은 사진인데도, 의뢰인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림자가 없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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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5ch괴담][1016th]시골 학생

괴담 번역 2023. 2. 19.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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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생이던 시절 이야기다.

시골 학생이라면 보통 자동차나 오토바이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 역시 혼다 스쿠터를 타고 통학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다녔다.

가끔 시골에서 도시까지 30km 가까이 달리기도 하고, 더 나가서 바다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처음으로 이동수단을 얻은 나는, 어디든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집에서 10km 정도 떨어진 대형 쇼핑몰에 있는 서점 겸 잡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이유는 두 가지.



내가 쓸 돈이 필요했고, 취업 준비 때 어머니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중학생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나는 어머니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었고, 조금이라도 빨리 자립하고 싶었다.

시골에는 일자리도 적고, 월급도 높지 않다.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라고 해봐야 밭일을 돕는 정도인데, 그것도 계절마다 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조금 먼 곳에서라도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한 것이었다.

스쿠터를 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당연히 여름에는 타서 시꺼매지고, 겨울에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온수를 틀고 욕조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스쿠터를 타는 기분만큼은 참 좋았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상쾌함이, 덥고 추운 고생은 다 잊을만큼 즐거웠으니까.



그리고 춥지도, 아직 그리 덥지도 않던 6월에 그 일이 일어났다.

아르바이트 하는 쇼핑몰에서 나와 귀로에 오른 나는, 평소처럼 스쿠터를 타고 돌아가고 있었다.

낮이 길어졌으니 슬슬 선글라스를 끼고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저녁과 밤 사이 무렵의 거리를 달렸다.



해가 막 질까 말까할 즈음, 선글라스를 끼지 않은 것을 후회했지만, 스쿠터를 타고 있는데 선글라스를 꺼내는 것도 귀찮아 그대로 달렸다.

간선도로에서 차선을 바꿔 다리를 건너고 있던 때였다.

저녁놀이 강하게 비치며 시야를 가렸다.



무심코 눈을 감았다가, 시속 60km로 달리고 있는데다 주변에 차도 많다는 생각에 억지로 눈을 떴다.

시야가 새하얘서,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서서히 시력이 돌아왔고, 마음을 놓은 나는 그대로 다리에서 내려오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 다리는 예전부터 특이한 곳이었다.

자세히 말하면 위치가 특정될테니 설명은 않겠지만, 다리 중간에서 도로의 종류가 바뀌는 특이한 형태라, 지역 주민들에게는 애칭으로 불리는 곳이다.

그런 이상한 도로이다보니 사고도 잦았기에, 달릴 때면 늘 조심해야 하는 도로였다.



문득 사고가 잦은 것은 햇빛이 비치는 타이밍과도 관련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다리를 내려왔다.

거기서 처음으로 위화감을 느꼈다.

그 다리에서 내려가는 길은 항상 막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 날은 어째서인지 차가 한대도 없었다.

처음에는 [어라? 운이 좋네.] 라고 생각하며 달렸지만, 그 다음 교차로에도, 그리고 그 다음 교차로에도 차는 커녕 사람 한명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달려 집에 도착했다.



어쩐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길가에 보이는 집들은 불이 켜져 있었고, 가로등과 신호등도 평소대로였다.

그 불빛에 의지해 집까지 올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는 없었다.



이미 주변은 어둑어둑하다.

평소 같으면 어머니가 집에 있을 시간인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이상하다 싶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할 생각에 휴대폰을 꺼내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하지만 당연히 들어있어야 할 휴대폰이 주머니 속에 없었다.

당황해서 가방을 뒤져보았지만 거기에도 없다.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두고왔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집에 두고온걸까 싶어, 일단 내 휴대폰에 전화를 걸어 찾아보기로 했다.

집 전화로 내 휴대폰에 전화를 걸고 수화기에 귀를 기울였다.

어디에서도 진동음은 들려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두고온 거 같은데... 하고 생각하며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던 찰나, 불현듯 위화감을 느껴 수화기를 다시 귀에 가져갔다.

통화연결음이 들리지 않고, 누군가 받은 것 같은 낌새가 느껴졌다.

누가 주워서 받았거나, 아르바이트 하는 곳의 점장님이거나 둘 중 하나겠지.



일단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에 말을 걸었다.

[저기, 실례합니다. 그 휴대폰 주인인데요. 혹시 받으시는 분은 누구실까요?]

대답은 없다.



나는 귀를 기울이며 상대의 동향을 살폈다.

희미하게 수화기 너머의 주변음이 들려온다.

무슨 가게인지, 음악이 흐르고 있다.



클래식 음악 같지만, 무슨 노래인지 파악할 정도의 음량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전화를 받은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 순간 전화가 울렸다.



집 전화 번호 안내판에는 어머니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야, 이런 시간까지 밖에 있고. 어디야?]

내가 말을 걸자,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전파가 안 좋은 거 같은데. 들려요? 여보세요?]

그렇게 내가 말을 걸자, 점차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는 ...괜찮니?]

[어? 뭐라고?]

그렇게 대답하는 사이, 갑자기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와, 지진인가? 그쪽은 괜찮아?]

그러는 사이에도 흔들림은 점점 커져만 간다.

[...라고.]



어머니의 목소리는 여전히 잘 들리지 않는다.

지진의 흔들림이 점점 커져가서, 이대로는 위험하다 싶어진 나는 어머니에게 [미안, 일단 책상 밑에 숨어 있을게!] 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 순간, 어머니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너 트럭에 치여서 지금 구급차 안이잖아!]

[어?]

대답을 하는 순간, 내 눈 앞에 흰 옷을 입은 남자가 보였다.



내 오른쪽 귀에는 수화기 같은 게 걸려있고, 나는 들것에 실려 있었다.

창밖을 보니 가로등이 빠르게 지나간다.

분명히 구급차 안이었다.



모든 것을 확인하고, 나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큰일 나버렸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그렇다.



나는 귀가 도중 트럭과 충돌해 정신을 잃고 이송되는 중이었다.

그때까지 본 풍경은 아마 무의식 중에서 본 꿈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가, 그대로 기절했다.



다음에 깨어난 곳은 중환자실이었다.

바로 옆에서 울리는 너스 콜에 잠이 깼다.

한밤 중에 눈을 뜨니, 간호사가 와서 안심하라고 말을 하고 갔다.



다시 기절했다 눈을 뜨니 다음날 아침이었다.

거울 속의 나는 사고 때문인지 온몸이 퉁퉁 부어있어 깜짝 놀랐다.

의사는 웃으며 다 나을 거라며 괜찮다고 말해줬지만, 안와골절이 온데다 망막에도 작은 상처가 나서, 경과를 관찰하며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병상의 나를 보고 어머니와 누나는 엉엉 울었다.

나는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제서야 비로소 내 생명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입원 중에도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큰 수술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그랬지 싶지만,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다.



두번 다시 이런 사고는 겪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방학이 되기 전에는 복학할 수 있었다.

학점도 꽤 떨어졌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버텨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나는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취업준비를 하고 있었다.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매일 여러 곳을 다니며 설명회를 듣고, 면접을 보고, 시험을 치뤘다.

순조로이 진행될 것 같지 않은, 긴 터널 같은 나날이었다.

오사카 우메다의 지하상가를 취업준비 기간 중 틈틈이 걷곤 했다.



나에게 휴식이 되는 시간은 라멘을 먹는 것 정도라, 여러 가게를 찾아다녔다.

그날은 탄탄멘이었다.

지금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유명한 샘의 광장을 나오면 그 앞에 바로 있는 곳이다.



정통 탄탄멘 가게로 향해 주문을 했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혹시 합격 연락인가 싶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 순간, 누군가가 입에 손을 밀어넣은 게 아닐까 싶을만큼 입이 경련을 일으켜 말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왜 이런 순간,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지병을 가진 것도 아니고, 아무런 예고도 없이 무슨 일인가 싶으면서도, 귀를 기울여 상대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나중에 다시 전화를 걸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들려온 목소리는 뜻밖의 것이었다.

[저기, 실례합니다. 그 휴대폰 주인인데요. 혹시 받으시는 분은 누구실까요?]



틀림 없는 내 목소리였다.

그리고 곧 전화가 끊겼다.

그 순간, 마비된 것만 같던 내 입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바보 같은 일이라고, 착신오류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이, 탄탄멘이 나왔다.

음식을 먹으려는 순간, 내 귀에 들려온 것은 가게에 울려퍼지는 클래식 음악이었다.

모차르트 레퀴엠, 저주받은 자들에게 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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