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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329th]이세계로의 문

괴담 번역 2012. 4. 9.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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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법 때문인지, 5층 이상의 건물에는 엘리베이터를 무조건 설치해야 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살던 고속도로변의 맨션에도 당연히 엘리베이터가 한 개 있었다.


나는 6층에 살았기에 언제나 엘리베이터를 탔다.




계단으로는 내려가는 것이라면 몰라도 올라오기는 꽤 힘드니까.


하지만 아무리 힘들다해도 요즘 나는 계단으로만 다니고 있다.


대학교 강의가 없던 어느 평일 오후, 나는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사오려고 방을 나섰다.




1층까지 내려가기 위해 나는 당연히 엘리베이터를 타기로 했다.


엘리베이터는 꼭대기 층인 8층에 멈춰 있었고, 누군가 타거나 내리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내림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가 오기를 기다렸다.




열린 엘리베이터 문 안에는 중년의 아줌마가 한 명 있었다.


아마 8층의 거주자일까.


그간 몇 번 보았던 사람이었다.




나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1층의 버튼은 이미 눌려져 있었다.


4층에서 한 번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택배 배달하는 형씨가 탔다.




3명 모두 1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갑작스럽게 3층과 2층 사이에서 멈춰서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중력의 무게가 느껴진다.




나를 포함해 엘리베이터 안의 3명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무엇일까.


고장일까?




정전은 아닌 것 같다.


엘리베이터 안의 조명은 여전히 켜진 채다.


[무슨... 일일까요.]




내가 중얼거리자 아줌마도 택배 기사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잠시 기다려도 엘리베이터는 움직이지 않았다.


택배 기사가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도움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대답이 없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택배 기사의 의문은 나의 의문이기도 했다.


아마 실제로는 몇 분 흐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막연한 불안과 초조를 불러 일으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다들 안절부절하기 시작할 무렵, 엘리베이터는 갑자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줌마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른다.


나도 너무 갑작스럽다보니 조금 놀랐다.




그러나 무언가 이상하다.


눌려져 있는 것은 1층 버튼 뿐이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엘리베이터는 올라가고 있었다.


4층을 벗어나 5층, 6층...




그리고 7층에서 멈춰 문이 열렸다.


나는 멍하니 열린 문 너머를 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뭔가 불안정한 것 같네.]


아줌마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말했다.


[계단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그것도 그렇네요.] 라며 택배 기사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당연하다.


아줌마가 하는 말은 틀린 점이 하나도 없다.




지금은 운 좋게 문이 열렸지만, 다시 내려가다 멈추면 아예 갇혀버릴지도 모른다.


정말 운이 나쁘면 사고가 날지도 모른다.


나도 이 믿을 수 없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두 사람과 함께 계단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든다.


엘리베이터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확실이 맨션의 7층 같다.


하지만... 매우 어둡다.




전등이 하나도 켜져 있지 않다.


빛이 없는 것이다.


통로 안 쪽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둡다.




역시 정전인가?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이상하게 엘리베이터 안은 여전히 밝았다.


동작에 이상이 있었다고는 해도 엘리베이터는 어쨌거나 움직이고 있다.




정전일리가 없다.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


위화감을 느끼며, 나는 문득 7층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에 눈을 돌렸다.




뭐야, 이건...


하늘이 붉다.


아침놀인가, 저녁놀인가.




하지만 지금은 오후다.


게다가 하늘에는 태양도 구름도, 아무 것도 없었다.


어쩐지 오싹해질 정도로 선명하고 강렬한 붉은 색이었다.







이번에는 시선을 땅으로 돌려본다.


암흑이었다.


고속도로나 빌딩의 윤곽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맨션처럼 전혀 빛이 없다.


게다가 평상시에는 귀가 아플 정도로 들려오던 고속도로를 지나가는 차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무음이다.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거기다 움직이는 것 역시 눈에 띄지 않는다.


뭐라 설명하기 힘들지만, 살아 있다는 느낌이 눈 앞의 풍경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하늘이 매우 붉었다.


적과 흑의 세계였다.


한 번 더 뒤를 돌아본다.




여전히 엘리베이터 안은 변함 없이 밝게 불이 켜져 있다.


내가 생각하는 사이 엘리베이터 문은 닫히려고 했다.


어떻게 하지...




결국 나는 엘리베이터 안에 혼자 남았다.


이번에는 별로 이상한 움직임 없이, 엘리베이터는 얌전히 1층까지 내려왔다.


열린 문 너머는 평소의 1층이었다.




사람들이 다니고, 차가 달린다.


온갖 생활 소음이 들리는 평범한 오후다.


익숙한 일상이었다.




나는 안도했다.


이제 괜찮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마음이 가라앉자, 아까 먼저 내린 두 사람이 신경 쓰였다.


나는 계단에서 두 사람이 내려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내려오는 사람은 없었다.




15분이 지나도록 아무도 내려오지 않았다.


계단을 내려오는데 그만큼 시간이 걸릴리가 없다.


나는 몹시 무서워져서 밖으로 나갔다.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그 날 이후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싶어도 탈 수가 없다.


지금은 다른 맨션으로 이사를 했지만, 어디를 가던 계단으로만 다닌다.




계단은 어쨌거나 건물에 붙어 있으니 다른 세상으로 가버리지는 않을테니까.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다르다.


나는 지금도 그것이 이세계로의 문이 열렸던 순간이라고 믿고 있다.





Illust by Luin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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