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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94th]지장보살의 얼굴

괴담 번역 2014. 10. 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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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무렵, 학교 가는 길에 작은 사당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40cm 정도 크기의 지장보살이 4개, 길을 향해 나란히 줄 서 있었다.


하지만 그 중 맨 오른쪽 지장보살만은,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학교에서 도는 소문으로는, 그 지장보살의 얼굴을 보면 저주를 받는다고 했다.


그래서 얼굴을 가려 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절대 그 지장보살의 얼굴을 봐서는 안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애초에 그 사당은 초등학생이 오르기 힘든 높은 벼랑 위에 있었다.


또한 사당 주변도 초등학생이 보기에는 어쩐지 기분 나쁘고 무서운 느낌이었기에, 소문 탓도 겹쳐 아무도 거기 가까이 가려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같은 반의 A가 직접 그 저주를 확인해 보겠다며, 친구를 데리고 그 사당으로 향했다.




나는 직접 가지 않았기에 나중에 전해 들은 이야기지만, 함께 따라갔던 친구 셋은 통학로에서 A를 지켜보고, A만 벼랑을 올라 지장보살로 향했다고 한다.


실제로 지장보살을 만진 A의 말에 따르면, 얼굴 앞에만 천이 내려져 있는 게 아니라, 얼굴 전체에 몇 겹이고 천이 빙빙 감겨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A의 손에 의해 지장보살의 얼굴이 드러났다.




[뭐야, 얼굴이 망가져서 숨겨둔 거 뿐이었잖아. 야, 이거 봐!]


아래에서 기다리던 3명의 친구도 멀리서나마 지장보살의 얼굴을 보았다.


그 얼굴은 마치 무언가 강한 타격을 받은 것처럼 금이 간 채 부서져 있었다.




얼굴을 보고 난 후, A는 다시 얼굴을 천으로 가리려 했다.


하지만 원래대로 깔끔하게 감는 법을 몰랐기에 그냥 얼굴을 칭칭 감고, 마지막으로는 턱 밑으로 대충 천을 묶어 뒀다고 한다.


이게 초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 전까지 일어났던 일이다.




이후 겨울방학이 끝날 무렵, A는 코에 병이 생겼다.


하지만 점차 상태가 악화되어 결국 4학년이 되자마자 수술을 해야 했다.


A는 꽤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었지만, 수술의 영향인지, 조금 얼굴 형태가 변해 못생겨졌다.




그 후 여름방학 무렵, A는 자전거 사고로 얼굴을 크게 다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서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다 불의의 사고로 얼굴에 화상까지 입게 되었다.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지장보살을 만지고 고작 1년 사이, A의 얼굴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A와 같이 지장보살을 봤던 나머지 셋은 아무 문제가 없었기에, 우리 사이의 소문은 [지장보살의 얼굴을 보면 저주받는다.] 에서 [지장보살 얼굴의 천을 풀면 저주받는다.] 로 변해있었다.


A가 화상을 입고 나서 얼마 후, 어느날 저녁.


나는 공원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친구 둘과 함께, 그 사당 앞을 우연히 지나가고 있었다.


폴로 셔츠를 입은 아저씨가, 지장보살 근처에서 허리를 숙이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옆에는 빗자루가 보인다.




청소를 하는 것 같았다.


아저씨가 지장보살을 수건으로 닦는 걸, 우리는 멈춰서서 보고 있었다.


맨오른쪽 지장보살은 A가 천으로 대충 가려놨던 그 모습 그대로다.




아저씨는 곧 다른 지장보살들을 다 닦고, 그 천에 손을 댔다.


[그거, 풀면 저주 받아요!]


나는 아저씨에게 외쳤다.




[무슨 소리니. 지장보살님은 너희들을 모두 지켜봐주시고 계시지, 저주 같은 건 안 하신단다.]


아저씨는 싱글벙글 웃으며 천을 풀었다.


지장보살의 얼굴은 아름다웠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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