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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24th]내 편과 적

괴담 번역 2014. 12. 2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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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국에서 알게 된 사람 중, 쵸씨라는 이가 있다.


19살 무렵, 2달간 어학 연수를 위해 LA에 가서 현지 대학 ESL 수업을 듣게 되었었다.


하지만 일본인이라곤 나말고 다른 한 명 뿐이고, 그 외에는 거의 중국 사람들 뿐이었다.




내가 속한 반은 아래에서 세번째 등급에 들어가는 반이었기에, 솔직히 영어 실력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기껏 어학 연수까지 왔는데, 뭐라도 배워가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서툰 영어를 총동원해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려 애썼다.


그러는 사이 친해진 것이 바로 쵸씨였던 것이다.




쵸씨는 언제나 싱글벙글 웃고 있는 아저씨였다.


다만 영어에는 별로 자신이 없는지, 나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열심히 영어로 대화하려 노력하고 있으면 옆에서 그저 웃으며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나 수업이 끝난 후에는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왔다.




그 뿐 아니라 차가 없어서 언제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내게, [저녁이 되면 위험해.] 라며 서툰 영어로 말을 걸어 자기 차로 나를 데려다 주곤 했다.


점심을 같이 먹을 때면 밥값도 거의 쵸씨가 냈었다.


LA에서 머문 2달 동안, 쵸씨는 내게 정말 잘해주었다.




저녁에 수업이 끝나면 데려다 주고, 점심은 매번 쵸씨가 사줬다.


그리고 휴일이 되면 종종 같이 아울렛에 가서는, 구두 같은 걸 사주곤 했다.


당황해서 괜찮다고 몇 번이고 말렸지만, 쵸씨는 싱글벙글 웃으며 [너 학생, 나 사장. 나 돈 많으니까 괜찮다.] 라고 서툰 영어로 말하며 억지로 내게 선물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2달이 지나 나는 일본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쵸씨는 영어를 배우는 한편 중국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며, [중국에 오면 꼭 연락해.] 라며 내게 메일 주소와 집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중국 회사 명함을 건네주었다.


나 역시 [일본에 오면 꼭 연락 주세요.] 라고 말하고, 내 전화번호와 집 주소를 알려줬다.




그리고 1년 반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중국으로 돌아왔어.] 라고, 쵸씨에게 메일이 왔다.


나는 [그럼 놀러 갈게요.] 라고 답장을 한 후, 여름방학 때 중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한 후, 나는 곧바로 쵸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무척 영어가 능숙해진 쵸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쵸씨, 영어 엄청 늘었네요!]




그러자 이번에는 일본어로 대답했다.


[그렇지도 않아. 영어보다는 차라리 일본어가 편하다니까.]


[일본어 할 줄 알았어요?] 하고 나는 놀라 물었다.




아무래도 원래 일본어는 잘했는데, 내가 열심히 영어로 말을 걸어오니 쵸씨도 영어로 받아주려 애썼던 것 같았다.


곧 쵸씨가 공항으로 마중을 나와서, 나는 쵸씨가 운영하고 있다는 호텔로 갔다.


솔직히 쵸씨가 운영하고 있다기에 작은 유스호스텔 정도 되리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꽤 큰 호텔이라 깜짝 놀랐다.




그리고 중국에서 머문 1주일 동안, 쵸씨는 내게 정말 잘해줬다.


마카오에 있는 카지노에도 데려다 주고, 호텔에는 무료로 묵게 해줬다.


낮에는 나 혼자 관광을 할 수 있게 배려해 주고, 쵸씨가 일이 끝나면 같이 저녁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다만 체류 나흘째에, 반일 감정이 있는 듯한 청년 3명에게 봉변을 당했다.


낮에 별 생각 없이 산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월병을 강매하려는 것이었다.


무시하려하자 어깨를 잡아채더니, 중국어로 뭐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알아들을 도리가 없다.


당황해 멍하니 있자, 그들은 나를 잡더니 지갑을 꺼내 돈을 들고 도망쳤다.


어째서인지 영어로 [JAP!] 이라고 외친 후.




그 날 저녁, 내게 사정을 들은 쵸씨는 화를 내고는 이리저리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경찰에 갈까 생각만 하고, 무서워서 뭘 어쩌지도 못한 채 호텔로 돌아온 터였다.


쵸씨는 [괜찮아. 금방 돈은 찾을 수 있어. 그때까지 이걸 써.] 라며 내게 돈을 건넸다.




내가 거절하자, [이건 용돈이야.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쵸씨가 말했다.


나는 감사히 받고, 집에 돌아갈 때까지 낮에는 쵸씨가 아는 여성분과 함께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귀국하는 날 오후, 소름 끼치는 일이 일어났다.




범인 중 한 명인 것 같은, 얼굴이 완전히 뭉개진 남자가 울면서 돈을 갚으러 온 것이었다.


쵸씨의 친구라는 사람이 데려와 강제로 사과를 시켰다.


나는 뭐가 뭔지 당황스러워 그저 [괜찮아요. 괜찮아.]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쵸씨는 잔뜩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그 청년은 울부짖었다.


그리고 그는 억지로 질질 끌려나갔다.




등 뒤로 모이는 그의 왼쪽 손목은 깨끗하게 잘려나가 있었다.


쵸씨는 싱글벙글 웃으며, 옛날 그 서투른 영어로 내게 말했다.


[다른 두 사람 이제 없어. 그 사람들 죄인, 나쁜 짓 했어. 경찰한테 가는 것보다 이게 훨씬 빨라.]




처음으로 쵸씨가 그런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공항으로 가는 도중에, 다리가 덜덜 떨려 어쩔 줄을 몰랐다.


지금도 쵸씨와 연락은 하고 있고, 그가 좋은 사람인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종종 그 때 일을 생각하면 너무나 두렵다.


중국인이 자기 사람에게는 한없이 관대하지만, 적에게는 그 무엇보다 혹독하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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