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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괴담

[번역괴담][2ch괴담][401st]암실

괴담 번역 2013. 2. 1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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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학교의 7대 불가사의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가?

학교에 관련된 7가지의 괴담이 있고, 그 7가지를 모두 알게 되면 죽음을 맞이한다는 어릴 적의 유행 같은 이야기였다.

물론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에도 7대 불가사의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별로 진지하게 생각할 가치도 없고, 다른 학교에도 돌아다니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밤에 화장실 네번째 칸에 들어가면 귀신이 나온다거나, 과학실의 인체모형이 밤마다 학교를 돌아다닌다거나, 교장실 앞 동상이 밤 12시만 되면 운동장을 뛰어다닌다는 것 같이 말이다.

하지만 우리 학교에는 딱 하나 독특한 불가사의가 있었다.



그것이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암실]에 관한 것이다.

나는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이 사건이 트라우마로 남아, 아직도 어두운 방에서는 좀체 잠을 청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암실]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간결한 이야기였다.



[오후 3시 35분에 암실 안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만약 그 소리에 반응해서 이 쪽에서도 노크를 한다면 암실 안으로 질질 끌려
들어가고 만다.]

물론 여기에는 얽힌 뒷이야기가 있었다.

아직 체벌이 당연한 것처럼 취급될 무렵, 우리 학교에는 엄하기로 소문난 T라는 선생님이 계셨다고 한다.



그 T선생님은 수업 중에 아이들이 떠들거나 장난을 치면, 어느 방에 아이들을 가둬두곤 했었다.

그 방은 특수하게 만들어진 암실로서, 창문 하나 없는데다 문 역시 유리창 하나 없는 철문이었다.

게다가 밖에서 잠그면 안에서는 열 방법이 없어서, 아이가 안에 갇히면 밖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는 한 나갈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불을 켜는 스위치도 방 밖에 있었기 때문에, 안에 갇힌 아이는 완전한 어둠 속에 방치되게 되는 것이었다.

분명 초등학생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벌이었으리라.

그러던 어느날, T선생님이 혼을 낸 아이 중 어두운 곳을 두려워하는 사내 아이가 있었다.



T선생님은 여느 때처럼 이 아이를 암실에 가두려고 했지만, 소년은 미친 듯이 날뛰며 안에 들어가기를 거부했기에 좀처럼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T선생님은 아이를 방에 밀어넣고 문을 잠궜다.

안에서는 문을 격렬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지만 T선생님은 그대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교실로 돌아갔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 T선생님이 암실의 문을 열었을 때, 방 중앙에는 소년이 싸늘한 시신이 되어 누워 있었다.

소년은 쇼크 때문에 구토를 했고, 토사물에 목이 막혀 질식한 나머지 숨을 거뒀던 것이다.



당연히 소년의 부모님은 학교에 격렬한 항의를 했고, T선생님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교직에서 물러났다.

T선생님의 사직 후, 학교에서는 그 암실의 사용을 금지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선생님들조차 기분 나빠하며 접근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이윽고 그 방의 존재마저 잊혀져 갈 무렵, 어느 날부터인가 그 방에서 참기 힘들 정도로 역겨운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T선생님과 그 방에 얽힌 사연을 알고 있는 몇몇 교직원들은 설마하는 생각에 아이들이 모두 집에 돌아간 뒤 방을 열었다.

아니나다를까, 방 안에는 천장에 목을 맨 채 썩어가고 있는 T선생님의 시체가 있었다.



바닥에는 유서가 떨어져 있었다.

자살이었다.

하지만 단 한가지, 무척이나 기묘한 점이 있었다.



원래 그 방은 밖에서 문을 잠구는 방식이라, 일단 안에 들어가면 문을 잠글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은 굳게 잠겨 있었던 것이다.

기묘한 자살 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학교 안에서 기분 나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정해진 시간만 되면 그 방 안에서 맹렬한 기세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대!]

게다가 이 소문은 실제로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이나 사무원들 사이에서도 체험한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특히 암실이 있는 1층에서 휴게실을 이용하는 사무원들은 이 소문 때문에 다들 겁에 질려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어느날, 희생자가 나오고 말았다.

학교 안에서 홀연히 A라는 아이가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1시간 뒤.



그 아이는 온 몸을 떨면서 암실 안에서 앉아 있는 채로 발견되었다.

이미 심장은 멎어 있었고, 온 몸에서는 심한 썩은내가 풍겼다고 한다.

그 날 이후로 아이들 사이에서는 [그 방에는 죽은 아이가 갇혔던 3시 35분이 되면 문을 미친듯이 두드리는 소리가 난대. 거기에 대고 무심코 노크를 했다간 안으로 질질 끌려 들어가서 갇혀 죽는다는거야!] 라는 소문이 퍼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이었다.

하지만 암실은 이미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입학할 무렵에는 존재하지 않는 방이었다.

딱히 방이 해체되거나 철거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암실의 문이 있었으리라고 생각되는 곳에, 콘크리트가 잔뜩 칠해져 벽 같이 되어 있었던 것이댜.

물론 학교 안내도 같은 곳에는 암실의 존재 따위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말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 방인 셈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방이 있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단순한 벽에 불과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분명히 벽에는 문의 자취가 남아 있었고, 그래서 학생들에게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방의 정체를 밝히자는 터무니 없는 제안을 해 온 것은, 괴짜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나의 친구였다.



초등학생 주제에 무서운 것을 좋아하는 H라는 여자 아이였다.

H의 말에 의하면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자 아이가 있는 게 훨씬 든든하니까.] 라는 것이었다.

당시의 나는 그다지 활발한 소년은 아니었던데다 그 이야기에는 별로 흥미도 없었지만, 어쩐지 모르게 나는 쾌히 승낙하고 H와 함께 동행하게 되었다.



그렇게 H와 나는 그 방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벽 저 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3시 35분이었기에, 우리는 5교시까지 수업이 있는 날을 골라 모험을 해 보기로 했다.

노크 소리가 정말로 들리는지 확인하고, 들린다면 우리가 노크를 해 보자.



그것이 H의 의견이었다.

나는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라고 물었지만, H는 [그러니까 너를 부른거잖아.] 라며 내 말을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 시간은 흘러, 3시 35분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나와 H는 [어...] 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똑똑...똑똑똑...똑똑...

희미하게 벽 저 편에서 소리가 난다.



노크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격렬한 소리였다.

오히려 그것은 안에 갇힌 소년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도움을 구하는 것 같은 소리였다.

노크 소리에 놀란 내가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 H는 어느새 벽의 정면에 서 있었다.



그리고 오른손을 가볍게 들어 올린다.

[야...]

가냘픈 나의 제지는 무시당하고, H는 2, 3번 가볍게 벽을 노크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주변의 모든 벽이 새까맣게 변했다.

아니, 원래 있어야 할 콘크리트 벽이, 그리고 그 안에 있어야 할 문이 사라져 있었다.



새까맣게 보인 것은 그 안에 있는, 혹은 있었는지도 모를 방이 완전한 어둠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밖에서 들어오는 빛조차 삼켜 버리는 어둠.

몇 년, 아니, 몇십년 동안 결코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았던 방과, 거기 갇혀 있던 [무언가]의 통곡.



어둠 그 가장 깊은 밑바닥부터 울려 오는 끔찍한 비명과, H의 비명이 들려온 것은 거의 같은 순간이었다.

H는 방에 질질 끌려 들어가고 있었다.

심연에서 H의 다리를 잡아 끌고 있는 것은 썩어서 살점이 문드러진 손.



어른 남자의 손이었다.

H도 나도, 어둠 속의 무언가도 비명을 지르며 절규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른들이 달려오는 낌새는 없었다.



어쩌면 아까의 짧은 정적에서 무언가 이상한 점을 눈치채야 했던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일을 생각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눈 앞에서는 H가 어둠 속으로 질질 끌려 들어가고 있었다.



형용하기조차 어려운 공포가 나를 덮쳤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H의 팔을 잡고 힘껏 당겼다.

팔과 다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잡아 당겨진다.



당연히 H는 아파했다.

하지만 표정에는 아픔 이상의 두려움이 드러나 있었다.

이윽고 남자의 팔은 장딴지에서 복사뼈로 미끄러졌다.



그리고 발목을 잡은 손은 구두로 떨어졌고, 마지막에는 구두가 발에서 벗겨져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순간, 귓가에 울려퍼지던 통곡이 파괴적일 정도로 강해진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자 나와 H는 콘크리트로 메워진, 일찍이 방이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벽 앞에서 둘이서 울고 있었다.



시간은 3시 36분.

아무래도 우리 둘 모두 운 좋게 끌려 들어가지 않고 살아남은 것 같았다.

다만 H의 구두는 한 짝이 사라져 있었다.



두 명이서 마구 울고 있자, 사무원 아줌마 한 분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에게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문득 멈춰 서서 얼굴을 찡그리더니, 갑자기 새파랗게 질리는 것이었다.

아줌마는 서둘로 교무실로 달려갔고, 곧 우리 주변에는 어른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 후의 일은 나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엄청나게 울었던데다, 주변 사람들은 계속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다만 곧바로 누군가가 따뜻한 코코아를 건네 주었고, 그것을 마셔서 조금 안심했던 것만은 기억이 난다.



그리고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옮겨간 것도.

나와 H는 한동안 병원에 입원해야만 했다.

둘 다 외상은 없었지만,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입원을 하고 있을 무렵, 담임 선생님과 부모님, 그리고 중년의 남자 한 명이 병문안을 왔다.

담임 선생님은 남자를 [옛날 우리 학교에서 일하시던 선생님이시란다.] 라고 소개했다.

부모님은 벌써 그 남자에게 이야기를 들었던지, 남자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황급히 병실에서 나갔다.



그는 나와 H에게 우리가 본 것은 아마 현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차라리 꿈이나 환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앞으로 살면서 편할테니 그렇게 생각하라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그 방에서 일어난 일을 다른 사람에게 재미 삼아 말하면 안 된다고 다짐을 받았다.



우리는 멍하니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학교에 돌아간 후에도 두 번 다시 암실에 접근하지 않았고, 그에 관한 이야기조차 하지 않았다.

이후 나는 도쿄로 이사를 갔고, 대학교까지 도쿄에서 다녀 그 [암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얼마 전 그 초등학교 홈페이지를 찾아봤더니, 학교 건물 자체가 완전히 변해있었다.

적어도 그 암실은 남아 있지 않으리라.

아직도 나는 칠흑 같이 어두운 방이 무섭다.



H는 그 방에 관해 [거기는 추웠어. 무섭기도 했지만, 다른 것보다 너무나 춥고 또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 라고 말했다.

덧붙이자면 7대 불가사의로 전해지던 암실의 소문이 진짜인지는 나도 알지 못한다.

다만 그 방에서 어느 아이가 죽은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그 방은 처음부터 악의에 가득 차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는 방이었을까.

혹은 혼자 갇혀서 외롭게 죽어간 아이가 자신을 꺼내줄 친구를 찾으며 울부짖고 있는 것일까.

어느 쪽이던 이제는 알 수도 없지만, 아직도 내 꿈 속에서는 어둠으로 가득 찬 그 방이 가끔 나타나곤 한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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