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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202nd]말기 환자

괴담 번역 2011. 6. 2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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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선배 한 명은 간호사로 어느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선배가 담당하고 있던 환자 중 한 명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 환자는 조금 나이 먹은 여성 말기 암 환자였다고 한다.



간호사가 같은 병실의 환자와도 친하게 지내던 좋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불행히도 연고가 없는 환자였던 탓에, 환자의 유품 정리는 선배가 맡았다고 한다.

그런데 선배가 물건들을 정리하던 도중 1권의 공책을 발견했다.



별 생각 없이 후루룩 넘겨보니, 일기였다.

매일 있었던 일이나, 병원식의 메뉴, 보고 싶은 TV 프로그램의 메모 같은 시시한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도중 선배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부분을 찾아냈다.



[오늘은 간호사 XX씨와 산책을 나갔었다. 언제나 상냥한 사람이다. 내 이야기도 자주 들어줘서 너무나 고맙다. 분수가 너무나도 예뻤다.]

선배는 가슴이 찡하면서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렇지만 그 분이 돌아가시기 전 날의 내용을 보고, 선배는 경악했다.



그 전까지는 모두 검은색 볼펜으로 적혀 있던 공책은, 그 페이지만 붉고 파란 색으로 써져 있었다.

글씨도 더러운데다 크기마저 제각각으로 일관성이 없었다.

[XX는 전부터 나를 싫어하고 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엔 너무 노골적이야. 주사는 일부러 아프게 놓고, 몸을 씻겨줄 때도 난폭하다.]



선배는 여기서부터 안색이 새하얘지기 시작했다.

[이젠 더 참을 수 없다. 약도 선생님 몰래 바꿔놓는 게 틀림 없어. 나는 다 안다. 언제나 씩 웃으면서 비웃고 있지? 용서하지 않아.]

[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



[상상으로 몇 번이나 연습했다. 꼭 성공할거야. 내일 해야지. 피를 뽑으러 왔을 때 목을 찔러서 그대로 죽일거야. 이렇게 쓰기만 해도 기쁘네. 오늘은 편히 잘 수 있겠어.]

선배는 겨우 같은 방의 동료와 환자들에게 동요를 숨기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그 후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조차 잘 나지 않지만, 공책은 바로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한다.



그렇지만 침대 정리를 하던 동료가 침대와 벽 틈 사이에서 가위를 찾아냈다.

다른 이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선배만 빼고.



선배는 진지하게 퇴직을 고려했지만, 병원에 남기로 했다.

하지만 적어도 그 방에는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부서를 옮겨서 병동 업무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당연히 선배는 그 환자에게 진심으로 친절하게 대했고, 전혀 나쁜 마음을 먹지 않았었다.



오히려 그 환자가 자신에게만큼은 마음을 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친했었다고 한다.

평소 원망을 사고 있다고는 전혀 생각치 못했던 것이다.

선배는 지금도 그 일만 생각하면 무서워서 잠이 오지를 않는다고 한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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