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때 겪었던 일입니다.
하지만 기억이 부분부분 애매한 곳이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을 무렵, 근처에 자주 같이 놀던 여자 아이가 있었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그 아이를 만났던 적이 없었습니다.
주변에 사는 아이라면 한번쯤은 만났을 법도 하지만 부모님과 그 아이가 마주친 일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가끔 우리 집에서 놀자고 그 아이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서 거절했습니다.
또, 놀고 있던 도중 갑자기 [나 이제 갈게.] 라고 말하는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데 꼭 그 아이가 떠나면 몇 분뒤에 부모님이 나를 데리러 오셨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 아이의 집에 놀러간 적은 있었습니다.
나무로 지어진 작은 집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낡아보이는 분위기의 집이었습니다.
나 역시 그 아이의 부모님을 만나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마 맞벌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인지, 그 아이의 집에는 언제나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름이 막 끝나갈 무렵, 평소와 같이 놀고 있는데 그 아이가 갑자기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미안해. 나 이제 같이 못 놀거 같아.]
이사라도 가는 것인가 싶어 물어봤지만, 왠지 모르게 애매한 대답만 할 뿐이었습니다.
몇번이고 물어보자 그 아이는 [이제 돌아가야 해.] 라고 말하고 내가 잡을 틈도 없이 달려가 버렸습니다.
끈질기게 물어봐서 화가 난 거라고 생각하며 풀이 죽어 있는데, 어머니가 나를 데리러 오셨습니다.
다음 날, 나는 어제 일이 마음에 남았던 탓에 그 아이의 집으로 갔습니다.
[화난 거라면 꼭 잘못했다고 사과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걷던 도중, 그 아이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 집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 있었습니다.
현관문과 창문은 유리가 모두 깨져 있고, 집 앞의 작은 정원은 잡초만이 무성했습니다.
빨래줄을 거는 장대는 녹이 슬었고, 깨진 유리창 너머의 집 안은 먼지가 가득 쌓인 다다미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몇 년 동안은 사람이 살지 않은 집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럴 리 없었습니다.
확실히 그 아이의 집은 여기고, 나는 어제도 여기 놀러 왔던 것입니다.
아직 어렸던 나는 상황을 잘 알 수 없던 탓에 그저 집 주변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나는 현관으로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실례합니다.]
작은 소리로 말하고 살짝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작은 집이어서 안에는 방 2개와 작은 부엌 뿐입니다.
낡을대로 낡아 나무가 썩어가고 있는 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와 놀았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가구 같은 건 모두 사라져버렸지만 기둥의 위치 같은 건 모두 그대로였습니다.
그리고 그 기둥 중 하나에 유성 매직으로 글씨가 써져 있었습니다.
키를 재려고 그은 듯한 가로줄.
그 옆에 히라가나로 그 아이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여기는 확실히 그 아이의 집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슬퍼져서 눈에서 주루룩 눈물이 흘러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왠지 모르게 [이제 다시는 그 아이를 만날 수 없다] 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냉정히 생각하면 분명히 이상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린 나에게는 그저 그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슬펐고 그 폐허 속에서 한동안 슬프게 울고 있었습니다.
그 날, 부모님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솔직히 말할 수 없었습니다.
며칠이 지난 뒤에야, 가장 친했던 친구가 멀리 이사 가 버렸다고, 왠지 그렇게 거짓말만 해 버렸습니다.
어머니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러니, 참 아쉽구나.] 라고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벌써 시간은 몇십년이 흘렀습니다.
이제 그 아이의 얼굴조차 어렴풋하게 떠오를 뿐입니다.
그래도 그 아이와 사이좋게 놀았던 행복한 시간들과 마치 백일몽 같은 이해 할 수 없는 헤어짐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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