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현 토박이들은 모두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에 기슭에 있는 S 공동묘지는 심령 스폿 중에서도 상당히 유명해서 그 고장의 많은 젊은이가 거기를 찾곤 한다.
나 역시 여러번 그 곳에 가곤 했었지만 특별히 영적인 현상을 겪지는 못했다.
고등학교 때 멋진 곳에서 캠프를 하고 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우리는 그 산의 정상 부근에 있는 오두막집에서 바베큐도 하고 신나게 놀기로 결정했다.
그 오두막집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용이었고, 집 안에는 난로와 의자 몇 개가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장난으로 놀러간 것이었기에 일반적인 캠핑과는 달리 텐트나 침낭도 없이 음식물만 사서 밤에 그 공동묘지로 올라가기로 했다.
그 날 밤 10시 정도에 출발하는 것으로 하고, 그 때까지는 모두 가까운 바다에서 낚시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 후 낚은 물고기, 사 온 고기와 야채, 요리 기구를 가지고 산에 올랐다.
산을 오르고 30분 정도 지났을 때 [무서운 이야기라도 하면서 갈까?]라고 말을 꺼낸 친구의 의견에 모두들 찬성해 그 후 각자의 공포 체험이나 어디선가 들은 괴담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조금은 무서웠지만 밤에 친구들과 놀 수 있다는 고양감 때문인지 그다지 피곤함도 느끼지 않고 오두막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후 불을 피우기 위해 오두막집 주변의 땔나무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근은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고 가지고 온 손전등으로 비추어봐도 그저 암흑 속에 촛불 수준이었다.
그것이 무서움을 더해 멀리까지는 차마 갈 수 없었다.
오두막집 주변에는 땔나무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 가위바위보를 해 진 사람이 멀리까지 나무를 가지러 가기로 했다.
결국 가게 된 것은 친구 두 사람과 나.
오두막집을 벗어나 찾고 있는 데 갑자기 한 친구가 [이런 곳에 신사가 있어?]라고 떨면서 물어왔다.
친구가 가리킨 곳을 보니 작은 신사가 있고, 무엇인가를 위해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무서운 이야기를 하고 있던 우리에게는 그것이 더욱 무서운 광경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그 부근의 나무를 대충 주워 오두막집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때 뒤에서 [킥]하는 소리가 들려와서 돌아봤지만 바로 눈을 피했다.
아까까지 아무 것도 없고 아무도 있지 않았던 신사 앞에 사람이 서 있었다.
정확히는 사람 같은 그림자가 있었다.
손전등에서 나가고 있는 빛이 어딘가에 비추어 그림자를 만들어 낸 것이겠지만 주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깜짝 놀란 친구도 몇 번이나 손전등을 움직여 그 그림자의 본체를 찾으려 했지만 주변에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무서워져 바로 오두막집까지 달려왔다.
오두막집의 밝은 빛이 보이기 시작하자 안도가 되었지만, 뒤에 무언가가 따라오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발을 서둘렀다.
그 때 좋은 냄새가 풍겨와 오두막집 안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너희 뭐하는 거야? 기껏 우리가 나무를 주우러 갔는데 너희끼리 요리를 해 버리면 어떻게 해?]
친구 A가 화내면서 안으로 들어가니 안에는 이미 한복판의 난로에 불을 붙이고 석쇠 위에서 고기를 굽고 있었다.
[아니, 너희들이 너무 늦어서. 작은 가지 같은 걸 모아서 저기에 있던 너덜너덜한 달력에 싸서 태웠어. 처음에는 올해 달력인가 싶었는데 날짜를 보니까 10년 전 달력이더라고. 아마 괜찮을 거 같아.]
친구 한 명이 말했다.
[10년 전의 달력이라니? 여기에 사람이 아무리 안 온다고 해도 10년 동안 아무도 안 올리는 없잖아. 게다가 청소하는 사람이라도 있을거 아냐?]
A는 화내면서 그 달력을 보러 갔다.
[누군가 와서 캠핑을 한 다음 버리고 간 거 같은데.]라고 말하며 달력을 넘기고 있던 A가 갑자기 놀라며 외쳤다.
[으악!]
모두가 A를 보며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는데 A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그 달력을 몇십장 정도 넘긴 곳에는 작은 검은 반점들이 보였다.
넘기면 넘길수록 그 검은 반점의 크기와 양이 늘어났고, 점점 검붉게 보였다.
A는 [이런 거 너무 위험해!]라며 그 달력을 멀리 던져버렸다.
그리고 아까 본 그 그림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여기 위험한 거 아니야? 너무 기분이 나빠.]라고 말했다.
그 자리에 있던 우리들은 오면서 했던 무서운 이야기도 있고 해서 두려움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들 중 B가 [잘못 본 걸거야. 그런 그림자 따위. 게다가 이 검은 것도 아마 흙일걸? 10년 전의 것인데다가 비가 내리면 색깔도 조금씩은 변한다구.]라고 말하며 달력을 주웠다.
그러자 A가 [너 한 번 읽어봐. 난 싫어.]라고 말했다.
우리는 A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달력을 주운 B가 [무슨 소리야?]라며 웃으며 달력을 넘겨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히익]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달력을 떨어트렸다.
[이건... 말도 안돼, 무슨 못된 장난을 하고 있는거야...]라고 말하며 무엇인가 씐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아무도 그 달력을 살펴보려 하지 않고 단지 [어떻게 된거야?], [뭐라고 써 있는데?]라고 물을 뿐.
A는 [보면 알아.]라고 할 뿐이었고 B는 굳어서 움직이지도 않고 있었다.
무엇이 있는지 마음에 걸렸고, 모처럼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 달력을 펼쳐보았다.
몇 장인가를 넘기고 그것을 본 순간 손이 떨리고 등골에 한기가 엄습해서 다리가 풀리며 넘어져버렸다.
[으아아! 뭐야 이거!]
무서움을 뿌리치려고 큰 소리를 지르자 전원이 움찔하며 일제히 나를 보았다.
[도대체 거기에 뭐가 써 있길래 그러는거야?]라고 소리치며 묻는 친구에게 A가 [네 눈으로 직접 봐! 말하도 싶지도 않아!]라고 대답해 다시 조용해졌다.
[봐. 모두 보면 괜찮아.]
결국 어찌어찌해서 지금까지 달력을 보지 않은 A와 B 이외의 친구들이 몰려들었다.
그다지 손으로는 만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주워온 막대로 달력을 넘겼다.
단지 그 검은 반점 때문에 달라 붙어 있는 페이지도 있었기 때문에 1장씩 넘길 수 있도록 2개의 막대로 넘겨갔다.
그 달력은 그저 평범한 달력으로 크기는 A4 공책 정도.
잘못 넘기지 않기 위해 1개의 막대로 누르고 다른 1개의 막대로 넘기다보니 8월의 [19일]이라고 씌어져 있는 장소에서 검은 반점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20일]에 완전히 번져 붙어있었다.
그리고 [20일]을 열자 달력을 보지 못했던 친구들이 [으악!]하고 제작기 고함을 쳤다.
그것은 작은 글짜로 써 있었다.
[20일. 이 날은 내가 처음으로 손목을 벤 날. 이것을 본 사람을 저주합니다.]라고 써 있었다...
[이건 말도 안돼. 왜 이런 게 써 있는거야...]라고 울 것 같은 목소리의 친구.
[그 다음은 뭔데?}라며 다른 친구가 막대를 가져가 다음 장을 넘기려 했지만 달라붙어 넘겨지지 않았다.
그 다음에 펼친 곳에는 [24일. 마유미의 머리에서 피가 나오고 있다. 달력에 흘려보니 검은 색이 되었다.]라고 써 있었다.
[무슨 소리야...]라고 말하면서 그 친구는 마구 달력을 넘겨갔다.
그 다음부터는 페이지가 달라붙어 무려 10월까지 달라붙어 있었기 때문에 보이는 것은 그저 검붉은 얼룩 뿐.
[뭐야 이거?]라며 모두들 투덜거리며 모두들 난로 주변으로 모였다.
[어디까지 읽으려는거야? 의미도 모르면서.]라고 A가 말했다.
그러자 B가 [그러는 너는 1장 1장 넘길 수 있을까? 너 무리하지 말고 그냥 그만 둬.]라고 화를 냈다.
[누가 누구한테 그러는거야? 너도 무서워서 도망가고 싶어하는 주제에!]라며 A도 받아쳐 상당히 분위기가 좋지 않아졌다.
그 때 분위기를 바꾸는데 능한 C가 [가위 바위 보로 정하자.]라고 말을 꺼내 B 이외의 전원이 손을 내밀었다.
무서움이 안정되었고 조금씩 여유가 느껴졌다.
[어차피 귀신이라면 이제 와서는 어떨 수 없어. 그냥 끝까지 보자구.]라고 C가 말했다.
C는 [어차피 이것도 피같이 색깔을 만들어 둔 다음 겁을 주기 위해 만든 게 틀림없어. 분명 마지막 장에는 "내가 네 뒤에 있어" 같은 거나 써 있겠지 뭐.]라고 친구들을 안심시키며 달력을 손으로 천천히 넘기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넘긴 [21일]과 [22일], [23일]에는 검은 반점 뿐이었고 아무 것도 써 있지 않았다.
[25일]은 전혀 넘길 수가 없었고, [26일]은 넘길 수는 있었지만 검을 뿐 무엇인가 써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단지 9월 3일에 검붉은 것에 섞여 글자가 보였다.
[3일. 마유미만 먼저 했다. 깎았더니 왁자지껄 떠들어대고 있었다.]
[4일. 마유짱, 어서 와요. 돌아왔다. 붙이니까 실룩실룩.]
[5일. 당신 아직 보고 있습니까? 봐주는 겁니까? 바깥.]
이것을 읽고 기분이 나빴지만 C가 말한대로 써 있었기 떄문에 모두들 [뭐야, 이거 만든건가? C가 말한대로네. 나쁜 장난이구나.]라며 웃으며 보고 있었다.
[6일. 마유짱. 마유짱. 마유짱.]만 써있었다.
[7일. 아직?]
[8일. 이제 괜찮아?]
[9일. 보고 있는 사람 있습니까? 듣고 싶어.]
[10일. 저기, 마유짱이 누구야?]
이상하게 이 문장만 큰 글짜로 써 있었다.
[이 녀석 정신병자 아니야?]라고 A가 말하자 [지나치게 이상하네]라고 모두 동의했다.
[11일. 적당히 해둬.]
[12일. 어째서 나인거야?]
[13일. 오늘 나는 자살합니다. 목을 잘라 자살합니다. (목을 매는 것인가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씌여 있었다.) 신사가 좋을까? 산? 공동묘지? 어디가 좋을까? 마유짱도 데리고 갑니다. 이 달력을 찾은 사람은 12월 24일을 봐. 나는 죽었지만.]
이렇게 써 있었다.
모두 조금 웃으며 [역시나 나왔구만. 예-]라고 조금 깔보면서 말하고 12월 24일을 열었다.
거기에는 [전문의 약은 서둘러서 잡지 마라. 코하와모라 카나라 로](こはわもら かなら ろ)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과 의미를 알 수 없는 한자가 써 있었다.
그리고 12월 25일.
[마유미도, 마유짱도 죽인 후에 난로로 구웠다. 거기 파서, 거기 파서. 마유짱의 머리 제대로 잘라서 신사 앞에 두었어요. 마유미의 발도 잘라서 신사의 뒤에 넣었어요. 나는 거기에 계속 있었어요. 이것은 겁을 주려고 만든 것이 아니에요. 일기인걸. 당신은 불태워. 죽고 있는 내가 타요. 내가 없기 때문에 부탁도 들어주지 않아. 당신은 타버려.]라고 작은 글짜로 써 있었다.
이 글씨만은 정신 이상자가 쓴 것 같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잘 쓴 글씨였다.
그 때까지는 웃고 있었지만 점점 기분이 나빠졌고, 처음에 본 저주한다는 말도 생각나 [이제 돌아갈래?]라고 A가 말했다.
하지만 돌아가려 한다해도 이미 밤 12시가 훌쩍 넘었는데 손전등만 들고 온 길을 되돌아갈 용기가 없어 아무도 찬성하지 않았다.
[아침까지 기다리자.]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B가 [여기에서? 정말로? 이런 곳에서?]라고 반문횄다.
B와 A는 벌써 나가는 편이 좋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안 돼.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라며 거부했다.
그 후 결국 거기에서 아침까지 기다리기로 정했지만 바베큐를 할 마음도 없어진데다 모두들 기분이 나빠져서 다투듯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 십분 후 갑작스럽게 밖에서 [어~이, 어~이, 어~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모두 움찔 놀라 가만히 몸을 멈추고 입을 닫았다.
[어~이, 어~이, 어~이]
분명 사람이 부르는 것 같은 목소리였지만 그것이 계속 들려오다보니 [동물의 울음소리 같아.]라고 한 친구가 말하자 모두들 그것에 동의하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쾅! 쾅!]하고 오두막집의 뒷편이 무엇인가에 강하게 얻어 맞았다.
[어~이, 어~~이, 어~~~이, 어~~~~이.]하고 외치는 목소리도 길이가 늘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시 뒷쪽에서 [쾅! 쾅!]하고 누군가가 친다.
[뭐, 뭐야, 이거? 누군가가 공격하고 있는거야?]라고 B가 거의 울며서 말하자 이제 옆 쪽에서 [쾅! 쾅!]하는 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갑자기 문이 열렸다.
[어이, 너희들 여기서 뭐하는거야?]
눈을 들어보니 한 사람의 남자가 서 있었다.
우리들은 모두 무섭기도 하고 갑자기 나타난 이 남자가 누구인가 싶어 굳어있었다.
[어이라고 계속 불러댔잖아, 엉? 들리냐?]라고 지껄이는 남자의 손에는 낡은 배트가 쥐어있었다.
그것이 무서워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빨랑 대답 안 하냐? 야!!!]라며 남자가 배트를 문에 후려갈기자 그제야 입이 좀 트였다.
[저, 저기. 바베큐를 하려고 왔었습니다... 아는 사람한테 이 곳의 오두막은 누구나 쓸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자는 [바보 천치냐? 여기는 지금 내가 살고 있다고! 당장 여기서 나가!]라고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여기가 다른 사람의 집인줄은 몰랐어요.]라고 말하자 [누구의 집은 아니지만 내가 먼저 살고 있었어. 누가 여기 사는지 알겠으면 당장 여기서 나가!]라고 외치며 배트를 문에 후려갈겼다.
급히 짐을 챙겨 거기서 나가려고 했을 때 그 남자가 욕을 하기 시작해서 우리는 고기와 물고기를 그대로 둔채 도망치듯 밖으로 나왔다.
밖에 나가면서 그 남자의 옆을 지나갈 때 남자의 눈을 보고 나는 조금 긴장했었다.
아마 백내장인 것 같았지만 각막 자체가 흰 색이었다.
이런 눈으로 보이기는 하는 걸까? 싶은 정도로.
밖에 나온 후에는 그저 서 있을 뿐이었지만, 어두움에 무서워져서 모두들 급하게 손전등을 켰다.
손전등을 어디에 비추어야 할지도 몰라 발 밑을 비추며 [어떻게 하지?]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오두막집에서 다시 고함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야, 당장 나가라고 말했잖아! 너희들 나가라고! 듣고 있는거냐! 어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우리는 혹시 모자란 친구가 있는지, 오두막집에 남아있는 친구가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했지만 그 자리에는 친구 전원이 함께 있었다.
[네 녀석들, 사람 말이 말 같지가 않아?]
고함은 계속된다.
[여자라고 해도 용서하지 않아!]라고 남자가 외쳤다.
그리고 그 순간 나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친구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A가 [어? 지금 뭐라고 말한거야?]라고 누구에게라고 할 것 없이 조용히 말한다.
그 순간 남자가 다시 소리쳤다.
[엉? 모르겠냐! 누구한테 지금 말대꾸하는거야! 나는 여자라도 때려!]라고 확실하게 들려왔다.
우리들은 남자끼리 산에 올라왔다.
여자는 한 사람도 같이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두막집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향해 소리치고 있다...
이중의 공포에 발이 후들후들 흔들리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조차 못하고 다만 그 자리에서 친구와 서로 떨고 있을 뿐.
아마 한 사람이 도망치기 시작했다면 모두들 달아났겠지만 아무도 앞장을 설 용기가 없었다.
적어도 나는 그 어두운 산 속을 앞장 서서 손전등으로 비추며 도망칠 용기는 없었다...
그렇지만 다음에 울려퍼진 말을 듣고는 모두들 일제히 도망치고 말았다.
[마유미? 누구야, 그게! 그런 거 모른다!]라고 남자가 말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름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하고 무엇을 말했는지 전혀 몰랐지만 발 끝부터 머리까지 천천히 한기가 올라왔고, 이해한 순간 몸이 경직됐다.
[마유미라니, 모르겠다고! 모르는 건 말하지마!]라고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들린 순간에 전원이 거의 동시에 도망쳤다.
B는 [있을 수 없어... 있을 수 없다고!]라며 울며 소리를 지르면서 도망치고 있었다.
오두막집에서 상당히 도망친 다음에 걸음이 느린 A를 기다리기 위해 전원이 발걸음을 멈췄다.
A는 [하아, 하아, 조... 조금 기다려!]라고 말하면서 겨우 우리를 따라잡았다.
거기에서 전원이 다시 숨을 고르며 조금 쉬는데 B만이 소근거렸다.
[마유미라니, 누구지. 누구일까. 마유미라니 도대체 뭐야.]
이 말만을 되풀이한다.
나도 정말로 무서웠기 때문에 [야, 지금은 그런 것 말하지 마. 나중에 이야기하자. 부탁하니까 지금은 가만히 있어.]라고 말했지만 B는 쭉 혼잣말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 후 그럭저럭 숨도 차분해지도 컨디션도 좋아져 조금씩 침착을 되찾고 산을 내려갔다.
내려가면서도 뒤 쪽이 마음에 걸리고, 조금의 소리에도 민감해져 있었다.
조금 더 내려가니 길의 끝에 지장보살상이 있고, 아래 쪽 거리의 빛도 보이기 시작했다.
빛이 보여서 상당히 안심하게 된 우리들은 지장보살상에게 [저주 받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소원을 빌고 모두 멈추어 손을 합장했다.
[그거, 지장보살한테 빌어도 되는거야?]
갑자기 친구 D가 말했다.
[이거 지장보살이기는 하지만 과연 우리를 지켜줄 수 있을까?]라며 안절부절하며 말을 꺼냈다.
[에? 잘은 모르지만 지장보살은 무언가를 지켜주거나 액막이를 해주는 거 아니야?]라고 물었다.
[분명 액막이 같은 걸 해주기는 하지만 이 지장보살상 이상하잖아?]라면서 D는 조금씩 뒷걸음질 친다.
[뭐라는거야! 말할거면 확실하게 말해!]라고 A가 D에게 소리쳤다.
[지장보살의 발이 잘려나가 있어. 발목 부분부터 잘려나갔다고.]
D가 말하자마자 전원이 일제히 지장보살의 발을 바라봤다.
확실히 오른쪽 다리의 밑동이 부자연스럽게 없어져 있었다.
그 옆에 서 있는 작은 풍차 몇 개가 갑작스레 불어온 바람에 돌아가면서 [차르르릉]하는 소리를 낸다.
그 풍차 밑에 [마유미]라는 글자가 보였다.
한순가에 등골에 한기가 되돌아왔다.
그 후 즉시 달리기 시작해서 아래의 도로까지 도망쳐왔다.
산에서 빠져나와 아스팔트 도로를 보자 안심이 되었다.
숨을 고르고 전원이 가장 가까운 A의 집으로 가기로 한 다음 도로를 걷기 시작했다.
시간은 새벽 2시로 부근은 상당히 조용했고 차도 돌아다니지 않았다.
전혀 상관없었지만 반대 쪽에 있는 공동묘지 쪽의 인도를 우리랑 반대로 지나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우찔해서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 걷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분명하게 본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여자 아이였던 것 같은 착각을 해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이 쪽을 보지마, 이 쪽을 보지마]라고 무서워하며 중얼대고 도망쳤다.
그 후 A의 집에서 지금까지 겪은 일들을 다시 이야기하며 아침까지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부터 B가 귀에 이명이 멈추지 않아 병원에 찾아간 것 이외에는 특별히 지금까지 이상한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후 B는 만성 이명에 걸려버려 본인의 말로는 [단단히 귀신에 들려버린 것 같다.]며 아마 아직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여자가 밤에 머리맡에 선다. 그리고 썰려나가는 순간을 내 앞에서 쭉 계속해서 말한다...]라고 말할 때고 있었지만 그 이야기를 할 때 이외에는 평소와 같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괜찮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 오두막집의 이야기를 형에게 했더니 형이 갔을 때는(나보다 1,2년 뒤에 갔다.) 별로 그런 것도 없었고, 평범하게 바베큐를 하고 형의 친구도 우리가 간 다음 캠핑을 했었다고 한다.
[잡지 같은 것은 있었지만 딱히 사람이 살지는 않았어.]라고 한다.
T산 자체의 영적인 현상에 관해서는 일체 들은 적이 없고, 근처의 S 공동묘지와 그 안 쪽의 이누나키 고개가 유명했지만, 나는 그 이후 산에 가까이 가지 않고 있다.
다른 친구가 한 번 T산에 자기들끼리 간 적이 있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를 한 탓에 지장보살을 보러 갔다고 한다.
[너희들, 저것은 유산한 아이를 위해 만든 지장보살이야. 그런데도 장난친거니?]라는 소리를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거짓말한 거지? 분명 눈의 착각이었을거야. 발은 제대로 붙어있었다고.]라고 말했지만 그 이후에는 결코 확인하러 가보지 않았다.
최근 그 친구들 중 D가 10년 전에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조사해봤지만 특별히 무슨 사건은 없었다고 한다.
단지 S 공동묘지 안 쪽에 있는 이누나키 고개는 사고가 많아 여러 사람이 죽었지만 이 일과는 아마 관계가 없을 것 같다.
[전문의 약은 서둘러서 잡지 마라. 코하와모라 카나사로](こはわもら かならろ)라는 문장은 불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친구와 이야기해본 결과 대충 이런 느낌의 문장이었던 것 같다.
확실하게 기억해서 찾아보았으면 좋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경험만으로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공포스러운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illustration by LHaN(http://blog.naver.com/taepyung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