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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번역괴담][2ch괴담][901st]남자의 사진

괴담 번역 2017. 12. 7.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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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은 된 이야기다.


친구 A가 갑자기 배낭여행을 떠나겠다고 말을 꺼냈다.


산지 얼마 안된 디지털 카메라를 시험해보고 싶었으리라.




나도 별 생각 없이, [조심해서 다녀와.] 라고 말한 뒤 배웅했다.


하지만 사흘 정도 있다 돌아올 예정이었는데, 나흘이 지나도 닷새가 지나도 A는 돌아오지 않았다.


물론 연락도 없었고.




마침내 A의 가족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일주일 뒤, A가 발견됐다.


익사체가 해변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등에 메고 있던 배낭 속 유류품을 통해 신원이 판명됐다고 한다.


며칠 뒤, 나는 A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경찰이 나를 불러세웠다.




그리고는 사진 한장을 보여주며, [혹시 이 남자 모르십니까?] 하고 질문을 던졌다.


거기 찍혀 있는 것은 웃고 있는 A였다.


그리고 그 옆에, 본 적 없는 수염 난 남자가 서 있었다.




30대쯤 된 것 같았다.


이 사진은 A의 디지털 카메라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즉, A가 죽기 직전 찍은 마지막 사진이라는 것이었다.




비슷한 사진이 몇장 더 있었다.


혹시 이 남자가 A를 죽인 건 아닐까?


나는 남자를 전혀 모른다고 대답했다.




경찰은 [역시 그렇겠죠...] 라고 고개를 떨궜다.


[도대체 이 남자는 누구입니까?]


경찰은 넌지시 귀띔했다.




[그게 말입니다... 사실 이 남자는 10여년 전에 실종된 사람이에요. A씨가 사고를 당한 부근에서 사라졌고요. 지금도 저희가 수색하고 있습니다.]


그 남자가 누구인지,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A가 이 남자와 만난 직후 수수께끼의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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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동창회 소식을 알리는 편지가 왔다.


중학교 동창회로, 20살때 한번 만났던 친구들이다.


어느덧 10년이 지나, 이제는 서른이 됐다.




어릴적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도 이제는 왕래가 뜸해졌다.


오랜만에 만나 옛 정을 되살리고 싶어, 참석하기로 했다.


동창회 당일, 꽤 많은 친구들이 나와 왁자지껄 사는 이야기도 늘어놓고, 어릴 적 추억도 풀어놓았다.




정말 즐거운 모임이었다.


서른살쯤 되니 아저씨 아줌마가 다 된 친구들도 있고, 머리가 벗겨진 친구도 있다.


새삼 다들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나 스스로도 아저씨가 됐다는 건 애써 무시하면서.


결혼한 친구들이 꽤 많아서, 아직 미혼인 나는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담임 선생님께도 연락을 드렸던 모양이지만, 지병 때문에 거동이 어려우셔서 아쉽게 못 오셨다고 한다.




서서 식사하는 곳에서 가볍게 1차를 마친 뒤, 2차는 술집으로 향했다.


반 조금 넘는 인원이 2차에 참여했다.


나도 다음날 일이 없었기에, 조금 과음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2차에 따라갔다.




조금 취기가 돌고, 다들 1차 때보다 개방적이고 편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하던 그때.


새로운 참가자가 나타났다.


A였다.




A는 중학교 시절 친구가 많지 않은 녀석이었다.


나 역시 그와 이야기했던 기억은 별로 없다.


하지만 10년 전 동창회에도 참석했었고, 그때는 나름대로 잘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다만 중학교 시절부터 겁먹은 듯한 태도라, 이야기하다 왠지 모르게 말문이 막혀 맥이 끊기곤 했다.


하지만 다들 술도 들어갔겠다, 기분이 거나해진 친구들은 A를 반가이 맞이했다.


[이야, A잖아! 어떻게 된거야, 갑자기 난입이냐!]




간사인 B가 먼저 말을 건넸다.


B는 나와 사이가 좋아, 지금도 가끔이나마 연락을 하는 몇 안되는 동창이다.


다른 친구들도 제각기 [오랜만이다! 앉아, 앉아!] 라던가, [지금 분위기 딱 좋은데 잘 맞춰왔네.] 라면서 친근하게 말을 건넸다.




A는 B에게 이끌려, 자리에 앉아 가만히 있었다.


나는 A를 보고 새삼 놀랐다.


전혀 늙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왠지 조금 힘이 없어보였지만, 10년 전 동창회 때 봤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이마가 조금 넓어져가는 내 입장에서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A는 이전보다도 더 과묵해져 있었다.




무언가 말을 걸면 고개를 끄덕이거나 맞장구는 치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뭐 마실래?] 하고 B가 물었지만, 고개를 끄덕일 뿐 대답이 없었다.


[일단 생맥주 한잔 시키지 그럼. 안 마시면 내가 먹는다.]




하지만 A는 그렇게 시킨 생맥주도, 안주에도 손 하나 대지 않았다.


그쯤 되자 어쩐지 이상하다는 생각을 나말고 다른 녀석들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하던 일이 안 풀려 우울증에 걸린 건 아닌가 걱정했다.




그래서 가급적 밝은 어조로 말을 걸었다.


[이야, 그나저나 A 너는 정말 늙지도 않았네. 부럽다. 나는 완전 아저씨가 다 됐어.]


A는 애매하게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릴 뿐이었다.




그러자 다른 친구 몇도 거들었다.


[그러니까! 한눈에 알아보겠더라니까. 전혀 안 변했지 뭐야. 뱀파이어라도 되는 줄 알았어!]


[안 늙는 체질도 있더라니까.]




A는 여전히 웃고만 있었다.


B도 한마디 거들 생각이었는지 입을 열었다.


[아니, 혹시 A는 진짜 사람이 아닌 거 아냐?]




결코 바보취급 하거나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고, 그저 농으로 던진 말이었다.


하지만 이 말 한마디에, 그제껏 미소만 띄우던 A의 표정이 달라졌다.


다리를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더니, 눈을 크게 뜨고 바닥을 내려다봤다.




그 모습에 놀란 B는 곧바로 [아, 내가 말실수를 했나보네. 기분 나빴어? 미안, 미안.] 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는듯, A는 계속 벌벌 떨 뿐이었다.


다른 녀석들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듯, 다들 이쪽을 바라봤다.




나는 역시 마음에 병이 있는게 아닌가 싶어 안타까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냉정하기 짝이 없게, B의 가벼운 농담에 과민반응해서 분위기를 깨버린 A를 책망하는 마음도 있었다.


[정말 미안해. 마음 풀고 다시 마시자.]




B는 다시 사과했다.


다른 녀석들은 아까 일은 잊은 듯, 다시 잡담을 시작했다.


하지만 A의 떨림은 점점 커져서, 의자가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나도 말을 걸었다.


[야, 괜찮냐?]


그러자 A가 기묘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웃는 듯, 화난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등과 손등으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 짝, 짝하고, 일정한 박자로 박수를 친다.


"우와, 뭐지 이녀석. 무섭네..."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A는 귀청이 찢어질 정도로 절규를 내던졌다.




그리고는 그대로 달아났다.


그 순간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마치 괴물 같던 그 얼굴.




우리 동창회 멤버들은 물론이고, 다른 손님과 점원까지 다들 놀라서 망연자실했다.


다시 술을 마실 분위기도 아니고, 결국 그날은 그대로 모임이 파했다.


훗날, B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심상치 않은 모습이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자기 때문인 거 같아 죄책감도 들어, A네 집에 연락을 해봤단다.


B는 A의 가족에게 동창회에서 있었던 일을 에둘러 전하고, 혹시 연락을 받은 건 없냐고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가족의 반응은 예상 외였다.




그것이 사실인지, 어디 있는 가게인지 되묻더니, 한참 있다 A가 10년 전 실종됐다고 말하더라는 게 아닌가.


10년 전 동창회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이번 동창회 초청장을 받기는 했지만, 가족들은 바빠서 답장을 잊고 있었단다.




10년 전 사라진 A가, 동창 중 누구와도 연락이 없던 A가, 어떻게 동창회 2차 자리를 알고 찾아온 것일까.


나는 견딜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돌이켜보면 10년 전 동창회 때, A가 말문이 계속 막혔던 건 사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데 꺼내놓지 못해서는 아니었을까.




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A는 행방불명 상태라고 한다.


건강하지는 않더라도, 부디 어디에선가 살아있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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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도쿄 여행 4박 5일 - 2일차

잡동사니 2017. 11. 3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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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두번째 날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커피를 한잔.

숙소가 참 좋았던게, 라운지에서 커피랑 차를 맘대로 타먹을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먹고 나서 설거지는 꼭 해놓아야 하지만요.

7시 반쯤 되서 출발했습니다.

숙소 근처 자판기에서 캔 단팥죽을 팔길래 하나 사봤는데, 맛은 그냥 우리나라에서도 파는 레토르트 단팥죽 맛이더라고요.

근데 엄청 달아요 으으...


둘째날 첫번째 행선지는 신사인 칸다묘진.

그런데 가는 도중에 신사가 하나 보이길래 여기도 잠깐 들렀습니다.

배불뚝이 너구리가 인상적이었어요.





칸다 강을 건너가면 바로 앞에 보이는 건 아키하바라!

여기서 직진하면 아키하바라입니다만, 아키하바라는 나흘째 하루를 통으로 써서 돌아볼 예정이었기에 여기서는 왼쪽으로 꺾어서 갑니다.

쭉 걸어가다보니 왼쪽 멀리 도쿄대 의대가 보이더군요.

일본 최고 엘리트들이 모여있는 건물!

그리고 숙소에서 한 30분 정도 걸은 끝에 칸다묘진에 도착했습니다.





칸다묘진은 일본 3대 축제 중 하나인 칸다 마츠리가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5월달에 열리는 축제라서 이번 여행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도쿄 전체를 총괄하는 신사로, 일본에 있는 어지간한 유적이 그렇듯 지진과 전쟁통에 다 무너졌다가 현대에 새로 지은 건물입니다.

저 사자탈은 점괘를 뽑아주는 자판기인데, 사자가 춤추고 소리를 내더라고요.

신기하긴 했는데 굳이 점을 볼 생각은 없었기에 구경만 했습니다.


오른쪽 아래에 있는 건 칸다묘진 3대 신 중 하나인 다이코쿠텐, 한국 발음으로는 대흑천(大黒天)입니다.

칠복신 중 하나로, 재물과 가정의 행복, 남녀의 인연을 담당하는 신이라는군요.





2000년대 들어 세운 사자상, 그리고 망한 점괘를 뽑은 이들의 한이 담긴 조형물입니다.

흉한 점괘를 뽑으면 저기다 묶어서 액운을 떨쳐내는거죠.


왼쪽 아래에 있는 건 칸다묘진 3대 신 중 하나이자, 칠복신 중에서도 인기 있는 에비스입니다.

어업과 풍년을 담당하는 신으로, 유명한 에비스 맥주가 바로 이 신의 이름을 따왔죠.

칸다묘진 3대 신 중 나머지 하나는 타이라노 마사카도인데, 이건 실존 인물을 신으로 모시는 거라 굳이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오른쪽 아래에 있는 건 신사에서 키우는 조랑말이에요.

신마(神馬) 아카리쨩이라고 이름도 붙여놨더라고요.

귀여웠습니다.





칸다묘진은 아키하바라 근처이기도 하고, 러브라이브 애니메이션에도 등장한 덕에 오타쿠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곳입니다.

러브라이브의 경우 등장 캐릭터 중 한명이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바람에 팬들 사이에서는 성지로 자리잡았다네요.

그래서인지 걸려있는 에마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거나, 뒷면에 러브라이브 캐릭터들이 인쇄되어 있는 게 꽤 보였습니다.

애니메이션 흥행을 관광업에 잘 활용한 케이스가 아닌가 싶군요.





칸다묘진을 다 돌아봤으니, 이제 다음 행선지는 도쿄 돔입니다.

칸다묘진에서 도쿄 돔까지도 걸어서 한 20분 정도 걸려요.

천천히 걸어가는 사이, 일본에서 최초로 의과대학을 설립한 준텐도 대학이 눈에 들어옵니다.

현대에도 의학 쪽에 강세를 보이는 학교죠.


도쿄 돔에 도착해서, 우선 도쿄 돔 호텔에 티켓 수령차 들렀습니다.

안에는 벌써부터 예쁜 트리가 우뚝 서 있고, 울트라맨도 있더라고요.

나와보니 도쿄 돔 아니랄까봐, 자판기부터 요미우리 자이언츠입니다.





그리고 여기가 바로 도쿄 돔!

일본 야구의 심장입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가 준우승을 차지한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도 바로 이곳에서 개최됐었죠.

하지만 야구 시즌도 다 끝난 겨울, 왜 도쿄 돔을 왔느냐...


그것은 바로 도쿄 돔 시티라는 놀이공원이 옆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쿄에는 요미우리 랜드나 후지큐 하이랜드, 디즈니랜드나 하나야시키 같은 놀이공원이 잔뜩 있지만, 여기만큼 도심 중심에 자리잡은 규모 있는 놀이공원이 또 없습니다.

중심 바큇살이 없는 관람차 빅-오와, 그 관람차를 뚫고 지나가는 롤러코스터 썬더돌핀이 이 놀이공원의 상징입니다.

이거 타려고 한국에서 이미 티켓도 끊어왔었습니다.

30,000원 정도 가격에 놀이기구 4번 탑승과 우주박물관 관람이 가능한 티켓이죠.





그런데 너무 일찍 왔어요...

놀이동산 개장이 10시부터인데, 아직 30분 정도 남은 시점에 도착해버렸거든요.

어쩔 수 없이 주변을 좀 돌아다녔습니다.

분수대도 보이고, 난데없이 카드캡처 사쿠라 전문점도 있고...

야구장답게, 야구 박물관이랑 야구 관련 메가스토어도 눈에 들어오더군요.





근데 이놈의 놀이공원이 10시를 넘겨서도 문을 안 열더라고요.

결국 지칠대로 지친 나머지, 먼저 문을 연 메가스토어랑 야구 박물관이나 먼저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메가스토어는 기본적으로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메인으로 삼고, 곁다리로 일본 야구 대표팀이나 여타 프로팀 물품을 판매하고 있더군요.

대만 출신으로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활약 중인 양다이강, 일본 발음으로 요 다이칸 선수의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인 메이저리거 코너도 흥미롭더군요.

마에다 켄타, 다나카 마사히로, 다르빗슈 유 세 선수 모두 올해 만만치 않은 시즌을 보냈는데,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이어서 들어간 야구 박물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많은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은 프로야구 역사가 길다보니 어르신들이 옛 추억을 돌아볼겸 많이 찾아오시는 것 같아요.

윗줄은 작년 오릭스 버팔로즈의 크리스 마레로가 기록한 일본 프로야구 통산 100,000번째 홈런볼과 배트, 일본시리즈 우승컵입니다.


각 구단별 유니폼과 선수 용품, 감독 메세지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중 인상적이었던 것 두개가 아랫줄 물건들입니다.

닛폰햄 파이터즈 소속으로, 현재 일본 야구의 신성인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글러브와 스파이크.

그리고 이승엽 선수의 기록을 깨고, 아시아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작성했던 야쿠르트 소속 블라디미르 발렌틴의 56호 홈런볼입니다.





일본 프로야구 전설들 속에서, 하리모토 이사오라는 이름으로 걸려 있는 장훈 선수를 발견했습니다.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 속에서도, 끝까지 한국 국적을 유지하며 일본 프로야구에서 전설을 써 나갔던 위대한 선수죠.

오른쪽 위 사진 중, 두번째 배트가 바로 장훈 선수의 3,000 안타 기록 배트라고 합니다.


아래쪽 사진은 장훈 선수와도 절친했던 오 사다하루, 왕정치의 일본도입니다.

타격 연습을 위해 저 일본도로 볏짚을 베면서 훈련했다고 하는데, 지금 와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훈련법이죠.

그야말로 낭만과 전설의 시대였던 셈입니다.





야구 박물관에는 일본을 거쳐간 한국인 선수들의 물품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타자의 경우 이종범, 이승엽, 이대호 세 선수의 배트가 있더라고요.

이종범 선수는 주니치 드래곤즈 시절, 이승엽 선수는 치바 롯데 마린즈 시절, 이대호 선수는 소프트뱅크 호크스 시절 배트입니다.





투수는 선동렬, 박찬호, 오승환 세 선수의 글러브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선동렬 선수는 주니치 드래곤즈 시절, 박찬호 선수는 오릭스 버팔로즈 시절, 오승환 선수는 한신 타이거즈 시절 글러브네요.

해외에서 한국 선수들 물건을 보니까 새삼 더 반가웠습니다.





일본 야구가 낳은 대스타, 스즈키 이치로 코너도 한켠에 따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메이저리그 3,000 안타, 미일 통산 4,359 안타...

국적을 떠나, 그저 대단한 선수입니다.


그 너머에는 WBC 우승 기념 코너가.

일본은 초대 WBC와 2회 WBC를 연속 우승했죠.

우리나라도 충분히 우승할 기회가 여러번 있었기에 더욱 아쉬웠던 대회들입니다.

일본도 우승이 정말 기뻤던지, 당시 선발 멤버 유니폼, 트로피 뿐 아니라 우승하고 나서 뿌렸던 색종이까지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좀 샘나더라고요 ㅠㅠ





도쿄 돔은 우리나라 동대문 운동장처럼,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고라쿠엔 야구장을 밀어버리고 지은 구장입니다.

그래서 고라쿠엔 야구장에서 사용하던 물건들이 잔뜩 옮겨져서 전시 중이었어요.

일본 어르신분들은 이런 거 하나하나 보면서 추억에 젖으시더라고요.

지금 와서 봐도 불펜 투수를 실어나르던 카트는 참 귀엽고 센스 있는 디자인입니다.





일본 야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장훈 선수.

아래에 있는 배트 박스는, 실제로 스폰지 배트를 들고 프로 투수의 공을 쳐볼 수 있는 체험형 코너입니다.

저도 시도해서 안타를 하나 쳤어요!

유쾌한 코너였습니다.


일본 야구 박물관은 입장료 600엔을 받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공식 어플을 설치하면 100엔을 할인해주는 행사가 진행 중이라 저는 500엔만 냈고요.

야구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번쯤 방문할 법 하긴한데, 한국어 팜플렛이나 가이드가 없다는 점은 참고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영어 소개문도 없기 때문에, 일본어 소개문을 어느 정도 이해하실 정도는 되어야 더 쉬운 관람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튼 이렇게 야구 박물관을 돌아보고 다시 놀이공원으로 갔는데...

아이고 맙소사.

바람이 너무 세게 부는 통에 썬더돌핀이 운행 중지 중이었습니다 ㅠㅠ

이거 하나 타려고 한국에서 왔는데!

억장이 무너지더라고요.


하지만 별 수 있겠어요, 날씨를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고.

대신 옆에 있는 관람차, 빅-오를 타기로 했습니다.

여기 관람차는 독특하게 안에 노래방 기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관람차를 타는 동안 노래를 부를 수가 있습니다.

한류 열풍 덕에 한국 가수가 부른 노래도 꽤 있으니, 찾아가시면 일본 하늘 위에서 한국 노래를 신나게 부르시는 것도 좋을 거 같네요.

저도 판타스틱 베이비랑 TT를 부르고 왔습니다 너무해 너무해.





빅-오는 80m 높이까지 올라갑니다.

도쿄돔을 내려다보는 경험은 아무데서나 할 수 있는게 아니죠!

혼자 타서 우울했지만, 날도 맑고 풍경은 참 좋았습니다 흑흑...





내린 뒤 지나가다 봤던 바이킹.

저는 바이킹은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그냥 구경만 하고 지나갔습니다.

사실 이 놀이공원이 썬더돌핀 빼면 성인 남성이 혼자 탈 놀이기구가 마땅치가 않아요...

하지만 바람은 여전히 쌩쌩 불더라고요 ㅠㅠ





어쩔 수 없이 또 방황하다 발견한 점프샵.

일본 최고의 만화잡지 소년 점프 관련 상품을 파는 곳이었습니다.

루피랑 나루토를 만났긴 했는데, 딱히 제 취향에 맞는 물건은 없어서 구경만 하고 나왔습니다.

벽에는 만화가들 싸인이 쫙 걸려있더라고요.





하지만 바람은 멈추지가 않습니다...

바람아 멈추어다오 ㅠㅠ

방황하다 마주친 메이저리그 카페, 에비스, 슈퍼전대 포스터.



그리고 하도 심심해서 스카이 플라워라는 놀이기구를 하나 더 탔습니다.

이것도 바람이 세서 운행 중지였는데, 마침 근처에 가니까 딱 운행 시작하더라고요.

일종의 곤돌라인데,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가 뚝 떨어지는걸 2번 반복합니다.

60m 까지 올라가는데, 고라쿠엔 시절부터 있던 유서 깊은 놀이기구라고 하더라고요.

좀 춥긴 했지만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서 인상 깊었습니다.





어느덧 점심때.

점심은 회전초밥을 먹었습니다.

해선 미사키코라는 프랜차이즈 회전초밥집인데, 마침 놀이공원 바로 옆에 있더라고요.

이거저거 해서 9 접시 먹었는데, 맛있었습니다.

1,780엔 나왔던걸로 기억하네요.





밥을 먹고 나와도 바람이 멈추질 않더랍니다.

어쩔 수 없이 이번에는 티켓에 포함되어 있는 코스, 우주박물관 TenQ로 향했습니다.

입장하면 상영하는 영상이 있는데, 영상 시작 시간을 맞춰 들어가야 해서 잠시 대기했습니다.

우주박물관답게 기념품점에서는 우주식을 판매하고 있더군요.

일본인 우주인의 싸인이나 UFO 모양의 조명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기껏 들어간 우주 박물관은... 그저 그랬어요.

저는 일본어 안내문이라도 읽을 수 있지만, 아예 일본어를 모르신다면 진짜 별 거 없이 걷다가 나오실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저처럼 결합 티켓을 구매하셨다면 들릴만 하겠습니다만, 아니면 따로 가시는 건 별로 추천할 일이 못되는 거 같아요.

여기 단독 입장 티켓은 무려 1,800엔입니다.

우주를 정말 사랑하는 분이 아니라면, 단독 입장은 지양하고 다른 데 돈을 쓰시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네요.





우주박물관을 나섰는데 아직도 바람이... 응?

바람이 잦아든데다 갑자기 썬더돌핀이 시운전을 시작합니다!

신나서 달려가서 맨앞에 줄을 섰습니다.

시운전 결과에 따라 운행 시작 여부가 결정된다는 직원의 말을 믿고, 30여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운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날 9시 30분에 도쿄 돔에 도착했는데, 6시간 기다린 끝에 3시 30분에 마침내 맨처음으로 썬더돌핀에 탑승했습니다 흑흑.

썬더돌핀은 정말 끝내주는 롤러코스터였습니다.

360도 회전만 없을 뿐, 틸팅 노선에 급강하, 폭포수 커브에 놀이기구와 건물 관통까지 롤러코스터에 넣을 수 있는 재미는 다 우겨넣은 느낌이에요.

2번 탔는데, 지금도 또 타고 싶습니다.

롤러코스터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거 하나를 위해서라도 도쿄 돔 한번 찾아가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썬더돌핀의 한을 풀었으니, 이제 마음 편히 다음 목적지로 이동합니다.

다음 목적지는 일본 축구 박물관!

그렇습니다, 저는 스포츠를 좋아합니다 히히.


가는 길은 20분 정도 걸린다고 나오는데, 언덕길을 끼고 있어서 실제로는 그보다 더 걸립니다.

도중에 지장보살님이 여섯분 계시더라고요.

아무튼 겨우겨우 도착한 일본 축구협회!

축구협회 건물 지하로 일본 축구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안에 들어서니 우선 일본 국가대표팀 선수들 기념품이 맞이하더라고요.

인터밀란에서 뛰는 나가토모 유토, 프랑크푸르트에서 뛰는 하세베 마코토의 A매치 100 경기 기념 유니폼.

그 아래에는 도르트문트에서 뛰는 카가와 신지의 축구화입니다.

일본은 프로리그가 3부까지 구축되어 있는데, 개중 이미 완전히 자리를 잡은 J1과 J2는 각 팀 유니폼과 마스코트, 구단 용품이 한자리에 전시되어 있더라고요.

국내 프로축구보다 짧은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자리잡은 걸 보면 참 부럽다는 생각 뿐입니다.





일본 축구 박물관 티켓은 재미있게도 뒷면이 2002 한일 월드컵 티켓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조별리그 일본과 러시아 경기 티켓인데, 일본에서도 2002 한일 월드컵을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작은 재미이지만 이런 것 하나하나가 참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입장료는 500엔이에요.





박물관 안에도 이것저것 구경할 게 많았습니다.

왼쪽 위에 있는 건 J리그 우승 트로피입니다.

우승컵 형태인 K리그와는 다르게 쉴드 형태인데 크기가 상당하더라고요.

그 옆에는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일본 선발 베스트 일레븐입니다.

저기 빈 자리에 직접 들어가 선수들과 어깨동무하고 파이팅을 다질 수 있도록 만들어뒀더라고요.


2002 한일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들의 축구용품도 전시 중이었습니다.

잉글랜드의 간판이었던 데이비드 베컴의 축구화, 그리고 이 대회 MVP를 수상했던 골키퍼 올리버 칸의 장갑.





4강 신화를 써내려간 전설의 유니폼을 일본 와서 보니까 감회가 새롭더군요.

한일 월드컵 우승팀 브라질, 1998년 처음 월드컵에 진출했던 일본 국가대표팀 유니폼도 있었습니다.

오른쪽 아래는 일본 국가대표팀이 각급 대회에서 수상한 페어플레이 트로피래요.





축구 박물관이니만큼 일본 국가대표팀이 따온 트로피도 잔뜩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개중 윗줄 두개가 참 묵직한 대회들인데, 왼쪽은 2011년 여자 월드컵 우승, 오른쪽은 2014년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우승 트로피입니다.

우리나라도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은 2010년 우승한 적이 있지만, 아직 성인 대표팀에서는 그만한 성적이 나오지 못하고 있어 아쉽네요.

언젠가 성인 대표팀에서도 월드컵 제패를 꿈꿔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아랫줄 왼쪽은 아시안컵, 오른쪽은 곧 개최를 앞둔 동아시안컵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번 대회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무르며 아시안컵 우승을 또 미루게 되었는데,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성적을 내온 일본이 참 부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시안컵을 우승해야 컨페드레이션즈 컵도 나가보고 그럴텐데 ㅠㅠ

다음달 동아시안컵에서는 대표팀이 간만에 우승컵 드는 모습이 보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축구 박물관 로비에 전시되어 있던 일본 대표 선수들의 발자국입니다.

왼쪽 위는 미우라 카즈요시, 오른쪽 위는 나카무라 슌스케, 왼쪽 아래는 엔도 야스히토, 오른쪽 아래는 다카하라 나오히로.

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일본 대표팀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던 이름들인데, 모두 아직도 현역으로 뛰고 있더라고요.

개중 마흔 넘은 나이에도 축구 선수로 뛰고 있는 미우라 카즈요시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 뿐입니다.





이렇게 축구 박물관 감상이 끝났으니 이제 또 이동할 때가 됐습니다.

롯폰기 힐즈로 갈 생각이었는데, 근처 지하철이 롯폰기로 바로 가는게 없어서 결국 노기자카역까지 간 다음 걸어서 이동하기로 합니다.

근데 노기자카는 이름에 고개라는 뜻의 사카(坂)가 들어가는만큼 경사가 좀 있더라고요...

차라리 환승을 해서라도 롯폰기로 바로 갔어야 했습니다 ㅠㅠ


가는 길에 자판기를 봤는데, 자판기 한정으로 팔리는 메론소다가 무과즙이더라고요.

우리나라는 해당 재료가 들어가지 않으면 상품명에 표기를 못하는데, 일본은 또 다른 모양입니다.

결국 수상한 무과즙 메론소다는 거르고 탄산수를 마셨는데, 탄산이 어마어마하게 세더라고요.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른쪽 아래는 노기자카역에 내려서 걸어가다 마주친 국립신미술관.

여기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별전을 하고 있어서 가보고 싶었는데, 아무리 스케쥴을 짜봐도 시간이 안 맞더라고요.

화요일날 쉬고 10시부터 6시까지만 운영하는, 여행객 입장에서는 정말 아쉬운 시간대의 전시였습니다 ㅠㅠ





또 20분 가량 걸어서 겨우 도착한 롯폰기 힐즈.

롯폰기는 긴자와 더불어 도쿄의 대표적인 부촌 중 하나인데, 그 중심에 있는 롯폰기 힐즈는 문화예술과 온갖 비싼 가게들이 모여있는 복합단지입니다.

중심에 우뚝 서 있는 모리 빌딩에는 미술관과 전망대가 유명한데, 저는 이번에 그걸 보러 온 게 아니라 밑에서 사진만 한장.

저 멀리 도쿄 타워가 빛납니다.


왼쪽 아래에 있는 거미는 마망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롯폰기 힐즈의 랜드마크입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거미를 밀어주더라고요.

저거 밑에 들어가보면 안에 알까지 배고 있어서 더 징그러워요.





천천히 걸어내려오면 TV 아사히가 보입니다.

계획에는 없지만 또 안 들어가 볼 수가 없죠.

60년 역사의 방송국으로, 특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강세를 보이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먼저 맞이해주는 건 TV 아사히의 마스코트, 고엑스팬더, 그리고 밝게 빛나는 거대한 트리.


아래쪽에 있는 건 배우 쿠로야나기 테츠코가 40년 넘게 진행 중인 전설적인 토크쇼, "테츠코의 방" 스튜디오를 재현한 것입니다.

쿠로야나기 테츠코 옆에 있는 버튼들을 누르면 육성이 흘러나오더라고요.

쿠로야나기 테츠코는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창가의 토토" 를 쓴 바로 그 분입니다.

책은 유명한데 정작 일본에서 유명한 배우라는 사실은 그리 알려져 있지가 않더라고요.





TV 아사히의 간판 애니메이션 쌍두마차, 짱구와 도라에몽.

두 작품 모두 작가 사후에도 애니메이션이 이어지며,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롯폰기 힐즈에 왜 왔느냐 하면, 바로 이걸 보러 왔던 겁니다.

매년 삼성 갤럭시에서 주최하는 일루미네이션 행사가 있거든요.

도쿄타워와 롯폰기 힐즈 사이, 케야키자카를 전부 빛으로 물들이는 "롯폰기 힐즈 케야키자카 일루미네이션" 입니다.

길 전체가 빛으로 확 물들어 있는데,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하루 종일 걸어서 지친 와중에도, 저 거리를 걸어 올라갈 때는 참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하얀 불빛이 빨갛게 변하는 것까지 구경한 뒤, 모리빌딩을 통해 롯폰기 힐즈를 빠져나옵니다.

롯폰기 힐즈는 워낙 비싼 가게들 밖에 없어서, 저처럼 가난한 여행자는 뭘 사먹을 수가 없어요.

결국 나와서 한참을 방황하다가, 우리나라에서 소문이 자자한 라멘 프랜차이즈, 이치란 라멘에 들어갔습니다.


이치란 라멘은 중앙에 뿌려져 있는 저 매운 소스로 유명한데, 확실히 저 소스 덕분에 돈코츠 라멘 특유의 느끼한 맛이 좀 잡히는 느낌이더군요.

다른 라멘 프랜차이즈보다 한국 사람들에게 더 인기가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맛있게 먹었어요.





소화도 시킬겸, 천천히 롯폰기를 걸어다니다 서점이 보이길래 쓱 들어가봤습니다.

일본어를 할 줄 알고 책도 좋아하니 서점은 보이면 들어가보고 싶더라고요.

괴담 번역을 취미로 하고 있다보니 괴담 관련 서적부터 뒤적거려 보고, 잡지나 문고본도 천천히 돌아봤습니다.

개중 특이한 게 바로 저 노기자카 46 문고였어요.

노기자카 46은 일본 아이돌 그룹인데, 롯폰기 근처 노기자카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올해 들어 코단샤 문고와 제휴를 맺어, 책 표지를 아이돌 멤버들이 장식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같은 동네 아이돌이라고 롯폰기 쪽 서점에서 코너를 크게 내준 걸 보니 뭔가 유쾌한 마음에 사진도 찍어왔습니다.





롯폰기역에서 숙소까지는 또 지하철 한방에 가더랍니다.

이번 여행은 참 숙소가 교통이 편리해서 좋았어요.

오는 길에 패밀리마트에 들려서 야식을 사왔습니다.

겨울 한정으로 나온 귤맛 호로요이랑 우유 푸딩, 그리고 슈크림!

맛있게 또 잘 먹고, 사흘째 여행을 위해 지친 몸을 침대에 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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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도쿄 여행 4박 5일 - 1일차

잡동사니 2017. 11. 2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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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일부터 24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 도쿄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혼자서는 처음 가는 해외 여행이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정작 가보니까 별 문제 없이 계획대로 잘 돌아보고 온 것 같네요.

일정도 어디 갈까 고민하면서 이거저거 넣고 빼고했었는데, 그럭저럭 일정 세웠던대로 잘 돌아다닌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일본어를 할 줄 아는게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첫날, 공항 리무진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비행기가 8시 10분 출발이라, 4시 40분 첫차를 타고 이동하면 넉넉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7시쯤 도착했는데 그날 따라 출국심사 줄이 끝도 없이 서 있더라고요.

조금만 늦게 왔어도 비행기 못 탈 뻔 했습니다.





아무튼 사전에 대여 신청해놨던 포켓 와이파이도 수령하고, 무사히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일본까지 가는 길은 반쯤 졸면서 갔던 거 같네요.





나리타 공항에 착륙하니 공항 절대 반대라는 플래카드가 보이더라고요.

사진 상으로는 잘 안 보입니다만.

나리타 공항 건설 과정에서 원주민들이 보상 문제 등으로 인해 엄청 싸웠다는데, 아직도 그 흔적이 남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제주항공을 타고 가서 3 터미널에 내렸는데, 이동 수단은 죄다 2 터미널에 있습니다.

3 터미널이 저가 항공사 전담 터미널인데, 우리나라 항공사 중에는 제주항공만 그쪽으로 배정이 됐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공항 내 셔틀 버스를 타고 2 터미널로 이동한 뒤, 교통카드를 사고 지하철에 탑승했습니다.

대개의 경우 스카이라이너나 스카이엑세스 같은 전용 철도를 타는데, 저는 마침 지하철 타고 가면 숙소 근처 역이 나오더라고요.


아무튼 도착한 숙소.

IRORI라고 써 있는 저 곳입니다.

호스텔인데, 기숙사처럼 2층 침대로 배정됩니다.

게스트 하우스 같은 곳이랑은 달리 다들 잠만 자고 나오는 스타일이라 조용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잘 맞았습니다.

체크인은 4시 이후라서 일단 짐만 맡겨놓고 나왔습니다.

니혼바시 근처라서 아사쿠사, 아키하바라는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 거리라 참 좋았어요.





아사쿠사 가는 길의 풍경들입니다.

이상하게 우리나라 옛날 문방구 마냥, 오래된 장난감 파는 가게들이 많더라고요.

저런 가게가 한 5곳 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은 반다이 제 2 빌딩입니다.

원래 이 쪽이 반다이의 발상지라, 옛 본사랑 2 빌딩까지 여기에 모여 있더라고요.

지금은 시나가와 거쳐서 롯폰기 쪽으로 옮겨 갔습니다만.





한 30분 정도 걸어가는 사이, 이런저런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신사 옆에서 전통 혼례 사진을 찍고 있는 커플이 인상 깊었네요.

강 건너 보이는 스카이트리.

옆에 있는 아사히 맥주 본사는 공사 중인지, 유명한 황금 거품 조형은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열심히 걸어서 도착한 곳은 점심을 먹으러 온 우나테츠라는 장어 덮밥 전문점.





돈이 없는 관계로 런치 메뉴 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우나동을 시켰습니다 흑흑.

장어 0.5마리지만 1,890엔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에요.

하지만 장어는 장어니만큼 맛있었습니다.

여러분이 보시면서 기대하는만큼의 딱 그 맛이에요!

나오니까 슬슬 바람이 불기에 자판기에서 따뜻한 코코아를 하나.

자판기 대국이라는 별명만큼 정말 자판기가 아무데나 있었습니다 도쿄...





이제 메인 관광지인 아사쿠사로 또 걸어갑니다.

중간에 길을 헷갈려서 할아버지한테 여쭤봤더니 이거저거 지도 팜플렛까지 안겨주시면서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주시더라고요.

근데 카미나리몬 쪽이 아니라 센소지 바로 앞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 탓에 카미나리몬 사진 찍는 걸 깜빡했어요 흑흑.

아무튼 탁발승을 지나쳐 이천문으로!


센소지는 절입니다만, 그 옆에 센소지 신사도 따로 붙어 있습니다.

규모가 작아서 저도 슬쩍 구경만 하고 지나왔지만요.

아사쿠사의 상징과도 같은 절입니다만,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봉은사처럼 도심 한가운데에 있어서 유명한 절일 뿐입니다.

일본 전통 느낌을 받고 싶어도 관동대지진과 도쿄대공습 거치면서 폭삭 무너진 걸 다시 지은 것 뿐이라 그리 큰 감명 받기는 힘들더라고요.

아예 문화권이 다른 서양 사람들이라면 다른 느낌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정작 불상은 절 밖에 더 많드라고요.





아무튼간에 온 만큼 여기저기 구경은 열심히 했습니다.

저 커다란 짚신은 야마가타현에서 꼬아서 공물로 바친 거라고 하더라고요.

향 피우는 곳에서는 피운 향의 연기를 맞으면 무병장수한다는 전설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했습니다.

여기저기 기모노 입고 다니는 분들이 계셨는데,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들이더라고요.

우리나라도 광화문 가면 한복 빌려입고 경복궁 가는 관광 코스가 있듯, 여기도 비슷하겠지요.





센소지 앞으로 쫙 펼쳐져 있는 나카미세도리가 참 유명합니다만, 거기 말고 옆쪽으로도 상업 지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주변을 돌아다니다 닌자랑 부엉이를 만났어요.

지금 와서 보니까 부엉이 카페에는 부엉이 말고도 다른 동물들도 많나 보네요.

닌자 옷 입으신 분은 외국인 상대로 닌자 코스프레 세트를 판매하는 직원인데, 사진 찍으려니까 포즈를 잡아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닌자 코스프레 세트는 어마어마하게 비싸드라고요...


쇼와 20년, 그러니까 1945년부터 장사를 해왔다는 카게츠도, 화월당이라는 빵집에서 메론빵을 샀습니다.

200엔이었는데,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갓 구운 빵이라 참 맛있었어요.

메론빵은 생긴게 메론처럼 겉이 갈라진 모습이라 메론빵이고, 실제 메론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간식도 먹었으니 다음 행선지는 스카이트리!





센소지에서 스카이트리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가 걸립니다.

비싼 교통비를 아끼려면 가난한 여행자는 열심히 걸어야죠.

스미다 강을 건너는데,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더랍니다.

고작 오후 3시 15분인데.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남쪽이라 그런지, 훨씬 따뜻한 대신 해가 진짜 빨리 지더라고요.

스카이트리 근처로 다가가니 마리오가 보이길래 부탁해서 사진 한장 찰칵.


스카이트리는 높았습니다.

전망대는 올라가지 않았기에 밑에서만 봤지만요.

2012년 완공 이래 현재까지도 도쿄 최고 높이의 건물로 자리잡고 있는, 634m의 초고층 건물입니다.

내부 기념품점에서 흥미로웠던 건 사진에 나와있는 이름 스탬프였어요.

흔한 이름들을 히라가나로 적어서 스탬프를 만들어 팔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여길 왜 찾아갔느냐 하면 포켓몬 센터 때문입니다.

스카이트리 지점은 가장 높은 곳이라는 점에 착안해, 천공의 지배자 레쿠쟈가 이미지 캐릭터더군요.

점내에도 그냥 레쿠쟈와 메가 레쿠쟈 조형물이 모두 있습니다.

시리즈 최신작 울트라썬/울트라문 출시 직후라서 관련 상품들이 열심히 팔리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노린 인형들과 모바일게임 튀어올라라! 잉어킹 관련 상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물건들이라 참 여러모로 탐이 나더라고요 ㅠㅠ

특히 봉제인형들은 상대적으로 마이너하다고 느껴지는 포켓몬들도 잔뜩 만들어놔서 그저 부러웠습니다.

아케이드로 돌아가는 폿권, 나아아아아아시 몬코레...

1997년부터 연재되고 있는 만화 포켓몬스터 스페셜도 20주년을 맞이했더군요.





3DS용 게임 소프트들과 포켓몬 GO 배지, 꼬리선 인형과 따라큐 인형...

따라큐는 7세대 간판이자 최고 인기 포켓몬답게, 혼자 특별한 색 인형도 따로 만들어놓은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작 제가 산 거는 나노블록이랑 나노비즈 뿐이지만요 ㅠㅠ

방문 기간에는 울트라썬/울트라문 대상으로 인-게임 아이템 배포도 시행 중이었는데, 다행히 로컬 배포라서 한국어판 3DS로도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뭔가 득 본 기분이더라고요.





다시 나와서 스카이트리를 다시 한번 올려다봅니다.

아래에는 노점들이 열려 있는데,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있더라고요.

일본 사람들은 축제나 예쁜 걸 참 좋아하는 거 같더라고요.

크리스마스가 공휴일도 아니고, 기독교 인구가 많은 나라도 아닌데 가는 곳마다 트리가 보이는 게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일본에서 볼 줄이야.





아무튼 해도 졌겠다, 또 예쁜 걸 보러 이동했습니다.

신주쿠 근처 상점가인 테라스 시티에서 일루미네이션을 개최하고 있었거든요.

여기저기 보랏빛으로 물들어서 거리가 참 예뻤습니다.

일본 가서 참 인상 깊은 것 중 하나였습니다.

일본은 일루미네이션 행사가 여기저기서, 큰 규모로 열리고 있더라고요.





이제 저녁을 먹어야겠죠.

신주쿠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봅니다.

가수 생활 25주년을 맞아 은퇴를 선언한 아무로 나미에 광고판도 보이고,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그려놓은 타이토 오락실도 보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밥집이 보이길래 그냥 들어갔어요.

주문은 돼지고기 생강구이 정식.

밥은 오오모리 공짜로 된다길래 덥썩 주문했더니 고기에 비해 밥이 너무 많았습니다...

레몬사와도 한잔 시켜서 와구와구 집어먹었습니다.





먹고 또 소화도 시킬겸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일본에서 롯데리아 보니까 묘하게 반갑더라고요.

물론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만.

신주쿠역 동쪽 출구에서 서쪽 출구로 넘어간 뒤, 다음 행선지는 도쿄도청.





왜 도쿄까지 와서 난데없이 도청을 찾아가느냐, 그것은 도청이 어마어마하게 크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일본 거품 경제에서 착공한 탓에, 무려 243m라는 높이의 건물이거든요.

워낙 높다보니 전망대로 기능하는데, 일반 입장이 무료라는 게 포인트입니다.

다만 워낙 일본에 전망대로 유명한 곳이 많다보니까 여길 찾아오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덕분에 참 편하게 야경을 봤습니다.





온 김에 스탬프도 쾅!

개인적으로 이런 스탬프 찍는 걸 좋아해서, 이번에는 아예 스탬프를 찍어갈 노트를 한 권 들고 왔습니다.





이제 굵직하게 돌아볼 곳은 다 돌아봤으니, 천천히 신주쿠에서 돌아다녔습니다.

커다란 북오프가 있길래 잠깐 들어가봤죠.

북오프는 중고 서점으로 시작한 체인점인데, 지금은 음반, 게임, 취미용품 등으로 발을 넓힌 프랜차이즈입니다.

아예 취미 용품만 다루는 하비 오프, 가전제품 전문 매장 하드 오프 등으로 분화된 매장이 따로 있을 정도죠.

우리나라에도 잠깐 들어왔습니다만, 매입가도 약한데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밀려버렸고, 가게 들어가면 "이랏샤이마세" 하고 일본어로 인사하는 게 오그라들던 탓에 망했습니다.

원서 살 때 신촌점이 참 좋았는데 흑흑...


아무튼간에 책을 좀 살펴보기는 했는데, 본토라서 그런지 상태 좋은 책들은 상당히 비싸더라고요.

세로쓰기 문고본을 300엔 이상 주고 사기에는 제가 너무 거지라서 과감히 구경만 했습니다.

윗층에는 게임이나 취미용품 판매도 하고 있었는데, 제가 산거는 왼쪽 상단의 아이돌마스터 히비키 피규어 하나였습니다.

중고라는 점을 감안하면 피규어나 음반 같은 거는 건질만한 게 꽤 있는 편이더라고요 그래도.

돈이 많고 취미가 있더라면 꽤 샀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둘 다 아니라서...





신주쿠역 주변을 잠시 돌아보는 것으로 이날 일정은 마무리했습니다.

유명한 쇼핑몰 돈키호테도 들어가보고, 가부키쵸도 앞에만 슬쩍 돌아보고.

가부키쵸의 경우 일본에서도 손에 꼽히는 환락가입니다.

파칭코, 술집, 풍속점 등 온갖 밤놀이로 유명한 곳이죠.

용과 같이나 사채꾼 우시지마 같은 매체에서도 자주 배경으로 등장하니 익숙한 분도 있으실 거 같네요.





신주쿠에서 숙소까지는 환승 없이 지하철 한번에 가서 참 좋았어요.

오다가 세븐 일레븐에서 사 온 돈베 키츠네 우동이랑 슈크림을 야식으로 먹었습니다.


키츠네 우동은 요시오카 리호랑 호시노 겐이 출연한 CF로 유명한데, 맛도 있더라고요.

우리나라 튀김우동 같은 느낌인데, 위에 올려진 유부가 국물을 머금어서 푹신푹신하고 정말 맛있었습니다.

슈크림도 생크림이랑 커스타드 크림이 반반 들어가 있는데 만족스러웠어요.





지금 와서 3DS 발자취 수첩을 켜봤는데, 이날 23,617 걸음을 걸었네요...

여행 내내 이렇게 무식하게 걸어다녔습니다 흑흑.

여행기는 2일차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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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여자아이 어머니가 이상한 능력을 가지고 계시단다.


신변정보를 말해주면 실종된 사람의 생사를 맞춘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과는 교신할 수 없기 때문에, 교신이 되면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거지.




죽었을 때 나이, 날짜, 계절, 장소, 죽은 방법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의뢰한 적이 없지만, 아동 실종사건 같은 게 일어났을 때 실제로 맞추는 걸 몇번 봤으니 아마 진짜 영험한 분인 것 같다.


그 아주머니는 집 1층에서 미용실을 하고 있고, 그 능력을 돈버는데는 쓰지 않으신다.




오히려 그런 능력이 있다는 걸 숨기려 드는 편이라, 직접 찾아나서더라도 연줄이 꽤 닿아있지 않으면 아마 부탁도 못할 것이다.


그렇게 하고 있는데는 세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번째는 여기저기서 봐달라고 부탁해오는 게 귀찮다는 것.




두번째는 만약 찾아달라는 사람이 이미 죽어버렸다면, 그걸 유가족한테 말해주는 게 너무 괴로우니까.


그리고 마지막 이유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장난삼아 찾아달라고 오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두려우니까" 라고 했다.


나는 친구에게 [무섭다니, 뭐가?] 라고 물었다.




친구는 [장난 치러 왔던 사람이 죽어버릴테니까.] 라고 대답했다.


옛날부터 아주머니가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화를 내면, 그 상대가 뜻밖의 죽음을 맞아왔다는 것이다.


사람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지, 옆집 고양이가 갑자기 차에 치여죽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창문으로 들어와 아주머니가 좋아하던 테이블보를 흙투성이로 만들고, 비싼 꽃병을 떨어트려 깨버리곤 했다나.


아주머니 본인은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안했다니까.] 라고 극력 부인했다.


하지만 친구는 [꽤 쉽게 욱하는 분이니까 절대 화나게 만들면 안된다.] 라고 나한테 신신당부했다.




친구네 아버지는 친구가 7살이던 해,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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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98th]버려진 금고

괴담 번역 2017. 11. 2.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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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체험한 실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무서웠지만,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약간 시골에 살고 있지만 면허가 없어서, 근처 편의점에 갈 때는 늘 걸어서 갑니다.




편의점까지 가려면 숲이 우거져서 터널 같이 된 길을 30m 가량 지나가야 합니다.


일주일에 3번 정도는 지나가는 길이라 눈에 익은데, 어느날 터널 중간 즈음에 있는 공터에 웬 금고가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금고는 잠겨있는지,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날은 별 생각 없이 지나갔는데, 2주쯤 지나가도록 그 금고는 계속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가족들에게 금고 이야기를 했더니, 정말 있냐는 반문이 돌아왔습니다.


나는 증거 삼아 사진을 찍어 보여주기로 하고, 그 다음날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역과 편의점은 반대 방향에 있다보니 아마 가족들은 그 길을 다닐 일이 없어 금고를 못 본 듯 했습니다.


찍어온 사진을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꺼름칙하다느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다음날.


저와 사진을 본 가족들은 원인 불명의 고열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가족 4명 중 유일하게 사진을 보지 않았던 사람만 멀쩡했고요.


나는 열이 42도까지 치솟아 병원에 후송됐는데, 병원에서도 마땅히 문제는 없다는 진단만 나올 뿐이었습니다.


사진을 본 가족들은 둘 다 38도 정도까지 열이 올랐었고요.




병원에서는 사흘 정도면 나을 거라 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열은 40도 근처에서 떨어질 조짐이 없었습니다.


혈액 검사에서도 문제가 없었고, 독감도 아니었습니다.


종종 목을 졸리는 것 같은 감각이 덮쳐왔지만, 편도선이 부은 탓이라 생각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머리카락으로 목을 꽉꽉 조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목에는 무의식적으로 스스로 할퀸 상처가 수도 없이 생겼고요.


열로 몽롱한 의식 와중, 문득 내 머릿속에는 그 금고 사진이 떠올랐습니다.




그러고보니 그 사진을 찍은 다음날부터 열이 났다는 것도요.


사진을 지워버린 순간, 계속 느껴지던 오한이 약간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진을 지운 다음날, 거짓말처럼 열은 떨어졌습니다.




남은 건 지친 몸과 여기저기 느껴지는 근육통 뿐.


그 금고는 무언가 위험한 존재였던걸까요.


사진을 지운 것 만으로 멀쩡해지다니 믿을 수는 없지만요.




그 후, 한동안은 더 멀리 있는 다른 편의점으로 피해다녔습니다.


하지만 사흘 전, 무심코 그 숲길을 다시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금고는 아직 거기에 있었습니다.




이전과 다른 건 금고의 문이 비틀려 열려 있었다는 거였죠.


사진만 봐도 그렇게 경을 쳤는데...


그 금고를 열어제낀 사람이 어떤 꼴을 당했을지, 생각하기도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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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년 전까지 저주 대행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회사는 심령 DVD 같은 걸 주로 만드는 프로덕션으로, 업계에서도 나름대로 자리를 잡은 곳입니다.


그 외에도 부적이나 점술 도구 같은 걸 통신판매로 팔고 있고요.




지금도 잘 영업하고 있습니다.


내가 담당했던 것은 부두 계열 저주였습니다.


의뢰자에게 저주를 걸 상대의 손톱과 머리카락을 받은 뒤, 부두 진흙인형에 집어넣고 주문을 외우며 바늘로 찌르는거죠.




모든 과정은 사진을 촬영해서 의뢰인에게 보고합니다.


요금은 3단계 플랜으로 나눠져 있고 나름대로 가격이 좀 됩니다만, 3개월 이내에 효험이 없으면 전액 환불이 가능했습니다.


아마 70% 정도는 환불을 받아갔던 거 같네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두달 정도는 아무 일도 없었지만, 세달째 되던 무렵부터 온몸에 심한 발진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서는 내부 장기에 문제가 있어서 생긴 것이라는 진찰을 받았고요.


그 무렵부터 내 주변에서 이상한 일이 계속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키우고 있던 고양이가 나를 피하게 되었습니다.


뭐, 원래부터 그렇게까지 붙임성 있는 녀석은 아니었지만.


어느날 갑자기, 수족관에 키우던 열대어들이 전부 죽어서 둥둥 떠 있던 적도 있습니다.




뜰에 있는 나무 한그루가 말라죽고, 주변에는 바퀴벌레나 파리 같은 벌레가 드글드글했고요.


한번은 책을 열었더니 큰 지네가 한마리 끼어있던 적도 있습니다.


뭐, 그래도 집이 외곽 쪽 동네에 있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부터 아버지의 모습이 점차 이상하게 변해갔습니다.


아버지는 아직 50대로 꽤 엄격한 회사에 다니십니다.


그런데 새벽 3시가 넘으면 잠옷 차림으로 집밖으로 나가시더라고요.




그리고 1시간 정도 지나서 돌아오시는데, 손이 진흙투성이인데다 손톱 안까지 흙이 빽빽하게 차 있습니다.


게다가 큰 소리를 내면서 나가는데도, 아침에 물어보면 어디 나간 적 없다고 대답하시는 겁니다.


같이 살던 누나네 세살 난 조카가, 자다가 배를 혼자 쥐어뜯어 피투성이가 된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죄다 우연이 겹친 것이라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나도 그 무렵 매일 같은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내가 방 침대에서 자고 있으면, 7명의 사람이 나를 둘러싼 채 내려다 보는 겁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다들 일본식 잠옷 같은 걸 걸치고, 나를 내려다보며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내젓고 있었습니다.


이런 꿈을 2주 가량 계속 꾸었습니다.


괴상한 일들이 이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저주 대행 아르바이트가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친구에게 상담을 했더니, 점을 보는 지인을 소개시켜줬습니다.


영험하다기에 한번 만나보기로 하고 약속을 잡았죠.


아니나다를까, 저주 대행 아르바이트 때문에 점점 나쁜 기운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특히나 부두 계열 저주는 본인보다는, 주변의 아끼는 것들에게 재앙이 몰린다고 합니다.


나를 꿈속에서 내려다보던 7명은 "미사키" 라는 것으로, 나를 지키는 7명의 조상인 것 같다더군요.


나는 1주일 뒤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었고, 거짓말처럼 이상한 일들이 싹 사라졌습니다.




발진은 2달 정도 있다 나았고요.


그 후 추석날, 가족끼리 근처에 있는 위패를 모신 절에 성묘를 갔습니다.


후미진 곳에 있는 무덤 주위 흙이, 유골함이 보일 정도로 마구 파헤쳐져 있었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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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96th]타케다

괴담 번역 2017. 9. 2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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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무렵, 우리 반에는 타케다라는 난폭한 자식이 있었다.


보기에는 멀쩡한데, 기본적으로 과묵한 녀석이 입을 열었다 하면 대개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말이었다.


게다가 바로 손찌검을 하기 일쑤라 다들 싫어했었다.




싸움실력도 보통이 아니다보니, 덩치가 더 큰 녀석이라도 맞설 엄두를 못 낼 정도였다.


옛날에는 그런 놈이 아니었는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걷잡을 수 없게 됐다는 듯 했다.


그놈하고 싸울 때면 얻어맞는 것도 물론 기분 나쁘지만, 깨무는 게 정말 싫었다.




특히 머리카락을 마구 물어뜯어, 정말 미친놈인가 싶을 정도였다.


나도 한번 당한 적이 있는데, 아무 짓도 안했는데도 흠씬 얻어맞고 엉엉 울었다.


코피가 멈추지 않아 무서웠던게 아직도 기억난다.




내가 살던 마을은 주택가에 있었다.


단지와 아파트가 잔뜩 자리잡은 그곳에서, 자전거로 30분 정도 가면 번화가가 나온다.


니시키마치라는 곳이었다.




중학생 정도 되면 자전거로 30분 거리는 근처로 여기고 자주 쏘다니게 된다.


그날 역시 니시키마치에 갈 예정이었지만, 무슨 바람인지 나는 평소와 다른 길로 가보기로 했다.


여름이라 땀투성이가 되면서도 자전거 페달을 밟아나가자, 신사가 있었다.




주변은 주택가라 어디 나무 한그루 안 보일 지경이었지만, 그 신사 안에는 삼나무니 벚나무니 잔뜩 자라 시원해보였다.


나는 거기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자전거를 세우고 경내에서 한숨 돌리는데, 굵은 자갈 속에 무척 예쁜 돌이 있었다.




하얗고 달걀보다 약간 작은 정도 크기였다.


투명한 느낌에 잘 닦은 듯 윤이 나는, 마노 같은 돌이었다.


너무 예뻐서 나는 그걸 가지고 가기로 했다.




땀도 식었겠다, 주머니에 돌을 넣었다.


다시 니시키마치를 향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거기서 니시키마치까지는 5분도 안 걸리는데, 이상하게 그날은 신호등마다 죄다 빨간불이었다.




초조해하면서 파란불을 기다리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말을 걸었다.


놀라 돌아보니 타케다가 있었다.


과거와는 달리 온화한 표정이었지만, 여전히 가까이 하기는 어려운 인상이었다.




타케다는 옛날부터 이 근처를 자주 돌아다녀서 지리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오늘도 산책을 하다 나를 봤는지, 말을 걸어왔다.


[저기 근처 그늘에서 좀 이야기나 할래?]




옛날과는 사뭇 다른 태도에, 나는 타케다를 따라갔다.


물론 옛날에 코피 터진 기억이 있으니 엄청 경계하면서였지만.


그 근처 건물 그늘로 가자, 타케다가 갑자기 손을 내밀었다.




[주머니에 있는 거, 맡아둘게.]


내가 [무슨 소리야?] 라고 되묻자, 타케다는 [그거 들고 가면 경을 칠거다.] 라고 대답했다.


[보고 있었어?] 라고, 나는 뾰루퉁해서 물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알 수가 있어. 돌이겠지. 마음은 알겠지만 그걸 가져가면 안돼.]


타케다는 쓴웃음을 지으며, 더욱 손을 뻗어 재촉한다.


영문을 모르겠으면서도, 나는 포기하고 주머니에서 그것을 꺼냈다.




깜짝 놀랐다.


그냥 돌이었으니까.


매끄럽고 둥그런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새하얗지도 않고 투명한 느낌도 없었다.




주웠을 때처럼 맨질맨질하지도 않았다.


타케다는 그걸 받아들더니, [이번에는 내가 돌려놓을게. 이누야마 신사지?] 라고 물었다.


나는 아직 놀라움에 젖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신역의 물건을 멋대로 가져가면 좋은 꼴은 못 봐. 특히 너는. 음, 지금은 괜찮은데... 할아버지인가? 제대로 성묘 좀 다녀라.]


타케다는 그렇게 말하고, 조용히 웃었다.


겨우 안정을 되찾은 나는, 왠지 기분이 나빠졌다.




그걸 감추듯 [도대체 뭐가 뭔데!] 라고 소리를 질렀다.


옛날 같았으면 이 시점에서 얻어맞았을텐데, 그날 그 녀석은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신사라는 곳은 대개 평범한 곳이 아니야. 결계도 있고 안이랑 밖이 분명히 다르지. 안에 있는 건 좋은 것도 아닌것도 있지만, 가끔 이렇게 장난질을 치는게 있거든. 신의 눈을 속이려고 말이야.]




평소라면 이미 무슨 헛소리를 하나 싶었겠지만, 그 녀석의 목소리가 조용한데다 마치 카드 마술을 기다리는 것 같은 기분에 잠자코 듣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한테 물려받아서 말이야, 그냥 다른 사람이랑 좀 다른 게 보이기도 하고 그래. 그래서 이거저거 귀찮은 일이 많지.]


타케다는 익살스럽게 웃어보였다.




[아버지? 돌아가시지 않았어?]


[그래. 죽을 때 물려받은거야. 쫓아내는 방법 같은 것도 배우긴 했는데, 하다 말아버려서 말이지. 결국 거의 독학 비스무리하게 됐지.]


[물려받다니, 대체 뭘?]




[보통 영감이라고 말하는 거. 사람을 돕는데 쓰라더라. 나쁜 신이 들린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도우라고 다짐까지 받았거든.]


나는 마침내 이 자식이 돌았구나 싶었다.


타케다도 그걸 느꼈는지, 아무렇지도 않은듯 입을 열었다.




[미친 거 같지? 그러니까 다른 녀석들한테는 설명 안하고 쉬운 방법으로 한다니까.]


[쉬운 방법?]


[패버리는거지.]




나는 아연실색했다.


[그 다음으로는 내가 끌어오기 위해서 상대 신체의 일부가 필요해. 가장 빠른건 머리카락이지. 아프지도 않고.]


아니, 얻어맞는 시점에서 아프다고.




[얻어맞거나 깨물리는 것보다는 낫잖아. 게다가 갑자기 사내 자식이 머리카락 좀 달라고 하면 줄 사람이 있겠냐. 뭐, 그냥 날뛰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응, 기분 나빠, 너.


그냥 날뛰는 거 같고.




[이쪽에서 간섭하려면 만만치가 않아. 저 녀석들도 나름대로 힘이 있는데다 오라고 해도 쉽사리 넘어오지도 않을테고. 그래서 내가 대신 홀려버리는거지.]


저 녀석들이라고 쉽게 말해버리는 건가.


[상대의 신체 일부분마다 녀석들을 옮겨서 나에게 데려오는거야. 나한테 직접 씌이는 거지만 대부분은 나한테 뭔 영향을 못 주고. 그저 힘을 잃고 사라질 뿐이지.]




뭐라고 반응해야 할지 곤란했다.


[뭐, 안 믿어줘도 그걸로 됐다만.]


타케다는 돌을 들고 손을 올리더니 가기 시작했다.




[나도 엄청 얻어맞았지만 머리는 안 뽑아갔잖아.]


문득 떠올라서 입에 담았다.


저 녀석 말대로면 나는 그냥 얻어맞은 거 뿐이잖아.




[코피, 엄청 났잖아. 피는 나도 맛 없어서 싫은데...]


기억하고 있는건가?


어, 맛 없다니 무슨 소리람?




[나한테 데려온다고 그랬잖아. 몸 안에 집어넣는거라고. 뭐랄까, 그런 배 유령 같은 거에 씌여서 어슬렁거리는 걸 보면 무시할 수가 없으니까...]


타케다한테 얻어맞은 건 여름방학 직후였다.


8월 들어 바다에 갔다가, 학교에 가자마자 얻어맞은 거였으니...




[타케다, 아까 우리 할아버지가 어쩌니 했었지?]


[아, 할아버지는 너를 걱정하면서 거기 계신다. 할아버지가 지켜주시고 계시니까 자잘한 나쁜 것들은 너한테 안 달라 붙을거야. 그 때는 안 계셨었으니까 그 이후 돌아가신건가... 그래, 1년 정도 되셨겠네.]


타케다는 혼자 중얼대더니, 다시 한번 내게 손을 들어보이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멈춰서지 않았다.


나는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2년이 훌쩍 넘었는데." 라고 생각하며, 타케다를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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