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5년 전 11월, 내가 대학교 4학년일 때 이야기입니다.
할머니가 병으로 입원해, 더는 힘들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올 무렵이었습니다.
졸업을 위해 학점도 다 따고 취업처도 결정된 상황이었기에, 나는 고향으로 내려왔습니다.
할머니 곁에 머물며 이런저런 심부름도 하고, 찾아오는 친척 분들을 맞이하곤 했죠.
내가 간병을 시작하고 3주 가량 지나서 할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1주일 정도 전 이야기입니다.
할머니가 쉰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밤에 자면 꿈에 죽은 아야가 나와서, 어서 이리로 오라고 오라고 하면서 쫓아오는구나...]
할머니는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아야라고 부르곤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얼굴이 너무 무서워서 잡히고 싶지 않아 필사적으로 도망치게 된단다. 왜 그런 형상을 하고 있을꼬. 아야는 지옥으로 떨어진걸까? 나도 지옥에 가게 되는걸까.]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입원하기 반년 전에 숨을 거두셨습니다.
나는 몸과 마음이 모두 약해진 탓에 그런 꿈을 꾸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동네에서 소문난 원앙부부였습니다.
싸움 한번 한적도 없고, 어디 나갈 때도 반드시 함께 다니셨죠.
할아버지가 사업을 실패해 생활이 어려울 때도, 둘이서 열심히 헤쳐나갔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하필 할아버지가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리다니.
나는 조금 슬픈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할머니가 이야기를 꺼내고 이틀 뒤.
[깨어있을 때도 아야가 보이게 되었구나. 간호사가 문을 열고 방에 들어오는데, 복도 저 멀리에 서 있는게 보여.]
누군가를 잘못 봤다 하더라도, 약해진 할머니의 시력으로 복도 끝이 보일리가 없었습니다.
거기까지 상상해버릴만큼 할머니의 정신이 약해졌던 걸까요.
나는 혹시나 싶어, 그날 가족들에게 사정을 털어놓고 다들 모여 병문안에 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확실히 돌아가시기 사흘 전이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형과 형수, 여동생이 할머니 병문안을 하러 다같이 왔습니다.
형과는 오랜만에 만나는 터라, 할머니는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한마디에, 병실 분위기는 확 바뀌고 말았습니다.
[아야가 이 병실에 와 있구나. 방 모퉁이에 서서 나를 보고 있어...]
할머니는 얼굴을 감싸고 오열하셨습니다.
[계속 사이 좋게 지내왔을텐데... 왜 이런 흉내를 내는게야...]
공포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그저 훌쩍훌쩍 우는 할머니가 가여울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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