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광신과 카니발리즘, 그리고 가스라이팅.
무겁고 독특한 소재를 다뤘는데, 나름대로 깔끔하게 잘 뽑아낸 영화입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자행되는 폭력의 대물림과, 강제로 이루어지는 세뇌를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수입판 제목에서 나타나 있듯, 식인에 대한 내용이 핵심적으로 다루어집니다.
과거 미국 개척시대, 극한의 상황에서 식인을 시작한 가문이 그 전통을 대물림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설정을 기반으로 삼고 있죠.
사실 이런 자연에 의한 극단적 상황, 근본주의 기독교 느낌이 풍기는 남부 백인을 다룬 작품들은 우리나라 정서에서는 100% 이해가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미국 정서를 감안하고 본다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네요.
영화 내내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으로 가득 찬 영화입니다.
희생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살인과 식인의 행사는 이미 몇대 전부터 지속된 것으로 묘사됩니다.
그 오랜 세월, 모든 가족 구성원이 동의한 것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해보면, 이 체제가 유지되는데 얼마나 큰 폭력과 억압이 있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가부장적 체제 위에 만들어진 단 하나의 선택지.
여기에 동의하면 그 체제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잡아먹혔겠죠.
부모는 이미 지속된 식인으로 인한 쿠루병에 걸려 제대로 된 판단조차 내리지 못하는 와중.
자녀들은 그런 부모 아래, 강제로 식인과 살인에 동참하고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강요된 체제를 거부하는 순간, 칼끝은 방향을 바꿔 돌아설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영화가 더욱 오싹해지는거죠.
특히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한 통과 의례 부분입니다.
이 부분의 충격은 직접 보시는 게 더 인상적일테니 말을 아끼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영화 내내 울려퍼지는 노래, It Was Me That Made Her Bad 도 그런 충격을 설명하는 연장선에 있는 거겠죠.
대단히 매력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스토리의 얼개적인 측면에서 왜 이런 선택이 나왔는지 의아해지는 부분들이 분명 있거든요.
분위기를 위해서 서사를 희생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명확한 설명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꽤 답답한 영화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폐쇄적인 사회와 광신의 조합은 늘 매력적입니다.
더불어 이 작품의 엔딩 또한 꽤 의미심장하고요.
조금 더 어두운 분위기로 끝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남기는 하지만요.
괴물을 미워하다 그 스스로 똑같은 괴물이 되는 이야기는 우울하면서도 마음을 사로잡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결말부만 생각하면 영화의 원제, We Are What We Are 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겁니다.
제 점수는 7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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