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실화괴담][106th]한밤의 하이힐 소리

실화 괴담 2021. 3. 1. 23:42
320x100

 

 

*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메일로 beomdev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군생활 중에 겪은 체험담입니다.

저는 육군으로 입대했는데 특이하게도 배를 타게 됐습니다.

그리고 항상 정해진 기간마다 배를 타고 파견을 가는 생활을 했었죠.



한 파견지에 가게되면 타군의 협조 하에 훈련용 배에 저희 배를 뒀었습니다. 

그 타군의 배는 항상 쓰이는 것이 아닌 특정 기간에만 쓰이는 배였습니다. 

그렇기에 해당 군의 경계근무는 그냥 CCTV로만 이루어졌고, 실제 병사들이 배치되지는 않았어요.



그날은 마침 제가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작전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보고 후 그 타군 배에 남아 쉬고 있었습니다.

칠흑과 같은 암흑 속, 영 좋지 않은 몸 때문에 잠을 청하지 못하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또각... 또각....]

마치 하이힐을 신은 사람이 배에 올라타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배를 타는 사람들이라면 대략 추측이 가능하겠지만, 배를 탈 때에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승선화라는 구두에 가까운 신발을 신습니다.

보통 군인들이 신는 전투화조차 잘 신지를 않는거죠.

혹시나 바다에 빠지면 수영을 해서 생존해야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일반적인 전투화는 벗기가 너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승선화를 신고 배에 타서 움직이는 소리는 [쿵... 쿵...] 에 가깝지, 결코 [또각... 또각...] 하는 소리가 날 수 없습니다.

그 배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바지에서 열쇠식 자물쇠를 두 번 열어야 했습니다.

근처 항구가 나름 낚시꾼들과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었기에, 저는 술에 취한 여성분이 어쩌다가 이 배에 올라타기라도 한 것이라 여겼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해야 하지? 

방에서 먼저 나가 퇴선을 권고해야하나 싶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때까지 또각대며 들려오던 하이힐 소리가 딱 멈췄습니다.



그 자리에 멈춰선 것이라는 생각만 들더군요.

저는 다시 고민을 했습니다.

혹시 술에 취해 쓰러진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아무 다른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고민하고 있던 그 순간.

[또또또각각각또각또각똑까가아악또깍!]



그 발걸음이 제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하이힐을 신고 뛰는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를 질질 끌면서 오는 것 같은 소리였습니다.

순간 머리 속이 새하얘졌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가 고민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뭔데? 뭔데? 도대체 뭐가 오는 건데? 대체 뭔데? 하는 생각만이 머리에 가득했고 온몸에는 소름이 돋아 벌벌 떨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군사용 배를 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문은 안과 밖에서 모두 잠글 수가 있습니다. 



밖에서 자물쇠도 걸 수는 있지만, 안에서는 그냥 스위치식이던 손잡이를 돌려서던 문을 잠글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환자이기 때문에 안에서 문을 잠궈놓지는 않았던 터였습니다.

너무 무서워 문 손잡이를 돌려 문을 잠근 순간.



[또각또또각또각끼이이잉끼이이이이끽...]

소리가 바로 방 앞에서 멈춰섰습니다.

사람인지 무엇인지, 정체조차 모를 "그것" 이 제가 있는 방 앞까지 왔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방문에 창문이 없는게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밖을 내다보었거나, 혹은 밖에서 "그것" 이 저를 들여다보였다면...

심장마비가 왔을지도 모릅니다.



제발 가라고... 제발... 하며 기도하는 사이, 제가 있는 배로 접근하는 배의 엔진소리가 들렸습니다.

작전 복귀가 너무 빨라 의심했지만 항상 듣던 그 엔진소리였기에 안심했습니다.

기상이 안 좋거나 바다가 사나우면 현장 지휘자 판단 하에 작전을 수행하지 않는 일도 왕왕 있었으니까요.



안심이 됐지만, 문 앞의 "그것" 이 움직이는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저희 부대 배는 다시 복귀했고, 이래저래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부대원이 제가 있던 방의 문을 열려고 하더라구요. 



아마 몸상태가 안 좋다보니 걱정돼서 그랬겠죠.

그런데 문이 잠겨있으니 문을 두들기면서 [야! 야! XXX, 문 열어!] 하고 소리치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 속, 원칙적으로 환자는 혼자 두면 안되다보니 군생활한지 얼마 안된 제가 나쁜 생각이라도 한게 아닌가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힘들게 몸을 가누어 잠긴 문을 열었습니다.

복귀한 선임들과 간부들을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문을 왜 잠궜냐는 선임들의 질문에, 차마 있었던 일을 설명할 수는 없고 [그냥 무의식중에 그랬나봅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아직도 "그것" 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민간인은 아니었을 것 같고... 

귀신이라고 하기에는 물리적인 소음을 발생시켰고...



전역하고 세월이 지난 지금도 계속 잊을 수가 없는 체험입니다.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