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실화괴담][108th]숲쪽 창문

실화 괴담 2023. 3. 1. 23:33
320x100

 

 

* 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 이 이야기는 Name No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고등학교 때 일입니다.

저희 학교는 전교생의 99%가 기숙생활을 하는 학교였습니다.

학교 위치 자체도 촌구석에 있어, 주변에 나가봐야 즐길거리도 없습니다.



매일이 학교, 기숙사, 독서실의 반복일 뿐이죠.

2학년 때였습니다.

교실의 위치는 1층이었는데, 복도 저편 창문 너머로는 작은 숲이라 부를 수 있을만큼 풀과 나무가 우거져 있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창문과 담장 사이가 1m 정도에 불과한 아주 좁은 공간인데, 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데 풀과 나무, 그리고 윗층에서 버린 쓰레기들이 가득해 저희는 항상 창문을 닫아두고 한여름에조차 열지 않았어요.

아예 못으로 박아두었다든지 그런 건 아니라, 처음 반에 오고나서는 환기 때문에 종종 창문을 열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열지 않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곳에서는 냄새가 전혀 나질 않았습니다.



숲에서 날법한 나무나 흙 냄새도, 쓰레기에서 날법한 악취도 전혀.

분명 몇년은 된 것 같은 쓰레기가 보이고, 어둡고 축축해서 이끼도 이곳저곳 끼어있는데, 그냥 허공의 공기 냄새를 맡는 것처럼 말이죠.

그 일이 일어난 건 2학기가 시작된 뒤, 가을이었습니다.



4교시 체육시간에 축구를 하고, 선생님이 살짝 빨리 수업을 끝내줘서 밥도 다른 반보다 빨리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래 2학년이 줄을 서고 있더라도 3학년들이 밥을 먹으러 오면 그대로 줄이 새로 생기면서 후배들이 비켜주는 게 당시 학교의 룰이었습니다.

그래서 보통 점심을 다 먹고나면 남는 시간은 30분 정도였는데, 그날은 교실에 들리지도 않고 체육복 차림 그대로, 3학년보다도 빨리 점심을 먹는 바람에 식사를 마치고도 점심시간은 한시간 가까이 남아있었습니다.



체육시간에 땀도 많이 흘려 지친데다, 시간도 꽤 남다보니 다들 약속이라도 한듯 낮잠을 청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꼭 자야겠다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양치를 마치고 와 보니 이미 같은 반 친구들은 한명도 남김없이 모두 자고 있었습니다.

저도 분위기를 타서 책상 위의 책을 모두 치운 뒤, 양팔을 포개어 자려는데 가만히 있자니 너무 더웠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전력난이라며, 에어컨은 선생님이 직접 켜고 끄던 터였습니다.

학생은 임의로 건드리면 안되는 상황이었기에, 창문이라도 열어야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저 혼자 자기 전 숲쪽 창문과 복도쪽 창문, 교실 문을 모두 열었습니다.



양쪽 문을 다 열어야 공기가 잘 통해 바람이 흘러 시원해지기 때문에 복도 쪽 문도 열어야 하는게 당연하지만, 점심시간 특유의 시끄러움 때문에 아이들이 잠에서 깨지 않을까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을 여니 거짓말처럼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정말 이상하리만치 조용했습니다.



당시에는 그저 다행이라고, 모두 밥 먹으러 갔다보다 했습니다.

시끄러워지면 문 근처에 자던 아이가 깨서 문 닫겠지라는 생각에, 그대로 교실 가운데 제 자리로 와서 자기 시작했습니다.

숲을 통해 오는 바람이라 그런지 바람도 조용하지만 시원했습니다.



무척 편하게 잘 자는데, 문득 갑자기 눈이 떠졌습니다.

너무나도 조용했습니다.

너무 곤히 자느라 다른 친구들은 모두 이동수업을 들으러 갔고, 나 혼자 교실에서 자고있는건가 싶을 정도로요.



하지만 고개를 들어보니 다른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고, 이동수업은 다른 날이라는 걸 깨달아 이내 안도했죠.

그저 짧게 잤는데도 푹 자서, 피로가 금세 풀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깨어나고 나서도 교실은 이상할만큼 너무나도 조용했습니다.



그 순간, 지금 생각해도 꿈인가 싶은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숲쪽 창문에서 투명하면서도 마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공간이 울렁이는 것 같은 무언가가 보였습니다.

마치 구름이나 담요, 솜사탕처럼 가장 앞 창문에서 흘러나와, 창문 가장 가까이에 있던 아이 위에 덮혀서 그대로 꼼지락거렸습니다.



그때는 그저 넋을 잃고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곧이어 창문에서 또다시 그 무언가가 나오더니 다른 친구를 덮고 꼼지락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몇개가 연이어 나타났고, 그러는 사이에도 저는 그저 이제 누가 덮일까 하며 태평한 생각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열명 정도 되는 친구들 위로 그 무언가가 꼼지락대고 있었고, 앞으로 몇개만 더 나오면 나도 덮일 즈음이었습니다.

갑자기 문이 탁 닫히는 소리가 나서 정신을 차렸습니다.

어느덧 수업시간이 됐는지, 선생님이 오신 것이었습니다.



아이들도 모두 깨어났고, 다시 보니 그 무언가도 사라진 후였습니다.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수업이 시작되고 채 5분도 안되었는데, 친구들 몇명이 화장실에 가야겠다고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선생님은 [엎드려 잘 시간이 있으면 진작 화장실에 갔어야지.] 라고 나무라면서도 보내주었습니다.

눈치 채셨겠지요.

화징실로 향한 것은 그 무언가가 덮고 꼼지락거렸던 아이들이었습니다.



10명 모두가, 동시에 화장실로 향한 겁니다.

선생님도 그렇게 많은 인원이 한번에 화장실로 향하니 당황하셨는지, 식중독인가 싶어 다른 교실로 가서 혹시 화장실에 간 학생이 없냐고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반에서도 그런 상황은 없었고, 양호실에도 식중독 환자가 있다는 보고는 없었습니다.



단순히 우리 반 친구 열명이 동시에 화장실에 간, 딱히 기억에 남지도 않을 작은 사건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 무언가를 본 저에게는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사건입니다.

그 무언가를 본게 꿈이었다고 해도, 하필 딱 그 친구들이 동시에 화장실에 간건 사실이니까요.



게다가 화장실에 가겠다고 교실에서 나가던 순서마저 그 무언가에 덮인 순서대로였습니다.

다음은 누구지, 하고 뭔가 규칙이 있을까 싶어 유심히 바라봤었거든요.

졸업하고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떠올리면 두려움과 호기심에 잠기게 됩니다.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