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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는 우리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폐쇄된 터널이 있다.

과거 철도용으로 사용하던 터널인데, 지역에서는 조금 유명한 심령 스폿이다.

건설 당시 사고로 많은 사람이 죽었고, 개통 후에도 터널 내에서 여러차례 인명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 사고가 거듭되다 끝내는 터널의 사용이 중지된 것이다.

그 터널에서, 우리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경험한 이야기다.

아버지가 어릴 적, 그 터널은 이미 사용이 중지되었지만 봉쇄까지는 하지 않아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터널 옆에 위령탑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잇달아 사용 중지까지 갔다보니, 그 무렵에도 이미 터널은 지역에서 심령스폿 취급이었다고 한다.

초등학생이던 아버지는 친구들과 함께 한여름밤, 그 터널로 담력시험을 하러 갔다고 한다.

해가 진 후 모여서 손전등과 이것저것 도구를 챙겨 터널로 들어갔다.



꽤 깊숙이 들어갔는데도 아버지는 아무 낌새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 친구가 갑자기 [도망쳐!] 라고 외치기에, 덩달아 놀라 터널 입구까지 도망쳐 나왔다.

터널에서 꽤 떨어진 곳까지 도망치고 나서야, 친구는 터널 안에서 무슨 기운을 느꼈다고 말했다.



맨 뒤에 있던 아이는 무언가가 등을 차갑게 쓰다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흔해빠진 담력시험 엔딩에, 이렇다 할 체험도 하지 못한 아버지는 조금 아쉬워하며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아버지는 전날 할아버지가 막차를 놓쳐 자정 지나 걸어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할아버지는 술자리 때문에 막차를 놓치면 택시비를 아끼려 매번 걸어서 집에 돌아오셨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일찍 집에 가기 위해 선로를 따라, 사용이 중지된 터널을 통해서.

할아버지에게 폐터널을 지나오는게 무섭지 않느냐고 묻던 사이,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기억하는 터널 안의 모습이 자신의 전날 기억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할아버지 말로는, 언제 그 터널을 지나가더라도 불이 환히 켜져 있고, 사람들이 안에서 공사를 하고 있기에 무섭지 않다는 것이었다.

지나가며 수고하신다고 인사를 건네면, 얼굴이 더러워진 작업자들이 웃으며 반갑게 맞아준다고 한다.

시간대의 차이는 있지만, 아버지가 담력시험을 갔을 때는 조명은 커녕 아무 것도 없었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터널인데, 할아버지가 지나갈 때마다 공사를 하고 있을리 없고, 터널에서 공사를 하는데 외부 사람을 들여보낼리 없다며 아버지는 귀신이라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할아버지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만난 작업자들은 정말 귀신이었을까?

나는 겁쟁이라 밤에 그 터널 가까이 가본 적은 한번도 없지만, 터널이 폐쇄되고 한참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안에서 계속 공사를 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안쓰러운 마음이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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