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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5ch괴담][1016th]시골 학생

괴담 번역 2023. 2. 19.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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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생이던 시절 이야기다.

시골 학생이라면 보통 자동차나 오토바이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 역시 혼다 스쿠터를 타고 통학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다녔다.

가끔 시골에서 도시까지 30km 가까이 달리기도 하고, 더 나가서 바다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처음으로 이동수단을 얻은 나는, 어디든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집에서 10km 정도 떨어진 대형 쇼핑몰에 있는 서점 겸 잡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이유는 두 가지.



내가 쓸 돈이 필요했고, 취업 준비 때 어머니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중학생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나는 어머니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었고, 조금이라도 빨리 자립하고 싶었다.

시골에는 일자리도 적고, 월급도 높지 않다.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라고 해봐야 밭일을 돕는 정도인데, 그것도 계절마다 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조금 먼 곳에서라도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한 것이었다.

스쿠터를 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당연히 여름에는 타서 시꺼매지고, 겨울에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온수를 틀고 욕조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스쿠터를 타는 기분만큼은 참 좋았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상쾌함이, 덥고 추운 고생은 다 잊을만큼 즐거웠으니까.



그리고 춥지도, 아직 그리 덥지도 않던 6월에 그 일이 일어났다.

아르바이트 하는 쇼핑몰에서 나와 귀로에 오른 나는, 평소처럼 스쿠터를 타고 돌아가고 있었다.

낮이 길어졌으니 슬슬 선글라스를 끼고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저녁과 밤 사이 무렵의 거리를 달렸다.



해가 막 질까 말까할 즈음, 선글라스를 끼지 않은 것을 후회했지만, 스쿠터를 타고 있는데 선글라스를 꺼내는 것도 귀찮아 그대로 달렸다.

간선도로에서 차선을 바꿔 다리를 건너고 있던 때였다.

저녁놀이 강하게 비치며 시야를 가렸다.



무심코 눈을 감았다가, 시속 60km로 달리고 있는데다 주변에 차도 많다는 생각에 억지로 눈을 떴다.

시야가 새하얘서,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서서히 시력이 돌아왔고, 마음을 놓은 나는 그대로 다리에서 내려오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 다리는 예전부터 특이한 곳이었다.

자세히 말하면 위치가 특정될테니 설명은 않겠지만, 다리 중간에서 도로의 종류가 바뀌는 특이한 형태라, 지역 주민들에게는 애칭으로 불리는 곳이다.

그런 이상한 도로이다보니 사고도 잦았기에, 달릴 때면 늘 조심해야 하는 도로였다.



문득 사고가 잦은 것은 햇빛이 비치는 타이밍과도 관련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다리를 내려왔다.

거기서 처음으로 위화감을 느꼈다.

그 다리에서 내려가는 길은 항상 막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 날은 어째서인지 차가 한대도 없었다.

처음에는 [어라? 운이 좋네.] 라고 생각하며 달렸지만, 그 다음 교차로에도, 그리고 그 다음 교차로에도 차는 커녕 사람 한명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달려 집에 도착했다.



어쩐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길가에 보이는 집들은 불이 켜져 있었고, 가로등과 신호등도 평소대로였다.

그 불빛에 의지해 집까지 올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는 없었다.



이미 주변은 어둑어둑하다.

평소 같으면 어머니가 집에 있을 시간인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이상하다 싶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할 생각에 휴대폰을 꺼내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하지만 당연히 들어있어야 할 휴대폰이 주머니 속에 없었다.

당황해서 가방을 뒤져보았지만 거기에도 없다.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두고왔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집에 두고온걸까 싶어, 일단 내 휴대폰에 전화를 걸어 찾아보기로 했다.

집 전화로 내 휴대폰에 전화를 걸고 수화기에 귀를 기울였다.

어디에서도 진동음은 들려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두고온 거 같은데... 하고 생각하며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던 찰나, 불현듯 위화감을 느껴 수화기를 다시 귀에 가져갔다.

통화연결음이 들리지 않고, 누군가 받은 것 같은 낌새가 느껴졌다.

누가 주워서 받았거나, 아르바이트 하는 곳의 점장님이거나 둘 중 하나겠지.



일단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에 말을 걸었다.

[저기, 실례합니다. 그 휴대폰 주인인데요. 혹시 받으시는 분은 누구실까요?]

대답은 없다.



나는 귀를 기울이며 상대의 동향을 살폈다.

희미하게 수화기 너머의 주변음이 들려온다.

무슨 가게인지, 음악이 흐르고 있다.



클래식 음악 같지만, 무슨 노래인지 파악할 정도의 음량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전화를 받은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 순간 전화가 울렸다.



집 전화 번호 안내판에는 어머니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야, 이런 시간까지 밖에 있고. 어디야?]

내가 말을 걸자,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전파가 안 좋은 거 같은데. 들려요? 여보세요?]

그렇게 내가 말을 걸자, 점차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는 ...괜찮니?]

[어? 뭐라고?]

그렇게 대답하는 사이, 갑자기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와, 지진인가? 그쪽은 괜찮아?]

그러는 사이에도 흔들림은 점점 커져만 간다.

[...라고.]



어머니의 목소리는 여전히 잘 들리지 않는다.

지진의 흔들림이 점점 커져가서, 이대로는 위험하다 싶어진 나는 어머니에게 [미안, 일단 책상 밑에 숨어 있을게!] 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 순간, 어머니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너 트럭에 치여서 지금 구급차 안이잖아!]

[어?]

대답을 하는 순간, 내 눈 앞에 흰 옷을 입은 남자가 보였다.



내 오른쪽 귀에는 수화기 같은 게 걸려있고, 나는 들것에 실려 있었다.

창밖을 보니 가로등이 빠르게 지나간다.

분명히 구급차 안이었다.



모든 것을 확인하고, 나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큰일 나버렸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그렇다.



나는 귀가 도중 트럭과 충돌해 정신을 잃고 이송되는 중이었다.

그때까지 본 풍경은 아마 무의식 중에서 본 꿈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가, 그대로 기절했다.



다음에 깨어난 곳은 중환자실이었다.

바로 옆에서 울리는 너스 콜에 잠이 깼다.

한밤 중에 눈을 뜨니, 간호사가 와서 안심하라고 말을 하고 갔다.



다시 기절했다 눈을 뜨니 다음날 아침이었다.

거울 속의 나는 사고 때문인지 온몸이 퉁퉁 부어있어 깜짝 놀랐다.

의사는 웃으며 다 나을 거라며 괜찮다고 말해줬지만, 안와골절이 온데다 망막에도 작은 상처가 나서, 경과를 관찰하며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병상의 나를 보고 어머니와 누나는 엉엉 울었다.

나는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제서야 비로소 내 생명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입원 중에도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큰 수술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그랬지 싶지만,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다.



두번 다시 이런 사고는 겪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방학이 되기 전에는 복학할 수 있었다.

학점도 꽤 떨어졌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버텨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나는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취업준비를 하고 있었다.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매일 여러 곳을 다니며 설명회를 듣고, 면접을 보고, 시험을 치뤘다.

순조로이 진행될 것 같지 않은, 긴 터널 같은 나날이었다.

오사카 우메다의 지하상가를 취업준비 기간 중 틈틈이 걷곤 했다.



나에게 휴식이 되는 시간은 라멘을 먹는 것 정도라, 여러 가게를 찾아다녔다.

그날은 탄탄멘이었다.

지금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유명한 샘의 광장을 나오면 그 앞에 바로 있는 곳이다.



정통 탄탄멘 가게로 향해 주문을 했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혹시 합격 연락인가 싶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 순간, 누군가가 입에 손을 밀어넣은 게 아닐까 싶을만큼 입이 경련을 일으켜 말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왜 이런 순간,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지병을 가진 것도 아니고, 아무런 예고도 없이 무슨 일인가 싶으면서도, 귀를 기울여 상대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나중에 다시 전화를 걸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들려온 목소리는 뜻밖의 것이었다.

[저기, 실례합니다. 그 휴대폰 주인인데요. 혹시 받으시는 분은 누구실까요?]



틀림 없는 내 목소리였다.

그리고 곧 전화가 끊겼다.

그 순간, 마비된 것만 같던 내 입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바보 같은 일이라고, 착신오류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이, 탄탄멘이 나왔다.

음식을 먹으려는 순간, 내 귀에 들려온 것은 가게에 울려퍼지는 클래식 음악이었다.

모차르트 레퀴엠, 저주받은 자들에게 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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