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외할아버지 장례식 때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대부분 어머니에게 들은 소문이라,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장례식 자체는 차질 없이 진행되어 무사히 끝났다.
철야가 끝나자 모였던 친척들도 다들 돌아가고, 어머니와 두 삼촌만 남아 술에 취한 채 조의금을 계산하고 있었다.
그런데 설거지를 하고 있던 숙모가 다가왔다.
[여보, 참배를 하고 싶다는 분이 왔는데...]
상당히 취해있던 어머니와 삼촌들은 이상하다고 여겨, 혹시 참배를 하는 척 조의금을 훔치러 온 사람은 아닌가 의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들 동요하고 있었으리라.
모처럼 찾아와 준 사람인데, 실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있었을테고.
조의금도 다 꺼냈겠다, 유사시에는 삼촌들 둘이서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거라 낙관적으로 생각해, 그 남자를 안으로 들이게 되었다.
어머니에게 물어봤지만, 남자의 모습은 확실치 않다고 한다.
어쨌거나 남자인 것은 확실하지만, 중년인 것 같기도 하고, 노인인 것 같기도 했다고 한다.
옷차림도 올 때와 갈 때가 서로 다른 옷을 입고 있었던 것 같다고 한다.
인상 깊었던 것은, 남자의 몸에서 생선 비린내 같은 게 났던 점이었다.
남자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시종일관 웃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웃고 있는데도 어쩐지 기분 나쁘고 섬뜩했어.] 라고 말했다.
남자는 불단에 들어서자마자, [향을 끄면 안되겠습니까?] 라고 묘한 말을 꺼냈다.
무례한 놈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껏 찾아온 참배객이니만큼 원하는대로 하게 해주었다고 한다.
그러자 남자는 [저와 고인 둘만 있도록 해주세요.] 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 또한 상주를 물리는 무례한 부탁이었지만, 향도 다 치웠고 조의금도 없는데다 딱히 불심이 깊은 집안도 아니라, 남자가 원하는대로 하게 해주었다고 한다.
장지문을 닫고 옆방에서 상황을 살피는데, 경을 읽는 기색도 없다.
아무래도 수상하다는 생각에, 유체에 해코지라도 하는건 아닌가 싶어 슬쩍 들여다보았다고 한다.
기이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남자는 할아버지의 얼굴 코끝에 자기 얼굴을 가져다 대고, 빙그레 웃으며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남자는 아무리 봐도 그 상태로 할아버지를 만지려는 것 같았어.]
어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결코 유체를 만지려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동안 보고 있자니, 남자의 중얼거림이 점점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념. 무념. 무념. 무념. 무념. 무념. 무념. 무념.]
남자는 그렇게 분명히 되뇌이고 있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남자의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어쩐지 화를 내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삼촌들은 갑자기 겁이 나, 장지문을 조심스레 닫고 옆방에서 한마음이 되어 경을 읊었다고 한다.
그러자 갑자기 [쾅!] 하고 장지문이 열렸다.
남자는 [감사했습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더니, 대답도 듣지 않고 서둘러 돌아갔다.
안도하는 것도 잠시, 혹시 할아버지에게 해코지라도 한 게 아닌가 싶어 관을 확인했다.
관 바깥쪽에는 무수한 발톱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는 엄청난 양의 짐승 털이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에게는 발톱자국은 커녕, 짐승의 털 한 올도 묻어있지 않았다고 한다.
안도감과 동시에 온몸에 소름이 돋아, 어머니와 삼촌들은 급히 청소를 했다고 한다.
다음날, 스님이 찾아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스님은 [짐승 냄새가 나는구려. 만약을 대비해 돌아가신 분 방에 향을 피워두길 잘했소.] 라고 말했다.
어제 일이 현실이었구나 싶어, 다시금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
나는 그런 짓을 하는 건 필시 여우일거라 여겨, 어머니에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바보야, 괜찮아. 여우님은 그런 나쁜 짓은 하지 않아. 우리 집에서는 모시지 않지만, 여우님을 나쁘게 말해서는 안된단다.] 라며 나를 꾸짖었다.
[그럼 뭔데?] 라고 되묻자, 어머니는 갑자기 입을 다물어, 그날은 더 이상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그 남자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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