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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147th]앨범 속의 얼굴

괴담 번역 2011. 2. 1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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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꿨다.



가족과 함께 어딘가로 여행을 가는 꿈이었다.

여행지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 호텔로 갔다.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쯤이었던 것 같다.



하늘은 어둑어둑했다.

왠지 모르게 나는 혼자서 방을 쓰게 된 것 같다.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거기에는 눈에 익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호텔 방이 우리 집의 내 방과 똑같았다.

책상이나 침대도 완전히 같은 위치에 있었다.

나는 언제나 방에 커튼을 쳐 놓는데, 그것마저 같았다.



거기서 갑자기 장면이 넘어가 나는 침대 옆에 앉아 벽에 기댄 채 만화를 읽고 있었다.

읽고 있던 책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왠지 모르게 침대 쪽이 마음에 걸려 시선을 돌리니, 침대가 반쯤 올라와 있었다.

(내가 쓰는 침대는 접이식이라 한 쪽을 올려 소파처럼 쓸 수 있다.)



[어라?] 하고 생각하고 있자니 올라온 침대 밑에서 무엇인가가 천천히 기어 나왔다.

그것은 초등학생 정도 키의 사람이었다.

머리는 길게 길러 허리까지 닿아 있었다.



얼굴은 머리로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여자 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상반신은 아무 것도 입지 않았다.

여자 아이인데도 복근이 나뉘어 자리잡은 것이 눈에 띄었다.



하반신에는 갈색의 짧은 바지를 입고 있었고, 맨발이었다.

그 아이는 침대 밑에서 나와 내 앞에 서서, 천천히 얼굴을 내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엄청난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마치 여자처럼 비명을 지른 것까지는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순간 의식이 꿈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하지만 나는 눈을 감은 채로 정신을 차렸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눈을 뜨는 것이 너무나 무서웠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눈을 떴다...



그렇지만 눈 앞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뭐야, 아무 것도 없잖아...]

약간 맥이 빠졌다.



공포심도 물러간데다 새벽녘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일어나기로 했다.

결국 그 날은 아무 일 없었던 듯 지나갔다.

다시 밤이 되고, 잠이 쏟아졌기 때문에 나는 침대에 누워 전날 밤의 꿈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왠지 침대 밑이 마음에 걸렸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계속 그것이 생각났기 때문에 과감히 침대 밑을 살펴보기로 했다.

침대 밑을 뒤져보니 거기에는 초등학교 졸업 앨범이 있었다.



마음을 놓고 앨범을 펼쳤다.

그리고 그 곳에 있었다.

꿈에 나왔던 여자 아이의 얼굴이.



이름 부분은 어째서인지 검은 유성펜 같은 것으로 빈틈없이 칠해져 있었다.

갑자기 공포심이 엄습해 나는 앨범을 닫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졸업 앨범은 쓰레기 소각장에 가져가 그대로 태워버렸다.

그 여자 아이의 이름은 결국 알 수 없었다.

왜 이름을 칠해서 읽지 못하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친구에게 물어볼 생각도 해봤지만, 기분이 영 내키지 않았다.

그녀가 누구인지는 결국 지금도 모른다.



하지만 앨범 속에서 그녀가 짓고 있던 표정만은 지금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모두가 웃고 있는 졸업 앨범 속에서, 그녀는 오직 혼자 무표정인 채 카메라를 노려보고 있었다.



오직 한 사람.

모두가 웃고 있는 가운데 혼자 무표정했던 그녀의 얼굴은 지금도 계속 내 머리 속을 맴돌고 있다...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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