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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148th]분홍색 백합

괴담 번역 2011.02.12 11:00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두 분이서 함께 바닷가의 집에 살고 계셨다.

나는 두 분은 정말 좋아했기 때문에 여름이 되면 할아버지댁으로 가곤 했다.

그리고 여름 내내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세 명이서 보내곤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여름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할아버지 댁에서 여름을 보냈다.



할아버지는 분재가 취미셨다.

바다를 향한 넓은 정원에 소나무를 심어두고, 바닷 바람을 피해 많은 화분들을 정원에 늘어 놓곤 하셨다.



어느 보름날 밤.

밤 늦게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던 나는 할아버지가 달빛을 받으며 화분들을 바라보는 것을 알아차리고 정원으로 갔다.



흰 백합이 잔뜩 피어서 향이 은은하게 맴돌고 있었다.

내가 온 것을 알아차린 할아버지는 싱긋 웃으시며 [커서 꽃을 제대로 기를 수 있게 되면 너한테도 화분을 하나 주마.] 라고 말하셨다.



할아버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신 것은 새 학기가 시작된 후였다.

다음 해 여름, 나는 할머니가 혼자 계신 집으로 놀러 갔다.



정원에 잔뜩 놓여있던 화분들은 친척들이 가져 가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줘 모두 사라져 버린 뒤였다.

그 때, 나는 정원에 백합 꽃이 피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떠올렸다.



할아버지에게 내가 했던 말을.

[할아버지, 나, 화분은 필요 없어. 백합 꽃이 좋은걸. 하얀색 백합말고 분홍색 백합이면 좋을텐데.]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백합 꽃송이 사이에, 어째서인지 단 한송이의 분홍색 백합 꽃이 피어 있었다.

[할머니, 저 백합은 할아버지가 가져다 놓은거야?]

[어머, 신기하네. 누구도 손대지 않았단다. 어제만 해도 분홍색 꽃은 없었는데...]



할머니는 언제나 내가 돌아갈 때면 정원의 꽃을 한아름 선물로 안겨 주셨었다.

그 해에도 그랬다.



할머니는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그 분홍색 백합을 내게 안겨 주셨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 꽃은 할아버지가 보내 주셨다는 것을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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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피로 물들였다는 반전이 있을지 알았는데 훈훈한 미담이라는게 반전
  2. 의외의 반전이 안일어나 깜놀.....훈훈하다 ㅇㅅㅇ
  3. 반전이 없다는것이 반전! .. 근데 은근히 슬프면서 훈훈하군요
  4. 이걸 보고 '할아버지가 백합이 피어있는 정원 아래에 묻혀있는 건가?!'라고 생각한 뒤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그냥 훈훈한 이야기였군요 llOTL
  5. 저도 할아버지가 유산 상속이나 다른 문제로 살해당해 묻혀서 그 피로 백합이 분홍으로 물들었겠지 하고 보다가 그냥 훈훈하게 끝난게 반전... ㅡ.ㅡ;;
  6. 나도 피로 물들인 건 줄 알았는데요ㅋㅋㅋㅋㅋㅋ훈훈하군요ㅋㅋ
  7. 훈훈한 이야기네요.
  8. 매일 괴담만 읽다가 훈훈한 이야기 읽으니까 좋네요 ㅎㅎㅎ
  9. 슬프다 ㅠㅠ ......
  10. 분홍색이라.....

    백합+분홍색=백합+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