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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176th]외발 자전거

괴담 번역 2011. 5. 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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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겪은 일이다.

조금 긴 이야기니까 감안하고 읽어줘.



내가 5년 전쯤 살았던 아파트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당시 나는 돈이 정말 한 푼도 없었기 때문에, 정말 최악의 고물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지은지 20년 가까이 된 오래된 목조 아파트.

거기다가 현관 앞에는 벽이 세워져 있고, 그 벽 너머에는 공동묘지라는 최악의 입지조건이었다.



그렇지만 돈이 없었던 나는 할 수 없이 아르바이트로 돈을 조금 모을 때까지 잠시 거기서 살기로 한 것이었다.

처음 사흘간은 부모님이 이사도 도와주실 겸 오셔서 주무시고 가셨기 때문에 별다른 일은 없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부모님이 집으로 돌아가신 날부터였다.



나는 부모님이 트럭을 타고 돌아가는 것을 배웅하러 나갔었다.

차가 멀리 떠나 점점 보이지 않게 되어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문득 벽 너머의 무덤에 눈이 갔다.

무덤 역시 대단히 오래된 모습이었다.

풀이 잔뜩 자라서 묘비가 풀에 가려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벽에 기대져 있는 약간 낡아 보이게 여기저기 녹슨 빨간 외발 자전거가 하나 보였다.

[동네에 사는 어린애가 놓고 간건가?] 라고 생각하며 옆을 슥 보니 매직으로 무언가가 적혀 있었다.

글자는 잔뜩 긁혀 있어 잘 읽을 수 없었지만, [사치코] 라고 써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방에 들어가려고 몸을 돌려 아파트 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뒤에서 [콰당!] 하고 무언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뒤돌아보니 아까 그 외발 자전거가 쓰러져 있었다.



걸어다니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아 나는 발로 외발 자전거를 걷어차 원래 있던 위치에 갖다놨다.

다시 방으로 돌아가려다 나는 또 뒤를 돌아보았다.

누군가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당연히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조용한 묘지만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확실히 느꼈던 것이다.

나를 부르는 목소리와, 마치 누군가에게 감시되는 것처럼 계속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며칠 뒤 새로 아르바이트를 찾은 나는 근무를 마치고 밤 늦게 귀가하게 되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며 번개도 치고 있었기 때문에 우산을 빌려 돌아오게 되었다.

하지만 집 옆의 공동묘지 곁을 지나가는 것만으로 매우 기분이 나빴다.



빗 속을 계속 달려, 겨우 아파트가 보이는 곳까지 왔다.

1층의 막다른 곳이 내 방이다.

[어라...?]



자세히 보니, 내 방 앞에 빨간 외발 자전거가 놓여 있다.

비에 젖은 등골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괘, 괜찮아... 누가 장난친거겠지, 분명...]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서는 무서워서 배길 수가 없었다.

나는 외발 자전거를 치우고 방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방 안은 어둡다.

빨리 불을 켜고 싶다.

[딸깍! 딸깍! 어, 어라?!]



[설마 정전인가?!]

불안해진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려고 핸드폰을 꺼냈다.

[서비스 외 지역입니다.]



핸드폰의 화면에는 허무하게 그 문자만이 떠 있을 뿐이었다.

평소에는 문제없이 전파가 잡히는 방인데도.

나는 그 방에 혼자 있는 것이 너무 무서워서 일단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그러자 갑자기 방 안 쪽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마치 가위에 눌린 것처럼 나는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다시 온 몸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위, 위험하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내 귓가에서, 무엇인가가 속삭이기 시작했다.



[아파, 아파, 아파, 아프다구!!!]

그리고 갑자기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겁에 질려 뒤를 돌아보았다.



어두울 뿐이다.

한숨을 내쉬며 안심한 순간, 엄청난 소리와 함께 천둥이 울렸다.

그리고 [파지직] 하는 격한 소리를 내며 형광등이 깜빡이며 켜졌다.



그리고 나는 깜짝 놀랐다.

방 안에 소녀가 있다.

가만히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 긴 머리의 소녀.



나는 나도 모르게 [...저기!] 라고 말을 걸었다.

소녀는 천천히 내 쪽을 바라봤다.

[없어... 없잖아!]

얼굴의 반이 마치 도려내기라도 한 듯 없었다.



그리고 소녀는 어쩐지 기분 나쁘게 씩 웃고 사라졌다.

그 순간 나는 기절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아침이었고, 비도 그쳐 있었다.



나는 밖으로 뛰쳐나가 친구에게 전화하고, 그 녀석의 집으로 달려갔다.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친구는 전혀 믿지 않고 비웃을 뿐이었다.

나는 그 날로 새로운 곳에 방을 구해 이사했다.



며칠 전에 친구들과 함께 담력 시험 같은 기분으로 그 장소에 갔지만, 아파트와 무덤은 모두 없어져 있었다.

그것은 도대체 무슨 일이었던 것인지 나는 모른다.

어쩌면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주변 사람에게 물어본다면 혹시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만약 여기서 사고가 났었고, 어떤 여자 아이가 죽었던 거라면 내가 겪었던 것은 모두 사실이라는 뜻이니까.



마음 같아서는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내가 겪었던 유일한 공포 체험이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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