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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라고 하면 대단히 오래된 느낌이 난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어릴 적의 이야기다.

어느 일요일, 동네 리틀 야구팀의 감독을 하고 있던 아버지가 도시락을 두고 가서, 내가 가져다 드리게 되었다.



시골인 탓에 논길을 신나서 걷고 있자니, 낯선 아줌마를 만났다.

아줌마는 아무래도 상관 없는 말을 걸어와서, 나는 별 생각 없이 대답했다.

그러던 와중, 갑자기 아줌마는 내가 가지고 있던 봉지 안에 관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뭐가 들어있니?] 라던가, [누가 만들었어?], [대단하네. 근데 반찬은 뭐야?], [매실장아찌는 집에서 직접 담근거니?] 라고 물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질문 하나하나에 모두 대답을 했다.

그리고 갑자기 아줌마가 [연 가지고 놀래?] 라고 해서, 같이 연을 날리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한바탕 논 뒤, 나는 아줌마와 헤어졌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아버지에게 도착했을 무렵에는 이미 점심 시간이 한참 지난 후였다.

그래도 아버지는 기뻐하면서 도시락을 여셨지만, 뚜껑을 연 뒤 깜짝 놀랐다.



주먹밥이 들어있었을 터인 도시락 안에는, 주먹만한 나무토막이 들어 있었다.

반찬은 그대로였다.

아버지한테는 [이게 무슨 장난질이야!] 라며 꾸중을 들었지만, 집에 돌아가 할머니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켄아, 그건 여우한테 속은거로구나.] 라며 웃음거리가 되었다.



물론 나는 도시락을 한 번도 열지 않았었다.

아버지에게도, 어머니에게도 꾸중을 들었지만 나는 도췌 석연치가 않았다.

나는 아직도 이 마을에 살고 있지만, 그 아줌마는 그 때 이후로 만난 적이 없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어느 여름날의 작은 추억이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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