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시골에서 겪었던 일이다.
나는 코베에 살고 있지만, 어릴적에는 아버지 고향인 시마네 어촌에 자주 놀러가곤 했다.
그 일이 있던 9살 때 여름방학도 시골에 내려가 보내던 터였다.
당시 나는 거기서 만나 친구가 된 A와 매일 신나게 놀러다녀서, 하루하루가 무척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어느날, A가 [신사에 가 보자.] 라고 말을 꺼냈다.
그 뿐 아니라 신사 신전 안으로 들어가보자는 것이었다.
우선 이 신사가 어떤 곳인지 설명하자면, 산 꼭대기에 있는 곳이다.
당연히 앞에는 기둥문이 세워져 있다.
산에서 산기슭까지 계단이 이어져 있고, 산기슭에도 신사 앞에 있는 것처럼 기둥문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신사 앞에 있는 기둥문을 따라 나오면 곧바로 바닷가로 이어지는데, 거기에도 기둥문이 세워져 있다.
즉, 신사 경내에서 바닷가까지 참배길이 쭉 이어져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A를 따라 산기슭에 있는 신사 기둥문까지 따라갔다.
하지만 왠지 천벌을 받을 것 같아 두려웠던데다, 가슴이 이상하게 두근거려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난 안 갈래.] 라고 말했다.
A는 [너 완전 겁쟁이다.] 라며 비웃으며 열심히 나를 데려가려 꼬셔댔지만, 결국 나는 가지 않았다.
결국 A는 혼자 신사로 향했다.
20분 정도 기다리자, A가 돌아왔다.
[하나도 재미없어. 신전 안에는 아무 것도 없더라. 거울만 하나 있고.]
뭐야, 별 거 아니잖아.
왠지 모르게 나는 안심했다.
다음날, A에게 겁쟁이 취급 당했던 것도 잊고, 나는 A와 또 신나게 놀러다녔다.
즐거운 여름방학은 머지않아 끝났다.
집에 돌아갈 때 A는 나를 배웅하러 나왔고, 내년에 또 만날 것을 약속했다.
[내년에도 꼭 와야 해.]
[응, 약속할게!]
그리고 다음해 여름방학, 나는 어김없이 시마네로 향했다.
할머니는 반갑게 나를 맞아주셨고, 큼지막한 수박을 잘라 주셨다.
나는 와구와구 수박을 먹으며, [내일은 A랑 놀래!] 라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할머니와 삼촌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삼촌이 힘들게 입을 열었다.
[그... 너하고 A가 워낙 사이가 좋아서 말을 안 했었는데... 실은 A가 죽었단다.]
[네?]
[작년 여름방학이 끝나고 사흘 정도 지났을 때 바다에 빠져서 그만...]
나에겐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작년 여름에 있던 일을 떠올리고, 혹시 신사에 함부로 들어간 벌을 받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고작 신전에 들어간 것만으로 신에게 동티를 받을 리 없을 것이다...
그 후 시간이 흘러, 내가 대학에 다닐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해 12월 초에 삼촌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믐날부터 설날까지 이어지는 고향집 제사에 참가하라는 것이었다.
[삼촌, 저 고베에 있어요. 교통비도 꽤 드는데 꼭 가야 하는 건가요?]
[이 바보 같은 놈아, 당연히 와야지. 형이 죽었으니까 이제 네가 우리 집안 당주야. 우리 집안이 제사에 참가 안 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형도 매년 제사에 참가한 다음 설날에야 고베로 돌아갔던거 기억 안 나?]
[엄마는 매년마다 "그 놈의 제사 좀 안 가면 덧나?" 라고 화냈었는데.]
[변명은 됐으니까 꼭 와라. 알았지?]
결국 나는 마지못해 제사에 참석하게 되었다.
제사 당일, 그믐날 저녁 8시가 되서야 시마네에 도착했다.
삼촌은 초조해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은거야. 내가 7시까지는 오라 그랬잖아.]
[죄송해요. 마쓰에에서 도미밥 먹고 오느라... 그래도 어차피 제사는 9시부터니까 아직 시간 좀 있잖아요.]
[이 멍청아, 목욕재계 할 시간은 빼고 계산하냐?]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런 것까지 해야할 정도로 중요한 제사인가?
나는 서둘러 목욕을 마치고, 아버지가 입던 하오리하카마를 입었다.
그리고 제사가 열리는 바닷가까지 달려갔다.
바닷가에는 나처럼 하카마를 입은 사람들이 잔뜩 있었다.
이 제사는 여자는 들어오지도 못할 뿐더러, 각 집안의 당주만 참석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이윽고 9시가 되자, 신주가 바다로 향해 축사를 읊고, 신을 맞이한다.
그 다음에는 참배길을 따라 신사 경내까지 신주를 필두로, 솔불을 밝히고 다같이 걸어갔다.
그리고 신주가 신을 신전에 안치시킨 후, 노와 카구라 공연이 이어진 후,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춤을 추면서 소란스럽게 밤을 새웠다.
신도 사람도 모두 얽혀 먹고 마시며, 신에게 제사를 올린다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술기운이 올라 거나한 기분이 되었을 무렵, 신전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뭔가 이상한 것을 깨달았다.
신전을 빙 둘러친 금줄이 다른 곳과는 달리 왼쪽이 시작이고 오른쪽이 끝이었다.
다른 신사와는 정반대인 것이다.
왜 저렇게 생겼나 싶었지만, 이미 취한 상태였기에 그리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 술이 깨고 나서도 왠지 그게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나는 삼촌에게 금줄에 관해 물었다.
[저기, 삼촌. 신사에 관한건데, 거기 금줄이 거꾸로 쳐져 있던데요.]
[뭐? 너 그것도 모르고 제사에 참여했던거야?]
[그치만 아버지는 뭐 하나 설명도 안 해주시고 돌아가셨잖아요. 삼촌도 그냥 제사만 오라고 했지 뭐 하나 설명도 안 해줬고.]
[그랬구만... 미안하다. 그럼 제대로 설명해 줄게.]
[부탁드릴게요.]
[그 신사는 보기에는 평범한 신메이샤(神明社)라 아마테라스 오오미카미(天照大御神)를 섬기는 걸로 되어 있긴 한데... 사실 그게 아니야. 거기서 섬기고 있는 신은 훨씬 무서운 거라구.]
[어, 그런 거였어요?]
[메이지 시대에 정부가 들어서면서, 각 지방의 신사마다 어떤 신을 모시는지 조사를 했었어. 그런데 공무원이 이 동네에 와서 신사를 조사했는데, 그 때 마을 사람들은 이 신사에 있는 신을 그냥 "신님" 이라고만 부르고 이름은 몰랐더라는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삼촌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뭐, 옛날 사람들이니 신님의 이름을 아는 것조차 경외스러운 일이었을테고, 딱히 관심도 없었겠지, 아마. 그래서 공무원이 곤란해하다가 대충 이름을 갖다붙인 모양이야. 그래서 여기 신사에 있는 신이 옛날 신화에 나오던 유명한 신으로 탈바꿈한거지.]
[그럼 원래 무슨 신인지는 아무도 모르는거네요?]
[아니, 이름만 모르지 어떤 신인지는 알아. 너, 어령신앙(御霊信仰)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냐?]
[네... 액신이나 원혼을 모셔서 진정시킨 다음에, 좋은 신으로 거듭나게 해서 보호를 받는 거잖아요. 그렇다는 건 설마...]
[그래. 바다는 먼 외국과도 이어져 있잖냐. 그러니까 종종 좋지 않은 게 바다에서 들어오는거야. 특히 이 동네는 지형 때문인지 조수 때문인지, 바다에서 온 악령이나 나쁜 신이 바닷가에 잔뜩 모인다고 하더라고. 그게 쌓이면 고기잡이 배가 침몰하거나, 마을에 재난이 오는거야. 그래서 그게 너무 쌓이기 전에 신들을 신사에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거지. 그래서 매년 지내는 제사가 중요한거다.]
삼촌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래서 금줄이 다른 신사랑은 정반대인거야.]
[어, 그건 왜 그런 건데요?]
[금줄이라는 건 속세의 더러운 인간들이 신전 안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도록 치는 거잖아? 한마디로 바깥 사람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쳐 놓은거지.]
[그렇죠.]
[하지만 저 신사의 금줄은 반대라는거야. 안에 있는 사악한 것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둘러쳐 놓은거야. 즉, 신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가둬둔거지.]
순간 어릴 적 일이 떠올라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렇다면 그 옛날, A가 금줄을 넘어 신전 안으로 들어간 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일이었던 것인가...
A는 신전 안에 갇혀 있던 악령과 악신 사이로 몸을 내던졌던 것이다.
만약 내가 그 때 A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함께 신사 안에 들어갔더라면...
온 몸에 소름이 끼쳐서 덜덜 떨다보니, 어느새 손에는 식은땀이 가득 고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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