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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돌아올 때면, 언제나 모 대학교 앞을 지나가게 된다.


그곳은 사각도 없이 탁 트인 평범한 직선도로지만, 어째서인지 사고가 잦은 곳으로 유명하다.


그 길을 자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매일 그 곳을 지나가는 나는 그 이유를 안다.




그 길에 있는 어떤 아저씨 한 명 때문이다.


그 아저씨는 학교 앞 횡단보도 가장자리에 서 있다.


그것도 매일.




비가 오는 날에도, 낮에도, 밤에도,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거기에 가만히 서 있을 뿐이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매번 바라볼 때마다 정면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아저씨의 존재를 처음 자각하고 한동안은 그저 이상한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그 아저씨가 정말 이상한 존재라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저씨는 볼 때마다 정면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언제, 어느 때라도.




예를 들어 횡단보도 30m 전방에서 아저씨를 발견했다고 치자.


[아, 오늘도 있구나. 그리고 날 보고 있네...]


그대로 횡단보도를 지나, 재빨리 백미러로 아저씨를 보면, 역시 내 쪽으로 몸을 돌려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얼마나 괴상한 것인지 알겠는가?


그 아저씨는 언제나, 반드시 정면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향을 바꾸는 것 같은 기척 하나 없이, 계속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걸 깨닫고 나서 나는 확신했다.


저 아저씨는 인간이 아니구나, 하고.


오싹해진 나는 직장 동료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그 녀석 역시 아저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동네 사람들한테는 "뒤통수 없는 양반" 으로 유명한 듯 했다.


확실히 그 아저씨는 정면 외에는 본 기억이 없다.




뒤통수나 등은 전혀 보여주질 않는 것이다.


이상한 귀신도 다 있네, 하고 동료와 웃어제끼고 그 날은 넘어갔다.


하지만 그 때부터였다.




내가 내심 두려워하면서도 어떤 호기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어떻게든 아저씨의 뒷모습이 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매일 출퇴근하면서 아저씨를 관찰한다.


그냥 지나가면서 보는 것 가지고는 도저히 안 된다.


아저씨에게는 전혀 틈이 없었다.




옆을 지나간 후 백미러로 눈을 돌리는 그 찰나의 순간에, 아저씨는 금새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기회를 노려보기로 했다.


며칠 후, 야근 때문에 늦게 퇴근한 나는, 서둘러 집에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에 도착했다.


눈을 돌리자, 역시 아저씨가 있었다.


언제나처럼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뒤통수 없는 양반" 이라는 별명을 떠올리며, 나는 재빨리 주변을 스캔했다.


한밤 중의 직선도로.


다행히 전후좌우에 다른 차도 없고, 걸어다니는 사람도 없다.




신호도 파란불이다.


그렇게 기다리던 기회가 온 것이다.


횡단보도 앞에서 나는 자동차 속도를 늦추고, 핸들을 풀었다.




천천히, 앞으로 쭉 나아가도록.


아저씨는 평소처럼 무표정하게 나를 보고 있다.


눈에는 어떤 감정도 나타나지 않고, 그저 서 있을 뿐이다.




하지만 다시금 자세히 본 아저씨의 모습은, 평소보다 기분 나쁜 것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가늠이 되질 않는 것이다.


이윽고 차는 천천히 횡단보도를 지나간다.




시선은 아저씨에게서 떼어놓질 않는다.


무서웠지만 이를 악물고 계속 바라보았다.


그러자 내가 시선을 돌리지 않는 탓에 몸을 돌릴 수가 없는 것인지, 언제나 정면으로만 보이던 아저씨의 얼굴이 서서히 옆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차의 움직임에 맞춰서 천천히, 천천히.


아저씨는 처음 내가 바라보기 시작했던 방향에 시선을 맞춘 채 끄떡도 않는다.


마침내 아저씨의 완전한 옆 얼굴이 보이자, 나는 이제 됐구나 싶었다.




아저씨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기 위해선 나도 계속 몸을 돌려 시선을 고정시켜야만 한다.


지금은 아예 운전석에서 등을 돌려, 차 뒷창으로 아저씨를 보고 있다.


당연히 앞은 보지도 않고 운전하는 셈이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뒷통수 없는 양반"의 뒷통수를 볼 수 있다.


그렇게 천천히,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그 순간이 왔다.




"뒷통수 없는 양반"의, 지금까지 아무도 본 적 없던 뒷통수가, 등이 지금 확실히 보이고 있다.


그건 어이없을 정도로 평범한 뒷모습이었다.


무엇 하나 이상할 것도 없다.




하지만 내 가슴 속에는 작은 달성감이 가득 차, 두근거리고 있었다.


천천히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만족감에 차서, 나는 그제야 시선을 돌려 앞을 봤다.


아니, 보려고 했다.




나는 시선을 돌려 앞을 보려했지만, 시선을 돌리는 도중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조수석에 아저씨가 앉아 있었다.


엄청나게 분노한 얼굴을 한 채.




심장이 그대로 멈추는 줄 알았다.


[으아아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지만 분명 서행하고 있던 차는 어째서인지 강한 충격과 함께 그대로 급발진에 전봇대에 부딪혔다.


나는 그대로 실신했다.


이튿날 아침,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나는 곧바로 경찰에게 사고 경위를 설명해야만 했다.




다행히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에, 나를 빼고 다른 피해자는 없었다.


경찰은 사고의 원인을 과속에 의한 운전 미숙으로 단정지었지만, 나는 항의할 기력도 없었다.


그딴 이야기를 해봐야 믿어줄 거란 생각도 들지 않았고.




그 사건 이후로 5년이 지났다.


나는 지금도 출퇴근길에 그 곳을 지나간다.


아저씨는 변함 없이 그 자리에 서 있고, 변함 없이 사고도 잦다.




다만 딱 하나 바뀐 게 있다면, 내가 더 이상 아저씨를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리라.


그 때 사정청취를 하러 왔던 경찰관이 무심결에 말했던 한 마디가, 아직도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 양반, 이번에는 안 데려갔구만...]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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