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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관한 기묘한 이야기라면... 옛날 같은 반에 있던 남자아이가 떠오른다.


그 아이는 대단히 그림을 좋아해서, 짬만 나면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 녀석은 그림에 재능이 있어 특출나게 잘 그렸지만, 그 대신인지 조금 지적 장애가 있었다.




그리고 그 탓인지 친구도 적었다.


나까지 해서 2, 3명 정도였을까.


어느날, 그 녀석 집에 놀러갔다.




그 녀석은 풍경화를 그리고 있었다.


걔네 집은 고층 아파트였기에, 그 집 창문으로 보이는 경치는 무척 아름다웠다.


워낙에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다보니 당연히 그림은 훌륭했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고 있자니 뭔가 위화감이 느껴진다.


잠시 뜯어보고나니, 그 그림에는 없어야 할 건물이 서 있기도 하고, 어떤 건물은 아예 사라져 있다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야, 이거 뭐야? 잘못 그린거 아니야?] 라고 내가 물었다.




그렇지만 그 녀석은 [괜찮아. 아무 것도 잘못 된 거 없어.] 라고 말할 뿐이었다.


나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녀석이 상상해서 그린 그림일 거라는 생각만 했을 뿐이다.


그 후,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서 그 녀석과도 연락이 소원해지게 되었다.




얼마 전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간 김에 그 녀석 집 근처에 가보니, 이사를 했는지 낯선 사람이 살고 있을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실망한 채 집에 돌아가려고 계단을 내려오던 도중이었다.


문득 창 밖의 경치를 보고, 나는 경악했다.




어린 시절, 그 녀석이 그렸던 그림 그대로, 마을 풍경이 변해 있었던 것이다.


종종 만화나 영화를 보면 지적장애를 가진 대신 초능력을 얻은 이들이 나오곤 한다.


나는 그런 것들을 볼 때마다, "아, 그 녀석도 그런 능력이 있었던 걸까..." 하고 생각하곤 한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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