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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정도 전 어느 밤,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집에서 나올 수가 없어... 도와줘...]


무슨 소리인가 싶어 물었더니, [출구가 어딘지 모르겠어. 완전히 미로 같아.]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장난 치는 것이라 생각해 웃으며 말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너.]


하지만 친구는 장난기 하나 없는 진지한 목소리로 계속 부탁을 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친구가 사는 아파트로 갔다.


그리고 아파트 앞에 도착해 초인종을 눌렀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문을 슬쩍 열어보니 잠겨있지 않아 그대로 열렸기에, 나는 고개를 들이밀고 집 안 모습을 살폈다.


집 안도 딱히 이상한 점은 없는 것 같다.


[야, 나 왔어.] 라고 큰 소리로 친구를 불렀다.




그러자 [도와줘.] 하고 친구의 대답이 돌아왔다.


어디 다치기라도 한건가 싶어 바로 집 안으로 들어섰다.


친구는 자기 방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뭐야, 장난치지 마.]


짜증이 나서 친구에게 소리를 쳤지만, 친구는 [정말 못 나가겠어.] 라는 대답 뿐이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야. 어디 따라와봐.]




그러자 친구는 방에서 나왔다.


현관으로 향한 친구는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다시금 자기 방으로 향하고는, 거기서 다시 거실로 방향을 틀어 빙빙 돌았다.


얼굴은 새파랗게 질린채, 똑같이 현관, 방, 거실을 계속 돌고 있는 것이었다.




당황한 나머지 나는 [너 장난 좀 그만치라고!] 라고 화를 냈다.


하지만 친구는 겁에 질린 얼굴로 [진짜야. 정말 어떻게 나가야 할지 모르겠어...] 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나는 친구를 억지로 끌어서 집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일단 그 날은 우리 집에 데려가 재우고, 다음날 휴가를 내서 친구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진단 결과는 뇌경색이었다.


생명에는 이상이 없지만, 한동안 입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이었다.




뇌에 이상이 생기면 그러한 기묘한 행동을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친구는 무사히 치료를 받아 지금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종종 귀신에 관한 이야기나 환상을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때면, 혹시 저것도 뇌의 문제로 일어나는 일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가끔 두려워지곤 한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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