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잠시, 자원봉사 비슷하게 지역 마을회관에 주 2회 방문했었다.
오후부터 밤까지, 아이들이 방과후 갈 데 없어 놀러오곤 하는데, 그걸 감시하고 정리를 도우는 일이었다.
거기에는 장난감이나 실내용 외발 자전거 같은 놀이도구가 꽤 많았다.
그 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것은 바로 뜀틀이었다.
10단 가량 되는 거대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왜 여기 뜀틀이 있나 의아했었다.
그 뜀틀은 남루한 모양새로 장난감 창고 구석에 박혀있었다.
근처의 학교가 폐교 조치되면서 받아온 것이라 한다.
그 곳에서의 봉사활동은 2년 가량 이어졌다.
하지만 내가 사정이 생겨 이사하게 되면서 그것도 마지막을 맞았다.
마지막날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니, 아이들은 편지와 종이로 접은 꽃 같은 걸 건네주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밤이 깊어져, 아이들을 돌려보낸 후, 나는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 불을 끄고 마을회관 문을 닫으려 했다.
그런데 장난감 창고에서 덜컹하고 소리가 났다.
잠시 텀을 두고 덜컹덜컹, 또 소리가 난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는데...
혹시 내가 오는 마지막날이니, 누가 숨어서 장난이라도 치는건가 싶었다.
하지만 마을회관은 불이 꺼져 완전히 깜깜하다.
당연히 창고도 불이 꺼져있다.
아이들이라면 무서워서 숨어있질 못할 것이다.
나는 다시 불을 켜고 창고로 갔다.
문을 열자, 인기척은 없었다.
아까 전까지 들려왔던 소리가 거짓말인 것처럼 아주 조용했다.
하지만 소리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나는 창고 안으로 들어섰다.
아이들이 숨을만한 곳을 대충 살펴봤지만 아무도 없다.
마지막으로 뜀틀에 눈을 돌렸다.
등골이 오싹했다.
단과 단 사이, 손을 넣는 틈새 사이에 손이 나와 있었다.
나와있다고는 해도 손가락 뿐.
손가락 열개가 틈새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손가락은 아이 손가락이었다.
겁에 질린 와중에도 나는 "아, 역시 이 안에 숨어 있구나." 라고 생각하며 뜀틀로 다가갔다.
그러자 손가락은 슥 뜀틀 안으로 들어간다.
어차피 들켰으니 말이라도 좀 하지...
나는 뜀틀을 들어올렸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소름이 끼쳐 말도 안 나왔다.
겨우 자신을 억누르며, 뜀틀을 제자리에 돌려놓은 후, 나는 빠르게 문까지 걸어가 불을 껐다.
문을 잠그려는 순간, 누군가가 뜀틀을 뛰어넘는 듯한 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쏜살같이 도망친 후, 나는 다음날 그 동네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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