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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대학생일 무렵 인바운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콜센터에 앉아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그거.


뭐, 클레임도 종종 걸리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오는 전화를 받아 다른 쪽으로 넘겨주는 작업이었다.




통신교육 회사였기에, 가장 많은 요청은 해약에 관한 것이었다.


그 외에는 교재 발송이나 여타 문의라던가...


그리고 아르바이트생들이 받는 전화는 회사 사람들이 모니터링을 할 수 있었다.




만약 전화가 길어지면 체크해서 도움을 주거나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도움을 주려고 말이지.


나는 거기서 오래 일하기도 했고, 나름대로 괜찮게 실적을 올렸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3년째가 되자, 정직원 바로 아랫단계 같은 위치가 되어, 아르바이트생들 중에서는 리더 같은 입장이었다.




그랬기에 내게도 모니터링 권한이 주어졌고.


그날 역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중, 한 여자 아르바이트생의 전화가 20분을 넘기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 여자아이가 앉은 쪽으로 목을 쭉 내밀어 살펴보니, 헤드셋에 귀를 기울인채, 무척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무슨 귀찮은 클레임이라도 들어온 건가 싶어 그 전화를 모니터링 해보기로 했다.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흐느끼고 있다.




[...그렇게 괴롭힘당하고 있어요. 진짜에요. 담뱃불을 몸에 대기도 하고, 뜨거운 물을 막 끼얹어서 너무 아파요. 하지만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더 혼나서 말도 못해요. 선생님한테도 못 말하겠어요. 지금은 자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그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었다.


고객의 번호는 저장하지 않는데다, 이쪽은 아무런 정보가 없다.




여자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이름과 주소를 물었다.


하지만 사내아이는 거의 패닉 상태라, 작은 소리로 울부짖어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질 않는 듯 했다.


이야기가 진짜 심각한 것 같아, 나는 상사에게 상담하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순간, [으아아아악!] 하고 날카롭게 소리치는 사내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황급히 헤드셋을 다시 썼다.


비명 소리와 무언가를 마구 부수는 것 같은 소리가 몇번 들린 후, 콧김을 씩씩 내쉬는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




[내가 무슨 짓을 하던 내 맘이야! 이건 내 물건이니까! 알았어? 전화는 못 들은 걸로 해둬! 후... 이 아이는 내가 죽여놓을테니까요.]


그리고 전화는 끊어졌다.


등골에 소름이 끼쳤다.




다음날, 그 전화를 받았던 여자 아르바이트생은 일을 그만뒀다.


이거보다 무서운 일은 없었지만, 그 후에도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에게서 전화를 받는 일은 잦았다.


인바운드 아르바이트도 정말 할 짓이 못된다고 해야 하나...



 

 

Illust by 느림보(http://blog.naver.com/loss1102)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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