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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35th]야마구치씨

괴담 번역 2015. 12. 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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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토요일 해질녘 거실에 앉아 있었다.


갑자기 인터폰이 울려, 수화기를 들었다.


[네.]




[야마구치씨 댁인가요?]


[아뇨, 아닙니다.]


그 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끊어졌다.




도대체 뭐하는 인간이냐고 투덜대며 거실로 돌아왔는데, 다시 벨이 울린다.


[네.]


[야마구치씨 댁인가요?]




[아니, 아까도 아니라 그랬잖아요. 누구세요, 도대체?]


아까 전 인터폰에서 들려왔던 그 목소리였다.


왠지 모르게 울적한 여자 목소리.




말투도, 질문도 처음이랑 똑같았다.


명패는 문앞에 제대로 붙어있다.


풀네임으로.




당연한 얘기지만 나는 야마구치가 아니다.


애시당초 이름에서 한 글자도 같은 게 없다.


그러는 사이, 세번째로 벨이 울렸다.




이번에는 수화기를 들지 않고, 직접 현관문으로 다가가 문구멍을 들여다 봤다.


하지만 밖에 있어야 할 사람 모습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 체인을 걸고 슬쩍 문을 열어봤지만,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벨튀인가 싶어 잔쯕 짜증이 나, 나는 문을 닫고 등을 돌렸다.


그 순간, 다시 벨이 울렸다.


등골에 소름이 끼친다.




곧바로 뒤돌아 문구멍을 내다봐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럴리 없다는 생각에 체인까지 풀고, 문을 활짝 열어 밖을 확인했다.


문 뒤, 사각까지 전부 확인했지만 역시 아무도 없다.




문을 열면 긴 복도만 펼쳐져 있을 뿐, 숨을 곳 따위 어디에도 없다.


나는 멍하니 현관문에 우뚝 서 있었다.


갑자기 등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왜 안 열어주는거야?]


지옥 밑바닥에서 울려퍼지는 듯한, 원망스러운 목소리.


그게 등뒤, 내 방안에서 들려온다.




차마 무서워서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나는 내가 열 수 있는 최소한만 문을 열었고, 상반신만 내밀어 밖을 내다봤었다.


결코 누가 들어올 여유는 없었는데.




나는 샌들만 신고 그대로 뛰쳐나와, 근처 편의점으로 도망쳤다.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부동산에 전화를 건다.


[야, 야마모토 하이츠 101호실 콘노인데요. 이상한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제 방에 있어요.]




전화를 받은 부동산 직원은 의아하다는 듯 반문했다.


[저... 그럼 경찰에 신고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니, 그, 그게, 뭐라고 해야하지... 사람이 아닌 거 같아요...]




[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지금 사장님 바꿔 드릴게요.]


부동산 직원은 내 애매한 말에서 뭔가를 알아차린 듯, 곧바로 사장을 바꿔주었다.


그 후 사장과 이야기 해보니, 아무래도 이 아파트에는 옛날부터 종종 그 이상한 여자가 찾아오곤 한다는 것 같았다.




최근 들어서는 나타나지 않았기에 이제 괜찮을 거라 여겼다나.


덧붙여서, 옛날에는 실제로 "야마구치씨"라는 남자가 이 아파트에 살았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날부턴가 집세도 내지 않고 연락도 안되서 방을 뒤져봤더니, 짐도 그대로 두고 사람만 행방불명되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야마구치씨"를 찾는 이상한 방문자가 아파트에 나타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 그 여자가 내 방을 다시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도저히 밤에 혼자 있을 수가 없어서,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파트를 나와 이사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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