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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61st]유체이탈

괴담 번역 2016. 1. 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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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체이탈 글이 꽤 인기 있는 것 같아 흝어보는 사이, 꽤 많은 사람들이 의사적 유체이탈을 경험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판단하는 의사적 유체이탈과 진짜 유체이탈의 차이는, 유체이탈시 보이는 풍경과 실제 풍경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입니다.


저도 몇년 전, 처음으로 유체이탈을 경험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방의 풍경이 현실과는 꽤 달랐습니다.


꽃병에 꽂아둔 적도 없는 꽃이 꽂혀 있다던가.


이건 꿈이라고 생각해, 저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 내려봤습니다.




이전부터 저는 수면 마비에 관해 지식이 좀 있었고, 유체이탈의 대부분이 수면 마비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대개 그 때 보이는 광경은 기억을 기반으로, 뇌가 만들어낸 환상 같은 것입니다.


하늘을 날거나 우주에게 지구를 내려다 보는 등, TV에서 보는 영상 같은 걸 끌어온거죠.




그렇기에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경험이 없는 내가 그걸 시도하면 어떻게 될지 시험해 본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낙하 도중 보이는 광경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경험이 없으니 뇌에는 그런 광경이 저장되어 있지 않고, 그걸 무리하게 만들어내려고 해봐야 정보가 부족하니 아무 것도 비치지 않는게 당연하죠.




그래서 나는 이것 또한 생리현상의 일종이자 뇌의 오류라고 판단했습니다.


신비체험 같은 게 아니라요.


그 이후로도 한달에 한번 정도, 자연스레 유체이탈을 경험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저 리얼한 꿈 정도로 치부했죠.


의식이 완전히 유지될 뿐 아니라, 벽을 지나 다니거나 순간이동이 가능한 건 다른 사람들과 매한가지라, 그리 드문 경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유체이탈하는 패턴은 이랬습니다.




1. 위를 향한채 잠든다.


2. 온몸에 힘이 빠지고, 갑자기 몸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3. 온몸 안쪽에서 강렬한 노란 빛이 가득차, 그 빛이 내 본체라는 감각이 든다.


4. 육체적인 만능감이 느껴진다.


5. 상반신에서 고속으로 영혼이 빠져나온다.




이런게 고작 1, 2초 사이 일어나는 겁니다.


이런 체험을 몇번 반복하자, 뇌 속에서 구성된 광경도 점차 현실에 가까워져, 종국에는 현실과 똑같은 모습을 비추게 되었습니다.


그렇게까지 되고 나니, 뇌가 거듭된 이탈에 익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내가 진짜 유체이탈을 겪고 있는 것인지 판단하지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몇주가 지나자, 나는 어느정도 의식적으로 이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이전에 여행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일본 전체를 날아다니게 되었죠.


물론 현실과는 전혀 관계없다는 걸 인식한 상태에서요.




사람은 기억 속의 아름다운 광경을 다시 불러내는 것만으로 즐거워지는 법이더군요.


그러는 사이,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곳에 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나는 실험 삼아 교토에 사는 대학시절 친구를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친구네 아파트 주소는 알고 있었지만, 도쿄에 사는 내가 교토까지 간 적이 없으니 거기는 완전히 모르는 공간입니다.


그 무렵 나 스스로도 유체이탈이 꽤 현실적이라 느끼고 있었기에, 혹시 이탈이 진짜는 아닐까 싶었거든요.


나는 구글 맵에서 그의 집을 확인하고, 실험에 나섰습니다.




결과적으로 한참을 헤맨 끝에 그 녀석 아파트 방까지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밤 중이라 친구는 이미 자고 있었고, 커뮤니케이션을 하기에는 무리였죠.


일단 코를 잡거나 말을 걸기도 했지만, 전혀 느끼질 못하는 듯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친구 방 배치와 가구 위치, 벽에 붙은 포스터 같은 걸 기억에 담고 몸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단도직입적으로 방의 배치와 가구 위치, 벽에 어떤 포스터를 붙였는지 물어봤습니다.


물론 나는 그의 방에 직접 찾아간 적은 없던 터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내가 어제 본 걸 말하는 사이 점점 친구는 말수가 없어져 갔습니다.


내가 말을 마치자, 그는 말했습니다.


[너, 누구 고용해서 내 방 훔쳐보기라도 했냐?]




그 순간, 나는 내가 겪은 유체이탈이 진짜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친구와의 우정도 끝나버렸지만요.


[이제 연락하지 마라.]




그 녀석은 그 말만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나는 친구 한명을 잃었지만, 그때 내겐 그 정도는 사소한 일이었습니다.


[나는 이제 온세상 어디라도 드나들 수 있는 힘을 얻었어! 앞으로 인생은 내가 원하는 대로다!]




그렇게 생각하며 잔뜩 들떠있었죠.


하지만 그 이후 내가 생각해낸 건 비열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습니다.


실제 세계를 자유로이 들여다볼 수 있다면, 자고 있는 여자의 방에도 맘대로 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거죠.




게다가 영혼 상태라면, 그 여자에게 빙의해 원하는대로 움직일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품은채였습니다.


그날 밤부터, 나는 내 취향의 여자를 찾아 심야 도쿄의 하늘을 배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마음에 드는 여자를 찾아내기에 이르렀습니다.




170cm 정도 키에, 쭉 뻗은 팔다리에, 가슴도 적당히 컸습니다.


눈매는 고양이 같고, 코도 오똑 솟아 사랑스러움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여자였죠.


[이 여자야말로 내가 찾던 여자야. 이 여자를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




나는 경험은 없었지만, 그녀에게 빙의할 작정으로 그녀 등뒤로 다가가 몸을 겹치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강한 힘에 의해 튕겨나 나가떨어졌습니다.


영혼 상태이니 어디 부딪힐 것도 없고, 벽을 뚫고 옆방까지 날아갔습니다.




나는 망연자실했습니다.


그러자, 눈앞에 언뜻 봐도 악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그 남자는 내 영혼을 압도적인 힘으로 찌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여자는 내거야. 방해하면 없앨테다. 우리는 산 사람 몸은 못 건들지만, 영혼끼리라면 힘 약한 놈은 마음대로 해버릴 수 있어.]


모골이 송연했습니다.


그때까지 나말고 이 세상에 자유로이 영혼 상태로 돌아다닐 수 있는 존재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으니까요.




강렬한 공포를 느껴, 나는 순간이동해 방으로 돌아온 후 몸안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불을 둘러쓰고 아침까지 벌벌 떨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유체이탈을 하고 종종 주위를 둘러보면 산 사람인지 죽은 사람인지 모를 존재가 주변에 우글우글 들끓는게 보입니다.




그후로 나는 이탈을 그만뒀습니다.


다시 그 온갖 영혼이 우글대는 곳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모두 내 망상이나 꿈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친구의 방안 풍경을 맞췄던 일 때문에, 나는 아직도 내가 진짜 유체이탈을 경험했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무적의 존재가 되어 자유를 누리는 게 아닙니다.


동등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능력을 지닌 괴물들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을 뜻하는 겁니다.




여러분도 만약 나중에 유체이탈을 경험하게 된다면, 그걸 잊지 말아주세요.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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