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쟁 끝무렵 어느날, 홋카이도 어촌에 수많은 일본군 병사 익사체가 떠내려왔다.
500구는 훌쩍 넘는 수였다.
아무래도 병사를 실은 수송선이 미국 잠수함의 공격을 받아 난바다에서 침몰한 듯 했다.
시체 중 장교는 없었다.
장교들은 구명정으로 탈출한 것 같았다.
시체를 수습하던 어부들은 문득 기묘한 것을 알아차렸다.
팔이 없는 시체가 꽤 많았다.
손목이 잘린 것도 있고, 아예 어깨부터 팔 전체가 잘려나간 시체도 있다.
바닷물에 씻겨나가 피는 나오지 않았지만, 예리한 것에 베이기라도 한 듯 팔이 잘려나간 단면은 평탄했다.
개중에는 팔이 잘려나갔을 뿐 아니라, 얼굴에 크게 베인 상처가 난 시체도 있었다.
바다에 뛰어들다 생긴 상처인가 싶기도 했지만, 시체의 반이 넘게 팔이 잘려나간 건 아무래도 이상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당시 구명정을 타고 살아 남은 장교는 그 사건에 대해 이렇게 증언했다.
뱃전에 손들이 마구 달라붙었다.
강한 파도가 치는데 여기저기서 손들이 달라붙으니, 작은 배는 견디지 못하고 크게 요동쳤다.
그들이 배에 타려다 배가 전복되는 것보다, 뱃전을 감싼 그 손들 자체가 무서워서 견딜 수 없었다.
수면은 병사들로 가득차 있는데, 그 가운데 작은 구명정 세 척이 떠있을 뿐이었다.
옆에 있는 구명정에서는 장교들이 일제히 군도를 빼들었다.
곧 우리 배에 탄 사람들도 군도를 손에 들었다.
손에 대한 공포심이, 군도를 뽑게 한 것이다.
잘라도 잘라도, 또 새로운 손이 뱃전에 올라온다.
팔을 잘린 병사는 바닷속으로 가라앉기도 했지만, 그대로 헤엄치는 이도 있었다.
그 장교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천황 폐하 만세.]
그러나 그 진위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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