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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등산을 좋아한다.


연휴 때는 무조건 산에 오를 정도니까.


그 중 특히 좋아하는 산이 있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산길이 워낙에 험난해 매년 조난자가 나오곤 하는 곳이다.


길이 잘 닦이지가 않아, 등산에 익숙한 사람도 까딱하다는 길을 헤매기 십상인 산이다.


하지만 그 탓에 그 산을 찾는 사람은 적다.




나는 마치 나만의 것처럼 느껴져, 그 산이 퍽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어느 휴일, 나는 또 그 산에 올랐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강물이 흐르는 소리가 어우러져 시원하다.




한동안 걷고 있자니 구름다리가 보인다.


정상에 가려면 꼭 지나가야만 하는 다리다.


구름다리에 다다르니, 한 남자가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남자는 난간 밖에 서서, 아래를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불쑥 말했다.



 


[위험합니다!]


남자는 나를 바라봤다.


나는 깨달았다.




남자는 투신자살하려는 것이었다.


나는 급히 말을 이었다.


[당신이 죽으면 남겨질 부인과 아이들은 어떻게 합니까. 자살 같은 건 하지 마세요.]




대충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그 남자의 가족이 어떤지는 전혀 몰랐다.


그저 어디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대사를 읊었을 뿐이었다.




그 말을 듣자, 남자는 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용기가 났습니다.]


나는 남자가 자살을 그만 두려는 것으로 생각했다.




다행이라고 말이지.


하지만 곧바로 남자는 난간 밖으로 뛰어내렸다.


나는 경악하면서도 119에 전화를 했지만, 산속인데다 수십미터 아래 골짜기로 뛰어내린 남자가 살아있을 리 없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이야기지만, 남자는 보험을 잔뜩 들어놓고 사고를 가장해 자살한 것이었다.


나는 구급대원에게 사건 경위를 설명했다.


당연히 보험금은 안 나왔겠지.




뒷맛이 씁쓸했다.


나는 그 이후로, 조난자를 봐도 모른 척하고 지나가고 있다.




 

 

Illust by 느림보(http://blog.naver.com/loss1102)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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